[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황망한연애담] 그 남자의 뒷걸음질

2012.12.9 20:48

안녕하세요 홀언니트위터로 글을 받아 읽으며 나는 평생 제보할 일도 없고 감히 제보하지도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방금 전 침대에 누웠다가 [황망한연애담] 우쭈에게 희망을(←바로가기 뿅!!) 과 [황망한연애담] 결혼하고 싶은 여자(←바로가기 뿅!!) 를 읽다가 이불 속에서 하이킥을 세 번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제 소개를 하자면 서른 언저리이고,

멀쩡한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스물셋 이후 솔로로 지낸 기간이 거의 없는..

그런 부농 인생이에요.

지금도 썩 괜찮은 남자와 연애하고 있구요.

 

평탄한 연애인생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가 만나왔던 남자들 중

제가 아직까지 완전히 놓지 못하는

한 사람(또는 한사람에 대한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와 두 살 차이가 나는 그.

우리는 일년동안 아름답게 연애를 했습니다.


회사가 가까워 퇴근 후 자주 만났고,

소소한 다툼을 빼고는

크게 싸운 적도 별로 없었어요.

무엇보다 말이 정말 잘 통하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최소한 저는 그를) 정말 사랑했어요..

 

사귀던 초반부터

그는 우리의 미래 얘기를 자주 했었습니다.

결혼에 대한 환상을 나누고,

신혼여행지로 어디를 가면 좋을지를 얘기하고,


그동안 단 한 번도

여자친구의 유무에 대한 얘기를

꺼낸 적도 없던 오빠였다.”

며 그의 여동생이 놀랄만큼,

가족에게 저를 소개시켜 주었어요. 

 

그리고 그때.

그의 달콤했던 말들 덕에

저는 저도 모르게 정말

큰 실수를 저질러 버렸습니다.

 

[그에게 저의 100%를 걸었던 것] 이었죠.

 

그를 만날 당시 제 나이는 스물여덟이었고,

그 때 저역시도 28,9세 여성들의 돌림병,

(지금 생각하면 몹시 부질없지만)

결혼병에 걸렸었고 


무조건 서른 전에 결혼해야 한다!’

는 강박에 시달리던 중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 남자와의 결혼을

더 늦기 전에 지금!!!

혹은 늦어도 스물아홉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시기를 어떻게 당기느냐가 문제였지,

결혼은 당연히 무조건 그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가진 몇가지 외부적 장애요인

(집안 재정상황늦은 취업 등등)을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자세로 

스스로를 다잡았습니다.

 

그리고 나를 전부 걸었어요.

제 미래에 그와의 결혼 외에는

상상도 하지 않았어요.

결혼이 현실적으로 확정된건 아니었지만,

제 마음은 이미 100% 였습니다.

 

저는 이 남자를 만나기 전에,

부모님께 전남자친구를 소개해드렸다가,

이별한 후 부모님 제가 쌍으로

후유증에 시달렸던 안좋은 경험이 있었던 탓에,


앞으로는 결혼이 완전히 확정된 남자가 아니면

절대 부모님께 얼굴을 보여드리지 않겠다!’

고 다짐을 해 왔었어요.

이런 사정을 그에게 충분히 설명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

너희 가족을 너무 만나고 싶고

너를 나의 가족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결국 그렇게 계속 미루다,

그의 어머니를 만난 것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어요.


그의 어머니는 좋은 분이셨습니다.

저를 예쁘게 보아 주셨구요.


식당앞에서 처음 만나 자리에 앉은 지

20분만에 제게 물으셨습니다. 


우리 아들도 이제 서른인데

장가를 가야하지 않겠느냐.

나는 얘를 빨리 보내고 싶다.

내년 가을 정도가 어떻겠느냐.

우리 집이 넉넉하진 않으나

얼마 정도까진 도와주겠다.”

 

저는 다소 예상치 못한 제안

정말 깜짝 놀라서 우물쭈물대고 말았지만,

속으로는 생각했어요.

 

.. 시집은 이렇게 가게 되는 거구나..’

 

나도 결혼을 원하고,

우리 부모님이야 

당근 누구보다 내 결혼을 원하셨고,

그의 어머님도 결혼을 원하니,

이제 결혼만 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빠져있다는 걸

그땐 제가 눈치채지 못했어요.


