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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 글로벌 비즈니스맨

2012.12.14 15:39

안녕하세요. 1970년대 끝자락에 태어난 과년처자입니다동호회에서 알게 된, 어느 오라버니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

 

인터넷 취미 동호회 게시판질을 하다가

아이디가 먼저 익숙해진 분이 있었어요.

나이는 저보다 3살 많았고,

댓글을 많이 주고 받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쪽지로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구요.


그 분은 상당히 오랜 시간,

온라인에 머무는 분이었어요.

그죠쉽게 말해 게시판 죽돌이.

하지만그 분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지요.

 

늘상 쓰는 말은 "비즈니스"

"비즈니스관련" "비즈니스행사"등등으로,

에너지연료라든가 IT등에 관하여

뭔가 있어보이려는 분위기를

열심히 조성하려는 것 같기는 했지만,

도무지 직업을 파악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느 날은 통신얘기를 하다가,

어느 날은 전기랑 가스가 어쩌고.

기간산업 민영화와 글로벌 경제가 어쩌구. 

 

쪽지를 주고 받다가,

갑자기 한번 보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와 저둘 외에도 같이 온라인 상에서 친해져서

이야기하던 멤버가 몇있기도 하여

그땐 별 부담없이 그러마 했습니다. 

 

그랬더니 막 날을 잡더라고요.

약속이 점점 구체화되어 가길래,

둘이 보는거냐?” 물었더니,

다른 사람이 다 시간이 안된댄다.”

뭐 그렇게 대답을 합디다.

 

그런데 제가 이 나이 먹어서거기다 대놓고

"단둘이 보는 거면 안나갈래요."

뭐 이딴 소리하는 건 좀 촌시렵지 싶은 마음에,

그럼 밥이나 술은 됐고,

근처로 외근 나오시면 차나 한잔 합세.” 

하고 말았어요.

 

근데 그날부터 자꾸 카톡을 하자.” 하고,

전화번호를 달라.”는 게 아닙니까.

전 진짜 가족이나 가족만큼 친한 친구들하고만

카톡을 하거든요.

용건없이 잘 모르는 사람한테 전화 불쑥 걸려오고

이런 것도 안달가와하고요.

만난적도 없는 사람이랑

연락주고 받는 취미 없는 사람이어요.

 

그죠제가 약간 철벽녀이기합니다.

근데 전 타고 난 철벽녀가 아니라,

진짜 어릴 때 무수하게 찌질이짓을 다 해봐서,

이젠 좀 빨랑빨랑 구분하게 되고,

아닌 것과 쓸데없이 친분유지하는 게

부질없고 귀찮다고 느껴서 철벽녀가 된 케이스.

 

좌우간쪽지로 하도 연락처를 달라길래,

"얼굴보고 제대로 인사드릴께요! ^^"

요래가면서 일단

동호회 쪽지말고는

다른 연락처는 노출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미 친분이 쌓이면서

제가 있는 동네를 다 알고 있는 상태..

저는 작은 학원을 운영하고 낮에는 좀 자유롭거든요

그런 것도 다 알고...

사실 저 있는 동네까지 안오면

핑계대고 안나가려고 했어요.

별로 썩 땡기는 인물은 아니였거든요.


하지만근처에 왔다고 막 쪽지를 보내고,

전에 제가 차한잔하자고 말해 놓은 것도 있고,

살짝 궁금하기는 하고

그리하여 얼레벌레 나가게 되었죠.

 

저희동네 커피집에서 만나기로 했고,

그는 위층에서 기다리고 있겠노라 했습니다.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는 철벽녀인 저는,

아래층에서 미리 제 커피를 사서 올라갔어요.

저는 모르는 남자한테

뭐 얻어먹는 것도 매우 싫어하거든요.

 

어휴!!! 제가 커피 사드리고 싶었는데!!!!”

라는 말로 반갑게 맞아 주는 이 남자.

 

역시 제 타입은 아니였습니다.

근데 뭐 꼭, 남자를

남자로 봐야 할 이유는 없으니깐.

 

그렇게 저희 둘은 마주 앉게 되었어요.

그냥 보통의 남자였어요.

잘 다려진 셔츠에 정장을 입고 있었고,

브리프케이스를 갖고 있었죠.

제가 커피를 들고 올라갔을 때는

한참 타블렛을 보고 있었구요.

보통 키에 그냥 그 나이대의 보통인물.

뭐 저도 그냥 일하다 잠깐 나온거라

뻗쳐입거나 꾸미고 나간거 아니였구요.

 

할 얘기가 없어서 그냥 일얘기만 주고 받았구요.

