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황망한연애담] 어떤 첫사랑

2012.12.18 15:18

결혼을 몇 달 앞두고 있는 30대 처자입니다딱히 어떤 사건이 있었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생각하면 뭔가 찝찝하고 기분이 묘해지는 이야기가 있어서 좀 털어놓고나면 시원해질까 싶은 마음에 제보를 합니다사실 이 꿉꿉함이 싫어서 예비신랑에게 얘기(?) 고백(?)해볼까도 생각해보다그건 또 쫌 아닌 것 같아 여전히 고민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중3때,

어떤 선생님을 짝사랑 하게 되었어요.

지금도 그때도 그 선생님을 남자로 본다면,

키도 작고승질도 별로였는데,

가르치시는 모습이 너무나 멋졌달까요.

 

저말고도 

그 선생님한테 빠진 아이들이 여럿이었으니

사춘기 아이들에게 먹히는

뭔가를 가진 분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몰라요.

암튼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미치도록 좋아하게 된 저

중학생으로서 최선을 다해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젤 앞자리 친구랑 그 수업 시간에만

자리를 바꿔 앉아서 침 튀었다고 좋아하기;;

몰래 선생님 책상에 간식 두고 오기,

쉬는 시간에 괜히 교무실 알짱거리기.

열댓살의 여자아이는 별 짓을 다했습니다.

 

중학교 졸업이 가까워 오는 게 아쉬웠고,

졸업식 백일 전부터 일기장을 쓰기 시작했어요.

뭐라고 썼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선생님이 좋아요하트 뿅뿅'

이런 내용이었을 겁니다.

 

100일 동안 열심히 일기장을 채워서

졸업식날 선생님 서랍에 고이 넣어드렸어요.

얼굴보고 드릴 용기는 안났었거든요.

그냥 내 마음만 표현했음 됐다 생각했어요.


근데 졸업식을 마치고 집에 거의 다 와서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되는 그 때,

선생님 차가 제 앞에 멈춰섰습니다.

 

차 창문이 스르륵 열렸고,

선생님은 제게 삐삐 번호를 알려주셨어요.

네 선물에 감동했다연락이나 하고 살자.”

전 아앜ㅋㅋㅋ!!!!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고 정신 못차리고 있는데,

그새 선생님차는 출발.

 

그 날부터 열심히 이메일을 썼어요.

근데 답장

 

 

 

 

 

이 오더라구요 





어떤 날은 선생님이 직접 손편지를 쓰셔서

저희집 우체통에 넣고 가는 일도 있었어요.

 

그 땐 어려서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선생님도 저를

좋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때 선생님 나이가 서른 너댓..

 

제가 이제 그 나이즈음되고 보니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대요.

 


1999 12 31.

당시에 저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날 선생님에게는 사모님이 출장을 가셨다,

같이 종치는 거나 보자고 집으로 놀러오라고 하셨어요.

 

교회에 다니는 저는,

송구영신예배 때문에 안 된다고 했고,

그럼 예배 끝나고 오라고 하더라구요.

어린 저는 좋다고 갔습죠.

새벽1시가 가까운 시간에.


그리고 제가 선생님 집에 들어서자,

선생님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저를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좀 보다가,

자고 가라고 하는 걸 그냥 왔어요.

왠지 사모님도 안 계시는 그런 날,

저를 부르셨다는 게 좋았으면서도,

어린 제 생각에도 좀 찜찜하더라구요.

 

삐삐로 연락하는 시대였고,

저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여전히

선생님을 열심히 좋아했어요.

음성도 많이 남기고 제 마음을 표현했지요.

그냥 제가 좋아서요.

남녀라기보다는 팬의 마음이지 않았을까요.. 


아내와 딸둘이 있는 가장이 여고생의 팬심공세

마음이 흔들릴 수 있을거란 생각까지 하기엔

전 너무 어렸었어요. 

 

근데 어느날.

선생님이 제 삐삐에 음성을 남기셨는데,

말하는 게 좀 이상하더라구요.

