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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다

2013.09.11 18:19

얼마 전에 인터넷에 사랑에 있어서 

외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묻는 질문 글을 올렸었어요


댓들들을 읽고'그녀의 외모(과체중)까지 

다 사랑하도록 노력하고 같이 운동해야지~'

하고 결심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차였습니다.

며칠 지난 지금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이

하고 정신이 없습니다.

 

저희는 삼십 대 중반 동갑커플이었어요.

소개팅으로 만났고 제가 고백해서 사귀게 되었습니다.

고백에도 대답을 피하고 그렇다고 정리도 싫다며 시간을 끌길래


혹시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경계하고 의심하느라 그런 건 아닐까?

지레 짐작해서 호감 표현을 더 신경써서 충분히 했어요.

 

연락도 꼬박꼬박 하고,

만나고도 자주 하고,

물론 그쪽에서 가끔 먼저 만나자고 하면 완전 반갑게 다 픽업도 갔구요.

데이트 비용도 거의 제가 냈습니다.

 

그런데 그 데이트 비용이란 게 참 미묘해서

그쪽에서도 늘 저한테 잘해주고 좋은 관계이긴 한데,

데이트 비용을 워낙에도 제가 더 쓰긴 했지만,

막판에는 거의 전액을 부담하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전 그녀를 배려심있고 다정한 사람이라고

느껴졌고만날수록 점점 더 좋아졌습니다.

또 외모 빼고는 다 마음에 들었고요.

 

생각도 말도 잘통하고,

가치관이나 성장과정도 많이 비슷해서

어떻게 이런 사람을 만났을까 생각하며 좋게 만났습니다.

 



사실 만날 때마다 불꽃 튀는 끌림이 있었던 건 아니습니다.

다소 밍숭맹숭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상냥하고 저를 챙겨주려 노력하는 게 보여서

다 좋아 보였습니다.

장점만 보기로 결심하니까 다른 점은 눈에 안보이더군요.

 

그래서 그녀가 절 별로 안 좋아한다는 힌트를 많이 놓친 것 같아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녀의 모든 배려나 관심

저를 좋아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던 모습이었던 거였더군요.


오랜만에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끌리지 않는데도 계속 고민하면서 만본 것이겠죠.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제가 그녀의 외모에 대해서 고민했던 게

다 부질없게 느껴집니다.

전 왜 그렇게 눈치가 없었을까요ㅠㅠ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은

우리가 사귄 지 일주일 되는 날이었고,

하필 그녀의 생일이었습니다.

 

제가 좋은 레스토랑으로 예약하고 깜짝 선물도 준비했구요. 

그녀도 고마워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생일이 지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사귄 지 2 좀 지났을 때였지어요.

 

그 며칠 바쁘다고 하기도 하고, 

연락할 때마다 귀찮아 하는 느낌이 들긴 했었는데, 

확실치 않아서 제가 오바하는 거라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날은 

그녀가 제 차에 두고 내린 물건을 줄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볼 생각에 기분 좋게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만나서 제가 물건을 건네주니,

갑자기 저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너무 힘들다고 그만 만나자.

 

그녀는 제가 생각했던 배려심있는 여자가 아니었던 거.

제가 그 헤어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제가 받을 상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거죠.


어떤 경고나 기미도 없이.

제가 눈치가 많이 없나 봐요.


그냥 물건을 받아야겠다며 제 쪽으로 온다고 해서

저는 큼지막한 웃는 얼굴 이모티콘을 보내고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와서는 갑자기 헤어지자고 말하니

참 당황스럽더군요.

최소한 심각한 이야기를 할꺼라 언질이라도 줬으면

제가 그렇게 놀라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차라리 생일 전에 이야기해 주지.

생일 선물만 쏙 받아먹고 헤어지자고 한 것도 너무 얄밉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그런 사이 아니었던 거지요.

 

소개팅으로 만나서 사귀기까지도 3달 넘게 끌더니,

너무 결론이 안 나서 제가

그만 만나자고 말하려고 할 때마다

좀 더 만나보고 싶다고 그러길래,

저한테 마음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여자들은 고백받고 바로 수락하면 

좀 튕겼어야 한다고 조언을 받는다든가,

주도권(?)에서 밀린다고 생각한다든가,

진짜 호감인지 확인받고 싶어한다고 하는

인터넷 상의 글들을 읽을 때마다

그녀는 과체중이니까  자신감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제 마음대로 핑계를 만들고 있었었어요.

