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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교양있는 만남 바람직한 청년

2013.06.26 17:15

언니.. 저는 시름시름 망연애흑역사를 안고 살아가는 스물하고 열한 살 더 먹은 다크서클 짙은 그런 무부녀에요흑역사라면 많고 많은 흑역사가 있다지만 감친연을 읽노라면 "내 흑역사는 명함도 못내밀겠구나.." 라며 지나간 이별들에게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런그냥 그런 여자입니다.

 

잠깐 제 소개를 하자면

두 달 전.

저보다 4살 더 잡수신 남자친구에게

전화로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받고, ;;

매일 쳐울고 술먹고 택시에 실려와

엄마한테 노상 등짝 스매싱당하고

다이어트 할 땐 죽어라 미동치 않던 살이 빠지는데

 

 

 

 

머리카락은 왜 같이 빠지냐. ;;

 

뭐 이렇게 시름시름 앓던 시간 중.

어느날 울다가 정신이 번쩍!! 들면서,

 

지금 나는 울 때가 아니다!!

가열차게 달려 시집갈 때이다!!!”


를 자각하고

(전 시집가는 것이 꿈인 그런 정신나간 여자니까요.)

 

결정사에 가입을 하였지요.

(그렇다고 사연의 주제가 결정사인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쳐울고 앉아 있을 때가 아니였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양껏 달렸어요

결정사 미팅파티가서 여성미 발산하며 막 상품도 받았고.

(물론 커플이 되는 은혜를 누리지는 못했지만요..)

 

망개팅의 흑역사도 열심히 쌓았습니다.

 

결과는....








 

만남 후 피드백을 묻는 커플메니저랑

통화하기가 민망할 지경입니다.

 

결정사 망개팅이란 게 참 그래요..

그냥 2시간 어쩔 수 없이

서로 예의차리며 앉아있는 느낌?

종이쪼가리라도 앞에 한장 놓으면

거래처 젊은 직원과 미팅하는 뭐 그런 느낌?

 

이렇게 망개팅으로 주말을 채워가다 보니,

 

'역시 나는 참 매력없는 여자야..'

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갑작스런 이별을 선고받았을 때

"한 번도 널 사랑한 적 없었다."

던 전 남친의 마지막 말이 귓가를 맴맴.. 


쭈구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법 긴 야근을 마치고

비슷한 시각에 회사를 나서던

여성동무 두 분과 함께 늦은 식사를 했습니다.

피곤함도 있었지만,

술도 한두 잔 주고받았지요.

 

그러고 일어날 무렵,

어느 귀요미가 즈이 테이블로 다가와서는

말을 거는 것이 아니겠슴까?

 

“우리 쪽도 셋인데 괜찮다면 

맥주 한 잔 하시겠슴까??

 



 

전 사실 이 났습니다.

 

재밌잖아요.

그리고 제법 귀요미였거든요.

 

동행한 두 여인 중 후배는 합석하기 싫어하는 눈치.

선배님은 가고 싶어하시는 눈치.

 

그리하여 저는 선배 눈치보는 ,

어쩔 수 없이 간다는 듯한 연기...;;

"엄.. 좀 피곤한데... 엄......."

라며 싫은 척 동석을 했습니다.

 

결국... 저쪽 남자분 세 분과 우리 쪽 세 명은

오순도순 맥주잔을 기울였어요.

 

그분들은 우리 회사 아주 근처에 있는 회사에 있는 분들이었고

그분들이 회식을 마치고 (1+2+3)

남은 사람끼리 한잔 더 할까 하던 차에

술잔을 비우던 우리를 보고 용기를 낸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 분(귀요미 말고)

유독 저에게 "너무 아름다우시다."

"실례인 줄 아는데 한번 더 말해도 되겠냐?

너무 아름다우시다."

요런 헛소리를 막 날리시기 까지.




 

스스로 객관적으로 아름답다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니란 걸 잘 알면서도 상황이 재밌기도 했고,

망개팅 속에 스스로 정말 매력없는 여자라고 생각했던 것도

 녹는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냥 술김에 한 헛소리였을 망정, 

나 아직 나가면 예쁘단 소리 듣는 여자라고!

