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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영화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일까

2014.02.11 18:15

늦깍이 수험생, 아직도 성장중인 가방끈

을 갖고 계신 분들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회람][모집] 감자의 친구들은 밥벌이를 하지

 

안녕하세요. 이제 3년째.. 감친연이 막 생길 무렵부터 지금까지 블로그 글은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2011년에 제보한 전과가 있는 30대의 남자입니다.

 

원래는 달리기가 취미였던 저는

산을 오르는 즐거움까지 알게 되어

마라톤, 등산, 산악마라톤을 즐기며 지내게 되었고

그러던 중 어느 해인가

'여름 휴가로 지리산 종주를 가리라!!'

계획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즈음 친하게 지내던 동창놈에게 연락이 왔고,

저는 그 친구에게 휴가 계획을 말하게 되었죠.

제가 전부터 지리산이 좋다고 좋다고

노래를 불렀던 지라,

친구가 그 좋다는 지리산 나도 같이 가보자.”

, 자기도 같이 갔으면 하더군요.

 

친구는 등산 경험은 전무하지만,

꾸준히 운동을 하는 친구

체력이 웬만한 등산애호가 이상 수준은 될 것 같았고

그 친구랑 같이 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어떻게 하다보니,

여자 후배(저와 친구의 후배라던데, 저는 잘 모름)한테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본인도 지리산 종주를 가고 싶어했다

괜찮으면 같이 갔으면 한다는 겁니다.

 

평소에 운동을 즐기고

수영도 꾸준히 한다고 하니,

같이 가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참고로 친구에게는 수년 전부터

지금까지 잘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으며,

그 후배와는 정말 그냥 선후배인 듯 했습니다.  

 

그 아가씨는 

고향 도시에 내려가서 살고 있다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 친구도 데려오겠다고 하지 뭡니까.

 

가려고 하는 게 일반 산행이 아닌

지리산 종주 코스(대피소에서 하루 자고 1 2일 소요),

친구분은 어느 정도 체력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운동 같은 건 따로 안 하고,

비타민과 영양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하 그녀를 비타민녀라고 부르겠습니다.

 

흠...

 

뭔가 불안했지만,

의지가 강해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것

이라고 하여 지리산 멤버는 4으로 정해졌습니다.

 

대피소 예약도 어렵게 어렵게 성공하고,

드디어 여름 휴가가 시작!!

 

사실 저만 여름휴가고 다른 사람들은 아니라서

금요일 밤에 출발하는 113일의 일정이었어요.

 

저랑 친구는 서울에서,

그녀들은 지방에서 출발하여 구례터미널에서 만났습니다.

 

친구의 후배라는 아가씨

저랑 같은 수업을 들은 적도 있다는데

기억이 나지는 않았어요.

 

비타민녀는 후배의 고향친구이니

당연히 처음 보는 사람.

 

다행히 다들 비교적 쉽게 친해졌습니다.

 

성삼재로 이동하여 드디어 지리산 종주를 시작.

 

지리산 종주 관련 얘기를 많이 하고 싶지만

등산덕후 성격이 짙어지는 얘기라... ㅍ.. 패스요..

 

우려했던 대로 비타민녀가 매우 많이 힘들어해서

정상적인 산행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중간부터는 제가 비타민녀의 배낭을 들었습니다.

 

간신히 첫날 세석 대피소에 도착하였고.

둘째날은 결국 계획대로 갈 수가 없었지요.

 

세석 대피소에서 백무동으로 바로 하산하였습니다.

 

비타민녀가 쩔뚝쩔뚝 간신히 내려오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그녀의 배낭도 제가 메고 내려왔죠.

 

저 빼고 다른 사람들은

월요일에 출근을 해야 하니까

버스 시간이 빠듯하여 급하게 바이바이.

 

내가 생각했던 여름휴가 지리산 종주는 이게 아닌데..

이.. 이런 식으로 끝나버리다니... ㅜㅜ

 

아쉽기도 했지만, 아쉬움보다는

애초에 데리고 오면 안될 사람을 데려왔다가,

죽을 고생을 시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서울에는 일요일에 올라왔는데, 

제 휴가는 목요일까지.

