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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 지젝읽는 남자

2014.01.21 16:46

 

자영업자님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수욜과 일욜은 감친밥 데이

하고 싶습니다. ;ㅁ;

[회람][모집] 감자의 친구들은 밥벌이를 하지

 

안녕하세요. 삼십몇살의 직장인 남자 입니다.(올해부터는 어디서 나이 물어보면 그냥 30대라고 얼버무리려고 합니다. ㅜㅜ) 문자보다 숫자를 더 많이 접하는 일을 하고 있구요. 2014년 새해 맞이 기념으로(?) 부끄러운 기억을 사연으로 보내봅니다.(읭?) ㅋㅋ

 

그러니까 이 이야기가 벌어지는 곳은 미용실입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기본적으로 이 미용실이란 곳은

남자들이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아니 듯 합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의 수다에도 좀 익숙해져야 하고,

끊임없이 말을 거는 미용사와 보조님들에게도 당황하지 않아야하고

알 수 없는 전문 용어(?)나 장비들

시각적으로나마 일단 적응을 해야 맘이 좀 편한데

그 문턱이 만만한 공간은 아니거든요.

 

부루크럽과 이런 저런 곳을 전전하던 중

아는 분이 운영하시는 미용실의 존재를 안 후의 안도감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정도의 따스함이었습니다. ㅜㅜ

 

 

쭈삣 거리지 않고 자연스레

미용실문을 열고 들어가서

"알아서 해주세요." 라고 말하며

편히 앉아 있을 수 있는 미용실

외모 꾸미는데 별로 관심 없는 저 같은 남자에겐

축복과도 같은 장소란 말입니다. ㅠㅠ

 

그렇게 단우물같던 그 미용실을 전 꽤 오래 다니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턴 추가적으로 두피 케어도 받고 있구요.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머리에 을 쓰고 앉아서

며칠 전부터 읽던 을 뒤적이고 있었는데

거울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의 어떤 여자분이

제 눈에 띄었습니다. 

 

'~ 귀엽게 생겼네.

화장이 좀 진한 듯 한데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어디서 봤더라...

 

 

 

 

 

오마이!!!!!

 

 

지쟈쓰...'

 

 

소름이 막 돋으면서

몇 달 전 기억이 화들짝!! 나면서 

저는 멘붕에 빠졌습니다.

 

 

 

그러니까 몇 달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애인도 없이 그냥 쭈그리로 살고 있던 제 모습이

미용실 원장님 보시기에 안돼 보였나 봅니다.

소개팅을 권해 오시더군요.

 

단발머리 여중생일 때부터

장장 15년 단골이라는 처자의 이야기를 하시며

성격이 아주 좋다며 저랑 잘 어울릴 것 같으니

소개 시켜 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님도 단골이신데 인품이 정말 좋으시다고도 하셨구요.

 

처음 저 얘길 들었을 땐

그저 당황해서 ~ 했습니다.

좀 갑작스러웠거든요.

 

세상에!!!! 

미용실에서 소개팅 주선을 해주시다니요!!!!

 

 

 

라고 저의 놀라움을 여자사람들에게 얘기하자,

원래 그분들은 종종 그런 일을 하신다고...;;

 

아.. 여전히 저에게 미용실은 신비로운 곳입니다.

 

좌우간 그 제안이 낯설었던 저는,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오래 다닌 보람이 있네 ㅋㅋㅋㅋ'

라는 생각도 했더랬습니다.

싫다고 할 이유는 더더욱 없어

일단 덥썩 미용실 원장님의 제안을 물었구 말구요. 

 

소개팅 자리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아담한 체구에 귀여운 스타일이더군요.

어떤 연예인을 닮은 듯도 했습니다.

 

도 먹고 잠깐 걷다가 맥주도 한잔했습니다.

대화도 끊김 없이 그럭저럭 잘 되었구요.

조심스럽게 말하는 모습이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근데 그 분과 만나는 중간 중간

머리 속에 자꾸 그 닮은 연예인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지워지지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그 연예인을 매우 싫어한다는데 있었습니다.

싫은 부분이 

얼굴인지, 스타일인지, 분위기인지를 구분할 정도로

예민한 남자는 아닌데,

그 여자 연예인의 느낌(!)이 싫다고 얼버무려 봅니다.. 

 

자리에 앉아 있는 내내 이건 아닌 것 같더라구요.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하기에 이르렀죠.

