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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마음을 닫다

2013.10.24 18:17

안녕하세요, 홀언니! 저는 삼십대 초반의 여자입니다. 작년부터 사연을 보낼까 말까 하다가 못 보내고 있었는데[황망한소개팅] 민중의 곰팡이 (← 바로가기 뿅!!) 사연 읽고선 이렇게 메일을 보내요. 그 사연의 제보자 언니는 지나가는 경찰을 보면 식겁할 테지만.. 저는 지나가는 경찰만 봐도 울컥울컥 눈물이 나거든요.

 

지금은 헤어진전 남자친구가 경찰이었어요.

반 년 정도 만나고 헤어졌는데..

이별의 이유는 저희 부모님의 반대였습니다 

 

저보다 2살 많았던 남자친구와는

작년 이 맘때  지인의 소개로 만났습니다.

 

남자친구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꽤 오래 공부를 해서 경찰이 됐고,

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아직 정식으로 사귀기 전,

자주 만나던(=분위기 좋게 썸타던어느 날.

 

남자친구가 퇴근 후 절 집 앞에 바래다주는데,

차에서 내리는 저희를 하필 친오빠가 딱 보고는,

집에 들어와서 오빠가 장난치듯 누구냐고 캐묻는 바람

엄마까지 알게 되셨습니다.

 

전문대 졸업이란 말을 듣고선,

경찰이라는 말을 듣고선,

그때부터 엄마는 싸늘해지셨어요 

 

저는 서울에 있는 상위권 대학교를 나왔고,

저도 남자의 학벌을 전혀 안 보는 건 아니었지만,

전문대졸이라고 해도 어려운 시험 통과해서 

자기 밥벌이 잘 하고 있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거든요.

 

근데 저희 엄마는 그렇지 않으셨나 봐요.

 

얼마 후 남자친구에게 정식으로 고백받고

교제하기로 시작한 뒤 이틀 째였나..


엄마는 저에게

네가 연애경험이 많이 없으니

그냥 경험 삼아 짧게 만나고 얼른 정리해라.”

고 하시더라구요.



보통은 오빠한테나 저한테나 이성친구가 생기면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심하게 캐물으셔

난감할 정도였는데,

이번엔 아무것도 묻지도 않으시더라구요.

아니아예 남자친구를

사람 으로조차 취급을 안 했다는 게 맞을 지도요.

 

저는 저대로

그런 식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무시하시는

엄마가 이해도 안 가고 실망도 커서

저도 남자친구에 대해 절대로 얘기 안 꺼내고 그랬어요.

 

정말 정말 다정다감하고 잘 챙겨주는 남친 덕에

연애 자체는 참 행복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와 저 사이에 일이 터진 건,

작년 겨울 저희 오빠 결혼식 날이었어요.

 

딸은 언제 결혼하냐는 지인들 앞에서도


얘 남자친구 없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시켜줘~”

하시던 우리 엄마.

 

바로 옆에서 그 말 듣고 저는 순간 울컥

서러워서 화장 지워질까 맘 졸이며 몰래 울기도 했어요.

 


아무튼오빠 결혼식 마치고 집에 와서  

축의금을 정리하다가..

저녁 때 남자친구랑 만나기로 했기에, 

이따가 나갈 거예요.”라고 말한 것에 

엄마가 폭발하셨습니다.

 

그 동안 오빠 결혼식 준비 때문에 정신도 없고,

결혼식 끝나거든 얘기해야지 해야지 하고 있었다.”

라고 말문을 여신 엄마는 이어서,

 

넌 무슨 생각으로 걜 만나는 거냐?

네가 나이 마흔이라도 먹어 시집 못 가

안달 난 것도 아닌데 

어디서 그딴 걸(-_-) 만나고 다니는 거냐?

어디 가서 창피해서 말도 못한다.

오늘 오빠 결혼식 봤잖니?

결혼은 집안 대 집안의 만남인데 

어디서 전문대나 간신히 나온 그런 애를..

좀 만나다 금방 정리하겠지 싶어서 가만히 있었더니

무슨 정신으로 계속 만나는 거냐?”