비타민녀는 수요일부터 휴가라고 했었지요.

 

지리산에서의 일이 미안했다

맛있는 것을 사주겠으니

본인이 사는 도시로 놀러오라고 연락이 왔어요.

 

그러마 했습니다.

 

실은 그 도시 근처에 있는 명산에

평소 가고 싶었던 관계로

겸사겸사 내려가겠다고 한 것이었습니다.

 

수요일 아침.

최대한 일찍 출발해서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일단은 등산부터 출발.

 

산은 터미널에서 멀지 않았습니다.

후딱 3시간 만에 올라갔다 내려와서

다시 터미널 있는 곳으로 돌아왔어요.

터미널 쪽이 시내라, 이쪽에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등산복이 아닌 예쁜 옷을 입은

비타민녀가 나타났습니다.

 

비타민녀는 오늘부터 휴가라 했고,

그 여자 후배도 같이 보기로 했는데

퇴근하기까지 시간이 있어 같이 기다리기로 했구요.

 

영화를 볼까 하다가,

막상 보려니 시간이 애매해서

그냥 커피 한잔씩 시켜서 다 먹고,

한잔은 리필을 해다가 물도 좀 더 타서

두잔으로 만들어 나눠마셨습니다.

 

막상 지리산에서는 힘들게 등반하느라

별로 얘기를 못했었는데,

마주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잘 갔습니다.

 

곧 후배가 도착했습니다.

 

셋이서 식당의 영업시간이 다 되어갈 때까지

맛있게 먹고 근처에 호프집으로 가서 2.

 

다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니라서

많이 먹지는 않았고, 3차는 그 옆에 커피숖으로.  

 

그러다가 커피를 들고 나와서

그 앞에 있는 대학교로 들어갔습니다.

 

비타민녀는 그 학교 졸업생이라고 했습니다.

후배도 비타민녀따라 어릴 때부터 드나들었던 모양이더군요.

그녀들의 추억 이야기를 들으며

교정을 한 바퀴 돌고보니 시간이 제법 늦었습니다.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 여자후배는 집으로.

저는 서울가는 첫차가 이른 새벽에 있으니까

터미널 근처에서 시간 보내다 가면 될 것 같고,

비타민녀도 택시를 타고 집에 가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비타민녀가

터미널 물품 보관함에 놓고 온 게 있다

그것을 가지러 가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뭐 그런가보다 하고,

택시 한대를 같이 타고 가다 후배를 집에 내려주고

저와 비타민녀는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습니다.

 

그녀가 짐을 맡겨 놓았다는 물품보관함에서

작은 쇼핑백을 꺼내더군요.

 

그리고 그것을 제게 내밀었습니다.

 

? 뭐지?” 하고 보니 등산용 장갑.

 

-

지리산에서 중간에 비타민녀가

장갑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제가 쓰던 걸 쓰라고 줬었는데 (사실 이건 1,000원짜리였는데!)

유명 아웃도어 회사의 장갑을 선물로 받다니

이런 남는 장사가 다 있나. 감동감동.

 

 

 

비타민녀는 휴가 시작하는 날이라

밤새 놀고 싶은가 봅니다.

 

시간을 보니 낮에 보려다

시간이 애매해서 못 봤던 영화가 곧 심야영화로 시작하는 시각.

 

보고 싶었던 영화라고 그걸 보자고 하더군요.

저도 보고 싶었던 영화이기는 하여서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그날 우리에게는

심야에 영화를 볼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는지

30분쯤 영화를 보다가 둘 다 잠이 들어 버렸죠.

 

그렇게 밤이 지나 이제 곧 버스다닐 시간.

표를 끊고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데,

비타민녀가 제 무릎 위에 머리를 대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어요.

 

생각해보니 저도 어차피 휴가가 남았는데,

꼭 새벽 첫차로 서울에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비타민녀랑 조금 더 같이 있고 싶기도 하고,

터미널 근처에는 찜질방도 있더라고요.