바로 그 사람.

 

그의 어머님과 만난 후부터

저에게 결혼은 막연한 다짐이 아닌,

현실성이 포함된 확신이 되었습니다.

 

전 암묵적 결혼 약속을 알리는 의미로

그를 우리 부모님께도 소개시켰구요.

 

그런데... 

오빠네 어머님과 셋이 만난 바로 그 후부터

그는 생각이 좀 달라졌나 봐요.

본인이 매일하던 결혼타령 미래타령이

그냥 타령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는 것

"그때서야깨달았나봐요.


뒷걸음질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결혼과 미래를 노래하던 그의 입에서


"아직 모아놓은 돈이 없다,

집안에 손을 벌리기 어렵다,

직장 경력도 짧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결혼은 어렵다."

가 흘러나왔습니다.

 

그의 상황은 사실,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것이었어요.

결혼과 미래를 타령할 때도 

이미 존재하던 것들이었고, 

감안해서 결혼결정을 하게 된 것이구요.

장남으로서 그의 어깨에 올려진 짐도 

새롭게 발생한 것이 아니였습니다. 

 

결국 이 문제로 맘상하는 일이 조금 있었고,

제가 양보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어요.

알겠다.

내에게는 지금 결혼이 급하지만

당신의 사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니,

보채지 않겠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과 결혼이 하고 싶다.

당신도 내 입장을 생각한다면,

나를 사랑한다면 기한을 정해서 다오.

3년 뒤도 좋고, 5년 뒤도 좋다.

결혼할 시기를 정해 

그 때를 대비해서 차근차근 

함께 준비해 나가면 되지 않겠느냐.”

 

이 말을 들은 그는 오래 고민한 후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미래는 나조차 알 수 없다.

나는 너에게 기한을 결정해줄 수 없다."

 

......지금도 가끔 생각해요.

 

그 때 참았어야 했나.

그때 결정할 수 없었던 기한이란 것이

조금 더 만나다 보면 결정이 되었을까.

내가 너무 성급했나...’

 

결론은 항상 아닌 걸로 나지만요.. 

지금 당장 결혼하자는 것도 아니고,

함께 목표를 맞춰 나가자는 것인데...


그마저도 거부한 그의 말을

저는 이별통보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지만...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는 울더군요.

"우리가 지금 서로 사랑하고 있는데,

왜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헤어져야 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요...

저에게는 사랑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남자

계속 견뎌줄 천사같은 인내심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건 지금도 없어요.

 

결국 전 100%를 걸었던 남자를

제 손으로 놓아버렸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에게

여섯달만에 다시 연락을 했습니다.

만나자할 말이 있다.

저를 보고 싶지 않아하던 그와

실랑이끝에 카페에서 잠깐 만났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가 말하더군요.

요즘 부모님의 강요로

엄청나게 선을 보고 있다.

너와 헤어진 후 못해도 수십번은 봤다.

근데 여자들이 다 멀쩡한데도

내가 마음이 동하지를 않는다.

지금 나에겐 여자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일이 먼저고 내 꿈을 찾는게 먼저다.”

 

저를 보며 그 말을 했던 그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해요.

저에게 아무런 

미움미련사랑도 남아있지 않아보이는,

담담한 표정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그 만남 이후,

이젠 정말로 그를 놓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전 놓지를 못했어요.

 

다시 그와 연애를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만큼 사랑할 남자,

그만큼 잘 맞는 남자,

100%를 걸고도 헤어지지 않을 남자가 

내 인생에 또 있을까...

하는 괴로움 때문에 잊지 못했던거죠.

 

....


그와 헤어지고 일년 뒤,

전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 

어렵게 연애를 시작했고,

그리도 또 일년이 지났습니다.


그와 헤어진 지도 벌써 2이 다 되어가는 셈이지요.

 

.......


얼마 전.

휴대폰이 고장나서 리퍼를 받았습니다. 

카톡을 새로 설치했는데,

그러면 차단했던 친구가 전부 풀리더라구요.

주소록에 전화번호가 남아있던 탓에,

오랜만에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법 상처가 아물었다 생각하여, 

그저 궁금함에 그의 카톡에 들어가,

카카오스토리를 열었습니다.

 


그는... 이미 한참전에 결혼을 했더군요.

