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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병있는 여자

2012.12.28 15:58

안녕하셔요감자언니저는 아직 스물열살인 상콤상콤한 여자입니다제보하고자하는 이야기인 즉슨아직은 현재진행형인 남자친구와 저의 이야기입니다.

 

올 봄이었어요.

6년을 사귀었던 전남친의

살랑살랑한 바람-_-으로 인해

눈물에 콧물에 살까지 쪽쪽 빠질대로 빠졌던 저는,

누구라도 좋다.

이 지지리궁상맞은 마음을

저 우주밖으로 날려보내다오!’

라는 심정으로 모 어플을 깔게 됐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반나절 대화한

야마꼬님과 퇴근하고

급히 만날 약속을 잡게 되었어요. 

 

원래 그날은 아는 언니와 둘이 만나기로 

선약이 있었는데,

일 끝나고 심심하다는 야마꼬님에게

오시려면 오셔라.” 하여,

암튼 그날 그렇게 대화를 한 당일날,

초스피드로 만나게 되었어요

 

첫인상은..

꼬마야꼬마야.

 

제가 여자치고 키가 큰 편이에요.

170cm +그 날 신은 구두가 12cm

 

야마꼬님은...

....

같이 서있기 미안한...

힐벗어도 내가 더 커다랄 것 같애.

엉엉...

 

남자와 여자의 만남을

기대하고 만난 게 아니였던 지라

언니의 친구까지 합세하여

넷이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남자는 키가 작고

괜찮은 사람이였어요.


유독 제 마음에 들었건 꼬질꼬질한 손.

꼬질꼬질 까만 손에 굳은살이 박혀있는 것이,

참 매력적이더라구요.

나 열심히 산 사람이야.”

라고 손이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요.

 

술자리 수다끝에 호감을 가지고 마무리하고

집에 가려고 언니에게 인사를 한 뒤,

야마꼬님과 같이 나왔는데

분위기에 취했는지알콜에 취한 건지,

길모퉁이에서 쪽쪽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꺅꺅.. 완젼 빨라 빨라!!!

 

순진녀는 아니지만..

알게 된 지 불과 몇시간 안된 남자하고

길거리에서 쪽쪽 거릴만큼 

간이 큰 것도 아니라,

어색한 분위기에 당황해서

그 남자를 차에 밀어넣고 택시타고 도망쳤어요  

 

다음날,

그도 저도 그날 쪽쪽 사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주말에 만날 약속을 잡았습니다 

 

피차 시침 뚝 떼고 수다떨던 중,

맛난 닭집을 안다.”

이야기의 물꼬가 터져,

그 맛난닭집을 주말에 가기로 한거죠.

 

드디어 돌아온 주말.

 

저희 집은 제 나이 스물열살임에도,

통금시간이 12시 입니다. -_-;

그는 술 마시는 내내 시간 체킹해주면서

내 통금에 늦을까 자기가 되려 더 걱정해줬고,

저는 그 모습에 두번째 호감이 생겼지요.

 

하여이래저래 중간 과정 생략-

 

바람난 6년짜리 전남친의

내가 잘못했어돌아와줘.” 란 드립도 있었고.

여러가지 사건도 많았지만,

야마꼬님과는 순조롭게

연인모드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 야마꼬님은 저를 보면,

개념있는 처자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저와 결혼하고 싶다고 했어요.

저도 이 남자가 싫지 않았구요.

 

마치 무적 쉴드같아서

이 남자와 같이 있으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거든요.

 

이 남자는 말로만 번지르르한 타입이 아니라,

꼬질꼬질한 손이 보여주듯이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주변사람들에게도,

야마꼬같은 사람없다.”

칭찬이 자자할 정도였습니다.

 

.

아까 중간생략된 부분 중에

짚고 가야 하는 게 하나 있는데..

제가 몸이 좀 아파요.

 

빈혈과 돌발성난청으로

심한 어지러움증에 길가다  쓰러져서

눈뜨면 응급실인 경우도 있고.

 

처음 연애를 시작하기 전부터

야마꼬님께도 오픈했었어요.

 

나 이래이래 몸이 안좋다그래도 괜찮냐옹?”

 

그랬더니,

아예 안들리는 것도 아니고,

죽을 병걸린 것도 아니고,

내가 다 보듬어주꾸마무엇이 문제냐!!”

 

!!!! 역시 나의 무적쉴드!!!!’




라고 생각했었는데.

