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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10살 어린 여자

2013.06.25 17:43

안녕하세요 홀리겠슈언니 꽤 오랫동안 감친연을 구독해왔던 처자입니다. 요즘 엄청난 고민의 늪에 빠져 입맛이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중 감친연이 생각나 이곳에 제보하오니부디 사연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 글을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다 감수할 만큼 간절합니다_

그리고 홀언니이 글 감아연말구 감친연에 올려주실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인생을 더 많이 살아본 사람들의 조언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스물넷 대학생입니다.

남자친구와 교제한지는 2이 다 되었네요.

남자친구는 저와 열 살 차이가 납니다.

 

남자친구는 이 세상에 다시는 없을 만큼 좋은 사람이에요.

그 어떤 좋은 수식어를 다 갖다 붙여도 모자란 사람입니다. 

 

저한테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

풀밭에 우뚝 서있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도 같은 사람입니다.

 

예의 바르고 개념 있고 유쾌하고

 많고 의리 있고 능력 있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담배유흥 안하고

운동 좋아하는 바른 사람인데다 동안이지요.


.....

 

남자친구는 어렸을 때 양부모님에게 입양되었고

입양된 집의 어머니(양어머니)가 가출을 하셔서

양아버지의 친척 집을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어가면서 컸다고 했습니다.

 

중학생 때는 사고에 휘말려 두 달 정도

소년원에 갔다가 스무 살 때까지

소년원 출신 아이들을 돌봐주는

선교원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에요.

 

....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

키워주신 선교원 목사님의 뜻에 따라

신학대학에 진학했다가

양아버지가 뇌질환으로 장애를 얻으시는 바람에

병원비를 대느라고 온갖 궂은일을 하며

대학 졸업은 못했다고 했습니다.

 

....



제가 오빠 입장이라면

양아버지가 원망스러울 것 같은데

아버지께 매달 150만원씩이나 보내드리고 있고,

사실 안가도 상관 없을 텐데

자기 미워하던 친척 분들 돌아가시면

꼭 새벽 내내 조문을 하러 다녀오는 그런 사람입니다.


....

 

그 이후에도 오빠는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았다고 했어요.

어쨌든 어렵게 컸으나 워낙 사람이 총명

저 만날 때는 부동산 쪽 일을 

프리랜서로 편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저희 아버지가 사업을 하세요.

그래서 저는 사업하는 사람 정말 별로거든요.

워낙 사업으로 인한 부모님의 불화로 상처가 커서요..

 

그래서 오빠는 이런 저를 위해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대기업 사업파트너로 들어가

목 허리에 디스크까지 생길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입니다.

 

연봉은 세후 1억 정도 되네요.

온전히 자기 힘으로 이렇게 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걸 알기에 늘 대단하고 존경스럽게 생각합니다.

 

편하게 즐기며 살 수 있는 사람

이렇게까지 절 위해 해준다는 것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그냥 평범한 여자애일 뿐인 저에게는

너무나 과분하고 너무나 대단한 사람입니다.

 

진짜 집안 학력 능력 빵빵한 여자들을

얼마든지 만날 기회가 많음에도

단 한번 콧방귀도 안 뀌는 남자예요.

제가 제일 예쁘다고요..

 

돈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자기 옷 가방은 항상 세일하는 거싸구려만 사요.

그러면서 저에게는 단 한 번도 돈을 아끼지 않네요.

늘 제가 먹고 싶은 거늘 제가 하고 싶은 거

한 번의 망설임 없이 다 해주는 그런 사람입니다.

 

저와의 미래를 위해 적금을 붓고

남은 돈은 다 기부를 합니다.

절 만나기 전까지는

자기 생활비와 양아버지께 매달 드리는 용돈 빼고는

전액 기부해왔다고 하구요.






미래에도 자기처럼 크는 애들 도우면서 사는 게

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부모님과의 문제가 좀 많은데

정말 이 사람 없었더라면 버틸 수 없었을 거예요.