목소리도 이상하고막 횡설수설.

 

전 삐삐선생님은 핸드폰을 갖고 계실 때였고,

걱정이 되어서 제가 전화를 했더니,

수술하고 회복실로 왔다면서

내가 너한테 연락을 했냐,

간호사들한테 빨리 연락할 사람이 있다

마취가 깨기도 전에 막 그랬다고 하길래

사모님한테 한 줄 알았는데

그게 너한테 건거였냐고 하셨지요.

 

선생님의 그 말씀을 듣고는,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도 

나를 먼저 찾았다는 건가?’ 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나면서도 좋았어요.

나를 그만큼 생각하고 있는건가 싶었거든요.

 

.....

 

제가 다니던 교회는 작은 교회였어요.

그런데 목사님이 갑자기 선생님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어라?

선생님 교회 안다니시는데???

 

그래서 그 분을 어떻게 아시냐고 

목사님께 물었었더니,

교회에 와서 가만히 앉아있다 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누구시냐 물어봤더니 네 얘길 하더라.

 

어느 해이던가,

제 생일이라고 맛있는 거 사주신다고 해서

레스토랑에 갔는데 거기서 선생님 동료를 만났어요.

근데 그 분께,

와이프한테는 회식 있다고 하고 나온거니까

나 못 본 걸로 하시라.”

고 당부를 하시더라구요.

 

그걸 들으니까,

우리가 비밀로 하고 만나야 하는 사이인가?’

싶어서 또 -한 느낌...

그치만 그래도 좋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가정이 있는 나이든 남자가 가진,

그 뭐랄까 안정된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요.

물론 그땐 그게 뭔지도 몰랐겠지만요.

 

저를 애처럼 대하지 않으셨으니, 

인정받고 있다는 기분도 좋았던 것 같아요.

 

하루는 드라이브를 하는데,

제 왼손을 기어 위에 갖다 놓고,

선생님이 제 손 위에 오른손을 겹쳐 놓았어요.

그대로 한참을 달렸습니다.

 

야밤에 라이트끄고 깜깜한 길 운전하기.

좋아하는 노래 틀어놓고 차 안에서 가만히 듣기.

수능 끝나고 같이 여행가기로 약속하기.

 

등등 지금 와서 생각하니,

정말 수상한 말들도 행동들도 많이 했네요.


그치만그 때는 선생님이 나를 여자로 생각하고,

그럼 나 때문에 

그 댁 가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거나

이런 것들을 짐작하지 못했어요.

그때가 제 나이 18, 19살 때였습니다.

 


전 그 고장을 떠나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일년에 한두번은 만났고,

연락은 꾸준히 주고 받았었어요.

 

아주 가끔 만나지만만나면 반갑고,

또 알고 지낸 시간이 길어지니까 익숙한 것도 있고,

스승으로 모실 분이 한 분쯤 계신다는 사실에

든든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더 예뻐졌다.”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이 벌써 몇 년이 되었구나.”

너처럼 이쁜 딸을 키워내신 네 부모님을 뵙고 싶다.”

보고 싶었다.”


만나면 여전히 달달한 이야기들 해주셨고

생일도 서로 챙기고 했지요.

점점 횟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요.

 

언젠가 한 번은

둘이 한 잔 하게 되었는데,

선생님께서

네가 서른이 넘으면 네게 꼭 할 얘기가 있다.”고 하셨어요.

 

그 후로 만나게 되면 무슨 얘기였는지 해달라고 졸랐으나,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사귀는 사람이 생기자,

왠지 애인에게 미안한 마음

선생님을 피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연락이 끊긴 것 마냥 살게 되었어요.

 

그러다 3년 전에 다시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애인이랑 사이가 좋지 않았을 때였고,

(지금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은 아니구요)

선생님이 얼굴 한 번 보자길래,

그러자고 하고 만나러 갔어요.

