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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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서른살의 쎌프소개팅(2)완결

2013.04.5 16:00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이것저것 눌러보니,

찬란하게 펼쳐지는 블로그

그의 신혼 일상이 미친듯이 공개되어 있었습니다.



이어서...



저는 이게 인가 생시인가 하며,

이건 아니지...’


싶은 마음에 다른 검색사이트에 접속

그의 별명을 다시 입력해 보니,


어머나..

여기엔 아예,

굳이 블로그에 들어갈 필요도 없이

메인화면에 사진까지 떡하니.


사진...

무슨 사진?

 

그의 결혼사진과 신혼생활사진.



 

그와 그의 와이프가 함께 찍은 각종 사진들이

정말 콰르르

진짜 더도 말도 덜도 말고

콰르르르르르르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어린 유부남이었던 겁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저는

어떤 액션을 어디에 취해야 하는 지도 모르는 채

그 블로그의 링크를 복사

저의 절친 두명과 친동생에게 보내놓고는

블로그를 천천히 살펴보았어요.

 

섬세하고 자상한 그의 블로그답게

포스팅이 매우 꼼꼼히 

알아보기 쉽게 잘 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사건을 파악하기가 아주 수월했죠. ;;

 

그는 상당히 대범한 사람이었어요.

 

제게 보내준 사진들

포스팅의 대부분이 이루어져있었고,

아버지와 와인을 마신다며 보내준 사진은

와이프와 마신 것,

운동한다며 내게 인증샷 보냈던 것

와이프에게 보내려고 찍은 것,

집을 보여주겠다고 내게 보낸 동영상

심지어 와이프의 다리가 나오고 

와이프가 촬영한 것.


 



한마디로 그동안 연하남이 보내준

사진이나 동영상은 와이프와 함께 하거나

와이프가 찍어주거나 했던 것이었던거였죠.

 

극성맞은 어머니도 사실은 와이프였고,

남매애가 남달랐던 친동생은 아내였습니다.

머리를 만져주던 사람은 집사람.

함께 와인을 기울였다던 아버지는 안사람.


빌려입었다던 동생의 옷도 와이프의 옷.

지인이 일하는 곳에서 얻을 수 있다던

제게 필요했던 물건은 와이프로부터 받아온 것.

 

뭐하나 와이프가 아닌 것이 없었어요.

게다가 블로그엔 

날짜별로 정리가 어찌나 잘 되어있던지. ;;

 



저와 데이트하면서 새로운 곳을 발견하면

며칠 뒤 포스팅엔 와이프와 함께가서 찰칵.

저랑 본 영화를 와이프와 또 보고,

와이프와 본 영화를 저와 또 보는 놀라운 노력.

반지는 수시로 빼졌다 끼워졌다.

나에게 선물받은 건 나랑 있을 때만,

와이프가 사준건 와이프랑 있을 때만.



제가 연하남에게 밤에 통화 못한다고 징징대던 날

연하남은 보란듯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전화를 해선

제 기분을 좋게 해주었었자나요.

여동생이 미리 아빠 집에 와서 청소해놓고

자기한테 쓰레기 버리고 오란다고 툴툴대던 날.


통화를 하는데 수화기 너머로

쓰레기를 버리고 오라던 여자목소리가 들렸었는데,

그거시 와이프 목소리였다는 것. ;;

 

연하남은 진짜 용자긴 한 거 같아요.

 



연하남 블로그에서 그날의 포스팅을 보면

연하남은 늦게 일을 마치고 귀가해서

(=늦게까지 나와 연애하고 귀가해서들어오니

와이프가 음식을 만들어놓고 

쪽지를 써놓고 기다리고 있었고,

그런 와이프를 칭찬하는 동안

와이프는 잠시 사러갈 것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고 

써있더만요.


그 사이 연하남은 와이프에게 답쪽지를 써놓고.;;;

정성스런 음식을 잘 먹었다는 내용이었어요.


아마도 집에 들어가면 통화가 어려운 연하남이

그날 제게 수차례 통화를 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이런 타이밍들이 잘 들어맞았던 게

아니였나 싶더라고요.

 

어디 그뿐이겠어요?

연하남은 그간 와이프와 같이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나와 연락을 했던 것이었고,

휴무날엔 낮에는 와이프와 함께 외출하고

저녁때는 저를 만나 데이트를 해왔던 거였습니다.


심지어 어플에 있던 자기소개 사진

신혼여행 사진이었더군요...



포스팅을 하나하나 확인할 때마다

저는 점점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

알 수가 없었어요.

제게 블로그 주소를 전달받은 친구둘과 친동생은

당장 그의 아내에게 이 일을 알려야 한다고 하더군요.

 

머리가 하얘진 저는,

왠지 그 상황의 저보다

객관적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자 싶은 생각에

부인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그 블로그는 

그 남자와 와이프가 함께 운영하는 것이어서

와이프 이메일 주소가 나와 있었거든요.


