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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돈없는 건 괜찮아

2013.01.8 11:04

안녕하세요감친연의 글들은 언제나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어딘가에 이렇게 사연을 보내보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떨리네요언제나 감친연의 여러가지 사연들을 읽으며 때로는 화내고 때로는 안타까워하고때로는 잘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빙그레 웃기도 했습니다만... 전 별로 좋은 사연으로 보내질 못하네요그래도 감친연에 한번 툭툭 털어놓고 싶었어요어쩌면 너무 소소할 지 모를 얘기지만 주변 어디 말할 데가 없어서요...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마음이 정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지금의 남친과는 인터넷 동호회에서

아는 유부녀 언니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지요.

 

전 그 때 너무 연애가 고팠어요.

스물 플러스 여중생 나이가 될 때까지

모쏠이기도 했구요.

소개팅은 몇번 했고,

두근두근 썸을 몇번 타다 만 정도의,

연애랄 것도 없는 경력뿐이던 저였습니다.

 

그래서

'사람 좋으면 된다외모 안 본다.

성실한 사람이면 된다!'고 푸념했는데,

그 언니가 덜컥! 소개시켜 준 거였어요 

 

몸매가 매우 푸짐하긴 해도

선량해 보이는 눈매가 너무너무 좋은 남자였습니다.

샤프하거나 핸섬하진 않지만

푸근하고 골격좋은 얼굴이라 좋았고,

제 이야기를 성실하게 들어주고,

서투른 절 부드럽게 대해 주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만나면서 두근두근 하기도 했고,

그래서 그가 고백해 왔을 때,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만나서 그 사람의 조건을 물어보거나

탐지해 보거나 하지도 않았어요.

사람이 좋으니 그거면 된거다 싶었습니다.

 

저 자신부터가...

경제력이 막 충만한 수준은 아니고,

취미생활정도 하고 사는 정도 인걸요.

그리고 남자의 경제력이 약하다면,

그만 괜찮다면 내가 벌충해도 되지!’

라는 생각도 있어요.

지금도 그런 생각엔 변함이 없구요.. 

 

저는요,

한때 참 힘들게 살다가 기어올라온 살림이라,

생활력과 노력에 대해서라면 자신이 있어요.

 

연하에 약간은 아이같은 데도 있는 사람이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억지를 부리거나

유치하게 행동할 때도 있었지만,

연하인만큼 더 차이난다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그렇게 연애는

부드럽고 상냥하게 진행되어 갔습니다.

저도 그도 정말 행복했어요.

 

하지만... 감친연의 수많은 글에서 그렇듯,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 작은 데에서 터지더군요.

 

맥도날드김밥천국길거리...

그와의 데이트 장소입니다.

 

경제력이 거의 없는 사람이에요.

학력도 저와 차이가 많이 납니다.

후에 알게 된 그의 수입은

제 것의 1/3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밥을 살 수도 있었지만,

남자의 자존심을 앞세우는 그를 위해

다 맞췄습니다.

 

사실은 처음 데이트할 당시,

조금 모자라는 돈을 제가 내려고 했을 때,

상처받은 눈으로 그러지 말아달라고 한 뒤부터

늘 그의 말을 지켜주고 있어요.

 

남친은 저의 수입은 모릅니다.

혹시 상처받을까봐 묻지 않은 것에

대해 알리지 않았거든요.

 

처음에는 6:4 정도로 그가 많이 내려고 하더군요.

데이트 장소는 한 끼에 인당 만원 정도 하는 곳이었어요.

하지만 수입상 무리였는지...

결국 반반이 되었습니다.

장소는 맥도날드와 김밥천국 등으로 바뀌게 되었고요.

 

반반나눠 내기로 했을 때 그가 결제하러 가면,

전 그가 계산을 하고 오기를 기다린 다음

나중에 돈을 찔러 줍니다.

 

남자란 그런 데에서 자존심을 찾으니까

제가 당연히 맞춰 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월급 받고 나면 한동안 '좋은 데'를 갑니다.

한끼 만원정도 하는 곳엘 가고 커피숍에 가요.

그리고 달 중반 지나면...

또 저렴한 곳을 찾아 헤맵니다.

영화관이 최대로 돈 쓰는 데이트가 되지요.

 

하지만 즐겁게 충실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애썼습니다.

어때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시간 보내는 것인데,

햄버거 먹으면 학창시절 생각나고 좋지요.

 

여기까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의 배경이었어요...

 

이렇게 데이트를 시시콜콜 나열한 것은,

그럼에도 그가 사치스럽,

제가 그걸 견디기 점점 어려워진다

얘기를 하고 싶어서 입니다.

 

못벌어 못먹고 못입는 것

저에게는 당연한 일이라,

궁핍 자체에 대한 불만은 절대 아닙니다.

 

전 유복하게 자라지 않았습니다.

경제적으로 바닥의 바닥까지 떨어져봤었어요.


