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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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 강남역 6번 출구

2013.06.27 16:56

홀언니 안녕하세요감친연을 너무 좋아하는 과년한 처자입니다그 동안은 부크부크하여 차마 사연을 보낼 수 없었는데 오늘은 증말 일하기가 느므느므 싫은 날이라 지나간 소개팅 얘기를 풀어보려 합니다저의 소개팅남께서 이 사연을 보신다면 본인의 이야기인 것을 눈치채실 지도 궁금하네요. (헤헤.) 더불어 연애는 잘 하고 계신지잘 살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ㅋㅋ



그럼 저와 함께 추억 속으로 고고.!!

 

당시 학부 졸업반이던 저.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장마철의 어느 날이었어요.

저는 소개팅의 메카 강남역  6번출구에서

주말 저녁 6에 그분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비가 오니 차가 맥힐까봐 일찌감치 집을 나섰는데

도착하고 보니 5 30분도 안된 시각.

 

비도 오고 밖에 돌아다니기 쫌 그래서,

지하상가나 구경하다가 시간 맞춰 올라가야겠다~’

하고선,

옷가게 삔가게를 멍한 표정으로 혼자 기웃기웃

자질구레한 것들을 구입하기도 하며 시간을 때웠습니다.

 

그러는 동안 6시가 되어 6번출구 바깥으로 올라갔어요.

 

만나기 전에 서로 간단히 사진을 주고 받긴 했는데

그분은 콜로세움 같은 큰유적지 밑에서

야구모자와 왕왕 큰 보잉 선글라스까지 쓰고

콩알 반쪽만하게 서 계셨던 관계로

비 오는 토요일 저녁6시 강남역 舊 6번출구에서  

제가 그분을 찾는 건 불가능하였습니다.

 

전 도착했음을 알리기 위해

저장해뒀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어요.

 

두루루루루두루루루루두루루루루- (신호가는 소리)

 

그때.

 

 

 







"웡!!!!!!"

 

 

누군가 엄청 큰 소리

제 귀에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동시에 저의 어깨를 ! 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전 너무 놀라서 "엄마야아아아아!!!!!!!!!!!"

소리를 지르고 핸드폰을 떨궜...

 

놀란 정신을 수습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생전 처음 보는 한 남자

굉장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제 앞에 서있었어요.

 

구정물이 흥건한 길바닥

이제 할부금 한 달 낸 핸드폰도 떨군데다,

저는 원래 이런 장난 별로 안 좋아하는 저..

 



...

미간에 왕 주름 쎄게 !!! - 하게 쳐다보니,

그 남자 분이 머쓱하게 절 쳐다보면서

사진하고 똑같아서 절 바로 알아봤다면서

반갑다고 인사를 해왔습니다. ㅜㅜ

(전 순진하게 정직한 셀카를 보냈거든요ㅋㅋ

그래서 그분의 사진 받고 좀 당황함ㅋㅋ).

 

그렇습니다.

그분은 소개팅남이었어요. ;;

 

어쩐지..

사진이 너무 콩알만하다 했더니만..

외모는 음..... ㅋㅋㅋㅋㅋ

근데 외모가 (제일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외모에 가슴 떨릴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진솔하게 얘기를 제대로 해보는 것이 낫겠다!!!

하여 간단히 맥주를 마시기로 하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앉자마자 뻘쭘하게 주문을 하고

서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말이 없어진 그 순간.

 

 

그분이 저한테 건넨 첫 마디.

 

 

“헤헤... 일찍 도착하셨으면

그냥 일찍 전화 주셨어도 됐는데.. 헤헤..

그럼 쫌 더 빨리 만날 수 있었겠어요헤헤

 

!!!????

내가 일찍 와 있던 걸 어케 알았지?’

 

깜놀한 제가 어떻게 아셨어요?”라 되물으니,

자기도 일찍 도착해서 지하에 한참 앉아있었다...

ㅋㅋㅋㅋ

 

앉아있는데 사진에서 본 저 같은 사람이

기웃대는 데 우연히 마주쳐서,


맞나?’ ‘아닌가?’ 하고 절 좀 따라다니시다가 

(아 창피해 ㅠㅠ)


맞다는 확신이 들었는데

(그럼 아는 척은 하든가!!!)


