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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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짧] 눈물만 흘리다

2013.10.25 11:09

안녕하세요감자언니정말 1년 넘게거의 2년째 눈팅만 하던 20대 후반 여자입니다댓글을 달아본 적도 없어요. 항상 사연을 읽으면서 ‘나는 행복한 연애 중이구나.’ 하고 위안을 삼았던 나이 많은 학생이에요어젯밤 너무 답답해서 노닥토닥방에 짧은 고민을 올렸고달아주신 댓글에 너무나 위안이 되어서이렇게 사연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별여행을 준비 중입니다.

 

남자친구와는 이제 거의 3이 되어가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

지금 이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3번째 함께 맞이하는 가을여행이 될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슬픈 여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저희는 예상치 못한 소개팅으로 만났어요.

저희는 7살 차이가 납니다.

나이차가 좀 있었지만 첫 만남에서 대화가 잘 통했고

유머코드도 잘 맞았기에 서로 호감을 갖게 되었고,

몇 번의 만남을 더 가진 후에

진지하게 교제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자라온 환경을 간략히 말하자면

저는 예중 예고를 거쳐 좋은 대학을 졸업했어요. 

지금 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어려움 없이 자랐고

부모님도 저를 풍족하게 키우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세상과 사셨어요.

부모님은 사업을 하고 계시고,

지금도 부족함 없이 편한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반면에 남자친구는 어린 시절을 좀 힘들게 자라왔어요.

오빠는 현재 남동생과 어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오빠가 태어날 때,

오빠의 아버지에게는 오빠의 어머니가 아닌,

본래의 처와 자식까지 있는 몸이셨대요.

오빠 어머니는 오빠 남동생이 태어나고 나서야

그분이 가정이 있는 분이라는 걸 아셨고 헤어지셨답니다.

 

오빠는 처음엔 아버지랑 살았는데,

아버지는 몸이 아프셔서 일찍 돌아가셨고,

그때 당시 오빠는 고등학생,

아버지의 부재와 함께 그 집에서 쫓겨나

친어머니께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그때 장사를 하셨는데

크게 사고를 당하셔서 형편이 어려워 졌고,

오빠는 그런 어머니가 안쓰러워 공부를 그만두고

사회생활에 뛰어들게 되었대요.


오빠는 어린 나이에 엄마를 도와

돈을 벌며 남동생을 공부시켰고,

그 결과,

아주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형편은 좀 나아졌습니다.

그리고 숨 좀 돌릴만한 시기에 저를 만난거.

지금은 작은 회사에 다니며 결혼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난 지 1년쯤 되면서

오빠는 본인의 가족사를 저에게 조금씩 말해주었고,

저도 당시에는 좀 놀랐지만,

오빠가 너무 안쓰럽고 안타까웠어요.

 

본인이 선택해서 그런 환경에서 태어난 건 아니니까요.

내가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이 사람을 믿어준다면

언젠가는 그 사람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믿어왔고, 

지금도 오빠가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항상 화목한 가정이 꿈이라던 오빠

우리는 미래의 우리를 생각하면서

더더욱 사랑을 키워나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모든 사실을 저의 부모님이 알면

당연히 반대하실 거라고 생각하고

집에다가는 오빠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저희 엄마는

오빠가 저에게 하는 모습을 보고

참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오빠는 제 부모님도 잘 챙겼거든요. 

 

3년 동안 만나면서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저를 사랑해주고 다정하고

일관성 있는 남자.

저에게 어울리는 더 멋진 남자가 되기 위해서

지금 이 시간도 열심히 사는 남자입니다.

 

3년이 된 지금도 만나면 너무 좋고 설레고 행복합니다.

지금까지 크게 싸운 적도 없고 헤어진 적도 없어요. 

 

그러는 동안 저는 20대 후반이 되었고,

엄마 친구들의 따님 결혼 소식이 귀에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의사 사위변호사 사위,

좋은 집안 좋은 학벌의 남자들과 

결혼한다는 따님들의 소식

엄마는 갑자기 울화통이 터지셨나 봅니다.

 

그날부터 호구조사가 시작되었어요. 

3년 동안 만난 네 남자친구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하셨고,

아빠는 내일 당장 만나겠다,

다다음날 진짜로 제 남자친구를 만나셨습니다. 

 

오빠는 아버님께 있는 그대로 다 말씀드리고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면

아버님께서도 100% 탐탁치는 않으시겠지만

반대는 안하실거다.” 고 했고, 

저도 그 말을 믿었구요. 

 

저의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두 사람의 만남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어요.

 

아빠는 오빠를 격려해 주었고,

저에게도 "그 친구가 얼른 성공해서

내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네가 옆에서 격려해 주어라." 이런 문자를 남기셨어요. 

 

저는 그 만남 이후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은 맛 보았고

이제는 큰 장애 없이 함께 할 수 있겠구나 했습니다.


그치만....

그 행복은 일주일짜리였어요.

모든 이야기를 전해들으신 엄마..

그날부터 밤잠을 설치셨대요. 


부모님이 저를 앉혀 놓고는

이제 마음을 정리하라.”시며,


저를 달랬다가

다그쳤다가

울다가

화를 내시다가를 반복하셨어요.

 

헤어지기만 한다면 뭐든 다 들어주시겠다

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부모님도 싫고

제 의견을 똑부러지게 말 못하는 제 자신도 싫었어요. 

 

"우리도 꿈꿔온 사위에 대한 이상이 있다.

너는 왜 요즘 다른 집 애들처럼

야무지지 못하고 멍청하니?"

라고 하셨습니다. 

 

가정 환경과 학벌과 조건을

당연히 무시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 사람 하나만을 인정해줄 수는 없으신가봐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좀 순종적으로 살아와서 반항을 해본 적이 없어요. 

항상 부모님 앞에서는 주눅이 들어서

제 의견을 확실하게 말 못하고 눈물만 흘려요.

 

저의 결혼과 사위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가 너무 커서 부담스럽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어떤 반대가 있더라도

끝까지 믿어달라고 했던 

오빠가 아른거려요.

 

저도 그러겠다고 약속했는데..

끝까지 오빠를 믿고 함께 헤쳐 나가겠다고 했는데..

 

그런데 또 부모님이 눈에 밟힙니다.

저를 이만큼 키워주신 부모님

너무 큰 상처를 드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부모님께는 헤어졌다고 거짓말하고

오빠가 성공할 때까지 

조용히.. 하지만 기약없이 기다리는 거 가능할까요..

 

이렇게 사랑하는데 인연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인연이란 걸까요?

 

아직 그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평소처럼 하고 있어요..

정말 실감이 나지 않아요.

지금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제 자신조차 싫어집니다.

 

오빠와 저는 이틀 뒤 짧은 여행을 갑니다.

아마도 이별여행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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