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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괜찮아 서른 다섯(2)완결

2013.12.20 17:02

 

 

 

이 남자에게 지금 확신은 없지만,

한 번 자 봐야겠다 라고.

 

서울 외곽 어느 낡은 모텔에서 우린 나눠 맥주를 마시고

그 사람은 많이 취한 상태,

전 뭔가 또렷한 상태에서 첫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아무 생각 없었어요.

그리고 사실 지금 와 생각해보니까,

그날 제대로 되었던 것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는 많이 취해있었고 전 처음이라 잘 몰랐죠.

 

그렇게 시작이 됐습니다.

 

다음날 아무 말없이 헤어지고 며칠 뒤에

그가 물어왔어요.

 

본인이 처음이냐.

노코멘트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어서 말했습니다.

내 여자친구 할래요?”

전 당근 !” 했구요

 

그 사람도 그랬어요.

내가 왜 좋으냐 물으니,

 

착해서..”

 

어쨌든 저의 진짜 첫 경험은

다음 번 합방 때가 제대로였던 것 같아요.

암튼 십수 년을 그 난관 속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켜오던 그것

사실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었던 그것

이리 쉽게 아무것도 아니게 된 그것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연인이 되었습니다.

제가 먼저 좋아 시작한 연애였지만,

그는 곧 자기가 왜 좋으냐고 늘 제게 확인했어요.

 

그리고 예전에 제가 그랬듯,

제가 본인을 좋아하는 걸 신기해 했지요.

그리고 후에는 그 사람이 절 많이 좋아해 주었구요..

 

2년 가까이 별 문제없이 잘 만났습니다.

지금은 본인이 더 많이 좋아한다고 했었습니다.

 

전 또 제 마음이 가는 대로 다 했습니다.

 

사주고 싶으면 다 사줬구요.

못 가본 곳이 있다고 하면 다 보여주었습니다.

 

평일엔 늘 바쁜 사람이라 주말에 쉬고 싶어하면

그냥 집에서 뭐 시켜먹거나

티비보거나 낮잠자면서 지내도 좋았어요.

 

저는 놀러 다니는 거 참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집에만 있어도 그게 좋았어요.

그 사람이 피곤해 보이니까..

 

그 사람은 제게,

어디 갈까요? 뭐 할까요?”

매번 신경을 써주었지만,

저는 괜찮아요. 피곤하면 안가도 돼요.”

이런 식으로 배려를 했었어요.

 

주변에서 남자한테 그렇게 잘해주면 안 된다는 말도 제게 했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마음을 주고 받는 데 계산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가 너무 바빠서

저를 잘못 챙겨 주는 걸 미안해 했어요.

돈이 없어서 이것저것 사주지 못하는 것도 미안해했어요.

 

하지만, 전 괜찮았습니다.

혼자서도 잘 노니까 괜찮았고

돈은 내가 쓰면 되고,

그 사람이 내게 써주는 마음 하나만으로 좋았어요.

 

 

 

이전 남자친구와는 다르게

본인 친구들에게도 절 소개시켜주었고

친구들 모임에도 데리고 다녀주었습니다.

가족들한테 틱틱거리는 스타일인데

결혼한 동생에게도 절 소개도 해주었고요.

 

그러면서 자신이 가진 게 없어서

나중에 우리집에 인사드릴 일을 장난 삼아 걱정하기도 했어요.

 

둘 다 결혼 준비는 안되어 있어서,

구체적으로 얘기해본 적은 없지만,

연애 초반 제가 그 점은 강력히 어필을 했었습니다.

 

 

난 결혼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애들 키우는 거 너무 자신이 없다.”

 

헌데 이 남자를 만나다 보니..

결혼이란 것이 하고 싶어지더라구요.

 

이 사람이 좀 더 안정된 상태에서

자기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졌고,

이 사람이라면 결혼해서도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 심경의 변화를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진지하게는 아니었지만요...

 

얼마 전부터는 부모님께

이 사람, 이 사람과의 미래에 대해

말씀을 드릴까 하는 생각까지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부담이 될까 봐 말하겠단 얘기를 하진 않았구요.

 

늘 관계에 있어서

저 사람을 먼저 생각했었어요.

전 남자친구가 저와 결혼할 부담을 느껴 떠난걸 알기에

이 사람은 그렇게 느끼지 않게 편하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헌데 갑자기 시간을 갖자고 하더라구요.

정말 갑자기요...

 

 

제가 왜냐고 물으니,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일 끝나고 너에게 전화하는 일상적인 일이 답답해진다.”

했습니다.

 

처음엔 그렇게 얘기하다가,

제가 또 이해를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니까.

저는 저대로 감정이 잘 정리가 안되고,

그런 상태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던 도중

그는 제가 이제 싫어졌다는 얘기를 하더라구요.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하고 이틀 뒤에 다시 만났습니다.

 

이틀만에 만난 그는,

저와 연락을 하지 않는 이틀이 너무 편했다더군요.

 

나 모르는 그 사람의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지..

전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도 모르겠더라구요.

 

하지만 그는 냉정했습니다.

저는 매달렸구요.

그렇게 매달리는 제가 부담스럽다 했습니다.

또 그렇게 전 어이없이 헤어짐을 당했어요.

 

그런데요, 참 얄궂죠...

 

헤어지고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임신을 했다는 걸.

 

두 번의 테스트에 두 번 다 두 줄이었어요.

병원에서도 맞다고 하더라구요.

4주 좀 넘었으니 안정하고 있다가 다음에 오라했습니다.

