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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끝끝내 안녕을 말하지 않았기에

2013.07.19 18:01


안녕하세요이런 공간을 만들어주신 언니를 은인으로 여기는 서른 몇의 여자입니다제 마음을 쏟아낼 방법이 이 곳 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아요저는 다음주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이기도 합니다. 며칠 후면 웨딩드레스를 입고 식장에 들어갈 신부가 간절히 도움을 요청하는 건 아무래도 긴급이라면 긴급이지요글을 보낼 수 있다는 자체로 이미 너무나 감사합니다.

 

평생 함께 할 사람과 새로운 시작을 앞둔 저에게는

털어낸다는 표현은 옳은 것 같지 않고,

고이 담아 상자에 넣어 꼭 봉인해두고 가야 하는..

아직도 건드리면 아픈 사연이 하나 있어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가르침을 주셔도 좋고,

극복해 낼 용기를 주셔도 좋습니다.

남자의 입장에서 추측을 해주셔도 좋고..


어떤 댓글이든 저는,

이 감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식장에 들어가야 하기에

오랜 시간 끌어안고 있던 곪은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호야는..

저에겐 남편이나 마찬가지의 존재입니다.

그와 결혼을 한 적은 없었지만요..

 

이제껏 살면서 그와 결혼을 하고

그를 닮은 아이를 낳고

그와 함께 나이가 드는 것을 


당연한 나의 미래로 여겼고,

단 한 순간도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의심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호야와 저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만났고,

온 학교가 떠들썩하도록,

호야는 저를 챙기고 좋아해 주었습니다.

전교에 소문이 자자한 초딩 꼬꼬마 커플이었죠.

 


세심하고 애교스러웠던 호야와는 달리

소심하고 무뚝뚝해 표현력이 부족했던 저

그 시절부터 이미 꼬마 호야를 좌절케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거예요.

 

허나다정했고,

마음이 바다같이 넓던 꼬마 호야의 저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고 그는 그 시절,

그가 줄 수 있는 모든 마음을 제게 주었습니다.

 

음악시간 리코더를 깜빡 잊고 가면

그는 자기 것을 제게 주고 대신 손바닥을 맞아 주었고

제가 당번인 날엔 자기가 일찍 와서 당번 일을 해놓는

그런 예쁜 사랑이었습니다.

 

살가운 반응도 보이지 않고

때론 툭툭거리며 이기적이었던 저였지만

제 마음 속 깊이에서는

이미 호야는 내꺼나는 호야꺼!’

란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에게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났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징한 커플

함께 학원 데이트를 하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매일같이 전화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각각 남중 여중을 졸업했어요. 


고등학교 때 처음 키스를 나누었고,

대학교 1학년 크리스마스에 처음 사랑을 나눈..

 

.

우리는 장장 십수 년에 걸친 서로에게 첫사랑 이었던 거죠.

 

가족들도 저희가 결혼할 거란 것을 당연히 여겼고

심지어 저희가 대학교를 다닐 때엔,

저렇게 서로를 좋아하니 차라리 일찍 결혼시켜

함께 대학교를 다니게 하자.”

라는 말이 양가에서 나올 정도로

서로를 그렇게 아끼고 의지하고 인정받으며 사랑했습니다.

 

물론 호야는 거침없이 표현해주었고

저는 대답없는 메아리처럼 마음속으로만 사랑해서

때론 그를 지치게 했지만

그도 내 마음을 알았을 거고 믿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는 군입대를 하게 되었고

저는 해외에서 대학교 생활을 하게 되었고,

저는 그 사랑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마음으로는 그를 사랑하고

그가 아니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제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들을 거절하지 않았고

밥도 술도 얻어먹고 데이트도 해가며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그가 없는 빈자리

바다건너서 새로운 남자들과 채운 것이지요.

 

그때는 그 남자들의 말투나 행동에서 

호야가 묻어나오면 그게 그렇게 좋았고,

다른 점, 부족한 점이 보이면 

하루 아침에 별로가 되어버리는 

말도 안 되는 심리도 있었구요..

 

그 무렵 만나던 모든 스친 인연들은

좋은 감정으로 제게 다가왔었지만,

저는 한국에 결혼을 할 애인이 있어요~”

라는 말부터 시작하고,


데이트 때도 늘 호야의 사진을 지니고 다니는 저

얼마나 해괴한 미친 여자로 봤겠습니까





마는... 

변명이지만.

저는 그가 군대를 가고서는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도 불가능했지요.


저의 모든 것을 매일 재잘재잘 얘기하고

우리 애기 어야 둥둥~” 해주던 호야가..

늘 있던 호야가 없어졌다는 것이..

감당이 되질 않았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저도 외국으로 오게 되었고,

면회도 갈 수 없게 된 거리에서

가끔 알 수 없는 여자애들

(대학교 친구들부터는 제가 직접 알지 못합니다.)

호야 면회를 다녀온 사진을 자기들 미니홈피에 올리고,

그걸 통해 그의 소식을 듣고 사진을 보던 저..

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병명은 상사병이었겠지요..