본격적으로 쇼핑 하시는데 행여 방해가 될까 해서

(봉다리를 들고 소개팅 나갈 수는 없어서 자제하는 중이었는데..;;)


원래 앉아있던 데로 돌아가 다시 앉아 계시다가

시간 맞춰 올라왔다고 하시더라구요.

 

아 놔.. ㅋㅋㅋㅋㅋ

 

대체 이런 고해성사는 왜 하시는 걸까?

좀 창피하고 당황스러웠지만

걍 배려심이 대박이신 분이구나..’ 하고선 넘겼어요.

 

곧 맥주가 한 잔씩 나오고

그 분은 패기 좋게 첫 잔을 딱 들더니,

벌컥- 벌컥- 벌컥- 단 세 모금 만에 들이켰습니다.

 

제가 놀라서

“하하.. 술 잘 드시나봐요..”

했더니,


아 네... 제가 소주는 참 잘 마시는데

맥주는 오랜만에 마셔보네요.”

라고 대답하더군요.

 

맥주가 소주보다 훨 약한 술이니까

술을 원래 잘 드시는 분인갑다 해서

추가로 주문한 두 번째 잔도 벌컥x3해서 드시는 걸

전 굳이 말리지 않고 있었죠

 

근데 맥주 2잔을 드신 분 얼굴이

어느 순간 갑자기 버얼... 져서는 딸꾹질도 딸꾹딸꾹.

 

;;

 

그때가 자리잡고 앉은 지 30분도 안되었을 거예요ㅋㅋ

 

취하신 건 아니죠괜찮으시죠?”

물어보니,


난 괜찮으니 걱정을 마시라!!!”

또 막 패기넘치게 큰 소리로 대답하길래,

저는 아 그냥 잘 빨개지시는 체질인갑다..’

하고 있었습니다ㅋㅋ

 

레드페이스로 변한 그분은

곧 저에게 질문 폭탄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뿅뿅씨는 친구가 많으세요?”

 

..? 음.. 그냥 뭐.. 그냥저냥 있어요.”

 

많으실 것 같아요헤헤.”

(이분 할 말 다하고 쑥스러워하는 캐릭터였어요ㅋㅋㅋ)

 

뭐 적지도 많지도 않아요그냥 보통 정도?”

 

보통!!!!? 보통이면 몇 명이요?”

 

친구를 누가 몇 명인지 세고 다니나.. ㅋㅋㅋㅋㅋ

글쎄요.? .. 친구.. 많으세요

 

저요?”

(하더니 손꾸락을 피기 시작합니닼ㅋㅋㅋㅋㅋㅋㅋ)

한 명두 명세에네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으로 읊고 손으로 세어가며

본인 친구를 제 앞에서 손꼽아 세기 시작했어욬ㅋㅋㅋㅋㅋ

 

그러더니 8명 때쯤?

막 손꾸락을 꾸깃꾸깃 다 접더니,

 

에잇!!! 전 사실 친구가 많이 없어여!!!!

공부만 하고 살아서.. 우엥... 헤헤헤헤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좀 딱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ㅋㅋㅋㅋㅋ

 

내가 뭐라 대답해드려야 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 중에

(위로도 웃기고 웃기도 그렇고 ㅋㅋㅋㅋ)

그 분은 3번째 맥주를 시켜놓고 또 벌컥벌컥ing

 

봤으면 말렸을 텐데 이미 늦었기에

에라 모르겠다~

저도 한 잔 추가여!!!!” 하고 같이 꼴딱꼴딱 마셨습니다.

(저의 주량은 당시 맥주로 3000cc정도)

 

이제 완연하게 눈이 풀린 그분은

또 수줍수줍한 표정을 지으며 (표정만)

하지만 매우 커다란 목소리로,


“저 사실!! 솔직히 말하면!!!!

여자분이랑 요렇게 단둘이 술 마시는 것도 

완전 오랜만!!!

아니아니 거의 처음!!! 인 것 같아요!!!!!!”

 


 

라며 또 쓸데없는 고해성사..

ㅋㅋㅋㅋ 후우...ㅋㅋㅋㅋㅋㅋㅋㅋ

 

아는 언니의 아는 오빠

같은 학교에서 박사 과정 중이라던 이분

이름도 막 어려운 그런 공부를 하는 분이였어요

 

“제가 남중 남고 그리고 대학도 공대라

지금 십몇 년째 거의 남자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여자분이랑 말을 하기가 

너무 어려워가지고 맥주를 일부러 막 마셨어요

헤헤!!!!!!”