 

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 집까지 바래다 드렸고,

귀가 확인 문자만 보내고 

애프터없이 그저 그랬던 소개팅이 끝났습니다.

  

 

 

사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되는데..

막막 오버랩이 되면서 느낌이 좋지 않아서,

나에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혹시 내가 그 연예인 닮은 여자에게 받은

트라우마라도 있는 것일까?

 

그런데 기억하면 괴로우니까 

무의식이 기억을 막 지워버리고?

 

그래서 기억을 막 더듬어 봤습니다.

 

어렸을 적 짝사랑 대상부터 시작해서

군대 시절 탈영하고 싶어지게 만들던 여자 중위까지...

 

하지만 그 중에 그 여자를 닮은 분은 안 계셨어요. .

결국 포기하고 

'그냥 싫은 거'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미용실에 다시 갔을 때 원장쌤에게

취조(?)를 잠시 당했습니다.

 

그땐 그냥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렸죠.

차마 누구 닮아서 싫더라구요.

이럴 순 없어... .

 

그날은 좀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구요.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고 기껏 소개팅까지 시켜 줬는데

제가 단호박을 시전해 버렸으니 좀 밉게 보였나 봅니다.

 

아무튼 그렇게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_-;;;

 

그 이후 몇 달의 시간이 흘러

기억이 가물가물 해질 때

그녀를 미용실에서 만나다니....

오마이갓 오마이갓 오마이갓 ㅜㅜ

 

나 머리에 랩쓰고 있는데!!!!!

오마이갓 오마이갓 오마이갓 ㅜㅜ

 

게다가 어머니도 함께 오셨네요...

오마이갓 오마이갓 오마이갓 ㅜㅜ

 

 

두피케어 받는 시간이 꽤 걸려서

제가 먼저 나갈 확률은 적을 것 같았습니다. ㅜㅜ

 

그래서 최대한 그녀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는 작전을 써봤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빨리 흘러 가기를 몹시 기도했죠.

 

근데..

그날 따라 손님들이 바글바글 한 겁니다. ㅠㅠ

급기야

담당 미용사가 제게 다가와,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중앙 테이블로 잠시만 자리를 옮겨 주세요."라고.

 

일단 그녀와 마주 앉아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흔쾌히 OK라고 하고 자리를 옮겼는데

 

아놔. 그녀 어머님 내 옆자리로 오시고... .

 

엄마 옆자리로 그 아가씨도 와 앉고.. ㅠ.ㅠ

 

아 진짜....

OTL OTL OTL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해서

읽던 책에 얼굴을 파묻었죠.

눈과 책사이의 거리는 대략 10센치. ㅜㅜ

 

하필 그 때 철학자 지젝이 쓴 인문학 서적를 읽고 있었는데,

이게 페이지가 훌렁훌렁 넘어가지는 책도 아니고..

(하아~ 정말 폭력이란 무엇일까요.. ☞☜)

 

표지도 미용실과는

100만 광년 정도 떨어진 데다가

머리에 이상한 비닐랩까지 쓰고 있어서

시선이 자꾸 내 쪽으로 집중되는 것 같고... .

 

'만에 하나그 아가씨가 아는 척이라도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되고...

 

 

중간 중간 그 모녀가 대화라도 나누면

움찔! 움찔! 하게 되더군요.

 

대화 내용을 종합해 보면

그날 친척 결혼식이 있어서

같이 머리 하고 가는 길이라고.. .

 

눈은 책에다 박고,

귀는 모녀를 향해 쫑긋쫑긋.

숨도 제대로 못 쉬며

10분 정도 그렇게 앉아 있었을 겁니다. ㅜㅜ

 

잠시후.

모녀가 미용을 마치고 미용실을 빠져나갔습니다.

 

...

살 것 같았어요. ㅜㅜ

 

해방감에 한숨을 몰아 쉬었습니다.

 

원장님이 아주 조용히 다가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셨는데..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는데요.. 뭘...

 

"아하하하~ 그럴 수도 있죠 뭐~"

라고 대충 넘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

그 후로도..

난 미용실에 갔을 뿐인데,

뜬금없이 그 아가씨 시집가는 얘기도 듣게 되고... 

 

 

 

 

원장님은 아직도 가끔 소개팅 얘기를 꺼내는데...

지금까지는 완곡히 잘 거절하고 있습니다.. .

 

 

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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