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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왼쪽 얼굴

2013.12.16 17:08

밥벌이는 원래 그런겁니다.

수욜과 일욜은 감친밥 데이

하고 싶습니다. ;ㅁ;

[회람][모집] 감자의 친구들은 밥벌이를 하지

 

 

안녕하세요 홀님과 형제님들 자매님들~ 그동안 계속해서 사이트 눈팅만 하고 있던 33살 여자입니다. 오늘 이렇게 제보를 드리는 것은 깨빡난 연애 때문도 아니고 썸남이 애태우는 사연도 아닌 제가 지금 누구던 어디든 간에 정리를 좀 하면서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어서 인 것 같습니다.

 

제보하려고 제보 전 필독 글을 읽었는데,

자매들 자기자랑 작작하자 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ㅋㅋ

근데 저 제 자랑 쫌만 할게요.

 

전 지금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에서

대리로 일하고 있고

연봉도 제가 아는 제 나이 평균보다 높아요.

 

회사에서 인정받으면서 다니고 있고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나와서 영어도 유창하게 하고

틈틈히 운동을 해서 몸매도 빠지지 않습니다.  

눈코도 성형 안 했지만 이쁘게 생겼구요.

 

활발한 성격 덕에 어디가도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기도 하죠.

 

 

그런데...

전 얼굴에 아주 큰 흉터가 있답니다.

이 문장 쓰는데 눈물이 주르륵 나네요..

 

 

보통 여자분들이 말하시는 여드름 흉터

그 정도가 아니라 얼굴 한쪽 면을 다 덮는 큰 흉터에요.

화상흉터 같이 울퉁불퉁 쭈글쭈글.. 하얗고 빨갛고.

 

사실 이 흉터는 역사가 좀 오래됐어요.

 

제 얼굴에는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터

'오타모반'이라는 반점이 생겼습니다.

 

이게 되게 마일드한 케이스로 점처럼 되어 있는 것도 있는데

전 마치 애기들 엉덩이에 몽고반점 생기듯

얼굴 한쪽이 다 파란 반점으로 덮여 있었어요.

얼굴 뿐 아니라 모반이 있는 면에 눈 속 흰자까지두요.

 

그런데.. 이게 자라면서 점점 짙어지더라구요..

완전 시퍼렇게요.

 

그러다보니 동네에 애들한테 놀림도 엄청 받았구요,

맨날 집에 울고 들어오기 일쑤였습니다.  

 

이게 너무 속상하셨던 저희 엄마 아빠는

그 당시에 유명하다는 서울에 무슨 피부과

저를 데리고 가셨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레이저가 발달하지 않았을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했던 선택이 드라이아이스로 모반 부위를 얼려

물집이 터지면서 색소를 같이 터뜨리는 그런 방법이었어요.  

 

뭐 이렇게 해서 잘 된 사람도 있겠지만,

전 또 하필 켈로이드성 피부여서 피부가 울긋불긋

화상입은 것처럼 수축되고 솟아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국민학교도 입학하기 전이었구요,

사실 전 그저 파란 부분이 너무 싫다는 어린 생각에,

흉터가 있어도 파란 부분이 없어져서 좋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ㅋㅋ

한 일곱살 때 쯤이요..

 

그렇게 저는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반점과

치료중 생긴 흉터를 갖고 자라게 되었고,

사람들의 계속되는 눈초리와 수군거림 등으로

고개도 들고 다니지 못하는 아이가 됐습니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 사귀는데 시간도 오래 걸렸고,

선생님들도 생각 없이

너 얼굴이 왜 그러니?”

라고 묻기라도 하면 바로 울음이 터지는

그런 아이였어요.

 

이런 마음을 어디다가 말할 곳도 없고,

어느 날 일기장에다가

제 속에 있는 얘기를 한 페이지 가득 썼는데

엄마가 어쩌다가 그걸 읽으셨나 봐요.

 

그때가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갔다가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미국에 사시는 삼촌과 통화를 하면서 울고 계시더라구요.

 

대화의 요지는

미국가면 얘 얼굴 고칠 수 있냐?”

 

...

 

그때 전화를 잡고 우시던 엄마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요.

부모님이 좀 더 기다려

그 때 어릴 때 그 시술 받지 않았더라면

전 아마 지금 이런 메일 쓰고 있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엄마도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죠.

뭐 그땐 기술이 그랬으니까 어쩔수 없었지만요..

 

그래서 그 해 겨울방학에 미국으로 건너갔고,

시술이 목적이었지만.. 사실 흉터라는 게 그래요.

 

흉터 자체가 좀 덜 보이게 개선 정도는 될 수 있지만

한 번 생긴 흉터는 없어지지 않거든요.

 

미국가서 했던 시술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좀 더 개선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사실 별 차를 못 느끼겠더라구요.

 

그렇지만 나이가 들고 화장을 하게 되면서

예전처럼 한 눈에 확 모반부터 띄지는 않게 되었고

머리카락을 한 쪽으로 길러서 흉터를 가렸던 것

차이라면 차이일까요?

 

 

렇게 미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전 한국에 돌아왔고 대학에 들어갔죠.

 

근데 신입생 OT에 갔던 날.

제가 어쩌다가 피켓이라고 하나?

암튼 알림판 같은걸 들고 있게 되었는데

애들이 피켓걸 피켓걸 부르면서 아는 척을 해주더라구요.

 

그리고 전 그게 즐거웠습니다.

그때 알았어요.

 

아 나 이런 거 좋아하는 애구나.

관심 받는 거 엄청 좋아하는구나.’