 

ㅋㅋㅋㅋㅋㅋㅋ 아 놔 이런 솔직함.. ㅋㅋㅋㅋㅋ

 

사실 저는 이때쯤

속으로 마음의 결정은 이미 내렸어요.

 

아 이분은 나의 인연은 아니구나..

 

좋은 분인 것은 알았지만,

남자로 매력이 느껴지지는 않더라구요.

 

그러나..

굉장히 순진하고 착하신 분 같고,

주선자 언니를 봐서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들어가야 되겠구나 싶더라구요.

 

이때부터 저는 소개팅 기본세팅 필수요소인

내숭과 반달웃음은 잠시 내려놓고

제 얘기도 막 솔직하게 하면서 같이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말씀마다 고해성사 모드셔서

어느새 저도 같이 물들어 버렸어요ㅋㅋㅋㅋ

 

그 분 공부하는 얘기 

(뭔 말인진 모르겠는데 재미는 있었어요ㅋㅋ)

오타쿠(나쁜 뜻 아님)가 실존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이런 느낌 ㅋㅋㅋ

 

살아온 얘기(주로 공부 안해서 엄마한테 맞은 얘기)를 비롯하야,

 

왜 나에겐 여자친구가 없는 것인가,

왜 나에겐 심지어 그냥 친구도 별로 없는 것일까!!!!?”

 

등등의 한탄 같은 것을 한참 듣고 ㅋㅋㅋㅋㅋ

 

저도 그땐 대학생이라,

어학연수를 꼭 가야 할까요?”

친구들처럼 유학 가고 싶은데 돈이 없떠요ㅋㅋ

가방끈 긴 선배님!?

(같은 학교는 아니었으나 그렇게 부르기 시작함ㅋㅋ)

학점 관리는 어케 하는 겅가요?”

등등의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레 2차로 넘어갔답니다.

 

[잘 될 가능성 1프로도 음슴.]

이란 결론이 첨부터 나온 분이었으니

평소의 저라면 그냥 집에 갔었어야 하는데,

 

뭔가 그분은.. 재미도 있고ㅋ 짠하기도 하고ㅋ 

그냥 교회에 한 명씩 있는 착한 오빠 같기도 하고ㅋ

그래서 저도 모르게 따라다니고 있었어요.

이땐 저도 천지분간 못하던 꼬꼬마였으니까요ㅋㅋ  

 

그리하여 2차로 간 곳은 오뎅바.

 

전 술이 하나도 안 취했고

그분은 취했지만 절대 안 취했노라 우기는 상태.

 

소주를 잘 먹는다며 소주 파는 데를 찾길래 

그리로 옮긴 거죠.

오뎅바는 대부분 비좁고 

자리도 막 따닥따닥 붙어있잖아요??


저희 테이블도 한 3뼘정도 되는 작은 테이블이었는데

이분이 자리에 앉고 얼마 안 있어서는

갑자기 바로 제 코앞까지

등을 쭈욱 펴며 얼굴을 디밀더니,

턱을 괴고 슈렉 고양이 표정을 짓는 게 아니겠습니까? 



 

?!!!!!! (육성으로 소리나옴왜 그러세요?

.. .. 저기??

제대로 앉아보세요 진짜 부담스러워요.” --a

 

저는 저지시키고자 하는 급한 마음에 정색을 했고,

그분은 쑥스럽게 웃더니 주춤주춤 뒤로 가서

다시 자리를 고쳐 앉더라고요.

 

아.... 이때 제가 집에 왔었어야 하는 건데...

ㅋㅋㅋㅋㅋㅋㅋ

 

 

곧이어 그분은 소주를

막막 캭 캭캭!? 이상한 소리를 내며 들이키더니

요염한 눈빛으로 저를 훑어보기 시작했어요..

 

‘아 젠장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ㅠㅠㅠㅠㅠㅠㅠ

모지모지갑자기 이거 모지?‘

 

그리고 주섬주섬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테이블 밑으로!!!

얼굴을 쓰윽!! 집어넣는 그분!

 



 

저는 레알 개깜놀하여

“아 왜???!!!! @.@?

저기요??? 저기요?????? 저기용????”

