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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우쭈의 순정

2012.12.16 19:09

늘 수고하시는 홀리겠슈님우리에게 늘 일용할 농약을 주시는 홀리겠슈님께 감사드리며 저도 한줄기 보탬에 동참하고자 제보를 해보려고 합니다가볍게 제 소개를 드리자면 반도의 흔한 스물하고도 열몇살의 과년 남정네이옵고우물쭈물남(이하, 우쭈남)이었고 또한 우쭈남이 아니었던 남자입니다오늘은 우쭈남의 마음을 담아, 우쭈남에 답답해하시는 자매님우쭈남인 스스로가 갑갑한 형제님들의 속을 긁어드리고 싶은 마음에 제보를 드립니다.

 

대학 신입생 시절.

우쭈남이기 그지없던 시절.

짝사랑했던 친구가,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주는 바람에

그녀와 2년간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나,

저의 성장은 딱 거기서 멈추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나빴던 것인지,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채,

너무 쉽게 연애를 시작했던 탓에

실력향상이 될 틈이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군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녀와는 좋은 추억만을 남기고 깨빡.

전역하고 제 모습을 보니,

복학생 우쭈남이 서 있더군요. ㅜㅜ

 

그 후로 연애,

아니 연애라고 부르기 민망한 짝사랑

족족 깨빡이 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당연.

 

우쭈남은 크게 두가지 종류로 구분이 됩니다.

모든 여자앞에서 어버버 하는 우쭈남

보통때보면 청산유수인데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만

머리속과 손발이 어지러워지는 스타일.

 

전 전형적인 후자였습니다.

그리고 후자를 대변해보려합니다.


모두들 제가 우쭈남인 걸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죠.

전 그야말로 주변에서 보기에는

넉살남이었으니까요.

 

족족 깨빡을 맞았던 저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인간 개조 프로젝트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개조!

 

사귀기 전에 홀딱 반해서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어버버 하기보다는,


일단 만나고 매력있으면 사귀고,

차차 만나가면서 마음을 키워나가보자!’

라는 쪽으로 사람사귀는 순서를 

조금 바꿔보았습니다.

 

그녀에게 대놓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세상에 너 말고도 여자 많다!!” 라는 마인드였죠.

 

사귀기 전까지는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나 역시 상대를 검증하고

그리고 사귀면서 차차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생각해보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녀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모른 채,

혼자 키워나가는 감정은 이제 그만!!


"너 매력있어

하지만 아직 내 여자는 아니잖아?

내 여자되면 잘 해주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쌍방호감이 아니라면 나도 굳이..

너도 나한테 잘보여!”

라는 자신감으로 스스로를 무장했어요.

 


그리고 저는 놀랄만큼 큰 효과를 보았습니다.

개조전에는 복학생 우쭈남으로

쓰라린 짝사랑 몇회의 경험뿐이었는데,

그 후로는 연애가 술술 풀리더라구요.

 

일단 우쭈남이 되는 이유는,

짝사랑하는 그녀앞에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기에 의기소침해지고

그래서 본인 매력을 못보여주는 이유가 큰데,

그런 게 싹 없어졌어요.

 

혼자서 마음을 부풀부풀 키우다가,

부들부들떨면서 내 마음을 고백하는 것은

정말 미치도록 어려운 일이었는데,

"당신은 이러이러한 매력있는 멋진여자군요.

우리 한번 만나볼까요?

나도 생각보다 괜찮은 놈입니다."

라는 말은 어렵지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일단 거부를 당해도

이단으로 넉살좋게 이리저리 하다보면 

사귀게도 되더군요.

자신감있고 당당한 모습

대부분의 여성에게 환영받는 모습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해서 전 적지 않은 연애를 했습니다.

긴연애도 짧은 연애도 모두 해봤지요.

연애에 대해 자신감도 제법 갖게 되었구요.

 

우쭈남들이 우물쭈물거리는 건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합니다.