;ㅁ;

 

저와 헤어진 지 1년여 만에,

카페에서 저와 만나

선을 봐도 여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 말한 지 반년여만에.

내가 그의 카톡을 다시 열어보기 훨씬 전에 이미.

 

헤어질 때 눈물을 흘리던 그의 앞에 대고 

제가 말했던 게 생각나요.

"당신은 비겁해.

지금 나를 붙잡지 않은 것을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나중에 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보면서

이 결정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깨닫게 되겠지."

 

그 때는 그만큼 원망과 섭섭함이 너무 컸어요.


그런데... 

저에겐 절박했고,

그에겐 고개를 돌리고 싶었던,

결혼그 결혼!


저보다도 빨리 했더군요..........;;;

 

뭔지 모를 어이없음과 함께

저 말을 한 것이 창피함으로 밀려왔습니다. ;;;

 

근데요... 기회가 된다면...

그에게 진지하게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1년여만에 이 벼락같이 모였을리도,

이직을 했다고 인생이 뒤집어졌을리도,

경력이 고무같이 늘어났을 리도 없는데..


결혼에 완고하던 그의 마음이,

왜 갑자기 변했는지.

왜 나는 안 되었던건지.

그리고 왜 그녀는 됐는지.


결혼할 만큼 사랑하지는 않았다면

왜 내게 사랑타령미래타령을 하고,

아직은 이르다던 내게,

굳이 부모님을 소개시켰던건지...

 

아무 문제없이 연애 중인

현재의 남자친구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아직도 그 이유가 궁금한 건,

그를 아직도 사랑해서가 아닌,

뜨겁고 찬란했던 연애에 데인 화상.

그 흉터가 깊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도 박진영의 '니가 사는 그 집'을 들으면

그때의 설움이 생각나 눈물이 나요...

 

니가 사는 그 집


신호등 건널목 내 차 앞으로 
너와 닮은 예쁜아이의 손을 잡고 
지나가는 너의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너의 뒤를 따라가 봤어

아주 작고 예쁜집에 

창문 너머로 보이는 모든것에 
너의 손길이 느껴지고 
새하얀 식탁위엔

 너의 예쁜 손으로 만들어 낸
음식을 올려 놓고 있어 

어느새 해가 저물고 문앞엔 
내가 아닌 너의 남자가 나타났고
나에게 짓던 그 예쁜 미소로 
그 사람을 반갑게 맞이 하고있어.


넌 정말 행복한지

뭔가 잘못된것 같진 않은지
넌 그게 맞는것 같은지 
그 미소는 진짜인지 

지금 니 앞에 그 남자의 자리 
그거 원래 내 자리잖아


난 아직 니가 내 여자같은데 
아직도 정말 내 여자 같은데
남의 여자가 되고
그 아이의 엄마가 되서 

할수 없이 바라보게 하는지

니가 사는 그 집

그 집이 내 집이었어야해
니가 타는 그 차

그 차가 내 차였어야해
니가 차린 음식

니가 낳은 그 아이까지도 
모두가 내 것이어야해,

 모두가 내 아이였어야해


  클릭! → [회람] 꼬꼬마 제보 모집 및 근황의 건

제보전에 → 제보필똑

댓글전에 → 댓글필똑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댓글쓰기

15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황망한 이야기

2012/12/15 [황망한연애담][짧] 내남친은 뿡뿡이
2012/12/15 [황망한연애담][짧] 뜨거운 자매들-후기
2012/12/14 [황망한소개팅] 글로벌 비즈니스맨
2012/12/13 [황망한연애담] 지난 사랑에게 감사함
2012/12/12 [황망한연애담] 씨알이 안먹히는 자(2)완결
2012/12/11 [황망한연애담] 씨알이 안먹히는 자(1)
2012/12/10 [황망한소개팅] 오늘 끝난 연애
2012/12/09 [황망한연애담] 그 남자의 뒷걸음질
2012/12/08 [황망한연애담][짧] No More Repeat
2012/12/08 [황망한연애담][짧] 썸남 톡톡이
2012/12/05 [황망한연애담] 잠수해도 될까요
2012/12/04 [황망한연애담][짧] 해결할 수 없는 문제-후기
2012/12/04 [황망한연애담][짧] 대각선에 앉은 남자-후기
2012/12/03 [황망한연애담] 그와의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