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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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짧] 철학이 흐르는 소개팅

2013.10.21 15:56

안녕하세요저는 30세를 넘긴 직장인 여성입니다야근의 쓰나미 속에서도 연애 좀 하나? 라는 희망을 품었다가 그 놈이 양다리도 아니고 세 다리라는 걸 얼마 전 알게 되어 깨빡이 놈에 대해 제보하려다가 그 전에 감친연에 제보할까 고민했던 소개팅 건부터 먼저 풀어보고자 합니다세 다리남에 대해서는 이번 사연으로 글짓기 워밍업 좀 하고 써 올리겠습니다세 다리 인간 제보는 지금 바로 쓰면 제대로 정리가 안 될 거 같아서... 후하간단 사연을 시작합니다.

 

이 분과는 소개팅 한 지는 좀 되었는데,

당시 제가 멘붕을 겪으며 정리해 두었던 문장이 남아있어

다행히도 그 대화 Log 가 남아있습니다.

대화를 모두 정확하게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 날 있었던 대화의 흐름에 거의 일치합니다.

 

일단 그 분은 보통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벌 /  / 외모 모두 적정하고 훌륭하신 분이었습니다.

처음에 어색한 분위기에서 어설픈 질문이 오갔는데

초반부터 조금 이상하긴 했습니다.


청담동의 모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ex, 콩다방별다방)에서

직원을 부를 때 "여기요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조금... 수상한 이 오긴 했었어요.

 



게다가 보통 소개팅으로 처음 만나면

자기 소개와 간단한 프로필관심사 등을 얘기하는데,


이분은 통성명과 동시

"전 신자유주의를 싫어해요."라는 말로


저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어 주시며

이 오묘한 만남의 서막을 열어 제끼셨습니다.

 

그분의 전공은 경영학이었는데,

취미 정도를 물어보면 적절했을 법한 타이밍에

"경영학과를 나와 신자유주의를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자기)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에 관한 스토리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분을 이해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일단은 경청을 하고 있었는데

이 양반이 드디어 저에게도 질문을 시작해 왔어요. 

 

당시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

 


"대통령 누구 뽑으셨어요?"

 

"제가 지지한 사람은 안 나왔어요.

누구 뽑으셨는데요?"

 

"분홍당 후보요."

(신자유주의에 비교적 더 가까운 정당 대표였습니다.)

 

"신자유주의 싫으시다면서요?;;"

 

"이성과 감성이란 것은 함께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

 

"하..(한숨) 이성과 감성은 일치되기 어렵기 때문에

진실되게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게 분홍당 후보와 무슨 상관이....?"

 

"전 벌써 다 설명한 것 같은,

초록당( 분홍당 대표의 반대편에 서 있던 정당)

흰나비파가 너무 세서 안된다는 거에요."

 

"초록당 중에서 흰나비파가 득세해서

실망했다는 뜻인가요...?"

 

초록당에 표를 주기엔

초록당 내의 친흰나비무리가 너무 맘에 안 들어서 

어쩔 수 없이 반대에 있는 

분홍당 후보를 뽑았다는 것 같았습니다.

 

"... ... (한숨) 제 감성은요..

.. (한숨) 전 클래식을 정말 좋아해요.

음반만 2천장은 될 거에요.

오디오도 좋아하고요."

 

"... ...?"

 

"앞으로 5년이 정말 중요한 시기가 될 거에요."

 



"?"


"엄청난 5년이라고요."

 

".. 저성장시대니까...?"

 

"분홍당 출신 대통령이야 말로

정말 이 시대에 맞는 사람이거든요."

 

"?"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저 근데..

저 정말 이해가 안되어서 그러는데

지금 말씀하시는 것들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진짜 모르겠어요...."

 

".. (깊은 한숨) 잘 들어봐요.

너무 마이크로하게 생각하면 안돼요.

세상 일이란 건 통하게 되어 있어요.

그렇게 제 뜻을 이해하셔야 해요."


 


"...? ...."

 

이때부터 전  터져서

옆으로 쓰러지며 웃기 시작했어요.

 

"그 사람이요... 엄청난 일을 겪었잖아요.

근데 그 사람이 20년 동안 여행을 하고 글을 쓰면서...

아무의 도움도 없이

혼자의 힘으로 극복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은 늘 항상 글을 써요.

어디를 가도 몇 월 며칠 

어디에 갔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다수첩에 다 써요.

그게 바로 그 사람의 공약이 되고 정치가 되는 거에요.

그래서 그 사람은 신자유주의나 분홍당의 틀에서

볼 수 없는 대단한 사람이에요."

 

"아 죄송해요.. 제가 웃은 게...

말씀이 우스워서가 아니라...

약간 의식의 흐름 대화법이신 거 같아요.

저는 한 번에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후우... (긴 한숨) 의식의 흐름은

사실 제임스 조이스로부터 시작된 거에요."


"?"

 

"제가 지금 한 말을 의식의 흐름이라고 하면..

제임스 조이스한테 싸대기 맞아요."

 

"제가요?"

 

"아니요... 저요..."

 

"왜요?;"

 

"제임스 조이스 정말 대단한 작가에요."

 

"... .... 한국에선 괜찮아요!

의식의 흐름이라고 하면 다들 이상(李箱)을 생각할거에요!

수능에 나오거든요!!"

 

"후우... (한숨) 이상은... (한숨)...

제임스 조이스의 백 만 배는 더 위대한 사람이에요..

전 철학을 많이 공부했어요."



"... 네.. 철학..."

 

"철학이요알아요?

들뢰즈라깡데리다!!"

 


대화는 여기까지 이어졌고,

저는 시간이 늦어 집에 가야겠다고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친구들을 만나 술을 퍼 마셨다는 후기.

 

저 참된 정신을 추구하시는 참청년께서

잘 맞는 짝을 만나시길 바라며 짧은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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