저의 이런 상황을 다 듣고는

오히려 이제 나타나서 미안하다

앞으로는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

자기가 다 지켜준다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제 가족까지 다 품겠다 하네요.

오빠 자랑은 정말 써도 써도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정말 너무 좋은 사람인데 정말 많이 싸웠습니다.

둘의 공통점이 동물 좋아하는 것밖에는 없을 정도예요.

성향부터 취향성격가치관.. 너무 달라요.

여행가서도 엄청 싸웠어요.

여태까지도 서로 별로 비슷해지지 못했어요.

 

또 힘들었던 건

저와 소통이 되는 언어로 사랑해주는 것이 아닌

자기만의 언어로 아낌없는 사랑을 준다는 것 같았달까요.

 

내가 좋아하는 거 열 가지 안 해줘도 되니까

싫어하는 거 한 가지만 안 해주면 안되겠냐

무수히 이야기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나이차이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건지

관계에 상하가 있었어요.

권위적이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요.

 

또 둘이 워낙 살아가는 모습이 달라

공유할 게 없어서 통하는 부분이 많지 않았구요.

최근엔 공통점을 만들어보려고 고양이

한 마리를 제가 오빠네 데려다 놔서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고양이 외에는 딱히 대화할 거리가 없었네요.

 

그리고 왜인지 요즘 들어서

점점 침묵하는 시간이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꾸 무슨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은 압박감에

말을 억지로 꺼내야 되는 느낌..

 

어쨌든 그래도 저희 2년을 만나면서

한 번도 같이 미래를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못해보고

같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지냈습니다.

충분히 좋은 사람이고 그 사람 나이도 있으니까

결혼은 저 졸업하고 취직해 자리만 잡으면

바로 할 생각이었구요.

 

솔직히 저 엄청 속물이에요.

 

별로 맞지는 않지만 저런 마음을 먹은 데는

경제적인 부분이 당연히 있어요.

제가 남자친구를 처음 만난 게 유학가기 3개월 전이었는데

'그냥 가볍게 만나다가 출국해야겠다~'

싶은 마음으로 만나다가,


제가 갑자기 많이 아파 버리면서

먼 나라까지 가서 몇 억 쓰며 고생하느니

그냥 오빠랑 지내는 게 차라리 현명할 수도 있다

생각이 들어 유학은 포기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늘 맞벌이를 하셔서

저는 동생이랑 거의 둘이 커서

엄마에 대한 결핍이 컸어요.

 

게다가 엄마가 막둥이 어릴 때도 맞벌이를 하셔서

그 어린 아가를 매일 아침 울리면서

떼어놓고 일 다니고 늦게 퇴근하면 아가 뒷바라지 하고

좀 커서도 애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으니

저녁 일곱 시까지 학원 여기저기에 보내면서 

힘들게 키우셨습니다. 

 

그런 모습 보면서

아가 생기면 제 손으로 직접 키우고 싶었거든요.

또 오빠한테 화목한 가족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구요.

 

또 오빠가 워낙 사업 수완이 좋은데

저희 아빠가 사업을 사위한테 물려주고 싶다

늘 말씀하시거든요.

큰 딸로서 그런 부분도 있었어요.

 

나이 있는 언니들한테 듣는 얘기로는

시댁 없는 게 그렇게 큰 메리트일 수가 없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계산적이지만 작용이 없진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 저에게 갑작스럽게

너무 큰 변화가 생겨버렸어요.

 

학교에서 친해진이번 학기에 복학한

평범한 후배가 있는데,

오빠랑은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을 많이 느꼈습니다.

둘이 너무 비슷한 취향성격가치관에

대화할 거리도 많고 코드도 맞고

같이 공유할 게 많아 즐거웠어요.

 

처음으로.. 친구 같은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버렸어요.

 

요즘 다 맞벌이하는데그게 뭐 어때?

잘 못 벌면 아가 안 가지면 그만인 걸.