보고있나?? 전 남친? 훗!!!’

해가며 그날은 늦었지만 기분 좋은 퇴근을 했더랬죠.

 

그리고 그 날 집에 도착할 무렵.

그 깊은 밤.

(저에게 아름답다고 거듭 말씀해준그 한 분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저희가 그 술자리에서 서로 명함을 주고 받았거든요.


이제부터 그분을 엘군이라 부르겠습니다.

문자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잘 들어가셨나요?

너무 예쁘셔서 아직도 설렙니다."

 

저 막 신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기분 좋게,

저도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봐요~”

뭐 이런 답문을 보냈습니다.

 

[스물하고 열한 살의 기분좋은 헌팅]쯤으로 오늘을 기억하자.’

며 기분 좋게 잠이 들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엘군으로부터 문자가 또 왔어요!!

 

"어제는 너무 알콜섞인 대화만 한 거 같습니다.

교양있게 식사하고 싶은데 

시간 좀 내주실 수 있겠슴까?”


재치있고도 정중한 문자였습니다.

 

꼬시기에 레벨이 있다면

당시의 저는 'Easy Basic step 1' 정도의 퀘스트 상태였던 지라

그렇게 신날 수가 없더라고요.

 

들썩들썩!!

으쓱으쓱!!

 

그리하여 엘군과 저는 그의 회사 옆에서

토요일 대낮 12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내리쬐는 해님이 정수리를 따따하게 뎁혀줄 무렵

주말이면 무척 한산한 그의 회사 앞에서 만났지요.

 

"어디로 갈까요?"

라고 묻는 저를,

엘군은 자신의 차로 데리고 갔습니다.

예의넘치게 차 문까지 열어주며

헤이리에 가서 한정식이 어떠허냐?”고 묻더라고요.

 

전 또 막 신났습니다. ㅜㅡㅜ

 

그동안의 망개팅을 보상받은 느낌

뭐랄까.. 무심했던 전 남친에게 받지 못한 배려까지 받은 기분..

ㅜㅜ

 

참 이런 얘기가 치사시렵지만..

서른하나서른다섯.

나이 먹을만큼 먹은 사람들이 얘기하기에

좀 찌질한 얘기일 수 있는데..

전 남친은 먹는데 돈 쓰는 걸 매우 아까워했거든요.

 

데이트 때 어디라도 갈라치면,

"비싸." 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어서,

맛집 써치와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 저는

"오빠랑 먹으면 컵라면에 삼각김밥도 맛있다."는 말을 해가며

(한때는 아주 잠깐 그랬을 때도 있긴 했지만)

버거왕분식집 이런 곳을 전전해야 했거든요.

 

.

.

.

헤이리에 한정식이라뇨.

 

유치하게도 그동안 전 남친에게서 받았던 설움이 녹고,

감동스럽고 그렇게 신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저희는 엘군이 계획해온 곳에서 한정식을 먹고

헤이리의 카페에서 차도 마셨습니다.

 

정말 교양이 넘치는 데이트였어요ㅎㅎㅎ

 

엘군은 자기 얘기도 잘하고

예의있으며 정말 바람직한 청년이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결정사에 가입한 여자라 이러는 건 아니지만;;

(결혼하기에조건까지 너무 좋은 그런 남자였습니다.


제 기준에서요.

 

그렇게 교양있는 데이트를 마치고

그는 절 집까지 데려다 주었고

기분 좋은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엘군은 다정다감하게 연락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이틀에 한두 번 안부를 확인하는 연락이 왔고

엘군과 저는,

헤이리 토요일 데이트 후 돌아온 금요일 퇴근 무렵.

저녁에 반주나 같이 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엘군과 저의 회사는 무척 가까운 그런 곳이니까요.

 

퇴근 후 엘군과 만났어요.

엘군은 소갈비 괜찮냐고 말하며 택시를 잡았고

전 남친과는 먹을 수 없던 메뉴 중 하나인

소갈비!!!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저에게는 또 한 번 감동의 물결이 일렁였습니다


ㅠㅡㅠ

 

헤이리에서도 느꼈지만

엘군은 늘 갈 곳을 정해오는 그런 남자였어요.

