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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그땐 알지 못했던 것

2013.05.7 18:52

안녕하세요이제 갓 30대의 첫 봄을 맞이하고 있는 꼬꼬마 실버미스정도 되는 여자사람입니다.

 

사실 최근 회사 선배가 소개시켜준 남성과

150여일을 부농부농하게 지내다 깨빡이 났어요.

아니...

저 혼자만의 부농부농 했었던 것인지도 몰라요.

그 사람은 제게 헤어지면서 단 한마디를 했거든요.


갑갑하다.”

 

황당했어요.

'나 나름 쿨한 여자인데..

네 생활을 존중할 줄 아는...'

 

하지만

150일의 추억마저 앗아가버린 그 한마디에

맥빠진 심정때문이었는지 크게 힘들지는 않더라구요.

 

그런데.. 

이래저래 한달을 뒤척거리며

내 자신을 돌아보다가

다른 무언가 깊숙한 곳에서

꾸물꾸물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람..

그 사람이 떠오른 거에요.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 미안함.. 자책.. 후회..


못본 지 3년이 넘은 그 사람.

 

그리고 전화기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있어요.

헤어지고도 시간이 꽤 흘렀고

그 사이에 스쳐간 남자들도 서넛있지만

기억력이 나쁜 제 머릿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그 사람의 전화번호.

어쩌면.. 잊어버릴까봐..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어렵게 컴퓨터를 켰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볼께요.

 

저희는 캠퍼스 커플이었어요.

저보다 5살이 많았던 그 남자를 만난 건

동호회에서 였습니다.

잘 생기지도 키가 크지도

유머러스하지도 않았던 그 남자

제가 그 시절 이상형이라고 떠들고 다니던

남성상과는 영 딴판이었지만

자신감과 리더쉽,

그리고 제게는 없었던 이성적인 성격을 가진

매력적인 사람었어요. 

 

마침 그 사람과 저는 같은 학교였고,

그렇게 저희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되었.

 

당시 그는 우리가 만난 동호회를 제외하고도

많은 대외 활동을 하고 있는 외향적인 성격이었고

자기 삶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사람이 동호회에서 나를 만난 것처럼,

또 다른 곳에서 활동을 하다가

딴 사람을 만나게 될까봐 전전긍긍했었죠.

계속 새로운 일을 벌이고 관계를 형성하는 그 사람이

많이 불안했고 어떻게든 잡아두고 싶었어요.

 

그리고 하나하나 그의 주변을 컷팅해 나갔습니다.

이성친구라면 더더욱 더요..

그는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도

제가 허락을 하는 곳에만 갈 수 있었고,

그러면서

"그래이게 바로 사랑이야!"

어필도 해보고

전 자기 합리화도 열심히 했었어요.

 

혹시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눈물도 많이 흘렸구요.

전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저 속상했거든요.. 

그런게 사랑인 줄 알았는데 내 마음대로 안되니까.

 

사실 그 전 애기 때 연애에 있어서는,

제가 연락에 소홀하거나,

친구와의 관계를 더 소중히 해서

깨빡이 났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땐 그 사람들이 그런 저에 맞췄어야 했죠.

전 외향적인 '쏘쿨녀' 였으니까요.

 

이 사람을 만나고 나서야

그때 그 아이들에게 미안함도 들고,

그 때 내 상태를 반추하며 오빠를 이해하게도 되고

조금은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기도 했어요.

당시의 제딴에는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습니다.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덧씌워버린 

자기합리화였겠지만요.

 

그간 해본 적 없던 애교는 물론,

자연스럽게 사랑해.”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사람.

주변의 시선과 관계없이

헤어질 때는 입술을 맞출 수 있는 것

그가 처음이었어요.

그만큼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이였습니다.

 

그 사람은 저를 많이 맞춰주고 이해해줬어요.

친구를 만나러 갈 때는 미리 이야기를 꼭 해줬고,

회식이나 회사 모임 역시 마찬가지였구요.

 

저의 학업에 있어서도졸업에 있어서도,

취업에 있어서도 서포트를 아끼지 않았지요.

겉으로는 틱틱대면서도,

주위에까지 도움을 청해가며

혹시나 자신이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되면

항상 미안해 하던 그런 사람이었어요.

 

제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것 같아요.

자신의 무엇을 포기하면서까지

저를 한 단계한 단계 성장시켜 주던 그 사람.

 

든든한 사람이었어요돌이켜보면.

 


그 사람이 그 당시에 제게 없었다면,

현재의 저는 없었을 거에요.