 

그랬더니 그분이 다시 쏙- 얼굴을 빼고서는

(지금 돌아보니 까꿍 놀이 마니아인듯ㅋㅋ)

 

“우왕.. 뿅뿅씨이~~~~

다리 진짜 기시네요.. 우왕~~~!!!!!!!!!!!!!”

(해맑 해맑)

 

참고로 제 다리가 진짜 긴 건 절대 아니고

그때 그 시절엔 다리가 길어 보이는 부츠컷 청바지,

거기에 높은 굽을 신고

굽까지 청바짓단을 내리고 다니던 게 유행이었거든요. ;;

다리가 안 길어 보였으면 이상한 거죠. ㅋㅋ

 

근데 막 그걸 계속

우오~~~~~ 우와~~~~~~ 이야~~~~”

소리를 내며 놀라는 거예요ㅋㅋㅋㅋ

 

따닥따닥 테이블붙은 오뎅바에서ㅜㅜ

 

제가 진짜 다리가 길어서

그게 제 챠밍 포인트라 생각했으면

그 칭찬을 즐기기라도 했겠지만,

그 남자만 빼고 거기 사람들 다 나 굽인 거 아는데;;

민망해 죽겠더라구요.

 

땅꼬마인 저는 첨에는

만화 같은 이사람 행동이 웃겨서 막 웃다가

계속 하니까 점점 짜증이 솟았고,

급기야,

저 갈래요그만하세요

아 그만하세요!!! 진짜 갈 거예요!!”

하면서 일어나서 가방을 챙기니

그제서야 .

 

 

하도 오래 전 일이라 모든 대화가 다 기억은 안 나지만ㅋㅋㅋ

잠깐 앉아있던 오뎅바에서의 대화는 거의

저에 대한 면전 찬양

(술이 제대로 취한 거죠.. ..ㅋㅋ..)

 민망+고맙긴 한데+짜잉남 으로 흘러갔습니다.

 

여하튼 제가 예상했던 분위기랑 

다르게 진행되는 2차가 불편해졌어요.

그리하여 저는

이제 일어나죠?” 하고 일어났는데.

 

 

그분이 제 가방을 딱 붙잡고서는

급 진지하고 멀쩡해진 얼굴로

 

 

 

 

 

 

“저..

늦긴 했지만 영화 한 편만 딱 보고 가면 안될까요?

제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내가 오늘 제대로 걸렸구나.

이 싸람이 미쳤나!!

이 밤에 갑자기 무슨 영화는 영화??

 

근데요...

지금은 거절도 딱 단칼에 할 수 있는 과년한 여인이지만,

저 땐 저도 어리숙해서

.. 어차피.. 주말이라 영화표 한 개도 없을 거예요!!”

라고 대답해 버렸지 뭡니까.. ㅠㅠㅠㅠㅠ

 

그랬더니 역시나 이분이 고걸 딱 물고는

“영화표요그럼!! 

가서 영화표가 있으면 영화를 보는 거고!

없으면 제가 깔끔히 포기할게요!!!”

라고 전격 거래를 제안.


 



후우..

시간은 자정이 다 되어가는데,

제발 영화표야 없어라!! 없어라!!’

주문을 외우면서 또 극장매표소까지 터덜터덜 따라갔습니다.

저도 띨띨했어요인정함미다ㅋㅋㅋㅋ

 

그런데...

 

 

 

 

 

다행히 영화표는 없었는데,

이분 표정이 진짜로 울먹울먹 울 듯했어요.

 

저 그 표정을 보니 마음 약해져서,

왜 그러세요?

영화는 언제든 볼 수 있는 거잖아요!!!”

파이팅을 해주었는데,

 

이분 왈.

 

 

 

“저 담에 안 만나주실 거자나여.. ㅜㅜ

저요.. 영화도 여자랑 오늘 첨 볼 수 있었는데..

하며 진심으로 오열.;;




 

아 놔. 강남대로에서 창피하게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가요.

 

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웃긴데 그땐 좀 심각했어요.

 

이 사람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고 근처 프렌차이즈 까페에서

술 좀 깨고 가시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드렸어요,

 

그 분은 귀여우시게 (좀 징그럽기도. ㅋㅋ)

아메리카노를 쪽- 쪽- 두 모금정도 드시다가

갑자기 또,

“아!!!!!!!!!!!!!!”