얼마 전에 봐서는 안될 것을 보았습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실시간카톡을 자랑하던 그가

(제 귀때문에 전화는 잘 안해요.)

카톡 보낸 지 몇시간이 지나도

읽지도 않고, 읽어도 반응도 없더라구요.


혹여나 또 전남친처럼 바람바람바람?’

 

그래서 망할놈의 불안함과 호기심.

다음번에 만나서,

일하고 녹초가 되어서 잠든 그의 핸드폰에서

친누나와 나눈 카톡을 보게 되었어요.

 

누나에게 제 얘길 했나봐요.

제가 아프다는 거.

누나는 자기 동생이

아픈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게 싫었겠지요.

 

누나의 카톡 내용은

다른 거 다 떠나서 건강이 일순위이다.

그 애()한테 희망을 주는 게 더 나쁜거다.

어서 정리해라.

정리를 먼저해야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

네가 시간돈 낭비할 나이는 아니지 않냐.”

 

내가 누나였어도 걱정할만한..

그런 진심어린 충고였습니다.

 

따라서 그것이 상처는 아니였어요.

 

근데.

남자친구의 대답에 너무너무 상처를 받았습니다.

 

난 시간돈낭비 안한다.

나 술마실 돈에 조금 보태서 만나는 것 뿐.

그냥 미안하고 불쌍해서

아직 정리하자고 얘기를 못한거다.

건강한 애가 나을거라는 누나 생각에 동의한다.

튼튼하면 어려서 개념없고 철없어도

어차피 나이들어 닥치면 다 할테니.”

 

당연히 누나 입장 이해해요.

멀쩡하다가 못 듣거나,

멀쩡하다가 휙 쓰러지는 

며느리올케 따위.

누가 좋다고 환영하겠어요.

 

집에서 반대할 것은 예상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남자친구의 대답이 그것일 줄을 몰랐던거죠.

 

그럼 처음부터 아예 시작말지...

내가 말했을 때,

잘 생각하고 결정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넋이 나간 채로 집으로 돌아와서는

일주일은 멘붕 상태로 지냈습니다.

눈에선 눈물이 멈춰지지도 않았고 


 

[미안하고 불쌍해서

아직 얘기를 못했음.]


이라니...

 

일주일간 폭풍눈물을 흘린 끝에 저의 결론은

'너님이 못하겠으면

내가 그만하자고 말해야겠다.'

였습니다.

 

이게 네가 그동안 나에게 소홀했던 이유였구나.

그랬었구나...

현실 앞에선 어쩔 수 없는거겠지?’

이해하려 했어요.

당신도 사람일 테니까.

 

그런데 막상 만나면,

이 사람 왜 이렇게 나한테

다정다감하게 대해주는 걸까요.

저없으면 안될 것 같다해요.

가끔은 사랑스러워 죽을 것 같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봐주고,

손이 이렇게 차면 못쓴다며 손잡아주고.

 

그리하여 전, 혹여 이 남자가

불쌍하고 미안한 감정

사랑이라 착각하는 건 아닌건가 싶어서

유치하고 흔해빠진

나 사랑해?”

라는 질문을 처음 해봤어요.

 

 

 

 

ㅎㅎㅎ

라는 대답을 듣고는

괜히 물어봤다.’ 라고 바로 생각했지만요.



 

그건 모르겠대요.

아주 많이 많이 좋아하고

결혼하고 싶은 여자임에는 분명하나

사랑하는지는 모르겠대요.

 

"결혼은 하고 싶은데

사랑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면 사랑이 아닐 수 도 있잖아.

그래서 사랑한다고 섣불리 말을 못하겠어.”

 

그런데 또,

지난주엔 어머니께 외투한벌 사드리고 싶다며,

저한테 시간있냐고 묻길래,

알았어이쁜 거 골라 줄께.”

했더니어머니랑 셋이 보자더라구요.

 

어찌어찌 시간이 안맞아 성사되진 않았지만,

이번주에는 밥먹으러 같이 가자고 합니다.

가족들 다 계신 집에서 같이 밥먹자.

집에 누구 데려간다 얘기한 적 처음이래요.

 

너무 혼란스러워요.

이 친구의 속도 모르겠구요.

누나와의 카톡은 못본 셈 쳐야 할까요?


그것을 보지 않았다면

어쩌면 마냥 행복해야 할 상황일겁니다.

나의 병마저도 보듬어 주겠다는 사람

가족들에게 인사시켜주겠다는 상황인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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