몇달이고 천원이천원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지낸 적도 있었습니다.

집이 아주 안 좋은 형태로 쪽박을 차는 바람에

돈이 없어서 말 그대로 생으로 굶어도 봤어요.

 

동기들친구들이 유럽 여행을 간다.”

일본 같이 갈래?” 라고 하는데

입뻥긋도 못하고 뒤로만 울었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은 저에게 가당치 않았으니까요.

 

한 5년쯤은

옷가지 하나 사지 못하던 세월이 있었고,

소매가 닳아서 반질반질 너덜너덜한

겨울옷을 몇년동안 입기도 했습니다.

신발이 낡아서 밑창이 떨어지면

계절 지나갈 때쯤 떨이로 파는

만원짜리 싸구려 신발 사 신었죠.

 

미용실이요?

예뻐 보이려고가 아니라 미용실 갈 돈이 없어서

제 머리는 허리까지 오는 생머리였어요.

당연히 싸구려 샴푸...도 아까워서

비누를 쓴 적도 있었으니 머리결은 엉망이었습니다.

화장품은 꿈도 못 꿨어요.

결국 지금도 매니큐어 하나 제대로 바를 줄 모릅니다.

 

그런 제게 돈은 곧 자존심이었습니다.

그래서 남에게 빚진 것이 있으면

이를 악물고 갚아야 하는 것니다. 

 

제가 못 사는 건 관계없어요.

고생은 버틸 수 있습니다.

견뎌봤으니까요.

하지만 빚은 지고 못 살아요.

 

가난할 때 어쩔 수 없이 신세졌던 분들,

몇년째 고기를 못 먹었다고 어렵사리 얘기하자

불러서 고기 사 주신 선배언니...

너무 고마운 마음에 살림살이 풀린 다음,

크게 한턱 쏘고지금도 기회 되면 제가 삽니다.

 

개도 자기가 굶주렸을 때

밥 준 사람은 잊지 않는다고 하는 말.

제 좌우명 중 하나입니다.

 

점심 주는 회사를 만났을 때 너무 감사했고

사원들이 불평하며 나가 먹자던 사원식당에서

꿋꿋이 버티며 최대한 거기서 먹었습니다.

야근수당이라도 챙겨주는 회사를 만났을 때엔

기계처럼 일해서 야근왕이 되었어요.

독하다 소리 들어가면서 열심히 살았어요.


부업도 부지런히 해서 없는 살림에 빚 갚고

부모님 병원비 대고,

결국 어떻게든 이제는 그럭저럭 취미생활 즐기고,

가끔 국내여행 가는 정도의 여유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진부하게 궁상맞았던 시절을 나열한 이유...

이런 제게 있어서,

남친의 생활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입니다.

 

데이트를 싼 곳에서 하는 건 당연했습니다.

남친이 제게 얻어먹을 생각이 없고

남자의 자존심을 세우며 데이트 하겠다면,

당연히 장소의 급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거지요.

 

하지만 정작 이해가 가지 않은 건...

그런 곤란한 살림에 자동차는 굴려야 하고,

취미는 고가의 장비가 드는 사진.

여행을 밥 먹듯 다니며

브랜드 옷만 입고 있는 그였습니다.

 

운동화는 반드시 나이키입니다.

발때문에 꼭 좋은 운동화를 신어야만 한답니다.

옷은자기가 너무 땀이 많이 나고 피부도 예민해서

좋은 브랜드로만 사야 한다지요.




명품 입는 분들이 안 좋다는 게 아니예요.

저도 연봉 높으면 명품 살 거예요.

실제로 지갑만은 저도 좀 좋은 걸 사고 싶어서

비싼 걸로 샀습니다.

구두도 특별한 날 신을 좋은 구두 하나는 브랜드인걸요.

 

전 에르메스건 샤넬이건 뭐건,

수입이 되는 사람이 쓰고 있다면 납득해요.

제 친구 중에는 티파니로 온 몸을 휘감고

철마다 명품백을 사는 애도 있어요.

잘 사는 집에 잘버는 아이입니다.

전 그 애가 사치스럽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능력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벌지 못하는데,

그래서 저와 데이트 할 때에도

맥도날드를 전전하는 사람은 

그러면 안되는 겁니다.

 

핸드폰케이스는 안쓰는 사람입니다.

생폰이 좋대요.

그리고 떨어트려서 액정깨먹었다고 울상입니다.

 

타블렛. 나오자마자 신형으로 바꿨습니다.

핸드폰. 나오자마자 신형으로 또 바꿉니다.

 

여행은 한 달이 멀다 하고 가지요.

사진 취미가 있으니 사진은 예술로 올립니다.

 

그런데 없는 살림에

어떻게 그리 자주 여행을 가는지 가만 들어 보면,

친구들을 자기차로 태워주면서 함께 다닌다더군요. 