근데 그 와중에 화가 난 제 친구 한명이

그 블로그에 댓글질을 감행한 겁니다.

뭐 사실만 말한 거지만요.

 

다음날 댓글이 달린 것으로 

사태를 눈치챈 연하남

제게 미안하다며 전화를 해왔고,

와이프가 다 알게 되었다.

내 결혼생활은 끝났다.

누나는 괜찮으냐?” 고 했어요.

또 그 블로그 댓글 누나 친구 맞는거냐고 물었지요.

 

저는 내 친구가 맞다고 대답했고

나도 너의 와이프에게 메일을 보내놨다고 하니까

알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와이프에게서 들었다고. 

 

굳이 찾아와서 사과하겠다는 연하남을 만류하고

그대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연하남이 제게 전화한 시점보다

4분인가 늦은 시점

와이프에게 보낸 메일이 수신확인된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죠.

제가 메일이 어쩌구 술술 불었고,

그는 태연한척 이미 알고 있다고 대응한거죠.

그리고 잽싸 와이프메일(을 어찌아는 지는 모름그 부부는 공개하고 하는건지도)

접속해서 와이프가 보기전에 지워버린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는 와이프가 내 메일을 읽었니 안읽었니에 대해

진실공방이 시작되었어요.

제 쪽에서는 급기야

연하남에게 와이프의 전화번호를 대라고 했고,

연하남은 한차례 거짓번호를 알려주었고,

다시 요구해 번호를 받았습니다.

 

그의 와이프랑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여자는 제게 다소 미안해하며

자신이 그 사람의 아내이며,

이 일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개운한 느낌은 아니였지만 그러려니 했지요.

그날 저녁 연하남은 저희 집앞으로 찾아와

별로 진실해보이지 않는 사과해왔고

집안이 쑥대밭이다.

와이프가 보내서 오긴 했는데

장모님께는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며 푸념했어요.

 

연하남은 제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

다 들어주겠다.” 했고,

전 그날 차안에서 엄청 울고 나왔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돌아오니 답답하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연하남에게 전화를 했어요.

연하남은

언제든지 네 마음이 풀릴 때까지 전화를 받아

모든 얘기를 들어주겠다.” 고 했습니다.

 

그뒤로는 며칠간 감정때문에 힘들었어요.

유부남이라는 사실은 너무 커서 와닿지가 않았고

그냥 뭔가 상황이 변한 거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그에게 분노하는 마음이 생긴다거나,

그동안 좋아했던 마음이 갑자기 없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냥 연하남의 목소리가 듣고 싶고,

보고 싶었어요...

그럴 때마다 전 연하남에게 전화해서 

울고불고 원망했어요.

연하남은 그런 저를 받아주었죠.

 

근데 이상한 건...

뭔가 연하남은 계속 정상적인 생활

안정적으로 하는 것만 같은 거에요.

결혼이 끝났다느니 하더니만..

 

그 순간.

저는 이건 뭔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는 연하남 와이프의 진짜 전화번호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전 또 연하남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거짓말한 게 없냐?” 고 추궁했어요.

그는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지만,

결국 동생번호를 줬던 거라고 시인했어요.

 

하지만 당당하게 덧붙이더군요.

와이프에게 전화해서 확인해라.

그녀는 이미 다 알고 있다!”

 

마지막까지 거짓말로 일관한 연하남이 너무 밉고

와이프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 저는

그 다음날 진짜 와이프번호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죄송하지만 제 이메일을 읽으셨는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 그렇다.”

는 내용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와이프는 제게 누구냐고 물었고,

메일 같은 건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누구냐는 그녀의 물음에 

제가 여자친구라고 답하자,

와이프는그제서야,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다는 듯,

인테리어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맞냐,

자기 남편이 여자친구라고 착각할 만한 행동을 했느냐

되물었어요.

 

그리고 업무 중이니 이따 연락하겠다

와이프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남편을 통해 둘이 연락했던 내용 다 들었고,

사건 당일 블로그 댓글도 봤으니

메일을 따로 보내 줘바야

비슷한 내용일 걸로 생각되니 메일 보내지말고

내가 이 내용알고 있는 걸 그쪽도 확인하셨으니

더는 연락하지말라.”

문자가 왔어요.

 

전 알기를 원치 않는 그녀를 존중했습니다.

그 뒤로 연락하지 않았구요.

 

다만,

연하남 이 색히또 거짓말을 했구나.'

....


와이프에겐 아마도

사업하려고 만난 인테리어업계 여자가 

뭔가 착각한 모양이다.”

뭐 이렇게 둘러댄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다시 활발하게 돌아가는

연하남의 블로그를 보게 되었어요.

사건당일 제 친구가 블로그 폐쇄를 요구했는데

와이프와 함께 운영하는 블로그이니,

와이프와의 관계에 대해 정리가 되면

그때 폐쇄하겠다고 했다더군요.