가끔 짜증도 내고 잘난 척도 하는 보통 남자였지만,

무엇보다 나를 사랑해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괜찮았어요.

가족보다 더 의지되는 사람이었었죠.

 

난 그런 그 사람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를 쓰기만 했던 것 같아 더 가슴이 아파요.

항상 자기계발에 열심이었던 그 사람이

나를 만난 후 다른 발전은 없었던 것 같아 미안하구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더 큰 사랑을 주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그렇게 5을 만났습니다.

 

중간 중간 트러블도 있고 헤어졌던 적도 있었어요.

 

우린 점점 불시에 핸드폰 검사를 하기도 했고,

커플링을 끼지 않았다는 핑계로

타박을 주기도 하고원망도 했어요.

연락을 자주 안한다고 짜증을 내기도 했고,

확인 전화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때 오빠는 남들이 알아주는

대기업에 취직을 했기 때문에

제가 더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었어요.

 

오빠정도면 나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

주변에도 많이 있을텐데..”

하는 그런 불안감.

 

지금 생각해보면 경직된 조직문화

1, 2위를 다투는 보수적인 회사를 다님에도 불구하고

참 제게는 열심히 해주었던 것인데..

회사생활을 해보지 않았던 무지함으로

오빠의 노력이 부족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오빠는 때때로 회사를 마치고

학교로 저를 내리러 오기도 했는데요,

제가 직장인이 된 지금..

하루종일 고된 일을 마치고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일텐데,

또 먼거리를 이동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다는 건..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이었던 거였어요.. 


그걸 한참후에야 알았습니다.. 

 

실제로 그 사람보다 시간이 많은 학생이었던 제가

그 사람의 회사 앞으로 간 적은 손에 꼽았는데..

 

그때는 진짜 몰랐어요..


저는 제가

기념일 하나하나를 성의껏 챙기지 못하는 그를

이해해주는 배려심 많은 쿨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어요.

이미 최선인 그에게 !! !!”를 외치면서

제가 그를 쪼고 있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죠.

 

그리고 저의 노력과 그의 도움..

약간의 행운도 겹쳐

저 역시 좋은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어요.

 

자기 일보다 더 축하해주던 그가 지금까지도 선해요.

제가 잘되면 자신의 일보다 더 기뻐하고 축하해주던..

그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늘 '오빠는 원래 잘하니까..'라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왜 그렇게 해 주지 못했을까 후회가 커요.

 

아니 어쩌면,

난 그 사람에게 도움을 줄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자격지심이 이미 생겨버렸던 것도 같습니다.

 

그는 자기 삶에 이미 많은 준비를 해 놓았었고,

제겐 딱히 그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도,

그리고 도울 수 있는 능력도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렇게 저는 입사 후 연수를 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인지

오빠에게 집중되어 있던 제 눈에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딱히 특정인물이 눈에 들어왔다기 보다는

그냥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았던 거.

오빠의 관심도 이제는 간섭으로 생각되고,

항상 그 사람을 신경써야 하는 스트레스

절 압박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트러블 역시 잦아졌구요.

제 주변 상황의 변화는

제가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의 한계를 낮춰놓았어요.

 

그 사람을 생각하기보다

현재 나의 행복만이 관심사일 뿐이었어요.


나는 아직 꽃다운 나이의

활달하고 사교성있는 쏘쿨녀 이잖아요.

 

새로운 직장에서 새롭게 시작을 하고 싶었어요.

회사에서 인정받고도 싶었고,

새로운 사람들과도 많이 어울리고 싶었어요.

 

하지만그 사람을 신경쓰다보면

감정이 오빠에게로 소모되어서

원하는 것들(=새로운 것들과 잘 어울림)을 이루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제 삶을 즐기고 싶었어요.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 사람의 품을 벗어나서

그를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그리고 그 때 즈음엔..

그 사람보다 내게 더 맞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기까지.

 

그 사람 옆에서는,

제 상황이 취업등으로 좀 나아졌더라도

이미 형성된 자격지심

낮아져버린 자존감을 되살리기 힘들 것 같아서

도망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나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

새출발하고 싶은 느낌같은 거였겠지요.. 

 

그 사람이 갓 입사하여 저와 같은 시기였을 때

제가 오빠에게 했던 행동들은

이미 제 기억 속에서는 말끔히 지워져버린 후였어요.

 

그렇게 저희는 결국

5년의 긴 연애생활의 종지부를 찍고야 말았습니다.

헤어지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니,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더라구요.