 

그 친구들이 밥이나 숙박료를 대 주는지까지는

남친 자존심 상할까봐 못 물어봤습니다만,

설마 대주겠지 싶어서 거기까진 납득했습니다

 


 

 

는 개뿔ㅠㅠ

 

여기서부터가 진짜 속상한 부분이에요.


이 사람... 계속 얻어먹어요.

제게 얻어먹는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친구들에게 얻어먹어요.


맨날 좋은 맥주좋은 사케좋은 식당들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고 페이스북에 자랑해요.

음식 사진을 올립니다.

제가 봐도 비싸고  맛있을 만한 음식입니다.

 

그런데 그게 다 얻어먹는 겁니다.

좋은 직장 다니는 친구들에게 가서 얻어먹어요.


사람은 착하고 상냥하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니...

제가 남자고 그런 친구 있으면 밥 사줄 겁니다.

 

하지만 전 사주는 사람들은 이해 가지만

늘 얻어먹는 남친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 정말 가난했을 때에도...

감사히 받았지만

사양하는 마음미안해 하는 마음 먼저 가졌고

되도록 얻어먹지 않고

제 손으로 해결하기 위해 바둥거렸어요.

 

하지만 남친에게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난 힘드니까..."


하고 얻어먹고 끝입니다.

물론 자기돈으로 사먹거나, 

비슷하게 갚을만한 살림이 안 되는 건 사실입니다.

 

하..

얻어먹은 사실을 제게 자랑합니다.


"어디어디 갔는데 너무 맛있었다~"

 

전 마음속에 한숨이 가득하구요 

 

처음엔 남친소비에 맞춰 

수입이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친이 원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리고 마침 제가 그 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연결연결로 소개시켜 줄 수 있었습니다.

원한다면

진심으로 원한다면,

아니,

까놓고 말해 저였다면

원하던 그 일 어떻게든 기회 잡으면

이악물고 해냈을 꺼에요.

 

그런데.. 그 일... 못하더라고요.

하고 싶다.”

꼭 하겠다.”

는 말뿐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한소리 했습니다.

그랬더니..

미안하대요.. 면목이 없대요.


선량한 모습으로 진심으로 미안해합니다





..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몇개월이고 그러는 바람에

저는 처음으로 약간 를 냈습니다.

그리고 말나온 김에 작정하고 얘기를 해 보았어요.

 

그래도 자존심을 상처주긴 싫어서...

저 사치나 거지근성에 대한 얘기는 차마 못 하고,

위의 일에 대한 얘기만 했습니다.


그 일을 할 수는 없었던 거냐...?”

 

그리고 그는 정말로 미안해하면서

제게 상황을 말해주었어요.

 

난 지금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여유가 없어.”

 

그럼 시간여유 있는 일 줬을 때

부가로 하면 좋았지 않았을까?”

 

네 말이 맞고,

그 때 그 일을 했어야 했는데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겠다는 생각만 들어서

끝내 못 하겠다 싶더라고.”  

 

처음으로 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난한 건 괜찮아요.

그런데 분수를 몰라요..

그래놓고 월말이면 돈 없어서 힘들다고 징징댑니다.

 

수입이 적으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해서

하고싶던 일 해보라고 길을 마련해 줬어요

근데 못해냅니다.

 

여전히 남에게 얻어먹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어요.

선량하게 고마워하고 또 얻어먹고 다녀요.

 

저를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입니다.

살기 힘든 자기 삶에

제가 희망이고 살아있는 이유래요.

 

자기가 원하는 일은 있어요.

그거 꼭 하고 살고 싶대요.

그런데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더니 안 합니다.

미적대고 미루고 안 하면서

완벽하지 못할까봐 시도도 못하겠다는 말..

제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뿐이에요 

 

차라리 제가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이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열정만 있었으면 좋았을까 싶어요.

이런걸 생각하는 제가 속물인 걸까,

하면서도 저런 모습을 또 보면 실망합니다.

 

저것만 생각하면 끝내고 싶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두세명의 친구들에게 털어놓 봤습니다.

친구들은 미래가 안 보이니 빨리 손 털라고 합니다.

자기 아빠가 딱 그런 타입이었다

엄마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아냐

절 말리는 친구도 있습니다.

 

후배 하나는 제가 자기 동기였으면,

미친x아 그만해!”

라고 외쳤을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

그 친구 어머니가 

왜 그 아버지랑 결혼했는지가 납득이 갑니다.

사람 하나는 너무나 상냥하고 좋은 걸요...

위로가 되는 사람인걸요.. ㅠㅜ

 

그래서 이 고민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너무 답답한 상황이라 이렇게 털어놓기만 해도

정리가 될 것 같아서 글을 써 보았어요.

아직도 고민이지만

이렇게 정리하고 주욱 읽어보니...

봐서 가망없으면 정리해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남자가 돈이 없어서가 문제가 아니라,

생활태도가,

앞으로 어떻게 살 지에 대한 생각이 

문제가 된다는 걸..

이해해 주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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