제 학원얘기 물어보길래 실컷 해주고,

그쪽 뭐하시냐 재차 물어보니,

 

그는 제게 또,

비즈니스를 한다.”고 말하더군요.

몇 년동안 XX밑에서 비즈니스를 배웠다.”느니,

지금은 독립해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느니.



아 놔저도 나름 사업하는 삼십대 중반이고,

주변에 사업하는 친구들 많지만,

요론 식의 설명은 또 처음 듣는지라..;;

짜증반 호기심이었죠.


아 몬데 말을 똑바로 안하는데!!!!!’

 

게다가 원래 이렇게 근거없이 단둘이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좀처럼 없는 스타일이다 보니,

진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마음에 드는 스타일도 아니고...


네가 보자고 졸랐으면 

가 무슨 말이라도 하든가...

 

결국

어디 사시냐?”

“XX 살아요..”

외근이 잦으세요??”

뭐 강남이랑 몇군데 다니는 데가 있어요.”

 

의미없는 호구조사가 한참 오갔고.

아 놔,

학창시절 전공이니, 뭐 이런 얘기하던 중에

자기가 학교다닐 때 장가를 일찍 갔다

주절주절하더니,

갑자기 애들 사진을 보여주는 건 뭐지????


뭐 별 관심이 있던 남자는 아니였으나,

애들 둘하고 와이프랑 찍은 사진을 내미는데,

나 뭐하러 여기 나온건지..;;’

당황 당황. ;;

 

그렇다고어머 너님 유부남?끄지셈!!!”

할 수도 없었고,

생각해보니 총각이라고 속인 적은 없었고,

그냥 얘기를 안했던 거였더라구요.


호구조사마저 의미가 없어진 상황...;;

 

머릿속은 온통,

이 유부남 새키 나 왜 불러낸거지???

나 여기 왜 앉아 있는거지????

이게 무슨 시츄에이숀이야???’

 

내가 그 남자 와이프랑 애들키우는 얘기를

듣고 있을 이유는 더 없는 것 같아서,

이야기는 다시 일로 돌아갔고,

어떤 비즈니스 하시냐?” 를 다시 물었습니다.

 

그는 사람만나는 게 일이라고 말했어요.


그죠..

요로케 모호하게 말하면 

하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본색을 드러낸거죠.

전 사람만나는 게 일 이란 말에 

확신할 수 있었어요.

 

다단계고마ㅅㅂ...’

 

그렇습니다.

전 다단계에 끌려나와 있던 거였습니다ㅜㅜ

옘뱅할...

 

원래 하던 일은 금속기술쪽이었지만,

지금은 도저히 안할 수 없는 대박 아이템이 있어서

투잡으로 현재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그래서, 금속일이랑 같이 하고 계신거냐고 물었더니,

현재 적은 보험회사에 두고 있다. ;;

 

하지만 호기심 천국이었던 저는.

전부터 다단계 얘기 나올때마다

.. 나도 저런데 가서 저런 교육을 받으면

정말 저런 개소리를 믿을 수 있게 될까?’

궁금해 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서

사업에 관심을 좀 보여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비즈니스에 대해

조금씩 설명을 시작했어요.


“페이스북같은 소셜네트워크와 비슷한 

피플 네트워크사업이다.” 




(사실 그 남자가 저에게 소개했던 사업 아이템은

너무나 허접하여, 들은대로 설명하는 것이 

활자의 낭비라 생각되는 바,

궁금하신 분은 ACN사기라고 네이x에 물어보셈;;)

 

전 사업자체보다는 어떤 식으로

사람을 꾀는 지가 궁금했어요.

나는 너의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노라!!!!”

의 아우라를 퐁퐁 풍겨주었습니다.

 

저는 다시돈을 벌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을 조금 보여보았어요. 

 

그는 조금씩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세계적인 사업이다.

일본의 가스가 10년전에 민영화가 된걸 아느냐?”


미국사람들이 가스비를 내면

그 중간 수수료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게 미국만이 아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쓰는 핸드폰 요금도 

다 결제가 가능하다!!!”

 

(난 도대체 이게 뭔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사실 난 스스로 이해력은 좀 좋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인데,

들어도 들어도 그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더라고요.

당연했어요실체 그딴건 없으니까이씽.)

 

그래서 사람들이 당신앞으로

요금결제창구를 많이 옮겨주면

당신이 돈을 버는거냐?”

물어보니그제서야,

"이거슨 지금 우리가 커피를 마시고 있는 

커피숍과 같은 프랜차이즈!!

즉 나같은 사업자를 밑에 많이 유치하면 된다!!"


에라...

 

그러면서도 끝까지 영업은 아니라했습니다.

우리는 전기장판치약팔러댕기는

다단계랑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거슨 너무나 쉬운 일!!