하고 뭔가 중요한 게 생각이 난 듯이 놀라더니

“뿅뿅씨 잠깐만요!!!  5분만요???”

갑자기 커피숍을 박차고 뛰쳐나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땐 저도 이미 지쳐버려서

아 굉장히 피곤한 소개팅이다.... 으하..

내가 소개팅을 또 하나봐라..아 대박..

생각뿐이었고,

 

혹시 화장실가는 게 창피해서 저렇게 간 건가???’

라고 생각하며 기다렸어요.

가방이랑 핸드폰이랑 다 두고 갔거든요.

 

근데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이 싸람이 안 오는 거예요!!!

ㅠㅠㅠ

 

 

나 진짜 지쳤는데!!!

나 진짜 이제 집에 가고 싶은데!!!!!!


저도 더 이상 마냥 기다릴 순 없고,

이 인간이(죄송 ㅋㅋ술 먹고

어디서 길을 잃었나 보구나.

가방이랑 핸드폰을 경찰서에 맡겨야겠다.

하고선집어들고 있던 그때!!!!

 

 

 

 

마침 쩌~~기서 거대한 보따리 두개

낑낑 들고 들어오는 그 분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어디서 파인애플에 코코넛까지 꽂혀있는

왕따시만한 과일바구니를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구해온 거에요.;;

 

아놔.. ㅋㅋㅋㅋ

 

(강남역에 어디서 그 시간에 과일바구니를 파는 지는

아직도 미스테리합니다.)

 

어쨌든.. 

그분은 굉장히 후련한 미소를 지으며

저한테 과일바구니를 두 개나 안겨주었고,

전 그 무거운 것을 떠안고 택시를 잡는데,

절 데려다 주어야 한다며 같이 뒤에 타야겠다

낑낑 밀고들어오다가 제가 폭발하여,

“아!!! 바구니땜에 자리 없다고요!!!!!!”

하고 문을 닫아버렸어요.

그 분은 취한 상태라 말로는 잘 안 통하더라구요..;;

 

집에 가는 길에 동생보고

야 내가 짐이 생겨서 좀 나와야겠다.”고 전화했고,

이게 뭐냐고 묻는 동생과 함께

사이좋게 과일바구니 하나씩 들고 집에 들어갔던

정말 이상했던 소개팅이었습니다ㅋㅋㅋ

 

 

 

 

 

 

이 아니고 

창피했는지 바로는 연락이 안 왔고,

 3 뒤에 약 8cm이상(=엄청 길게)의 멀티메세지로

 

굉장히 죄송하고 정말 고마웠다

다시 만나고 싶지만..

너무 큰 실수를 했기 때문에

그건 저만의 욕심이겠죠눈물눈물

 

ㅋㅋㅋ 뭐 그런 내용이 도착했어요.

저는

“저도 감사했고 재밌었지만 인연이 아닌 것 같심다.”

라는 답장으로 상투적인 거절을 표시했습니다.

 

 

 

 

 

인 줄 알았지만..ㅋㅋㅋㅋㅋㅋ

 

3개월 뒤.

계절학기에서 만나 사귀게 된 남자친구와 버스를 탔는데

어디서 낯이 익은 한 남자가 닌텐도 게임기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슝슝슉- 슝슝슉-

막 들썩들썩 왼쪽오른쪽 온몸을 틀어가면서 심취해 있는데.


 

엄훠!!!

그분!!!!!

 

저는 심히 놀라서,

나 화장실 가야겠다.” 속삭이고,

남자친구 손을 잡고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앞 문으로 후다닥 내렸다는 웃픈 얘기가

이 이야기의 진짜 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후우.. ㅋㅋㅋ 기네요ㅋㅋㅋ

 

 

아 글로 쓰는 게 재미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실제로 얘기하면 아직도 제 친구들은 웃기다고 좋아하는데… ㅋㅋ

 

 

암튼 그분!!

잘 지내시는지,

열정 가득하시던 공부는 계속 하고 계신 건지,

연애는 잘 하시는지!!

혹시 장가는 가셨는지!!!!

아주 쬐금 ㅋ 궁금합니다ㅋㅋㅋ

 

뒤늦은 인사지만 과일은 가족들이랑 아주 잘 먹었어요!!

땡큐땡큐!!!!

 

ㅋㅋㅋㅋㅋ

 

헤헷.. 진짜 끗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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