 

찜질방에서 좀 자고 나와서

늦은 아침까지 같이 먹고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오후에서야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여름 휴가가 다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비타민녀와는 매일 연락을 하며 지냈습니다.

 

 

서로 호감이 있다고 확신하였고,

돌아오는 주말에 다시 그녀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서

고백을 하고 사귀기로 하였지요.

거리같은 것은 서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 다음 주 주말에는

그녀가 서울로 올라오기로 하였지요.

 

그런데...

그녀가 올라오기로 한 전날 저녁.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세 번 만난 사람.

사귀기로 하고선 한 번 만났을 뿐인 제가

그녀의 남자친구로서 장례식장을 간다는 게

이상하게도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도 오지 말라고 했고,

저는 결국 가지 않았습니다.

 

그 일에 대해 지나고 나서 후회를 많이 했지만,

어쨌든 그런 선택을 한 건 저였고.

그렇게 고인의 장례식은 모두 끝났어요.

 

슬픔이 컸을 그녀에게

저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그 다음 주 주말에 내려가고자 하니

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이제 올 필요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여러 생각을 해보았는데

이런 연애는 시작부터 안하는 게 맞겠다.”

 

 

이렇게 저의 장거리 연애는

시작도 하기 전에

 

 

 

 

 

 

이 나는 줄 알았는데.

 

또 한 주가 지난 토요일 새벽에

그녀에게서 장문의 메시지가 왔습니다.

술 먹고 보낸 듯 했습니다.

 

내가 오지 말라고 했을 때,

그래도 오빠가 당연히 올 줄 알았는데 

혼자 착각한 거였나 보다.

(중략-그밖에 이런 저런 얘기)

너도 나도 잘 살자.

나도 등산을 취미로 해볼까 하는데

내일은 XX(제가 그녀를 두번째 만났던 날 들렸던 그 산)

한번 올라 볼 것이다.”

 

저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집을 나와서

아침 6시 버스를 타고 

그녀가 가겠다 했던 산 쪽으로 갔습니다.

앞에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도착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근데...

전화를 안 받네요....

일부러 안 받는 건가??

 

 

몇 번 더 걸다보니 전화를 받기는 했는데,

 

 

?

자다가 이제 일어난건희...?

 

나 산 앞에 와있어.”

하니,

 

거긴 갑자기 왜 와 있는거야?”

 

 

역시... 술 먹고 보낸 메시지가 맞았습니다. OTL OTL

 

아무튼 기다리고 기다려서 오긴 오대요.

 

예전같은.. 자연스러움은 없었습니다.

지리산 종주 때의 첫 만남보다도

훨씬 더 어색했습니다.

 

때마침 비가 왔고,

비를 맞으며 안개 속의 산을 불편하게 올랐습니다.

산중턱까지만.

 

비타민녀는 저 먹으라고 만두를 싸왔는데,

빗물과 눈물에 젖은 만두는 참 맛있었지만

 

 

 

 

먹고 체했어요.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습니다.

전에 배웅받을 때와는 달리,

이제는 여기 올 필요없다는 인사말을 들으며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못 만날 줄 알았던 그 사람을

두어 해가 지난, 지난 가을.

정말 뜬금없게도 남한산성에서 만났어요.

 

저는 혼자서 산악마라톤 하는 중이라

하남 검단산에서부터 출발해서

남한산성까지열심히 뛰어가는 길이었는데,

고향도시에서 잘 살고 있어야 할 사람을

이런 데서 떡! 하고 만나다니.

 

그 와중에 서로 알아본 것도 참 놀랍더라고요.

 

짧게 몇 마디 이야기해보니,

서울로 발령받아서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대요.

그날은 회사에서 단체로 야유회 온 것이었구요. 

 

회사 사람들하고 같이 있어서 길게 얘기는 못 하고,

다시 후다닥...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서 지나왔습니다.

 

 

 

 

이렇게 우연히 만나지는 것이

정말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가..

 

하지만 다시 만나서 잘 되고 그런 건

역시 영화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일까...

 

진짜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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