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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New York New York

2013.07.8 19:00

 

안녕하세요홀리겠슈님 ^^ 저는 새로운 연애에 발을 딛고 있는 상황에서 저의 망한 과거를 고해한달까 그런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더불어 작은 목적이 있다면.. 외국인과 사귀는 한국 여성에 대한 편견적 시선이 생각보다 극복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외국남자 사귄 여자와는 네버에버에버 ‘사귐/결혼 안된다’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제 나라에선 취급도 못 받는 못난이 외국인에게 돈 바쳐몸 바쳐 그런 슬럿이 따로 없다고 수군대기도 하구요.. 저에게는 외국인과의 연애도 그냥 남자여자사랑.. 다 똑같은 것인데.. ㅜㅜ 더불어 사랑만을 좇아 미지의 세계로 떠날 수는 없었던 저의 지난 날에 대한 이야기그 사람에 대한 미안함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사실 이 연애 얘기는 저도 잘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도 많이 남아요.. 어렵게 솔직한 제보를 드리는 것이랍니다.

 

때는 제가 31세였던 수 년 전.

8년간의 직장생활로 진이 다 빠져 버렸을 때였어요.

제 삶에서는 만족과 도전이 무척 중요한데,

그런 것들이 모두

- 해져 버린 제 외모와 함께

어딘가로 사라진 때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뉴욕행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다니던 회사의 본사가 그 곳에 있어 

몇번 오간 적이 있기도 했구요.

 

내 삶의 도전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뉴욕은 멋진 도시였습니다.

 

잘 꾸며진 가게들멋진 거리 이런 것들이 아니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에

저에게 뉴욕은 정말 멋진 곳이었어요.

 

 

 

저도 그곳을 삶의 터전 삼아 살았다면

느낌이 달랐을 거라는 거,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거..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즐거움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적 바탕은

그곳의 사람들을 확실히 훨씬 밝고 강하고

소쿨하게 만들어 주긴 합디다.

 

뉴욕에 도착한 둘째 날 시티투어 중에,

어쩌다 들어가게 된 타바코 스토어에서 그를 만났어요.

다양한 시가와 담배를 파는 그 스토어는

오크우드 향이 가득한 멋진 곳이었습니다.

시가를 사러 온 그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그분은 저와 제 친구를 자기 레스토랑으로 초대했어요.

 

아는 레스토랑도 없었던 데다 

제가 묵던 곳과도 가까워

그의 레스토랑에 가끔 가게 되었지요.

 

그는 저보다 열 살 많고,

프렌치와 이탈리안의 피가 반반 섞인..

모랄까...? 탄탄하고 건강한 중년의 느낌이었어요.

 

평생을 살던 파리를 떠나

뉴욕에서 완전히 새롭게 인생을 시작한 지는

5년쯤 되었다고 한 그는 이혼남이었습니다.

 

에너지가 넘치고 언제나 밝고

농담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한국으로 치면 괄괄하고 시끌시끌한 식당 주인장의 느낌.

 

특별한 관심을 담은 초대에 응했다기보다는,

근처에 아는 식당이 없던 중 들리게 된 식당이었고,

갈 때마다 알아봐 주는 그 사람

크게 부담 없는 농담을 주고 받는

여느 식당주인과 손님과 다름없었습니다.

친한 척 가끔 공짜 디쉬도 가져다 주고 좋았죠.

 

그러던 어느 날.

후배 커플과 그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분이 막 농담을 하는 거.

 

"아름다운 레이디에게는 선물을 해야 되는데,

테이블 위 이 나무 장식을 선물하고 싶다."

 

저도 농으로 받아 쳤어요.

 

아름다운 레이디에게는 꽃을 선물해야죠!

고작!!! 이딴 거ㅋㅋㅋㅋ

 

 

그러자 그분.

가게를 뛰어 나가는 겁니다.

 

추운 겨울이었고 밖엔 눈보라가 일고 있었어요.

 

????

 

잠시 후.

큰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나타난 그가

저에게 꽃다발을 내밀었습니다.

 

????

 

다들 놀라고 저도 놀랐지만,

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녀자잖아요. (ㅎㅎㅎ).

 

소쿨하게,

"잘 받을게요고마워요.”

하고 함께 간 후배 커플과의 대화로 돌아갔습니다.

 

꽃다발을 받은 저.

실은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고,

그 동안 그 식당 주인장은 볼일 급한 강아지마냥

우리 테이블 근처를 서성이며테이블 정리를 하는 척

안절부절 못 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전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났고,

그가 떡!!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다짜고짜 제게 키스

 

 

..