등등... 완전 절 정신 나간 얼빠진 애 취급하셨어요.

 

 

솔직히 저는 순간 정말 이었습니다.

 

엄마가 남자친구를 싫어하신다는 건 알았지만

정말 이 정도로 '경멸'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해서 놀랐고,

사람을 만나보시기는 커녕 얼굴 조차 모르시면서

단지, 학력이 기준에 미달하고,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는 이유로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의 안까지 싸잡아서 무시하는

엄마가 더 경멸스러웠달까요.

 

게다가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닌데,

혼자 이만큼 앞서가셔서는 난리난리.

 

그렇게 엄마한테 된통 퍼부음을 당하고

펑펑 울면서 집에서 나왔습니다.

 


남자친구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터라,

우는 걸 숨길 수 없었고..

남자친구 만나니까 갑자기 더 서러워져서

말도 못하고 한참을 그냥 울었어요.


많이 당황스러웠을 텐데

말없이 우는 저를 다독여주던 오빠.

 

저는 너무 심하게 울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미안해서 말도 못 꺼냈는데..

남자친구가 조용히

네가 왜 그러는지 알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자세하게 얘기를 다 전하진 않았지만,

전에 엄마가 오빠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말했던 적이 있거든요.

 

오빠는,

내가 많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

이해한다. 너도 잘 생각해보라.

난 포기 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계속 만나면 네가 많이 힘들 거다.

어쨌든 집에서 엄마와 부딪히는 건 너니까.”


누구보다 마음 상한 건 본인일 텐데도,

그렇게 저부터 걱정해주던 사람이었어요.

 


그리고는 차 뒷자리에서 주섬주섬하더니,

오빠는 구두 한 켤레를 제게 내밀었습니다.

 

제가 오빠 결혼식 전에 이거 살까? 하다가

그냥 있는 구두 신기로 하고 안 샀던 그 구두였어요.

 

그때 같이 봤던 그 구두..

선물로 샀어.

원래 화이트 데이 선물로 주려고 미리 사둔 건데,

그때 못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 구두 보고그런 말 들으니..

겨우 진정됐던 눈물이 또 다시 펑펑.. ㅠㅠ

그렇게 저는 저녁 내내 펑펑 울고,

 

그 다음날 퇴근하고 집에 오니,

부모님께서 얘기 좀 하자고 부르시더라고요.

그나마 아빠는 막 감정적이시진 않으셔서

전날 엄마처럼 무턱대고 퍼부으시지는 않아

차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아빠의 말씀은...

엄마한테 대강 들었는데,

아빠 생각에도 그 친구 직업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워낙 험한 직업이고,

그 험한 거 직접 맞대는 게 평생 직업인데

쉽게 무시할만한 사항이 아니다.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다 너를 걱정하는 마음에 그러는 건데,

네 의견이 제일 중요하긴 하다.

그렇지만 순간의 감정에 혹해서

평생 맘 졸이고 고민할,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나 않을까

(그 판단이란 아마 결혼이겠죠..)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다.

어제 엄마가 좀 심하게 말을 한 것 같긴 하다.”

뭐 이런 내용이었어요.

 

저도 전날에 우느라 못했던 말씀을 드렸죠..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마음은 잘 알겠다.

하지만 이제 만난 지 100일 좀 넘은 것 뿐이다.

그리고 엄마는 내가 행복하건 어쩌건 상관도 없고,

단지 주위 사람들, 다른 사람들한테 어떻게 얘기할 지,

자랑할 만한 사람인지가 제일 중요한 건지.

그런 식으로 퍼부음을 당하니 마음이 말이 아니었다.”

 

이에 엄마의 말은..

 

어제는 엄마도 좀 심했던 것 같다. 미안하다.

네가 행복한 게 부모에겐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행복하려면 비슷한 수준의 사람이 만나야 하는 거다.

그래서 그랬던 거다.

솔직히 며느리는 좀 별로인 사람이어도 상관없는데,

사위는 또 그렇지가 않다.

아직 만난 지 100일 밖에 안 된 거였냐.

