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친]구들은 [밥]벌이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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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친밥] 싫은 사람

2014.03.9 16:03



 

 

 

안녕하세요. 홀언니와 여러 형제자매님들. 저는 이제 고작 30살인 꼬꼬마 여자 직장인입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에 지금 다니는 직장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여사원 A는 저와 같은 팀으로, 저보다 2주 정도 늦게 들어왔지요. 그녀는 저보다 2-3살 정도 어렸고 저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일해야 하는 포지션이었습니다. 협력이라 함은, 제가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뭔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면 A가 그대로 만들어주는 일이었어요.

 

A가 들어왔을 때, 저희 팀장님은 네가 A의 상사이니 잘 이끌어주고 A가 일을 잘 못할 경우 네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저는 좋은 상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제가 A의 업무도 많이 도와주고 친절하게 대해주었어요. A와 관계는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점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A가 저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가 "이거 100장만 복사해 줘." (A가 해야 하는 역할)라고 A에게 일을 주면 바로 저에게 와서 "100장 복사하래요.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봤습니다. "복사기는 어디 있나요? 이 복사기 사용법 좀 알려주세요.” 이라고 묻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업무처리 의지가 의심스러웠지만, 처음 한두 번은 제가 해주기도 하고, 혼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방법을 일러주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업무나 상황이 생길 때마다 그대로 읊으면서 저에게 "이거 하래요. 어떻게 해요?"되물으니 힘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렇게 물어봐서 제가 알려주면 듣지를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잘못 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알려주어도 듣지 않았습니다.

 

말이라도, "고칠께요."하고 뒤에서 계속하는 직원도 아녔어요. 기껏 알려주고 가르쳐 주면, “그렇게 하기 싫다.” 당당하게 말하고 정말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일하더라구요. 책임자는 저인데요... 매번 싸울 수도 없어서 일단은 위에서 말 나오기 전까지 지켜보자.’ 라고 생각하고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에게 중요한 업무가 주어졌는데 A에게 업무 요청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A가 가져온 결과물은 제가 요청했던 것과는 방향이 많이 달랐습니다. 저는 다시 해달라고 했고, A그냥 해요.” 라고 말하더군요. 제가 보기엔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었고 제가 맡아서 책임지고 하는 일이라 그렇게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고쳐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요청을 받은 A의 대답. 

"만약에 문제 생기면 제가 혼날테니까 그냥 하시면 안돼요?"

 

 

얘한테는 내가 직장 상사가 아닌 아는 언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A의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해 타팀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업무가 문제가 아니니, “사내예절을 좀 가르치라더군요.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저는 좋게 말해보기도 하고 냉정하게 지적도 해봤습니다. 그리고 A는 점점 기분 상해했고 저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A는 다른 팀의 B, C 사원들과 친했는데, 그들과 함께 저를 점점 따돌리는 것도 느껴졌습니다.

 

지금에서야 제가 후회하는 것은 이때,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봤다면 일이 다른 방향으로 풀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에요. 하지만 저도 상처받았고, 옹졸한 마음에 차갑게 업무만 지시하고 그동안의 불만을 모두 지적했어요.

 

그 날도 전 A에게 수정을 요청했습니다. A는 대답도 안하고 자기 방식대로 일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다시 한번 요청하자 A가 화를 내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가 내 상사야? 어디서 나한테 감히 이래라 저래라야?"

 

 

저는 순간 열이 확 올랐습니다. 사무실이라 참았습니다. A에게 큰 소리 내지 마라. 사무실이다. 말조심해라.” 라고 했어요. 하지만 A는 아랑곳하지 않고, 난리를 피웠지요.

 

네까짓게 뭔데 나한테 이래? 뭐 문제있어? 그럼 팀장님한테 말해. 아 가서 말하라고! "

 

팀장님이 마침 그때 한창 바빠 보이셨어요. 머리 끝까지 열이 올라 참느라 힘들었지만, A의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왜 말 못하냐? 겁나냐? 팀장님 저기 계시네. 불만 있으면 가서 말하라고!!"

 

 

결국 전 팀장님께 면담을 요청했고 저희는 팀장님과 개별면담을 했습니다. 팀장님은 저희 둘이 더 이상 부딪힐 일 없도록 업무를 완벽하게 분리시켜 주셨어요. 저는 팀장님께 “A는 제가 본인의 상사인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팀장님은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A는 네가 본인의 상사인 것을 잘 알고 있으니, 그 부분은 걱정 말아라.” 하시더군요.

 

 

A가 이중적으로 느껴졌고 상처받았을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싫어졌습니다업무 분리가 되었으나, A는 하기 힘든 일이 있다고 제가 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며 메신저로 요청했나 봅니다. 저는 화가 나서 A를 차단시켜 놨었구요. 그러자 A어떻게 나를 차단시킬 수가 있냐!!!” 며 사무실에서 또 난리를 피웠습니다. 그런 막말을 해놓고 업무적으로 도움을 받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욱 황당했습니다.

