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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내가 나빴다(2)완결

2014.06.3 11:57

1편 바로가기 뿅!! → [황망한연애담] 내가 나빴다(1)

 

 

 

그동안 전 "고마워미안해.기계처럼 말했을 뿐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했던 마음

점점 없어졌던 것 같아요. 

뻔뻔하게도요.

 

그리고 단 한 번도

저에 대한 그의 사랑이

 

식을 수 있는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고요.

 
 
이어서..
 
 

그 사람은, 저와의 시간에 대해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만 아니었다면

빚은 고사하고 꼬박꼬박 저축도 하고

도 사 입고 먹고 싶은 것 사 먹고

친구들도 걱정없이 만나며 지낼 수 있었던 사람.

 

그만큼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밝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인데

그런 맑은 사람을

이기심과 오만함으로 다 망쳐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걸 이제서야 깨달아

저는 지금 제가 너무너무 미워요.

 

저를 부러워하는 주변 사람들한테

"워낙에 바보같이 착한 사람이야.

나밖에 모르는 바보야."

농담처럼 말했었는데,

진짜 바보는 나였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헤어지자 하기에

"나랑 헤어지면 돈은 어떻게 받을건데?" 라고

끝까지 못난 자존심 세우며 빈정거리는 제게

그 사람은

어차피 처음부터 받을 생각 안 했다.”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다달이 제가 부쳐주는 돈을 받았던 건,

자기한테 돈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제가 조금이라도 아끼고,

덜 쓰는 습관을 기르면 빚도 좀 더 빨리 갚고,

나중에 결혼해서도

서로 좋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했어요.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나란 사람이 언제부터 이렇게 한심한 사람이었나.’

창피하고 슬펐습니다.

 

언젠가,

제가 비슷한 이유로 헤어지자고 했던 적이 있어요.

"자존심도 너무 상하고,

너의 '퍼줌' 에 내가 너무 길들여진 것 같다.

돈은 얼마가 걸리든 다 갚을테니,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그 때 그 사람은,

결혼하면 모든 게 나아질 거다.

지금 당장은 돈이 없지만,

우리 집에 먼저,

'빚이 있다는' 사실을 말씀 드리고

결혼자금을 빌리겠다.

그 다음에 너희 집에 허락을 받으러 가자.

당장은 돈이 없어

셋방으로라도 작게 시작하더라도 괜찮다.

함께 살며 노력하면 금방 나아질거다.”

라며 저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결혼의지를 양가 부모님께 말씀 드렸고,

그 때 그는 그 빚이 [저 때문에 진 것]

이라는 사실은 끝까지 말 안 해주었어요.

저한테도 그러라고 시켰고요.

 

그의 부모님(정확히는 어머님) 반대 때문에

결혼을 바로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그 때 그의 설득으로 인해

저희 결혼을 극구 반대하던 그 사람 부모님께서도

네가 그렇게 결혼하고 싶은 아이라니

이제부턴 응원하겠다.” 마음을 돌리셨지요.

 

 

그가 저에게 헤어지자고 한 그 날.

나한테는 너무나도 무섭고 충격적인 3시간 이었지만,

그에겐 얼마나 버겁고 힘든 "5"이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난 이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난 사랑 받을 만한 아무런 가치도,

자격도 없는 사람이었구나.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 주고 챙겨주는 사랑에 익숙해져

부끄러움도 염치도 모르는 괴물이 되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어요.

 

그 후로 며칠이 지나는 동안

그 사람을 원망도 해 보고,

스스로를 증오하기도 하고

후회할 것 같아 일단 잡아놓기는 했는데,

 

그렇게도 힘들다는 그 사람 곁에서

이제부턴 어떤 모습으로,

어떤 표정을 하고 있어야 하나..

 

내 옆에서 지칠 대로 지쳤다는데,

내가 그런 사람 앞에서 웃을 수 있을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닐까?

놓아주는 게 그 사람을 위한 것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 죽겠어요.

 

그러면서도 결국 또 저는

"나 때문에" 그 사람을 못 보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근데 어떻게 해요..

제가 죽을 것 같은데..

 

그 사람은 헤어지는 것마저도 본인 마음대로 못하네요.

또 저 때문에요..

 

 

근데요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그 사람이 내 옆에 있어야 하는 이유

들은 너무나도 많이 생각나는데

내가 그 사람 옆에 있어야 하는 이유

는.. 모르겠어요.

제가 그 사람이라도, 이런 제가 싫을 것 같아요.

 

굳이 한 가지 이유를 말하자면...

그 사람한테 진 모든 경제적, 정신적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때까지 그 사람 옆에 있고 싶어요.

 

제가 그 빚을 다 갚을 때까지

그 사람이 허락하지 않을까 봐 너무너무 나지만,

 

지쳤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이미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쓸쓸함과 허무한 "진심"을 봐 버렸지만,

 

당신이 지난 5년 동안 나를 위해 살았던 것처럼,

이제 내가 당신을 위해 살아보면 안되겠냐?

나에게 그럴 수 있는 기회를 달라.”

고 말해 볼래요.

 

여자가 그러면 안 된다.

남자가 끝이라면 끝이다.

구질스럽게 매달려봤자 다 소용없는데

뭣하러 헛고생이냐.

 

이런 말, 하시겠지만.. 어쩔 수 없네요.

이 매달림도 결국은 "다 저를 위한 것" 이니까요.

 

 

--------------------------------

 

 

위 내용들은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

그에게 처음으로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쓴 글입니다.