 

그 뒤로도 포스팅은 꾸준히 계속되었어요.

제 지인들과 저는 

왠지 모를 광분에 휩싸여 씩씩거렸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를 참지 못하고

두차례에 걸쳐 블로그 정리 언제하냐고 메세지를 보냈지요.

 

첫번째로 메세지를 보내곤 아무 답도 오지않더니,

두번째로 보낸 메세지에는 와이프가 답을 해왔습니다.

 

"블로그는 나와 내 남편의 공동소유이며,

내가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블로그를 계속 하는 건 

문제가 없는 행동이다.

당신이 하라 하지말라 내 남편을 협박하지 마라.

나도 협박받는 느낌이다.

매일 들어와서 확인하는 거 같은데

안보면 되지 않겠냐."

이런 내용이요.

 

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쌍소리로 화답하고 싶었지만

평정심을 찾고 답변했어요.

 

"공동소유인거 안다.

하지만 난 블로그를 통해서 

사기의 진상을 확인했다.

내 지인들이 상당수가 블로그에 대해 

알고 있고 지켜보고 있다.

옮기고 새로 시작하는 건 상관없으니

우리가 신경쓰는 이 블로그만 정리해다오."

 

그 와이프는 지지 않았어요.

 

"이렇게 매일 들어오는거 그건 집착이다.

옮기고 새로 시작해도 검색해서 들어오면 끝인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신경끄라.

나는 이 일을 다 잊고 잘 살기로 했다.

그만하시라."

 

.... 제가 언제 매일 들어간다고 했던가요?

..... 제가 새로 시작한 블로그를 굳이 검색해서 간다고 하던가요?

..... 와이프님이 다 잊고 잘살기로 한 게 저랑 무슨상관?


오잉같은 상황이 되었지오.

 

"아무도 그 블로그에 매일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해괴망측한 사연이 있으니

사람들이 확인차 들락날락댔던 것 뿐이지.

새롭게 만든데 굳이 들어가지 않는다.

네들 삶에 관심이 없다.

나와 의사소통이 잘 안되시는 거 같은데

지인들이 신경쓰는 일을 더 만들기 싫어 그런다.

나도 그만하고 싶다.

싸우자는 거 아니니 굳이 블로그를 정리할 수 없다면

그렇다고 말해다오."

 

와이프는 끝까지

내가 블로그를 없앤다고 뭐가 없던 일이 되냐,

안보면 될걸 보면서 뭐 그러냐,

신경꺼라연락하는 일 없으면 좋겠다.”

고 했어요.

 

맘같아선

"씹다버린 껌 주워씹으니 맛 좋냐?

느네 동네에서 백년해로 하면서 잘살아라.

니가 그모양이니

니 남편이 결혼한지 두달만에 바람질이었구나.

니 남편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너를 속이고 있을텐데

맘은 편해서 좋겠다."

해주고 싶었어요.

 

삼십분쯤 지나자 연하남에게도 마지막으로 문자가 왔어요.

블로그를 옮기겠다구요.


그렇게 이 사건은 정말로 끝이 났지요.

 

저도 알아요.

죄는 연하남이 지었지요.

그녀도 피해자인 것도 알고 있고요.

 

그치만 제 상처를 추스리는 동안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까지 나오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와이프에게 분노를 발산했어.

사실은 와이프가 알 필요가 없는 일

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냥 연하남이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를 했더라면..

그냥 속내가 궁금했거든요.

구차한 변명을 듣고 싶었어요.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했다가 니가 좋아 연애했다.

근데 이렇게까지 올 줄은 몰랐다.

근데 내가 잘못한 거 같다.

어쨌든 이제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고

가정을 깨고 싶지 않다정말 미안하다.”

뭐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게 듣고 싶었는데 안하니까

가 났고 그래서 와이프에게 분노를 쏟았었죠.

 

근데 연하남은 단 한번도

2주가 넘는 실랑이 기간동안

그런 진심을 말한 적이 없어요.

진심인 사과를 받지 못해서

일이 이렇게까지 온 것 같아요.

 

그리고 당연히

연하남과 제가 소개시켰던 친구커플도 개빡이 났지요.

제 친구까지 멘탈이 붕괴되었구요.

그 친구도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어요.

 

저는 그래도 

이제 다 털었구나끝났구나 해서 개운해요.

오히려 초지일관 거짓말해준 덕에

그리운 우리의 연애와 사랑

거짓말처럼 잊혀져가고 있거든요.

 

내가 속은건데

마치 내가 잘 사는 가정의 파탄자같고

내가 피해자인데

되려 내가 가해자가 된 것같은

이런 거지같은 상황을 느끼게 해준 연하남에게

2013년도 불행을 선물합니다ㅋㅋㅋ

제 맘대로 된다면요.

 

이제와 다 쓰고보니 더 씁쓸한 게 있네요.

이제는 연하를 만나도 유부남이라는 점이요.

 

삼십대의 시작이 참으로 스펙타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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