 

어차피 바로 옆자리라,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얼마든지 직접 말을 할 수도 있었던 것이었구요. 결국 그 업무도 제가 계속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저와 A의 사이가 틀어진 후, A와 친하게 지내던 B, C는 제 인사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나중엔 저도 인사하지 않았구요. 다만 함께 일하게 될 때에는 의식적으로 더 친절하게 대했어요. 꼬투리 잡히기 싫었거든요.

 

A는 저에 대해 욕을 하고 다녔고 그 욕 그대로 제 귀로 들어왔습니다. "대가리빈 년, 저 년 무식해서 같이 일하기 싫다." 고 했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주어진 일 못하겠다며 저에게 도와달라고 한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맞대응하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느라 힘들었던 때였습니다. 친한 직원들이 제 이미지만 실추된다며 뜯어말리기도 했구요.

 

관계는 점점 악화되었고, 이번엔 팀장님이 나서셔서 제게 화해를 권했습니다. 팀장님도 중간에서 너무 힘들어하셨고 회사에서 저의 입지도 좁아져가니 화해하겠다고 했지만 마음은 그렇지가 않았어요. 아무튼 회의실에서 팀장님과 A, 셋이 이야기했습니다.

 

팀장님은 원인을 물어보셨고 전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A는 자신이 막말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어요. “땡땡님이 먼저 나에게 냉정하게 대했으니 그런 행동을 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라고 하면서요. 저도 냉정하게 굴었던 점을 사과했습니다.

 

팀장님은 화해할 꺼냐고 물어보셨고 전 화해하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A"전 땡땡님같은 사람이랑 화해하기 싫구요, 그냥 이렇게 지내는 게 좋아요. 일만 하면 되죠." 라고 팀장님은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다시 화해를 권했고, A는 다시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땡땡님은 살면서 인생을 한번쯤 돌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날 저는 A가 회의실을 나간 후 한참을 울었습니다.

 

화해까지는 아니지만, 다른 이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저희는 표면적으로 서로 싫어하는 티를 내지 않기로 했고, 음료 담당이었던 A는 제게도 원하는 음료가 있으면 편하게 말하라고 하더군요. 차마 말 못 하겠더라고요. 음료에 침 뱉어놨을 것 같았어요. 뭐 먹겠냐고 물어봐 줄 때면, 고맙다고 얘기하고 그냥 주는 대로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A가 자신의 호의를 거절한다고 느꼈는지 "왜 요청해서 먹지 않냐?"라는 장문의 메일을 보내 왔습니다. A는 실제로 점점 부드럽고 친절해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저는 상처받은 상태였고, 그 후로도 업무적인 대화만 오갔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내 스스로의 문제가 무엇인지, 참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 즈음에는 이미, 제 멘탈은 녹아 없어진 지 오래였고, 인간관계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가 미워졌어요. 상황을 이렇게 만든 저의 잘못이 크게 느껴졌어요. 게다가 A가 이 갈등의 원인이 제 문제라고 하니 더욱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너무 깊은 상처를 준 A가 미치도록 싫었습니다. 똑같은 상처를 되돌려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어요. A는 종교활동을 활발히 하는 사람이었고, 그 종교에서 유명한 분과 친분이 있어 보였는데 그 유명하신 분은 A에 대해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묘사 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분께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메일까지 보내려고 했었어요. 이런 저를 챙기고 말려주느라 저랑 친한 직장 상사, 동료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A는 회사에 없습니다. A가 하던 업무까지 제가 맡아 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A가 없어서 한편으론 마음이 편합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A가 싫어요. 물론 A의 기억은 제 기억과 많이 다를 테고, 제가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제가 A를 데리고 일하는데 많이 미숙하고 잘못을 했다는 것을 깨달아갑니다. 그래도 상처에 많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어요.

 

직장에 계신 모든 분들. 어느 자리에 있든지 고충은 있을 것입니다. 부대껴가며 일하다 보니 갈등의 소지도 충분하지요.

 

그런데요, 아무리 숨 턱턱 막히는 일이라도 한 번쯤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내가 상사라도, 내가 부하 직원이라도 먼저 손을 내밀어 보면 좋겠다 생각해봅니다. 먼저 내밀어야 할 이유라면, 내가 더 깊은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 제가 먼저 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솔직히 섭섭한 점을 말해 봤더라면, A가 제게 먼저 심한 말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줬더라면 지금과 같이 깊은 상처를 안고 살지는 않아도 됐을 거라 생각이 들거든요.

 

이렇게 하나하나 겪고 배우며 대한민국의 직장인이 되어가는가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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