 

사실 그 전까지는

혹시나 누가 내 얼굴을 볼 까봐

고개만 숙이고 다니느라 바빠서

어디 나설 엄두도 못냈었는데,

 

저 사실 사람들 만나고 관심받고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거에요.

 

그 때부터 제 내면에서 딜레마가 일어났던 것 같아요.

저녁에 (저녁엔 얼굴이 낮보다 덜 눈에 띄니까요.)

여러 사람이 모인 (시선이 분산되니까요.)

술자리 가면 완전 날라다니더라구요. 제가.

 

그런데 그 사람들을 낮에 만난다거나

단 둘이 만난다거나 하면 어쩔 줄을 모르는 거죠.

100% 얼굴에 흉터 있는 거 들킬 것을 아니까요.

 

그래서 언제나 일정 부분까지만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누기는 힘든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모쏠은 아니예요.

대학교 때 CC로 만난 첫 남친과 1년 반,

그 뒤로 만난 남친과는 회사 입사할 때까지

4년 반을 사귀었어요.

 

그 친구들과도 제 얼굴에 대한 푸닥거리,

그러니까 술 마시고 내가 이렇게 얘기하고 울고

걔들은 이해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서

서로 편안해지고 한참을 그런 다음

사귈 수 있던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자친구랑 헤어진 것이

29살 겨울이었어요.  

30살 넘고 나니 확실히 20대 때랑은

이성 만나는 게 좀 다른 것 같아요.

남자 쪽도 그렇고 저도 둘 다요.

 

결혼도 더욱 가까운 현실이 되었고,

 

다시 예전처럼 순수하게 나를 좋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이런 날 다 이해해 줄 수 있을까?’

 

제 안에 있는 상처

다 끄집어내서 보여줘야 하는데

그 자체가 너무 고통이라

제가 주저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시부모님 되실 분들은 어떻게 반응하실까?’

 

결혼식때는 머리도 다 올리고 얼굴을 훤히 드러내던데

나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자라서 엄마는 얼굴이 왜 그러냐고 하면

난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등등등등 생각이 많아집니다.  

 

물론 저보다 심한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도 계시고,

이지선씨처럼 화상이 심하신 분들 계실 수 있겠지요.

그 분들은 또 저를 보고 그정도쯤이야... 

하며 부러워하실 분도 있으실 수 있구요.  

 

그치만 저는 그냥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데

알고 보면 큰 흉터가 있는 몸이라

제 마음 속 벽 때문에,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제가 먼저 다가가지 못해서 상처를 받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흉터때문에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걱정부터 앞서고,

제가 제 얼굴에 대해 설명해야 할때면

언제나 주체할 수 없을만큼 눈물이 흐르기 때문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싫고..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 지도 막막하고 그래요..

 

‘젊은 여자가 안됐다. 불쌍하다.’

동정받는 건 더더욱 싫구요.

 

벌써 이런 일련의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상상하면서

스스로 다른이들이 저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는답니다.

그렇게 다가왔다가, 혹시 얼굴을 보고 실망하고,

그 과정에서 제가 상처 입을까 봐 두려운 거지요.  

 

흉터가 왼쪽 얼굴에 있기 때문에

언제나 제 오른쪽으로 사람을 앉히고,

만약 왼편에 누가 있으면

그 사람이랑은 이야기 바로 단절된답니다.

 

한국에 다시 오고나서도

좋다는 피부과 안 다녀본 곳이 없어요.

안구 흰자에 있는 모반을 빼는 대수술도 했습니다.

완벽하게는 없애지 못했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눈이 전부 검은자인 것처럼 보이진 않아요.

 

지금도 사실 피부과에서 시술 받고

띵띵 부은 얼굴로 이 글을 쓰고 있답니다.

 

사실 이제 어느정도 체념이랄까? 포기랄까?

이런 게 있긴 한데,

 

오늘.. 피부과가 저녁 여섯시 반이 예약이었는데

보통이면 일곱시 반에는 끝날 치료가

환자가 많아서 인지 두 시간을 기다리다가 

아홉시 반에야 끝났어요.

 

그러고 나오는데 피곤하고 배고프고 짜증이 나더라구요.

 

이게 다 내 얼굴 때문이야.’

생각이 들면서,

이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 중에는

아무도 이런 사람 없는데 왜 나만 이럴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구요.

 

 

 

얼굴 때문에 울지 않은 지 3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이제 좀 담담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가끔씩 이렇게 터져요.

 

매일 아침 정성스럽게 흉터를 가리는 화장을 하고

이제는 길거리 다니면서 고개도 숙이지 않고 다니는데

이게 실은 저한테는...

굉장히 큰 제 자신과의 싸움이거든요.

아직 살 날이 50년도 더 남았는데

매일 이렇게 싸움을 해야 한다는 사실

어떤 때는 너무 지쳐요.

 

요새는 댄스 동호회도 들어서 춤도 배우러 다니고

그 사람들과 뒷풀이도 하고

다른 동호회 정모도 나가고

여러 새로운 사람들하고 자주 만나는데...

여기서도 역시 여러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서는 잘 놀지만

따로 만나거나 다가오는 사람들

알아서 쳐 내게 되네요. 저도 모르게..

 

겉으론 밝고 쾌활하고 털털해 보이지만

속은 완전 문드러터지고 있는 것 같아요.. .

 

남들처럼 평범하게 결혼하고 아이 낳고

따뜻한 햇빛 아래서 화장기 없는 얼굴

누군가와 이야기 하는 날이 저에게도 올까요?

 

감정이 격하게 올라와서 너무 두서없이 쓴 것 같네요

그래도 쓰다 보니 어느 정도 기분을 추스릴 수 있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이 글 읽으시는 분들 모두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감기조심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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