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뚜감자님…
늘 애독만 해오던 제가 제보를 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참. 심경이 복잡합니다.
ㅜㅜ
전 만 2년 정도 연애를 끊고 산 과년한 처자입니다.
한동안 남녀상열지사따위 냄새도 못맡고 살았더니,
이제 판단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지경까지 왔나 봅니다.
에효.
오늘의 제보 내지는 형제자매님들께 조언을 구하는 글을 쓴 이유는,
본 사연이 현재 아직 End는 아닌 상황이나,
쫑을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휩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천사와 앙마가 미친듯이 싸움중이에요….ㅜㅜ
아 눙물나 ㅜㅜ
로 시작되는 사연을 받고,
증말 난 또 역시 뭔가 심하게 감정이 이입되어버려
어제 통인시장에서 사온 기름떡볶이
- 아줌마 볶지 말고 3000원어치만 주세요 -
해서 사온걸 다 볶아 먹어버렸네?
일단 같이 읽어봅시다.
----- * ----- * ----- * ----- 절 취 선 ----- * ----- * ----- * ----- * ----- *
약 2주전에 얼굴만 알고 있었던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친구와 약속장소에 함께 가던 길에
아는 오빠가 근처에 있다고 잠깐 들러 얼굴이나 보자고 했다면서,
저는 제 친구와 그 아는 오빠가 만나는 1시간 동안
꿔다 놓은 보리자루 마냥,
옆에서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소개팅따위와 전혀 상관없는 그들만의 만남이었는데,
근데………………
그 친구의 아는 오빠님께서.
제 친구를 통해 "제게 관심이 있다"라는 말씀을 전해 오셨습니다.
심지어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나 뭐라나..
--;
저는 속으로
오우. 말도 안됨!!!
그 전날 계속 야근해서, 얼굴은 성인여드름에, 안경까지 쓰고 최악이었는데
아즈씨 뭐 잘못본거 아님? 했습죠.
이것은 어줍잖고 재수없는 겸손한 척이 아니라,
전 그날 제 상태가 안 좋아서
아 막 친구가 모르는 사람까지 같이 만나자그러고 촉흠 짜증이 난데다,
여드름까지 돋아오르고 여러가지로 정말 찌그러져 있고 싶은 날이었거든요… ㅋ
그래서 그 남자분을 자세히 쳐다보지도 않았거든요.
그 사람도 나 쳐다볼까봐. --a
혹시 설마 …. 그게 조신한 처자로 보였나?
ㅋㄷㅋㄷ
좌우간 얼핏 본 그 남자의 첫인상은,
체격 좋고, 허우대는 멀쩡하시구나 정도?
전 원래 사회생활에서는 눈치 빠르고 잔머리도 잘 돌아가는 편인데,
이게 남자 눈치는 완전 꽝꽝꽝이라서,
절대 눈치를 채지 못했죠.
찌그러져 있고싶던 날에 스친 남자따위
인연후보자 명단에 올려두었을리도 없고요…
그래도 뭐 좋아해주시니 일단은 땡큐…
ㅎ
친구가 그분께 제 전화번호 알려줬다며,
괜찮냐고 묻는데,
나 : “나 완전 낯가림 심한거 알잖아…
전화와서 괜히 어색한 사이되면 우짜노?”
그랬더니 그분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재미있으니 걱정말라고 하더라구요…
(전 남들이 볼땐 정말 붙임성 좋고, 낯가림도 없고,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요,
그건 정~~~~말 남들 착각이고, 사실 마음속으로 낯가림되게 심합니다. 이런 분 있으시죠?있으실 거에요.)
(감자 : 저요 -_-/)
뭐 그렇게 연락처를 알게되어 문자를 주고 받으며
한동안 씨버러버틱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근데 그 문자의 내용이...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에서 보내오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그 : 00씨는 내가 그 동안 찾아왔던 여자다.
나 : 근데 저… 잘 모르시는데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실 수...?
그 : 내가 세상 그 어떤 사람 보다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있다.
나 : 제가 뭘 좋아하는 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사는지 아시는지..?
힝.
ㅜㅜ
자신감이 아주 과도하게 충만하십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직설적인 내용이 100%입니다.
계속 그냥 듣고 있자니 수긍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저는 안되겠다 싶어서 전화통화를 할 때,
"이런 표현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라고 설명하며
진정한 배려란 무엇인가에 대한 것도 얘기해보려 노력해봤습니다...
만,
“저랑 생각이 많이 다르신거 같아효.” 라는 얘기로 마무리짓고 말았습니다.
흐흐흑
그래 나쁜 사람같지 않으니,
한번은 만나서 내 의사를 정확히 전달해보자는 생각에,
제대로 처음 만나보았습니다.
그제서야 모습을 자세히 보았는데,
허우대 멀쩡한 정도가 아니고...
에효..
근육질에 키도 크고, 외관이 알흠답습디다...ㅎ
실은 참 섹쉬 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외모에 ‘혹’하진 않는 타입이라
이분이 보낸 손발 오그라드는 문자를 생각하며,
올바른 판단력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만나서 자리 잡자마자,
말 놓자고 합니다.
그래야 친해진다고... (첫번째 헉!)
대화는 재미있었지만,
중간중간 저를 꼬시기 위해 보냈던 그 문자같은 손발 오그라드는 이야기를
감히 육성으로 시전하십니다. (두번째 헉헉)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아무리 날 설득해도 너에 대한 내 마음은 변하지 않으니,
네가 나한테 좀 져줄 수 없겠니? (= 사귀는 사이가 될 수 없겠니?)
