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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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서른살의 쎌프소개팅(1)

2013.04.4 16:30

안녕하세요홀언니저는 얼마전 삼십대 문턱에 진입한 서른살 꼬꼬마입니다저를 기다리던 수많은 삼십대 언니 오빠들이 삽십대 입문을 격하게 축하해주었고그간의 삼재나 아홉수는 다 잊고 새삶을 시작하라 는 조언도 해주었으나... 시작을 너무 화려하게 해서;; 내심 걱정이 됩니다저의 깨빡 연애 이야기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어플.

 


 

약 7개월 전

3년가량의 연애를 정리하고

다시 솔로 생활에 젖어들 무렵.

저도 어플을 깔았습니다.

근처 사람 찾아주는 어플.

 

심심한 밤에 수많은 남자들과 의미없이 수다를 떨면 

시간도 잘 가고 잡생각도 들지 않아 

무궁무진한 인스턴트 대화의 장을 열었지요.

 

어플로는 채팅만 주로 했었고,

근처에 사는 오빠 한명과 동생 한명을 실제로 만나

조촐히 술잔을 기울인 적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어플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나쁘지 않았어서

다른 사람들처럼 어플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쉴드를 치지는 않았었어요

그럴 필요가 없었죠.

 

그러던 지난 겨울.

한살 연하남이 제게 인스턴트 대화의 문을 두들겼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통해 확인한 연하남의 외관

제 스탈이 아니었어서 냉랭하게 대답했죠.

 

허나 연하남은 저의 냉랭함 따위 아랑곳 않고

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갔고,

모든 분야를 주제 삼아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갔습니다.

 

때때로 연하남이 건 대화에 제가 답하지 않아도

매일 저의 안부를 묻고 제 대답을 기다려 주었죠.

 

그러던 어느날.

연하남이 핸드폰을 바꿀 예정이고,

돌아와서 말을 걸테니 그때까지 일을 열심히 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뒤로 일주일 가량 연락은 없었습니다.

 

연하남은 그전 대화에서 저에게

까똑 아이디를 달라고 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전 연하남과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아

거절했었습니다.

그런데 연하남은 그런 제 반응에도

더 친해져야겠다~”며 밝게 대응했던 터라,

어플로 계속 연락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하남과의 일주일 연락단절.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인스턴트 대화 상대가

넘쳐나는 곳이었으니까요.

 

일주일 후.

제 핸드폰의 알림이 울렸습니다.

그 연하남이었어요.


그는 핸드폰을 바꾸고 난 후,

어플을 다시 깔았더니 초기화가 되어서인지

저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어요.

 

며칠에 걸쳐 저를 찾아낸거라며

정말 힘들게 말을 걸었다고 강조에 강조를 거듭했지요.

그리고선 연하남은 어플을 그만하고 싶은데

저와는 연락을 하고 싶으니 카톡을 알려달라

다시 한번 얘기했습니다.

 

저는 며칠동안 저를 찾았다는 말에 혹해서

연하남을 무척이나 기특하게 여기며

카톡 아이디를 알려주었고,

카톡으로 옮겨 신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화는 쉴새없이 24시간 거의 풀가동이었어요.

알림소리를 켜두면 거의 전화벨 울리듯

까똑까똑 까똑까똑 까똑까똑

 

쉴새없는 카톡질을 통해서

저는 연하남에 대해 꽤나 많은 걸 알게 되었어요.

 

연하남은 키는 180, 몸무게는 60 중반,

먹는 건 가리는 게 많은데,

밀가루 면요리를 싫어하고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랬어요.

 

가정환경은 절대적 권력의 가부장적인 아버지,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셨으나 결혼 후 힘들게 살게 되신 어머니 밑에서

두 분의 숱한 싸움을 보고 자랐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온 가족을 괴롭혔고

결국 연하남과 연하남의 하나뿐인 여동생이

성인이 된 후에 부모님에게 별거를 권유하고

두 분은 각자 다른 집에 살고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본인은 두 집을 오가며 지낸다고 했지요.