혹자들은,

혼자 키워나가는 감정이라고 비웃을겁니다.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 수는 없지만,

우쭈남들의 감정의 순도만큼은 정말 높아요.

 

그녀를 생각만 해도 즐겁고,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이 자리가 행복하고,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대로라면 언젠간

끝이 올거라는 생각정도는 할 줄 알고,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것도 아닌 관계로 사라질 것

충분히 잘 알고 있습니다.


멍청해서 우쭈남인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지금 내 마음을 표현하기 보다는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라는

마약을 들이키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큰거죠.

 

지금 지르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끝이 오는 건 아니니,

이 순간을 연장하고 싶어요.

 

언젠가 질러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마약을 조금 더 들이키고 싶은겁니다.


지금 지른다면 현재의 행복이 

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지르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에 반해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지금

우쭈남들에겐 충분히 행복하거든요.

그러니깐 조금 더 조금 더 마시고 싶은 것입니다.

 

그녀를 생각하는

나의 애틋한 마음을 고백하기에는

지금 져야하는 리스크가 무서운 거.

조금이라도 그녀를 잃게 될

우려가 있는 행동의 결정이 어렵습니다.

 

그렇게 우쭈남들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그녀 주위를 맴돕니다.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건 알지만

지금 살아있다는 것이 의미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건 알지만,

그 수술이 실패하면 당장 죽을 수도 있다.'


우쭈남들에게 이런 결정에 대한 무게는

당장의 사형선고와 다를 바 없이 다가옵니다.


수술 그거 하긴 할께요..

근데 미루면 안될까요?”


당장 하루하루를 연장하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으니까요.

 

우쭈남들이 건축학개론을 보고

노스텔지아를 느끼는 것은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라서도 아니고.

극중 주인공이 뭔가 멋져보여서도 아닙니다.


우쭈남들의 눈에도 

그 놈은 충분히 븅신같습니다.


하지만 감동의 포인트는,

븅신짓을 할 수 밖에 없는 그의 마음

너무나 절절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 감정에 대해 깊은 공감을 하는 것입니다.

 


저럴 수 밖에 없을만큼 좋아했었지..’

 


우쭈남들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리스크를 질만큼 좋아하지 않는거다.

인 것같습니다.

 

저는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위험회피형으로 행동하게 되는 건

오히려 그것이

매우 중요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흔히,

작은 돈보다는 큰 돈을 투자할 때,

돈보다는 생명에 관련된 일에

위험회피형 행동방식을 보이지 않습니까?

 

그녀와 보내는 현재가 

그만큼 우쭈남들에겐 소중하다는 거죠.

 

그래서 우쭈남에 대한 이야기에는

늘 형제들이 호의적입니다.


그 진실된 감정을 형제들은 다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것 또한 압니다.


저러면 안된다븅신같다.”



어쨌든 저의 천성은 우쭈남이었나봅니다.


우쭈남으로도 살아보았고,

안우쭈남으로도 살아보았고,

우쭈남으로 살 때의 교훈도,

안우쭈남으로 살 때의 교훈도

다 제 것으로 남았습니다만,

전 다시 우쭛잎을 먹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쭛잎을 주워먹던 시절의 순수한 감정

함께 나눌 수 있는 인연을 만난 것이지요.

간혹 답답하겠지만저를 좋게 지켜봐주며

함께 마음과 추억을 천천히 키워갈만한 인연.

 

지금 저희는 3년째..

처음만났던 때와 같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을 함께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쭈우쭈한 지금 꽤 행복합니다.

 

우쭈남, 안우쭈남 모두 경험해본 제 생각에..

우쭈남을 남이 어떻게 

바꿔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우쭈남 본인이 선택할 일이지요.


따라서우쭈남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라

까지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그저 그것이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그들이 바로 인연이겠지요.


다만우쭈남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지를

조금 설명해 보고 싶었습니다.

오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건강유의하시길 빕니다.

꿉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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