자주 만나고 늦을 때마다

가슴에 돌덩이 얹어놓은 양 불안해서 

훨씬 더 오래된 줄 알았다."

 

솔직히 전날처럼 소리만 안 질렀다 뿐이지

엄마는 여전히 그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는 건 여전하시더라고요.

 

아무튼그날의 대화 이후로도..

상황은 달라진 거 없이 비슷했습니다. 

 

엄마나 저나 서로

남자친구에 대해 얘기 꺼내지 않는 것도..

가끔씩 엄마가  하셔서

넌 무슨 생각으로 그딴 걸 아직도 만나는 거냐?”

버럭 하시면서얼른 헤어지기만을 바라고 계시고.

 

그리고 얼마 후 저희는 결국 헤어졌어요.


남자친구는

자신이 없어졌다.

그 동안 자존심도 많이 상했고, 힘들었다.

미안하다.”

라고 말했습니다.


남자친구 앞에서는 집에서의 일 도 안 냈었는데,

그래도 다 알았겠죠...?

 

헤어진 지 몇 달이 지났고, 

이별의 아픔으로 살도 많이 빠졌습니다. 

 


주변에선 

다시 연애 안 하냐? 소개팅 안 하냐?”

많이들 그래요.


그런데요...

저 이번에 호된 연애 한 번 하고는

사람 만날 자신이 없어졌어요.

이만큼 자상하고 다정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

 

다시 누굴 만났다가 엄마한테

또 그런 미친년 취급당할까 겁도 나고요.

 

낯가림도 심하고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편이라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저에겐 쉬운 일이 아닌데..

그 사람이 나의 마지막 인연이었던 건 아닐까..’

이런 생각만 들거든요. 

 

지금까지도 엄마와의 관계가 여전히 냉랭합니다.


아니엄마는 이제 걱정할 일 덜어서

마음이 가벼우시겠지만 제가 문제네요.

 

엄마와 대화조차 하고 싶지 않아요.

집에 있을 땐 절대 무표정.

엄마 앞에서 웃는 표정도 보이기 싫거든요.

 

몇 년을 만난 것도 아니면서,

벌써 몇 달이나 지났으니

이젠 좀 멀쩡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 사람왜 쉽게 잊지 못하고 자꾸 생각하며 눈물짓는지..

못 잊는 이런 제 자신이 너무 싫어요.

 

억울한 마음 때문일까요.

아니면 첫경험 남자라 그런 걸까요.

(엄마가 아시면 진짜 기절할 일이겠지만..ㅎㅎ)

 

차라리 대판 싸우거나,

정이  떨어져서 헤어진 거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이 사람은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너무 잘 챙겨주고 같이 눈물지었거든요.

 

...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한 걸까요..?

시간으로 해결이 되긴 하는 걸까요..?

 

일단학벌과 직업만 가지고 다른 건 다 필요없이

그렇게 사람을 벌레 취급하듯 판단하는 엄마에 대한 실망..

인간적인 면으로서 실망한 게 큰 것 같아요.

저는 인간관계에서 한 번 아닌 사람은 아닌 거라서

한번 생긴 그 벽을 잘 못 허물거든요.

 

사회에서야 연을 끊으면 그만이지만,

그 상대가 엄마이기에 어찌할 지를 모르겠네요.

 

나에게 윽박지르던 모습.

그때 들었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잊히지도 않고

끝없이 맴돌며 자꾸 절 괴롭혀요.

 

도대체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길 바라시나,

아니 어떤 사람을 만나야 만족하시려나.. 


터무니없는 부모님의 욕심에도 어이상실..

앞으로 사람 만나는 것 자체에 대한 꺼려짐도 생기고요.

 

또 그런 정신나간 사람 취급 받느니

아예 아무도 안 만나고 말지- 하는

반발심에 일부러 보란 듯 방에 콕 처박혀 있기도 합니다. 


 

사연이 올라가든 안 올라가든 상관없이

그냥 이렇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자체 힐링이 되었나 봐요.

몇 달 내내 답답하고 우울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기도 엄청 울었는데,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사연 쓰고 메일 보내면서 맘정리가 된다던

제보 형제자매님들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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