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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지난 사랑에게 감사함

2012.12.13 14:08

사연 하나를 보냅니다제가 갑자기 사연을 보내는건 아니구요몇번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었어요날씨가 쌀쌀해질 무렵부터그리고 오늘은 정말 마음을 딱 먹고 완성을 해보려합니다이렇게 다 적고 나면 정말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그럼 조금은 더 어른스러워진 모습으로 30대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저는 다음달이면 서른살이 된답니다다 쓰자니 구구절절해질 것 같고줄여쓰자니 어쩌면 짧게 정리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지 않을까 싶어서 망설망설했었는데요사연이 실리지 않더라도 이렇게 적어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좀 진정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대학 새내기시절을 다 보낼 무렵,

첫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도 저도 첫 연애였어요.

사실 지금에 와서야 그게 연애였구나..’ 싶은 거지,

그때 당시에는 서로 이게 연애맞나?’ 했죠.

 

그렇게 시작한 저희의 첫 연애는

꽤 오랜 시간 계속되었습니다.

함께 성장하며가까이에서 만나기도

서로를 멀리서 만나야 할 때도 있었어요.

 

제 인생을 통틀어,

열심히 최선을 다해본 일이라고는

그 애를 사랑한 것뿐!”이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그러는 동안 저희는 한살 두살 나이가 들어갔습니다.

전 제 인생이 아닌,

그 아이에게 온통 제 감정과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고,

그땐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었지요. 


20대 중반이 넘어가며  

저도 "결혼병"을 앓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아이에게 책임감을 요구했었더랬습니다.

 

당시에도 그 아이는 저보다 어른스러웠고

늘 제가 기대던 사람이었으니

저는 무작정 그랬던 거 같아요.

저의 불안한 마음을 좀 달래달라고 했던 것이죠.

 

결국 저희는 그 시기를 지나보내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3년이라는 시간이 더 흐른 지금.

주위에 있는 20대중후반의 

남자후배동생들을 보니

그 아이의 그때 모습이 겹쳐지더라구요.  

 

그 아이는 나 때문에 

얼마나 숨이 막혔을까.

자기 인생도 막막할 시기에

내 인생도 책임지라고 했던 

나를 사랑해줬던 거구나.

그때의 나는 참 

무겁고 버겁고 무서운 여자였구나..’

 

그때 제 눈에 비겁하고 치사하고

책임감없는 사람으로만 보였던 그 아이가,

시간이 지나 제가 한살한살 먹어갈수록

어쨌거나 철없던 저를 몇년이나 한결같이

예뻐해주고 사랑해줬던 고마운 사람으로

새삼 다시 느껴지더라구요.

그 중압감을 버티려 노력했던 모습

이제야 인정하고 감사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 아이를 보내고 난 뒤로,

제가 만난 사람들도 모두 착한 사람들이었어요.

어떠한 이유들로 헤어지긴 했지만,

어쨌거나 좋은 분들이었어요.

그 아이로부터 충분히 사랑받았던 경험덕분

좋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그 아이와 만날 당시알지 못했던 것은,

내 사랑은 다 옳고

내 사랑은 언제나 예쁘고 좋은 곳에만 있어야 하고,

그 아이는 내 사랑에 무조건 동조하고

내 모든 것을 환영해야 한다 생각했던 제가

철이 없었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혼이 하고 싶은 때와

결혼을 할 수 있는 때와는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사실 아직도

그 아이가 완벽하게 내 곁을 떠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미련이 있다거나,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라거나,

그런 것은 더 아니구요.

 

어느새 그 아이는,

아니그때의 우리는,

제가 누군가를 만날 때 떠올리게 되는 반성문이 되기도 하고,

흐름을 비추어 보는 거울이 되기도 하고,

여러빛깔의 추억이 되기도 합니다. 

 

헤어진 지 벌써 몇년.

참 독하게도 굴한번 보자는 한마디없이,

보고 싶다는 말도 없이, 서로 일년에 한두번

잘 지내냐.” 담담하게 안부를 묻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를 보며,

누군가는

그거 미련이 남아서 그런거다,

자존심도 없이 다 받아주고 있냐

그 놈이 연락해 온 건 지금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가 거기에 답장을 하면

너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인 게 된다.

그러니 하지 말아라.”

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뭐 어떠냐연락해라.

한번 보자고 먼저 말해보지 그러냐.”

하지요.


근데 그 누군가들의 이야기는 말이죠..

그 모든걸 다 포함하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포함하지 않기도 해요.

 

딱 정의 내릴 수 없는,

가장 어리고 예뻤던 시기에 함께 성장하며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많은 걸 공유했던

그 아이와 저.

 

우리 둘 말고

그 누가 관계와 역사를 정의 내릴 수 있을까요.

 

수많은 단점과 사건과 사고들 안에서도

긴 시간 사랑하고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만의 무엇인가가 있었기 때문이고,

이것이 당사자가 아닌 이들에게,

제 추억과 기억을 평가받고 싶지 않은 이유겠지요. 


그리고 제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도,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제 친구들은 그 아이를 재단하지만

저는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싫습니다.

제 기억에 그 아이는

무뚝뚝하지만 다정하고 자상했고

어설프고 어렸지만

최선을 다해 사랑을 해주던 좋은 사람이었어요.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것이 우리의 인연이고,

그때의 헤어짐이 진짜 마지막이었다고 한다면

그 또한 거기까지가 우리의 인연이었던거겠죠.

 

헤어졌다고 해서 

실패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아이와의 사랑을 통해 

저는 나름의 성장을 했고

그 아이와의 헤어짐을 통해 

지금의 제가 있게 된거니까요.

 

저도 물론 그 아이가 저보다 예쁘고,

괜찮은 여자를 만난다 한다면,

하는 마음에 좀 섭섭할 수는 있겠지요.

그래도 이상하게 다른 사람이 그 애를 비난하고,

그때의 우리를 평가하며

이러저러했다느니 하는 건 싫더라구요.

 

그렇다고,

그 아이가 좋은 여자 만나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그건 자신 없어요. 히힛

그냥 각자 잘 살면 되는거. :D

 

그렇지만 그래도,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전하고 싶어요.

철부지였던 나를 진심을 담아 온 마음으로

받아주었던 사람이 있었던 그 시절을 

기억할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웠다.

그땐 많이 미웠지만그래도 참 고마웠다.

 

비겁했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마지막들

우리가 모두 어리고 미숙했기 때문이란 것으로 

다 이해했다고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이제..

다른 이들의 지난 사랑, 헤어짐추억과 과거에

잣대를 들이대고, 평점을 매기는 것..

그만하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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