 

그래서 그 문제의 날 엘군과 저는

소갈비와 더불어 소맥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그날 왜 그랬는지..

내가 왜 술을 조금만 마시지 않았는지...

후회가 됩니다만,

 

엘군과의 이야기는 즐거웠고 은 맛좋았습니다.

 

게다가..

술 들어 갔겠다.

헛소리도 많이 하고 그러잖아요.

이미 시간은 11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우린 수다와 함께 제법 많은 술병을 비워냈습니다.

 

저는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술의 힘을 약간 빌어 과감하게 제안했습니다.


"2차로 달달한 것이나 먹으러 가죠~"

(여기서 제가 말한 달달한 것이란,

아이스크림혹은 빙수였습니다.)


엘군을 알았다고 답하더니,

어딘가에 전화를 거는 듯..??

 


 

엘군은 자기가 잘 아는 곳이 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절 데리고 - 한강이 내다보이는

그것도 열라 내다보이는 그런 와인바로 갔습니다ㅜㅡㅜ

 

엘군이 생각하는 달달한 2는 와인이었나봐요

 

그래서 제가 달달한 것 먹으러 가자고 말한 순간에

엘군이 아는 와인바에 예약!을 했던 것이었더라고요.


엘군이 해외 바이어를 모시고 왔었다는.


.. 그런 와인바였어요ㅜㅡㅜ

프로포즈를 하거나 이벤트를 하거나

중요한 손님 모시고 오는 그런 와인바요ㅜㅡㅜ

 

그리고 저는 어김없이..

유치하게스리 그 순간도 막 신이 났습니다.

 

엘군이 날 정말 좋아하는 건 아닐까?’



또 (비교하면 바보인 줄은 알지만.. ㅜㅜ)

전 남친 찌질이와는 결코 함께 갈 수 없었던 곳에

 3번 만난 남자가 데리고 오니 저 좀 들떴더랬어요.

 

바에 도착한 엘군과 저는

한강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엘군은 은근히 제 손을 잡았고..


저는...

 

 

 

 

... 가만히 있었어요☞☜


그리고 한마디를 했습니다.

 

 

 

"엄훠... 지금 은근 제 손잡는 거?"

(눈은 이미 반달눈.. ^^)

 

그러자 엘군이 대답했습니다.

"은근이라니 대놓고 잡았는데?"

 


>>!!!!!!

 


한강도 강변북로

-어기 보이는 한강의 작은 섬에서 반짝이는

영롱한 불빛;;;

오늘은 이래도 된다고 저를 응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머 엘군이 키스를 하려고 하지 뭐예요.

 

전 못하게 했고요.

 

머쓱하게 웃던 엘군과 저는 다시 평범한 대화를 했고

그 평범한 대화를 이어가던 중.

엘군이 어렵게 말을 꺼내더라고요.

 

"나 너랑 키스하고 싶어..”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 이미!!! 엘군과 키스를 하고 있었다는...

 

그렇게 3번 만난 남자와

마치 3년을 만난 듯 그런 키스를 했어요.

꽤 오래...

 

시계를 보니 새벽 두시.

헤어지고 싶지 않았고,

그 시간에 갈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서로 택시비가 너무 많이 나오잖아요.

 

?! 

ㅋㅋㅋㅋ

 

그리하여 엘군과 저는 손을 잡고

그 시각에 갈 수 있는 곳에 갔어요.

그 장소그 시각에서 남녀가 할 법한 것을 했고요.

 

그리고 스르륵 잠이 들었습니다.

 

구차하게 제 얘기를 좀 하자면,

갑작스런 이별도 처음이었지만,

갑작스레 만난 남자와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잔 일도 

처음입니다..

 

엘군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도 이런 적은 처음이다라고.

 

급팟팟이 처음이라는 두 남녀..

 

이 특별한 느낌에 

전 자꾸만 막막 신나는 것이 누적되어 호감이 커져갔고,

그 새벽에 와인바까지 예약한 엘군과 밤을 함께 보낸 것이지요.

세번째 만남에서요.

 

그렇게 다음날 아침.

저는 엘군의 품에서 눈을 뜨고 술도 깼어요.

 

아침이 왔을 때 엘군과 어색했던 건 아니예요. 