연하남은 평소에 여동생과 매우 가깝게 지낸다했고,


여동생 옷을 뺏어입기도 하고

여동생이 헤어스타일도 만져주고

여동생과 찍은 사진이라며 

재미난 사진들을 잔뜩 보내주었지요.


가정불화에도 어두움없어 보이는 두 남매가

기특해보였고칭찬해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매일매일

생활을 공유하는 수준의 대화가 오가는 동안

우리는 전화번호도 교환하게 되었고,

간간이 연하남에게 전화가 걸려와

통화도 하며 더욱 친해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워낙 말투가 툭툭 뱉는 타입이라

문자로만 하는 대화에서는

오해를 받는 경우가 더러있는데

연하남은 제 대화체가 그다지 친절하지 못해도

꾸준히 자상한 느낌으로 응대했어요.

그런 점이 신뢰와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었어요.

 

연하남은 직업상 스케쥴에 따라 유동적으로 쉬었어요.

주말에 일이 있기도 하고주중에 쉬기도 했죠.


그의 휴무가 다가오던 어느 날.

연하남은 제게 퇴근 후 커피 한잔을 제안했고,

이미 씨버상으로 꽤나 친해져

안만날 수가 없던 터라 흔쾌히 응했습니다.

 

 

그 날은 둘 다 차를 가지고 이동한터라

만나는 동선 결정이 좀 어려웠는데

결국 연하남의 차로 이동하기로 했고,

연하남이 저희 아파트 단지 앞까지 저를 데리러 왔습니다.

 

첫 만남.

정말 유쾌했어요.

 

연하남은 저를 보자마자 차에서 뛰쳐나와 

해맑게 웃으며 두 손을 머리 위로 크게 흔들었어요.

그 모습이 엄청 귀여웠기에

저도 화답한답시고 걸음을 멈추고 배꼽인사를 했더랬죠.




 

함께 커피를 마시러 가면서,

우리는 사진으로만 보다 실제로 보니 연예인 같다!!”

요래요래 신기해하며 오도방정을 떨었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도 수다 호흡이 척척 맞아

세시간을 훌쩍 넘겨가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연하남은 제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자상하고 섬세했고,

자라온 환경이 무색하리만치 밝은 아이였어요.

 

그날이 평일이었던지라 아쉬운 커피타임을 정리하고

연하남이 저를 집에 바래다 주는 것으로

첫만남을 마무리 지었어요.

 

우리는 그 첫만남을

우리 둘의 쎌프 소개팅으로 여기기로 했는데,

그래서인지 헤어지고 나서 애프터 비슷한 연락이 왔습니다.

 

연하남은 집에 도착한 후에도

전화와 까똑을 통해

저에 대한 칭찬과 호감을 듬뿍 표현해주었고,

대화하며 새벽을 보내자고 졸린 제게 보채기도 했어요.

 

새벽 내내 우리는,

서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공유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만나기 전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날 이후로는 정말 깨소금을 볶아내듯

고소하고풋풋하고싱그러움이 가득 찬 연락을 

수시로 주고 받았어요.

 

제 나이 서른 살과 그 아이 스물 아홉.

그렇게 어린 나이가 아니긴 했지만...


뭐랄까..?

우리의 대화들은 너무 솔직하고 수줍어서

설레고 떨리고 신선했습니다.

 

연하남은 자주 연락하거나 만나는 연애방식은 

별로라고 했었지만

그의 그런 말과 달리우리는 24시간 풀가동 연락

거의 매일같은 만남에 너무나 부농부농할 뿐이었지요.

 

어머 내가 그를 변화시켰어!’

하는 뿌듯함은 뽀~나쓰.





 

한번은 연하남이,

지금의 이런 감정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

앞으로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

내가 다 계획하고 있어.

항상 보고싶고 자주 만나자.”