 

그녀를 그냥 평범한 여자로 생각하고 대했어야 했는데

제가 그녀를 과체중이라고 얕본(?) 을 받은 건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그녀가 과체중이기 때문에

그녀가 저를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한 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그녀의 외모에도 불구하고

제가 좋아해주는 걸 고마워 할 꺼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일단 좋은 점만 보기로 하니까

진짜로 그런 외모도 복스러워 보였고,

편안하고 안정감있게 보이더군요.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참 잘 하는데,

제 눈에는 그녀가 좀 호구짓(?)을 하고 있다고 보였습니다. 

그녀는 늘 퍼주고 주변 사람들은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요.

그게 좀 안쓰러워 보였고 제가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연민도 컸던 것 같아요.

 

저의 자격지심 때문이었을까요?

그녀의 결점(과체중)까지 사랑해주면

저를 더 좋아해줄 줄 알았나 봅니다.

그리고 그런 저에게 고마워 할거라고 생각했었나 봐요.

 

그런데 그녀도 눈 달린 여자이고,

제가 평범한 외모평범한 능력,

어쩌면 그 이하라는 게 신경이 쓰였겠죠.

 

이제야 생각났는데

그는 저에게 (내 눈에는)멋있다, 좋다 등의

칭찬을 한 마디도 한 적이 없군요.


제가 미남이 아닌 거 저도 잘 알지만

제 인생에서 지금이 제일 괜찮은 것 같은데..

 

거기다 최근에 이직도 성공하고

차도 사고 여러가지로 제 인생에서

기분이 제일 좋은 몇 달이었습니다.

물론 그녀를 만나고 있었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고요.

 

'이런 시기의 나를 만나고도 나를 좋아하지 못했다면

그녀는 영영 날 좋아할 일이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물론 제 성격이 맘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녀 앞에서는 정말 많이 웃고,

기분이 좋았거든요긍정적이었구요.

제가 생각해도 저의 좋은 모습만 보였던 것 같은데..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그 점에서는 지금도 후회가 없습니다.

 

그저 지난 몇 달간,

좋은 사람 만났다 생각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가득 찼었던 순간들이

다 덧없이 느껴지네요.

 

외모 안보고 마음씨만 보자고 생각해서

외모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려고 노력했고

사소한 행동친절도 기쁘고 행복했었습니다.

 

제가 많이 좋아했기 때문에

제가 을 다 써도 아까운 줄 몰랐고,

데이트 계획도 열심히 짰습니다.

 

아무튼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소리가 맞는 것 같아요.

 

과체중인 그녀에게

상처되는 소리를 안 하려고 매사 조심했고

또 제가 그녀의 외모 때문에 헤어지게 되면

그녀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게 될까 봐

제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먼저 차이고,

제가 상처를 받았네요.

가장 중요한 건 제 자신인데,

몇 달 알지도 못한 여자 배려하다가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분명 몸은 최상의 컨디션인데가슴이 아파요.

심장은 아니고 명치 쪽이 아픕니다.

차이고 나서는 밤에 잠도 못 잡니다.

일 할 때도 멍하게 생각에 잠기고

아무 생각이 없을 때도 가슴이 쑤시고 아프네요.

 

그녀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려고

제가 고민했던 그녀의 외모

너무(?)열심히 먹는 모습을 떠올려보지만

그래도 가슴은 계속 아픕니다.

 

제가 사랑에 많이 굶주려 있었고

연애 경험이 많이 없었기 때문

어렵게 만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제 마음을 너무 쉽게 많이 열어버렸나 봅니다.

 

앞으로는 제 마음을 지키는 것,

제 자신을 지키는 것에 최선을 다 해야겠습니다.

 

고작 몇 달 만나고, 2주밖에 사귀지는 않았어도

엄청난 배신감이 들어요.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사실에도 자괴감이 들고요.

앞으로 누굴 만나도 쉽게  믿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의 사람 보는 안목을 신용할 수 없어서

이제는 누구도 못 만날 것 같습니다.

 

제가 믿었던 사람이 그렇게 쉽게

나를 배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고 무섭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시고 사랑 받으시고,

그 사랑의 약속으로 결혼까지 하시고

또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럽고 부럽습니다.

 

삼십 대 중반에

결혼 생각도 거의 없어졌었는데,

왜 괜히 사람을 만나서 

들뜨고 상처받아서 이렇게 아파야 하는

제 자신의 경솔함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빨리 제 자신을 추스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 생각이 조금 정리된 것 같네요.

 

따끔한 조언따뜻한 위로의 말씀,

어떤 글이라도 감사하게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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