 

고민을 했어요.

그리고 그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결국 제가 임신을 빌미로 매달리는 꼴이 되더군요. 

그 사람은 전에 없는 냉정함으로 수술을 얘기했습니다.

 

자신이 없다고 했고,

준비도 안 되어 있다 했고

무엇보다 저와 평생 살 자신이 없다 했어요.

 

그러마 하고 돌아섰는데

너무너무 비참 하더라구요.

누구 하나 붙들고 얘기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수술도 무서웠습니다.

 

그냥 낳겠다나 혼자 낳겠다

변덕을 부렸습니다.

 

그 사람도 가 타겠지요.

그는 가족을 동원해서 절 설득했습니다.

 

결국 수술날을 잡았고

그 사이 우리는 연락 한 번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하혈이 생기고 밤새 통증이 있어

아침 일찍 그 사람과 만나 병원을 갔어요.

 

유산이랬어요.

수술할 필요도 없이 그렇게 되었어요.

 

그 날 돌아오는 차에서 그가 얘기했습니다.

미안하다더군요.

그런데, 당분간은 혼자 있고 싶다 했어요. 

 

그리고 저에게 또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보라고 했어요.

자기도 그러겠다고 했구요.

너무 자기만 바라보는 게 부담스러웠답니다.

그렇다더라구요.

 

지금 이렇게 가슴 아파도 헤어지는 게 맞는 거 같다 더군요.

나중에 서로 너무 보고 싶어 그리워지면

언제든 다시 만나지게 되지 않겠느냐.

 

그렇게 끝을 냈어야 하는데

제가 또 그날 밤에 진상을 피웠어요.

집까지 찾아가서는

정말 패대기질을 당할 정도로 매달렸습니다.

 

그 사람은 눈이 돌아서 절 정말 벌레보듯 하더라구요.

이렇게 집착하는 거 무서워서 이렇게 될 까봐 헤어진 거라고...

 

전 아직도 이해가 안됩니다.

사귀면서 저 그 사람에게 연락이 없어도

하루 종일 전화 한 통하지 않고 기다렸어요.

거의 12시간을 일하는 사람이라

제 전화가 방해 될까봐 오는 전화만 받았습니다.

 

전화기 검사 따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구요.

그런데 대체 뭣때문에 제가 집착할까봐 무서웠다는건지..

 

하지만 저의 마지막 진상 탓에 결국

그 사람의 예언(?)은 적중하게 되어버렸죠.

 

그는 10년을 썼다는 전화번호도 바꿨더군요.

제가 정말 치 떨리게 싫어졌나 봐요.

 

그럼에도 전 아직도 저 사람을 기다립니다.

정말 미친 것 같지요.

 

그렇다고 뭐,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뭐 이런 1차원적인 고민은 아닙니다.

 

저 남자의 심리가 궁금합니다.

갑자기 돌변한 마음도 궁금하지만,

그것보다,

본인의 아이를 가졌고 유산까지 되어버린 게

저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요?

그만큼 제가 싫은 것일 수도 있지만,

저런 것들을 넘어설 만큼 혼자이고 싶은 걸까요?

책임감보다도 부담이 더 앞서는 이유

무엇인지 말입니다.

 

, 임신도 유산도

아직까지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듭니다.

 

지난 일이라 덮으면 그만이겠지만서도

관계를 가진 첫 남자였고,

그리고 첫 임신, 첫 유산이에요.

 

처음에 의미를 둔다기보다는, 글쎄요..

 

촌스러운 사고인지 몰라도,

임신에 유산까지 하고

제가 누굴 만나 다시 임신을 하고 기뻐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기다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아직도 크고

그 사람이 잘해준 것만 떠올라

너무너무 다시 만나고 싶기도 하지만...

 

서른 다섯 저에게

잠시라도 결혼과 출산을 꿈꾸게 한 남자라서

인 것 같기도 해요.

 

제 연애의 문제는 무엇인 걸까요...

 

너무 잘해주는 게 정말 문제인가?

결국은 제가 여우짓을 했어야 하는 건가요?

 

왜 마음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부담이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일방적으로 병적으로 그런 것도 아니고

서로 사랑한다고 믿는 연인에게

그런 것이 왜 독으로 돌아오나요....?

 

그리고, 착해서 착해서 착해서... ㅠㅠ

 

왜 다들 저에게 착하다고 말하고서는,

이렇게 떠나는 걸까요?

 

제가 연애 경험이 많이 없어서

뭔가 내가 모르는 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두 남자가 제게 같은 말을 했습니다.

이 남자 저 남자 많이 만나보라.

그랬어야 했나 봅니다. 이미 늦었지만요.

 

너무 많은 일이 갑자기 닥쳐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 자꾸 자책이 커집니다.

서른 다섯 세월을 헛산 느낌이 들어요.

쓸모없는 사람같기도 하구요.

 

위로가 필요한 건지 뭔지도 사실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쓰고 나면 후련해 질까

하는 마음으로 메일을 보냅니다만...

 

아직도 전 그냥 너무너무 혼란스럽고 힘듭니다.

 

친구들은 애들 학교나 유치원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데,

스무 살때나 했을 법한 연애문제를 안고 있네요.

 

육아에 바쁜 친구들에게 얘기해봐야 

누가 공감해 주기나 할까...

달리 털어놓을 곳이 없어 이렇게 써봅니다.

 

그냥, 그냥, 사는 게 별 의미가 없어져 버린 제 자신

 

제가 보기에도 참.. 초라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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