그 전에는 사랑으로 극복가능하다

제 입으로 그 사람을 향해 외쳤던 문제들,

이제는 제 결론에 가속도를 붙일 뿐이었습니다.

 

"1, 2 년이 아니고 5년이다.

그 친구만한 사람도 없다.”

라는 부모님의 조언에도 반발심만 들었어요.

 

그때는 왜 그랬던건지...

그를 모르는 새사람들의 말에 그렇게 쉽게 휩쓸렸는지...

듣고 싶은 말만 들었던 것이지요.

 

5년간 동고동락했던 그 사람보다

전 그냥 그 순간이 좋았어요.


그 사람은 한달 이상을 제게 매달렸습니다.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분별력좋았던 그 사람

매달리는 모습이 가슴아프기도 했지만,

그때의 제게는 그조차도 좋게 보이지 않았어요.

 

실망스러웠죠.

이성적인 게 매력이었던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매달리다니. ㅡㅡ’

 

헤어지고 1달여간은 저 역시 힘들었어요.

5년간의 정은 무시하지 못할만큼 쌓여 있었으니까요.

그를 만나게 되면 마음이 흔들릴까봐 겁이 나기도 했고,

혹시나 그가 집앞에 와있지는 않을까

설레여하며 서성이기도 했었어요.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엔

그 사람이 머물렀던 공간을 찾아가서,

우린 인연이 아니어서 못 만난 것이라고

감상에 빠져 바보처럼 위안 삼기도 했었죠.

 

그래도 절대 돌아보지는 않으려고 애썼어요.

더 이상그 사람만 바라보며 지내던 저

없어야 했으니까요.

지금이 아니라면

절대 그를 놓을 수 없을 것만 같았으니까요.

제게는 그때가 너무 중요한 시기였으니까요.

 

후련하기도 했었죠.

경제력도 생겼겠다, 

자유스럽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일도 할 수 있고,

신경 쓸 사람도,

그로 인해 생기던 스트레스도 없어졌으니까요.

 


새내기 여사원의 혼자만의 여유.

얼마나 좋아요.

 


그리고 1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느날 거울을 보니,

그 속엔 회사일에 찌들어버린 제 모습만 있을 뿐이더군요. 

 

그토록 어울리고 싶던 즐거웠던 사람들

이제는 스트레스 속에서 경쟁을 해야 했고,

누구한테라도 기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힘들어서 눈물도 많이 흘렸구요.

 

후회는 쓰나미처럼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그때즈음..

그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한번 더 왔어요.

 

"우리 다시 한번 시작해 보지 않을래?"

 

하지만 그때는 너무 미안한 마음

염치가 없어 그 사람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 사람에게 이미 많은 상처를 준 후였으니까요.

 

부족했던 저를 친구처럼부모처럼가족처럼

지키면서 성장시켜준 그였는데...

제 가족들에게도 열심이었고,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저는 그 문자를 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보면서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때 고민만 한 것

미친듯이 후회 하면서,

벚꽃이 질 무렵이 되면 벌써 몇 년 째,

그의 휴대전화 번호를 눌렀다 지웠다를 반복합니다.

 

그 때 내가 사과하고

그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더라면...’

 

이제 그 사람의 나이가 되어보니 조금씩 알 것 같아요.

그 사람은 어린 삶마저 버거워하는 저에게

힘들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한 채,

얼마나 큰 중압감에 시달렸을까요.

 

그리고 저는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순수하게 나만을 사랑해주고

성장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할 거라는 것..

그 후의 몇 년간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어버렸어요.

 

아마도 이 다음 누군가가

그 사람의 만큼이라도 날 생각해준다면

그때는  잡고 절대 놓치지 않을 겁니다.

 

부디..

혹시나 하는 호기심 때문에

지금의 소중한 사람을 놓치지 말아요.

 

가지지 못한 것을 향한 열망과 집착

이미 가진 것에 대한 시시함.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마음인지

직접 겪으면서 배우고 나서 돌이키기기엔

후회와 미안함이 너무나 크네요..

 

호기심에 다른 곳을 기웃대고 

나에게 소홀해져가는 상대방을 두고 계신 분들에게는 

그 당시의 심리를 알려 

답답증이나마 조금 덜어드리고자.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새내기 어린양들에겐 

무엇을 결정하기 전에 조금만 더 내다보고,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데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하는 바람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





혹시 오늘.. 그의 연락이 오지는 않을까..


덧없는 기대감에 

잠이 오지 않는 봄날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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