는 내용의 편지를 써와 건네주었는데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고,

"정말 지금 내가 행복하구나!"

행복감을 심하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정말,

만나는 친구들마다 얼굴빛이 달라졌다고 말할 정도로

행복했고 감정적으로 너무 충만했어요.

친구들 모두 그런 나를 부러워했지요.

 

친구들과 모임에 있을 때면

연하남은 제게 연락해 와서

제 친구들에게 안부도 묻고

다음 모임에는 참석하겠다

넉살좋은 약속도 마다하지 않았지요.

 

그리고 어느날 데이트를 마친 늦은 시각.

함께 영화를 보고 

집앞에서 수다를 조금 떨다 헤어졌어요.


연하남은 금세 전화를 하더니,

방금 헤어졌는데 보고 싶어 그런다.

다시 나올 수 없냐?”

고 절 다시 불러냈어요.

그리곤 정식으로 만나자고 제게 고백했습니다.

 

생각같은 건 필요도 없었고 

그자리에서 바로 예스!!!! 




그렇게 우리는 정식으로 연인사이가 되어

더욱 찐한 행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틈만나면 만나기 권법으로 연애생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또 우리만 부농부농할 수 없다는 일념하에

각자의 친한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어

그들의 부농 라이프도 응원했죠.

게다가 친구들의 소개팅도 성공리에 마무리가 되어

더블 데이트까지.


우리는 말 그대로 행복바이러스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햄볶는 연애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바로 유별난 연하남의 어머니.

 

연하남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별거 후,

연하남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면

연하남에게 심하게 간섭하시며 괴롭히셔서

어머니를 피해서 만나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했어요.

 

연하남의 어머니는

연하남의 여자친구와 반드시 연락처를 교환하고,

수시로 왕래하며 

시시콜콜한 연애 얘기를 다 물어보시는 둥

참견을 많이 하시는 스타일이라

어머니에게 연애를 발각되는 날엔

셋이 연애하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했어요.

 

그래서 연하남은 아무래도

어머니에게 최대한 천천히 알리고 싶다고 했고,

같은 이유를 들어

집에 들어가면 통화는 자제하거나

집에서 나와 차에 가서 통화를 하거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통화를 해야 했습니다.

 

어쩌다 어머니가 안계시는 날

우리에게 통화의 제한이 없는 자유의 날이었어요.


아무리 낮에 연락을 많이 하더라도 

뭔가 밤에 자유롭게 연락을 할 수가 없으니 

좀 그렇더라고요


전 이런 뾰루퉁한 마음을 푸념으로 늘어놓았고 

연하남은 이런 저를 달래주며 

어머니도 어느정도 눈치채신거 같으니 

좀 더 자유롭게 연락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색해보겠다.

 

데이트가 끝나고 

그날은 처음으로 제가 연하남을 데려다 주었어요.

연하남은 그날은 아빠집에서 자야겠다

아빠가 사시는 오피스텔로 저를 인도했지요.

 

연하남을 들여보내고 저는 집에 가고 있는데

조금전 데이트에서 푸념한 제가 무안하리만치

연하남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전화를 걸어왔고 

집에 들어가는 내내 통화를 했어요. 

 

연하남에 아빠집에는

미리 와있던 여동생이 청소를 마치고

연하남에게 쓰레기를 버리고 오라고 했다며

귀엽게 툴툴거렸어요.

 

그날 진짜 전화 한 다섯번 왔나봐요.

앞으로 잘할테니까 더욱 노력하자.

서운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말하자.”

던 연하남이었습니다.

 

뭔가 크게 신경쓰고 있던 문제가 해결되자

우리의 연애는 다시 더욱더 빠른 속도

하루가 다르게 밀착감있게 부농부농해졌어요.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에도운동하러 나갈 때에도,

집에서 아버지와 함께 와인한잔 할 때에도

인증샷을 찍어 제게 보내주곤 했었죠.