완전 씸플한 구조!!!

남에게 아쉬운 소릴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찾아가지 않는다!”

를 주장하며,


내가 정보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도 졸라 고급정보기때문에

모두가 고마워 하며 찾아온다!!!!!”

고 했지만




ㅅㅂ 난 한개도 고맙지 않았구요. ;ㅁ;

 

누구나 다 성공한다!

누구는 1년이 걸리고누구는 5년이 걸릴뿐!!

누구나 다 성공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사업은 원래 미국에서 처음 생긴건데,

한국에 들어와서 더욱!!!!

초고속으로 성공을 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5년 걸릴 것이

우리나라에선 1년이면 된다!!

우린 축복을 받은 거다!!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거슨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

 


순간 저는 그의 빛나는 눈빛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정말 저렇게 믿고 있는 걸까.

꼴아박은 돈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걸까.

 

그리고 별포 3유명인 등장.

유명한 누구도 이 일을 하고 있다!!!”

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제가 지금 기억하는 인물로는

도날드 트럼프.

마이클 조단과 데니스 로드맨. -_-

경기도 광주에 2천억어치 땅을 갖고 계신

신사임당의 후손. -_-

매일 밤 모여서 돈을 어떻게 쓸 지

가족회의를 한다는 1조원대 경주 최부자의 자손들,

개그맨 이봉원아즈씨,

손에 손잡고” 를 부른 그룹코리아나의 멤버 누구,

무슨 정유회사사장무슨 은행 은행장..

등등등 등등등 등등등등등등등

다수의 무명인에 대한 근거없는 이야기까지.

 

사실 훨씬 많이 들었는데,

제가 기억을 많이 못해온 거에요.

듣는 내내우와.. 저런걸 어떻게 외웠을까.

그 공부하던 정성으로

뭐라도 했으면 뭐가 돼도 됐겠다.’

 

전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봤습니다.

초기비용이 얼마면 시작할 수 있는거냐?”

그리고 그는 교육장에서 배워 온대로,

125만원이란 말을 하기 위해,

“1년동안 하루에 커피한잔만 안먹어도

이것을 시작할 수 있다!!!”

한참을 떠들었죠.


애가 둘이라 길래,

요즘 애들키우는데 돈 많이 들어가니,

열심히 하셔야겠어요.” 했더니,

제게 코웃음 치며,

그럴 필요 전혀없이

하루에 드라마 한편 볼 시간이면 충분하다!

이 일이 얼마나 간단하고 대박스러운지

한번 더 어필하더군요.

 

다단계 스승으로 모시는 분이 계신 것 같은데,

그 분이 아시면 뿌듯해 하실 만큼,

배운대로 잘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 새키는 그 대박회사의 이름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너무 고급정보라서 아무에게나 가르쳐주지않고,

사업설명회에 참석해야만 알려준다 했어요.

하지만 전 등장인물 몇몇의 이름으로

그 자리에서 검색을 실시.

아주 쉽게 ACN이란 회사를 알 수 있었지요.

 

사업설명회에 가면 15분만 들어도

날아갈만큼 흥분스럽다했으며,


웬만한 감각있는 사람은 다 그렇게 느낀다."


글로발 감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 구조를 이해 못할 수가 없다.”

라면서 이 일을 하지 않는 인간을

모자란 사람 취급하는 기법도 사용하더군요.

 

그날 대화 중 최빈출 3대어휘는 

기회!! 

심플!!!

대박!!! 

-_-

결론은 125만원이 뽑아서

나랑 지금 사업설명회 가자.

 



 

이 연애담도 뭣도 아닌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는

저같은 나이먹을만큼 먹은 철벽녀한테도

저런 어택이 들어오는데,

맘약하고 어린 분들 

혹시 동호회나 SNS통해서

다단계인줄도 모르고 나갔다가,

속상한 일 당하고 올까봐 약간 걱정이 되어서에요.

요즘은 노인분들도 많이 당하신다던데.. ;;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저는,

너무나 허접한 영업스킬에 실망해버렸고,

다단계에 대한 호기심을 

덕분에 모두 접을 수 있었습니다. ㅜㅜ

 

마누라는 알까요.

아침마다 다려주는 샤쓰입고 

이런거 하고 돌아다니는지. ;;


나도 나쁜 유부남한테 꼬임한번 당해보나 했는데.

에라이. 


이상 커피 내돈주고 사먹으면서 2시간동안 

다단계 영업당하고 온 얘기를 마칩니다.


보통은 다단계하는 친구가 놀러나오래서 나가면

첫날은 밥을 사준다던데. ;ㅁ;




거기서 주력으로 밀고 있다는

줘도 안쓸 화상전화기 이미지하나 첨부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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