솔직히 숨이 멎을 것 같은 키스였습니다.

 

"난 널 만나야 된다나랑 데이트하자."

 

제 영혼은 이미 

그 다짜고짜 기습키스 한 방

홀라당 넘어갔지만,

저는 이성적인 그리고 현실적인 대한민국 녀성이에요.

(관계 없나요ㅎㅎ)

 

며칠을 더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준 꽃다발이 시들어갈 무렵

그의 레스토랑으로 갔어요.

 

실은 레스토랑 앞에서

몇 번이나 발걸음을 돌렸었는지 몰라요.

어색하고 두렵고 어이없고의 마음으로요.

 

그리고 어렵게 우리는 첫 데이트를 했습니다.

 

한국남자랑 별 다르지 않았어요.

뻘쭘하기도 했고,

자기 얘기내 얘기 하다 가끔 농담도 하고요.

산전수전 다 겪은 중년남인데도

엄청 긴장하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몇 번의 데이트 후.

그가 차로 저를 집까지 바래다 주던 어느날. 

 

굿바이 키스.

 

그러면서 제게 묻더군요.

“나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저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오케이” 라고 답했습니다.

 

“알 유 슈어?”

 

슈얼!”

 

그리고 그날 밤은 진정 대단했습니다.

 

전 사실 경험이 그리 많은 여성이 아니었는데,

음.. 뭐랄까..

그림을 전혀 몰라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림 앞에 서면

아 이거 마스터피스구나!”

알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었달까요....

 

솔직하게 말씀 드리자면,

머 그분도 다 늙었는데 외형이 얼마나 대단했겠습니까만.

소중하고 아끼는 여자와 잠자리를 하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고,

그것은 진정 황홀했어요.

 

그 후에 우리는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습니다.

레스토랑.. 갤러리.. 공원.. 

그의 친구들이 여는 파티여기저기 쏘다니며 잘도 놀러 댕겼어요.

 

그런데요..

그는 자기의 세계를 저를 향해 활짝 열어 보여주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뉴욕에서마저 외국인 남자친구가 자랑스럽지 않았고,

한인타운에서는 저를 째리는 한쿡 아줌마 의식하며

손 놓기,

친구 누구에게도 남친존재 안 밝히기,

등등을 시전하며 그를

그림자 남자친구로 강등시켜 놓았습니다.

 

그도 알더라구요.

한국사람들이 외국인과 교제하는

한인여성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요.

 

제가 뭐라 하기 전에 그가 먼저 이해한다고 말해주었고,

한인타운에서는 멀찍이 떨어져 걸어주기,

제 친구들과 그의 레스토랑 가면 모르는 척 해 주기를 

솔선수범 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친구가 여는 파티에 갔다가

그의 친구가 이런 농담을 했어요.

 

“내 친구가 베트남 여자를 사귀었어.

그리고 결혼하겠다고 베트남을 갔지.

그런데 돌아올 땐 다른 베트남 여자랑 돌아오지 뭐야.”

 

(일동) “하하하하하 까르르르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웃고 즐거운 그 분위기.

왠지 저는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또 다른 그의 친구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지나너 프랑스어 빨리 배우지 그래?”

저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구요.

 

피에르가 먼저 한국어 배우고 있어.

나도 프랑스어는 생각 중이야.”

 

하지만 저는 속은 발끈 했던 겁니다.

?? 왜 나한테만 불어를 배우래???’

 

그런데 아-무도 아--무도 이상한 느낌 전혀 없이

너무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거.

 

지금 생각하면 제 자격지심도 크지만,

이 일을 계기로 빈정이 확 상한 저

그에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그리고 연락두절을 감행하였죠.

 

며칠 후.

그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여자아이를

제가 무척 아끼고 예뻐했는데,

그 아이가 제게 전화를 해왔어요.

 

지나,

난 당신이 피에르를 만나줬음 좋겠어요.

피에르 너무 불쌍해요.”

 

이거 쥔장이 알바에게 시킨 냄새가..

 

이어 피에르와 통화를 하게 된 저는

딱 한 번만 만나서 얘기를 하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러고 그렇게 만나게 된 그는..

며칠 새 너무 초췌해진 안타까운 모습이었어요.

 

편견에 주눅들고

자격지심에 발끈하여 폭풍분노를 토하는 저에게

그는 단지 제 손을 꼭 잡으며

널 보니 너무 좋아.

앞으로는 화나는 일이 있으면 그냥 떠나지 말고

나에게 말해주지 않겠어..?”