 

제 고향은 A,

샘은 여전히 A에 계시고,

저는 진학 후 B로 와서,

취업 후에도 B에 살고 있었는데,

C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예전에,

수능끝나면 같이 여행가자!”

했던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며

밥도 먹고차도 마시고바람도 쐬고,

술도 한 잔 하게 되었어요.

 

너무 오랜만에 보니까 첨엔 반갑고 좋았는데

이젠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지더라구요.

 

서로 다른 세상에서 너무 오래 산 탓도 있고,

제가 큰 탓도 있고,

선생님이 나이 든 탓도 있겠지요.


밤이 늦어서 숙소로 가게 되었어요.

둘 다 칵테일 한 잔 정도 한 상태라,

취한 건 아니었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한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근데 막상 모텔에 들어가니까 너무 싫더라구요.

선생님은 쇼파에서저는 침대에서 자는데,


뭘 어떻게 하거나,

그런 눈치가 보였거나

시도가 있었거나

이런 건 전혀 아니였지만그냥 그 상황이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C라는 도시는 처음 가본 곳이라,

밖으로 나간다 한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잤습니다.

 

정말 그렇게 따로 누워서 잠만 잤어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씻는데,


문득 뭐랄까....

십몇년을 끼고 있던 콩깍지가 벗겨지는 기분이랄까..

그런 마음이 퍼뜩 들더라구요.

 

내가 선생님의 어떤 면을 그렇게 좋아하고 있었나.’


뭐에 홀린 것마냥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우습기도 하고.

암튼 일어나서 모텔을 나와

가까운 관광지 한 곳을 둘러보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는 얼마전까지 연락이 없었어요.

제가 불편하니 선생님도 불편했겠지요 

 

그런데요...

당장은 연락 안 하는 게 편했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내 편을 한 명 잃은 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그치만 다시 현실 속으로 돌아와서 잊고 살았지요.

 

그러다 얼마전에 다시 연락이 와서 

또 만나게 되었어요.

어제 본 것처럼 이야기하고,

결혼하는 것도 얘기하고청첩장도 드렸어요.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어하시더라구요.


너같은 보석을 데려가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

얼마나 괜찮은 놈인지 보고싶다.”

 

남자친구에게 예전에 한번,

내 첫사랑은 선생님이었어.”

정도는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인사를 시킨다거나 

하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말로 딱 설명은 못 하겠지만,

암튼만날 땐 모르겠는데 만나고 집에 오면서

항상 찝찝한 게 있었어요


제 머리가 커갈수록 점점 더요...

남들한테는 말 못하겠다.’ 싶은..


가끔.. 

제가 서른이 넘으면 해준다는 그 말씀이

궁금해질 때도 있구요.

떠올리면 찝찝한 첫사랑이 되어

좀 슬퍼지기도 합니다..


결혼하면 연락은 하지 않고 살 생각이에요.

그래야 겠어요.




클릭! → [회람] 꼬꼬마 제보 모집 및 근황의 건

제보전에 → 제보필똑

댓글전에 → 댓글필똑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댓글쓰기

13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황망한 이야기

2012/12/24 [황망한연애담] 크리스마스 악몽(1)
2012/12/23 [황망한연애담] 이 거지같은 그리움-후기
2012/12/22 [황망한연애담][짧] 여행동무
2012/12/22 [황망한연애담][짧] Size Matters
2012/12/20 [황망한연애담][짧] 이런 상태
2012/12/20 [황망한연애담][짧] 잠못이루는 밤
2012/12/19 [황망한연애담] 울컥울컥
2012/12/18 [황망한연애담] 어떤 첫사랑
2012/12/17 [황망한연애담] 피자를 찾아간 남자
2012/12/16 [황망한연애담] 우쭈의 순정
2012/12/15 [황망한연애담][짧] 내남친은 뿡뿡이
2012/12/15 [황망한연애담][짧] 뜨거운 자매들-후기
2012/12/14 [황망한소개팅] 글로벌 비즈니스맨
2012/12/13 [황망한연애담] 지난 사랑에게 감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