② 난 니가 날 꼭 사랑하게 만들거야.. 그럴 자신있어..
어설프게 고백할 거면 시작하지도 않았어..!
등의 과신감(과도한 자신감) 표현...
③ 나 소개팅 들어왔는데, 괜찮겠어? (ㅇㅇ 괜찮아.ㅜㅜ )
네가 나가지 말라면 안나갈께.. (나는 오늘 너님과 제대로 만난게 오늘 처음인데, 제가 뭐라도 됩니까 ㅜㅜ)
④ 난 앞으로 너만 바라볼거야.. (아오 ㅜㅜ)
전 그분의 과한 표현의 불편함에 대해
계속 손발 오그라들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말과 행동과 표정으로 모두 했습니다.
-_-;;
그러다가,
제가 쫌 직설적이라,
“혹시 섹시하다는 소리 많이 듣죠?”(이런 질문 남자한테 해보기도 첨입니다.ㅋ)
그랬더니,
막막막 하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면서,
가끔 듣긴 듣는다며... ㅋㅋㅋ
저도 “제가 봐도 섹시해보여요… 칭찬이에요.” 라고 했죠..
그랬더니 아주 증말 당황되게스리 너~~~~무 좋아합니다.
ㅜㅜ
너의 그 칭찬이 사귀자는 질문의 허락으로 들린답니다. (에? 세번째 헉헉헉)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길에 나오니,
이 분, 제 손을 잡습니다.
전 완전 당황합니다.
"헉! 이러시면..." (이건 무슨 신파도 아니고 -_-)
그랬더니 제 허리를 잡습니다!!
전 더욱 당황합니다.
"끙! 이러시면... ㅜㅜ"
그랬더니,
자기가 이렇게 하는게 싫으면
제가 팔짱을 끼면 된답니다. 아오.
“처음 만난 여자한테도
어떻게 이렇게 쉽게 손잡고 그럴 수 있죠?” 물었더니
“내가 그렇게 쉬운 남자로 보여?
내 여자한테만 그래”
랍니다.
뭥미.
그때부터 머리가 어질어질 아무 생각도 안나고…
전 너무 놀라 혈압이 오르고, 열도 오르고 하여,
오는 택시를 빨리 잡아서 일단, 집에 무사히 왔습니다.
휴우..
이 사람. 무섭습니다...
이러다 이 사람한테 잡아 먹힐거 같아란 직감이 마구마구 옵니다.
전 이분과 만나다간 너무도 위험하겠다 싶어서,
마음 속의 천사가 “그 마음 접으라”고 충고합니다.
그래서 연락을 안하려 했었는데..
그랬는데...
왠지 왠지... 자꾸 생각이 나는거 있죠?
☞☜
며칠전, 제 회사 근처에 와있다고 보잡니다.
안된다고 해야 맞는 것같은데
저는 마약에 홀린 듯이, 된다고 합니다...
ㅜㅜ
맞습니다.
홀린거였어요...
그래도 다시 마음을 붙잡고,
'당신이랑 나랑은 생각하는 가치관이 너무 다른 사람이라 안된다'라고
오늘은 정말 제대로 말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차문을 열어줍니다.
차에 탑니다.
근데 갑자기 얼굴을 제쪽으로 들이밀더니,
제 안전벨트를 매주려 합니다.
전 또 급당황하여..
“이런거 안해주셔도 되거든요?”
라고 얼굴 벌게져서 소리쳤습니다.
쪼금 미안하더라구요.. ㅜㅜ
이미 이때부터 전 다시,
혈압이 오르고,
열을 발산하며,
판단능력을 상실합니다.
'당신은 너무 말초적이라 안되겠어요.'라는 말을 해야지.
라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지만,
기억이 희미합니다.
그러더니 손을 잡습니다.
허리도 잡습니다.
전 자존심 상하실까 조심스레 자연스레 피해보지만,
이 늪을 벗어날 수 없네요...
ㅜㅜ
전 이미 판단능력 상실이고,
피해야겠다는 에너지도 상실상태였어요…
이러면 안되는데, 싫지도 않습니다.
뭐죠????????
그렇지만, 애써 정신을 차려
이런거 너무 당황스럽다,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난 그런 사람(그런사람이란 대체 뭘까요? -_-) 아냐!! 라며 대응해봤지만,
제 말은 개미의 외침같이 들리지도 않는 상황이었더랬죠..
ㅜㅜ
그리고 집에 대려다 주면서 내리려는데
제게 확 키스를 하려는겁니다.
(잊으실까바 다시 알려드리지만 두번째 만남이었어요.)
저 “이러시면..” 하고 분명히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굴하지않으시고, 또 들이댑니다..
"아직 이것은 안돼요.."
하고 거절했더니,
"그럼 이건 괜찮지?" 하면서
절 끌어안습니다.
저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그분한테 저는 이미 “내여자” 입니다. ㅜㅜ
근데 그 섹시남이 계속 생각이 납니다... ☞☜
이건 아닌데!!!!
이건 사랑이 아냐!!! 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이에요.
ㅜㅜ
그는 뭔가 남보다 페로몬이 1000배쯤 더 나오는 사람인가효?
저도 알고보면 동물적인 뇨자인건가요?
뭔가 제 정체성의 혼란까지 가져오는 이 상황을 제가 어찌해야하는지,
특히 형제님 입장이 궁금합니다..
또 생각하려니 머리가 멍하고, 숨이 가빠지고 그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