 

어쩝니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고,

알콩달콩 사귀다가

6개월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얘기는 제가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는 거였어요.

저는 돈도 다 떨어졌고,

이제는 한국에서 다시 제 인생을 만들고

도전을 해나갈 에너지도 대강 충전이 되었습니다.

 

다시 도전을 감행해 볼 때가 온 겁니다.

 

귀국을 계획하는 저에게 그가 말했습니다.

왜 뉴욕에서 도전해 보려고 하지 않아?

나도 5년 전 영어도 모른 채 뉴욕에 왔어.”

 

저도 말했습니다.

한국엔 내 가족내 친구와 내 커리어가 있어.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죠?”

 

그가 이야기했어요.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면 어때내가 지원하겠어.”

 

그래요

그는 부유합니다.

제 대학원 학비도 그에겐 지원 못할 수준은 아니었겠죠.

 

하지만 저는 그걸 받을 수가 없습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애정에 기대어

남친 돈 받아가며 공부할 자신이 저에겐 없어요.

 

 

...

 

저에게도 그는 너무 귀했습니다.

너무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아요..

우리 가족 누구도.. 그를 반기지 않을 것이란 걸..

 

저도 그의 애정에 모든 걸 걸고

그밖에 없는 뉴욕에서

모든 것을 새로 일으키기에는 겁이 났구요.

 

결국 그와 헤어질 수는 없고 돈도 없던 저

하루 이틀.. 한국행을 미루며 그에게서 원조를 받았어요.

5천 불.. 이어 2천 불.. 그리고 또 2천 불..

 

더는 그 곳에서의 삶을 기약없이 연장 할 수 없었던 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고민했고,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1년간,

매일 아침 그의 알러뷰 베베를 들으며 눈을 뜨고(거긴 저녁),

제가 잠자리에 들기 전 그의 일상을 전화로 들으며(거긴 아침)

우리의 사랑이 변함없음을 확인했어요.

 

저를 너무 보고 싶어하는 그를 위해

그가 너무나 보고 싶은 나를 위해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어렵게 휴가를 내고

저에게는 뉴욕을 여행할 만한 돈이 없어

그에게서 비행기 티켓(돈을받아 공항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공항에서 저는 다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모르겠어요.

갈 수가 없었어요.

 

그는 무척 낙심했지만,

다시 한 번 저에게 비행기 티켓(돈을보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는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어요..

 

맞아요저 나쁜 여자이지요.

동서양을 떠나 이건 너무 한 거.

 

실은 복잡할 것도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를 사랑하지만,

가족을 포함한 이 곳의 모든 걸 버리고 떠날 수가 없었어요.

이런 사람 또 없다는 것도 알다마다요..

나에겐 훌륭한 사람좋은 사람..

 

하지만 저는 저를 더 많이 사랑하는 거겠죠.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에게 아직도 많이 미안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과장이 되고차장이 되고.. 

제 커리어를 일궈갔습니다.

짬짬이 연애도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살다가도

문득 그가 너무 보고 싶었고,

어느 날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전화번호는 바뀌어 있었어요.

그의 레스토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모르는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어요.

 

그죠.. 수 년이 흘렀으니까요..

 

하지만 피에르를 찾는 저에게 그 낯선 목소리는,

“웨잇당신이 혹시 지나?

잠깐만요끊지 말고 기다려요!”

라고 다급히 얘기하더니 피에르를 부르러 간 듯 했고,

저는 놀라 전화를 끊어 버렸어요.

 

이것이 그와의 마지막 에피소드입니다.

 

 

뉴욕의 나는 생화인으로서의 나 같지가 않아

붕 뜬 듯내딛지 못할 만큼 무서웠고,

알량한 나의 커리어는 사랑 하나를 믿고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가 한국에 왔다면 그건 그것대로 너무나 무거웠겠지요.

 

아직도 문득 떠오르는 그 사람은

누구보다 날 사랑해준고맙고 미안한 사람이고

나의 최고의 사랑이었습니다.

아름다웠던 연애를 경험하게 해준 사람..

외국인 피에르가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피에르가 외국인이었던 것 일 뿐.. 

 

 

아! 그리고누가 프랑스어 아시면 좀 알려 주세요.

 

“피에르미안해요

나도 그땐 어렸었나봐요. 

당신은 정말 멋진 남자였어요!”

 

 

 

 

아직도 한국남자에게는 

내 인생 최고의 사랑이 외국인이란 말은 커녕,

외국인을 사귀어 봤다는 고백도 차마 못하는 찌질녀..

이만 사연을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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