구차하게 우리 무슨 사이냐고 묻는 나에게

엘군은 별 대답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침대에 앉아 오손도손 얘기도 하고

나오기 직전에도 키스하려고 다가오는 엘군과

다시 입을 맞추고 손을 잡고 그곳을 나왔고

나의 일정이 있는 곳까지 엘군이 데려다 줬죠.

 

그리고 엘군이 집에 도착했을 무렵

띵똥문자가 왔어요.

 

"어제 덕분에 맛난 것도 먹고 즐거웠어요.

피곤할텐데 오늘 잘 보내고 잘 들어가요."

 

정중한 문자였습니다.

 

????


어제 맛난 것을 먹은 게 다가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맛난 것을 먹을 때 분명 말을 놨던 엘군이었는데..

 

그리고는 언니한테 긴 사연을 보낸 이유...

 

 

 

 

그죠.. 그 후 엘군의 다른 연락은 없었어요.

 

그러게 왜 술먹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랑 잤냐!!!!?”

라고 야단 치신다면

 

"제가 술에 취한 미친냔이었습니다.."

라고 답할 수 밖에 없지만..

 

전 술취한 김에 몸이 원하여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엘군이랑 잔 건 아니.

중간에 제가 까이지만 않는다면..

엘군과 진지하고 좋은 만남을 가져보고 싶었거든요.

 

전 결정사에 가입할 만큼

결혼이란 목표가 뚜렷한 여자니까요.

 

전 엘군을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었는데

엘군은 그냥 저랑... 한번 자고 싶었나봐요.

 

아내가 되는 게 제 목표인데

전 남친에게는

"널 만나는 동안 널 사랑한 적 없다."며 차이고,

결정사 만남 후에는

"좋은 분인 것 같으나 제 인연은 아닌 것 같다."

는 피드백 뿐..

 

우연히 만난 맘에 든 남자에게는 하룻밤 상대였네요.

제가.

 

나같은 여자......... 사랑해 줄 남자는 있는 걸까요.

 

부디.. 제 사연이 소개된다면

제 미래 남편은 이 사연을 안 봤으면 좋겠어요ㅜㅜ




 

 : 다음날 도착한 후기를 붙입니다.

 


어제 메일 보냈던 그..

꼬꼬마라고 하기엔 조금 늙어버린 그 여자여요.

 

연락없는 엘군,

연락이 없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인 걸

어제 메일을 보내고야 알게 되어서

이렇게 또 글을 씁니다.

 

엘군은 직장도 번듯하고

참 착실해보이는 그런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전 사실 엘군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 감동의 도가니탕에 대해 친구들에게 얘기를 했었어요.

 

.. 똥차보내고 벤츠 타나봐... 우왕.. ㅠㅡㅠ"

 

그때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그 회사그 부서에 우리과 사람들이 깔렸으니,

원하면 언제든 뒷조사를 해줄 수 있노라.”

 

전 엘군과 특별한 사이도 아니었고,

뒷조사를 할 만큼 문제 있는 사람도 아닌 듯 하여

됐다!” 고 했습니다

 

 

 

 

만 저의 벤츠남이 궁금했던 제 친구는

진짜로 엘군에 대해 알아왔고..

 

 

 

 

그 결과.

진부한 아침드라마처럼 아이가 있는 유부남.

 

 

나이는 저보다 2살많은 서른 셋이랬으나,

실은 그것보다 훨씬 많다고 하고.

회사에선 정말 정말 좋으신 과장님이래요.

 

감친연을 보며 내 평범했던 연애와

평범하게 나를 스쳤던 (나는 가끔 나쁜놈이라고 해도)

평범한 남자들에 감사하던 저인데ㅜㅜ

 

어제는 무언가 답답한 마음에

언니한테 사연을 보낸 거였는데..

이런 아침드라마 같은 이야기였을 줄이야...

ㅜㅜ

 

감당하기가 힘들어요.

저는 그냥 얌전히 시집을 가고 싶을 뿐인데요..

 

요즘 한창 걷기 시작했다는 아가를 위해서;;

부디엘군의 와이프님이

엘군의 카드명세서 좀 디벼봤으면 좋겠네요.....

 

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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