그가 그토록 예뻐하던 고양이의 동영상도 찍어 보내주며

우리는 정말 신나게 연애를 했습니다.

 

한달에 20일은 만난 거 같아요.

만난 기간은 짧았지만

그는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일들에 대해 항상 늘 말해주었고,

저희 부모님이 자신을 좋아해주길 기대했어요.

 

사실은 저희 어머니가 처음 이 연하남 얘기를 들으시고

뭔가 모르게 싫다며 반대 아닌 반대를 하긴 하셨지만

제가 그 상황을 다 무마시켰고요,

하루가 다르게 깊어지는 연하남을 향한 제 마음으로는

엄마를 어떻게 설득해야

이 연하남을 마음에 들어하시게 될까

김칫국도 드링킹했었더랬습니다.

 

연애한지 한달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우리의 사이는 여전했습니다.

 

그런데요...

연하남이 바람을 피우거나 하는 거 같지는 않았는데..

뭔가 내게 속이고 있는게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마음을 좀 품게 되더라구요.

 

싸한 기분을 느낀 건 

함께 영화를 보려고 기다리다

연하남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을 때에요.

전화기에 표시된 전화 온 사람의 이름이 꽤나 길었는데

얼핏봐선 드라마 제목이나 노래가사 같았어요.

뭔가 애절했죠ㅡㅡ.

업무관계나 가족이나 동성의 친구일 리는 만무했습니다.

 

아무튼 전화를 받는 연하남의 목소리가

평소 제게 하는 것과는 분명 좀 달랐는데,

뭔가 익숙한 사람에게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저 전화는 분명 상대가 여자같다는 

심증이 강해졌습니다.

여자사람 친구? 동생그런 사람이라면 상관없었지만,

그런 느낌이 아니었어요. 

 

그 날 연하남은 데이트가 끝나고

회사분들과 회의 겸 회식자리에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통화의 뉘앙스는 곧 너한테 갈게.” 같았거든요.


하지만 말투로 보건데,

회사사람같지는 않았으니 촉은 쎄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데이트가 끝나 헤어지고 곧이어,

연하남은 선배들을 만나 회식을 하고 있다고 연락을 해왔고

그 날의 싸한 촉은 저의 기분탓으로 돌리고

일단락 짓게 되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또 다시 데이트.

그날은 연하남과 제가 좀 다퉜어요.

둘이 별 생각없이 수다를 떨다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유로 다툼이 시작되었고,

그는 전화기만 만지작댔습니다.

 

평소에 연하남의 핸드폰에는

블로그 댓글 알림이 자주 떴었는데

한번은 제가 연하남에게

블로그를 하냐?”고 묻자,

그냥 관심있는 블로그를 추가해 놓아서

알림이 오는 것 뿐이다.” 했었던 적이 있었지요.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블로그를 연결해놨다"

했습니다. 


무튼 그렇게 냉랭한 분위기 속에

연하남을 아빠집앞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내리기 전에 연하남은 다소 맥없는 목소리

제게 사과하고 들어갔어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연하남과 문자로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연락이 끊겼습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어요.

잠이 들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자려고 누웠어요.


잠들기 전 하루를 돌아보며 다툼에 대해

오늘 내가 왜 그랬을까?’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되짚어 보았어요.


그러다 연하남이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던게 생각이 났어요.

그리고 문득 그가 무슨 블로그를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컴퓨터에 별 재주가 없는 저는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연하남의 오랜 별명으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혹시 뭐 활동한 게 있을까 해서요...

 

어렵지 않게 발견했습니다.

 

각종 결혼인테리어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하루 수백명이 들어오는 엄청난 규모의 블로그.


그가 운영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익숙한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그가 내게 보내준 그의 아빠집의 모습들.

 

그리고 그 글들의 제목.


[와이프 신혼집 알콩달콩이 어쩌고 저쩌고]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이것저것 눌러보니,

찬란하게 펼쳐지는 블로그

그의 신혼 일상이 미친듯이 공개되어 있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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