 

그가 먼저 흔들린 건지,

제가 먼저 흔들린 건지,

하지만 진심은 둘 다 변함이 없었던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뒤죽박죽한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다만 저는 백 번 천 번을 생각해도

우리 관계가 아름답게 지속될 수 있었던 것

호야의 노력 덕이고,


산산조각이 난 것은 

다 저 때문이라는 자책과 자괴감


돌이킬 수도 없는 엄청난 현실 속에서 괴로웠습니다.

 

호야의 심경 변화는 저는 사실 잘 모릅니다.

저의 이런 의리 없는 행동들을

그는 어떻게든 알게 되었을 것이고,

호야는 마음이 찢기고 배신감에 치를 떨었을 것이고,

저를.. 그리고 우리를.. 죽을 힘을 다 해

정리했을 거라고 짐작할 뿐입니다.

 

혹은 내가 없던 사이

면회를 와 주고 편지와 선물을 챙기는

대학교에서 만난 상큼한 친구들을 통해

세상엔 저 외에 많은 여자들이 있고

그 여자들은 참 친절하고 상냥하다는 것

문득 깨달았을지도 모를 일이구요..

 

짐작만으로 그를 원망하고 나를 미워하고

후회하고 눈물을 흘리고 괴로움에 빠진 채

그의 연락만 기다린 것이..

그 후 년이라는 세월 동안이었습니다.

 

호야는 제 인생의 한복판에서 

없었던 일처럼 사라져 버렸지요.

 

사랑했었다는 마지막 인사도,

나에게 화가 나고 용서가 안 된다는 원망도,

자신의 마음이 이렇다 단 한마디 설명도 없이..


그는 제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해놓고 

꼭 꿈을 꾼 것처럼 없어졌습니다.

 

를 악물고,

눈물을 삼키고,

그를 기다리는 시간..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했을 때 들려온

너무 냉정한 그의 목소리에 

무섭고 충격을 받았었어요.


그리고 또 저는 다시 참고 기다리고..

일 년 즈음 지나면 다시 연락해서 같은 일을 겪고..

또 최대한 참고...

이것을 반복하는 것이 7년 동안의 제 삶이었습니다.

 

7년으로 그 일이 끝난 이유,

그가 이사를 하고 집과 핸드폰 번호가 바뀌며,

연락할 곳이 모두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화를 할 때,

우리는 헤어진 거야?” 라고 묻는 저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라며 아무 말도 못하고 울던 그 남자가..

마지막 호야입니다.

 

호야는 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남자이고,

하지만 나에게 냉정하고,

그러면서도 헤어짐을 확인하려 하면 너무나 슬퍼하는 호야.

 

도무지 이야기의 퍼즐이 맞추어지지 않았고,

저는 호야가 죽을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고

제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약한 지 알기에

숨기려고 한다고 믿게 되었어요.

 

그땐 그것 외에는 그의 행동이 설명이 되질 않았어요

 

하지만 한편으로..

온라인을 통해 본 제대 후의 호야..

저 보란 듯이 복학한 학교에서 만난

후배들과 만나 즐거웠던 시간들을

사진 설명과 함께 꼼꼼히 업데이트 하고

아는 누나친구예쁜 여자 후배들과의 인맥을

무섭도록 넓혀나가며 한을 푸는 것 같았습니다.

 

억지로 살아가며 그의 연락만 기다리는 저에겐 혹독한 시간이었죠.

 

그 사진들 속 여자들 중 누군가는 

그의 여자친구일 수도.. 있겠지..?

 

이런 있을 법한 일들을 상상하며 저는 미쳐가고 있었어요

 

제가 원했던 건 그의 솔직한 이별이었습니다.


싫증이 났다그래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

너를 용서할 수 없고다시 만날 수도 없다.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로 움직였다.”

 

뭐든 좋으니특별하고 아름다웠던 우리 사랑

그 길고 예뻤던 사랑에 어울리는 이별로 

매듭짓기를 원했던 거죠.

 

일 년에 한 번씩 했던 전화통화에서

지금이 때라면 서로를 놓아주자.”는 제 의견에

그는 침묵으로 일관, 무시로 대응했구요..

 

그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의 저는.

제가 해외에 있던 사이의 그는.


아마도 각각 다른 이성을 처음 만나

새롭고 신선한 감정에 첫사랑을 지키지 못했다...

 

흔한 사랑 이야기의 여주인공이었던 저는

이제 그의 사진을 그만 가지고 다녀야겠지요..

 

끝끝내 안녕을 말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끝이 아니라고 믿는 것도 이젠 그만 두어야지요

 

나의 잘못으로 호야를 잃고

반 미친 하루하루를 몇 년째 살아가던 저

어둠에서 끌고 나와 끈질기게 기다려 준 지금의 약혼자에게


언제든 호야를 찾으면 난 그에게로 가야 한다.

그 날이 결혼식 날이라도아니 결혼 후라도

그가 부르면 나는 그에게 가야 한다.”

라는 못된 말도 더는 말아야겠지요.

 

며칠 전..

약혼자가 제게 물었습니다.

우리 XX이.. 이제 호야 안보고 싶어?

결혼해도 XX는 이 사진 (제가 차에 가지고 다니는 호야사진을 가리키며)

차마 버릴 수는 없겠어?”

 




...

 

이 글을 보내고,

저는 호야를 기억 속 저- 편으로 보내야 합니다.


단지 호야를 기억 저 편으로 보낼 생각만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저에게 용기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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