친구같이 지내면서 취미생활을 함께 하면서

재미있게 나이 드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냥 미래에 안 얽매이고

자유롭게 연애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젊음이 아깝다는 생각도 해버렸어요.

 

지금 남자친구 전에도 몇 명 만나보긴 했지만

진지하게 교제를 해본 적은 없거든요..

 

저 정말 미쳤지만 그 후배에게 설렘이라는 감정도 느꼈어요.

우리 둘은 그냥 친구인데

저 혼자 그런 감정을 느꼈어요.

 

지금 남자친구와는 잠자리를 너무 빨리 가져서 그런 건지

워낙 그저 든든한 사람이라 그런 건지

설렘이나 두근거리는 감정..

느껴본 기억이 손에 꼽힐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이런 설레는 마음

저도 모르게 너무 순식간에 밀려들어와 버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남자친구를 노력으로 사랑한 점..

인지하게 돼 버렸어요.

 

한 번도 오빠에게 콩깍지 씌어본 적이 없어요.

너무 좋아서 누구한테 소개시켜 주고 싶은 마음

들어본 적이 없구요..

 

오빠가 절 위해서 일하느라

많이 힘들고 아픈 모습 보면서 측은하긴 하지만

안식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또 풍덩 빠지지 못해서 그런지,

이런저런 사람들 만나면서 속으로 괜찮다

호감 느껴진 사람도 가끔 있었어요.

 

그게 그냥 제 성격일거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게 아니라 오빠에 대한 저의 마음이 작아서

그런 거일 수도 있다고 느꼈습니다.

 

원래 사랑에 빠지면 저런 마음 안 드는 게 정상이죠?

2년 정도 만났어도 여전히 그 남자만 보여야 되는 거 맞죠?

 

며칠 엄청난 고민에 시달리다가

오빠도 제 심경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더라구요.

싸우다가 급작스럽게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제가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것인 지 모르겠습니다.

헤어진 지 며칠 됐는데도 오빠가 매일 연락하면서

하나도 안 밉다고 안부도 묻고 얼굴보고 살자,

고양이 보고 싶으면 놀러 오라..


이런 식으로 하는 걸 보니

저만 마음을 다잡으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저는 아직도,

갑자기 생겨버린 풋내기 같은 감정 때문에

다시 돌아가도 잘할 자신이 없네요..

제가 또 이런다면 그건 오빠에게 더 큰 상처일 것 같아요.

 

그런데 마음이 너무 아파요.

평생 혼자 외로운 사람이었는데

나까지 이런 짓을 저지른 게 너무나 미안하고

마음이 아리고..

 

분명 사랑하는 게 맞는 거 같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오빠가 절 사랑해주는 만큼

제가 오빠에게 헌신해주지 못하니

그 괴리감에 너무 괴롭

그걸 또 느끼는 오빠에게도 못할 짓인 거 같고..

 

충분히 넘칠만한 사랑 받으면서

행복한 가정 꾸려 살 수 있는 사람인데

제가 결혼 적령기인 그를 이런 식으로

방해해서는 안될 것 같기도 하구요.

 

제가 오빠같이 훌륭한 사람을 보듬기엔

그릇이 작고 아직 덜 여문 거 같기도 하구요..

한편으로는 언젠가 엄청나게 후회할 걸 알아요.

절 이만큼 사랑해주는 사람..

다시 만나기 쉽지 않겠죠.

 

이렇게 훌륭한 남자 상처주면

언젠가 꼭 벌받고깨달을 날이 올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해요.

 

아마 제가 좋다는 남자 쫓아다니다가

지금 제가 오빠에게 주었던 상처보다 더 크게 상처입고

오빠를 그리워할 것 같아요.

 

주위에서는 남자 다 거기서 거기라고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이고 배우자감으로 손색없는데

잠깐 흔들려서 놓치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지금 감정에 충실하라.

아직 어리고 또 세상에 좋은 사람 얼마든지 많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진짜 제가 생각해도 참 끝까지 이기적이네요.

그런데 정말로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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