 

저 글을 써 놓고,

차마 메일을 보내진 못했지만

글에 썼던 대로 저는 그를 붙잡았고,

"변화된 나의 모습" 을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노력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몰라 제대로 못했습니다.

지난 5년 간

그에게 너무 받기만 해서

"주는 사랑" 이 어떤 건지도 까먹었나 보더라고요.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을 담아 쓴 편지?

 

아님 아무 일 없던 듯 애교 부리기?

 

그것도 아니면 울며 빌기?

 

그가 늘 저한테 하듯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옆에서 보살피고, 챙기고, 사주고, 도와주기?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해 주어야

그가 저에게서 달라진 모습을 봐 줄지..

나를 믿어줄지..

우리 둘, 계속 가도 괜찮겠다고 생각할 지..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제대로 해낸 건 하나도 없었고

저는 헤매기만 했습니다. 

 

낯선 동네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어린애처럼

한없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제 눈빛,

편안하지 않은 표정,

내뱉으려다가 자꾸 주워 삼키는 말들...

그런 바보 같은 제 헤맴을 그도 당연히 눈치챘을 거고요.

 

그 후로도 약 2달을 더 만났지만

그도 저도, 편하지가 않았습니다.

 

같이 길을 걷고, 웃고, 손을 잡는

작은 행동 하나까지도..

저는 이래도 되나?’ 하며 눈치를 보고,

그도 조심스러워 했어요.

가벼운 농담조차 못했던 것 같아요.

 

저는 죄인이었고, 그는 "지친 남자" 였으니까요.

모든 게 불편하고 어렵들었습니다.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요.

 

하지만....

저는 또 모르겠더군요..

 

그가 내 세상에서 없어진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기에,

더더욱 그를 놓아주기 힘들었어요.

 

[그가 없는 내 일상]

아무리 아무리 내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며칠 간 일부러 만나지도, 연락도 않고

나름대로의 "예행연습"을 해 봐도,

그와 헤어진 후의 제 모습이 도저히 예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분명 이 사람을 만나기 전에도

여러 번의 "다른 헤어짐"이 있었지만,

같이 보낸 세월 추억도,

그러는 동안 내가 그에게 허락했던 "역할"의 가짓수

이전의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이었으니까요.

 

술담배에 찌들어 살게 될 것 같기도 했고,

울다가 탈진해 쓰러질 것 같기도 했어요.

몇 달이고 몇 년이고

후회하며 울고 빌며 애원할 것 같기도 했고,

받아주지 않으면

죽겠다고 협박할 것 같기도 했고,

그의 집을 찾아가

난장판을 만들어 놓을 것 같기도 했고..

아무 것도 못 해보고

그냥 "죽어버리자." 싶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요..

결국 "진짜로 헤어져 버린" 그 날 이후

저에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술을 마시지도,

다시 돌아오라고 빌지도 않았고,

그를 협박하며 괴롭히지도,

그를 망가뜨리지도 않았어요.

눈물 한 방울 나지 않는 건 정말 이상했지만요.

 

이럴 리가 없는데,

그와 내가 어떤 사랑을 했는데?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혹시 내가 정신이 이상해 진 건가?’

의심을 할 정도였습니다.

 

밥도 잘 먹고, 잠도 잘만 잤으며,

심지어 일의 능률은 치솟았습니다.

당연히 결과도 좋았고요.

 

다만

가슴 한 구석이 시리듯 허전하다는 느낌?

가끔 아무 생각이 안 들고

멍 때리는 적이 많아지는 것?

그 뿐이었어요.

 

그와 완전히 헤어졌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으로 믿지 않는 걸까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우리가 어떻게 헤어져.

말도 안 돼. 곧 돌아오겠지.

금방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어있어.

그럼 결혼도 하겠지. 당연히 그럴 거야.'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한편으론 진짜로 저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계속 듭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설명하긴 힘들지만,

일상 속의 저를 가만히 지켜보면

문득문득, 예고도 없이

예전의 저는 하지 않았던 생각이 자꾸만 떠오르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괜찮다]는 말을

친구들은 제 얼굴만 보고는 믿어주지 않아요.

저는 헤어진 후

특별히 표정이 달라지지도, 모습이 바뀌지도,

일부러 외모에 변화를 주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부모님이 보시기에도 제가 이상했는지

엄마는 부쩍 제 옆에 계시려고 하고

아빠도 자꾸만

"내가 **이를 만나서 얘기를 해보겠다."

는 말씀을 하십니다.

 

별다른 설명 없니 그냥 "헤어졌다."고 했더니

가볍게 싸운 것이려니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다른 이유를 말씀 드렸어요.

(헤어지기 얼마 전 그의 어머님으로부터

전화로 심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 뒤로는 더 이상

내가 그 애를 만나야 겠다.” 는 고집을

피우진 않으시지만,

속으론 내심 아쉬우신가 봐요.

저보다도 그를 더 많이 예뻐하고 믿으셨거든요.

 

요즘 부쩍 건강이 안 좋으신 저희 할머니께는

차마 말씀 드리지 못했습니다.

 

처음 그가 우리집에 오던 날,

할머니께 잘 보이고 싶다

밥을 먹고 왔으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할머니가 싸 놓은 엉터리 김밥을

싹싹하게 웃으며 맛있게 먹던 그 모습만 기억하시고는

친척들을 뵐 때마다 항상

"갸는 김밥을 좋아혀~ 엄청 좋아혀~" 하시던 할머니..

 

"걔네 엄마 진짜 싫어! 짜증나!!"

그러면서 제가 쓸 때마다

"그저 시엄니 하래는대로 하는 거여~" 하시며

"나는 갸가 참 맘에 든다, 맘에 든다.." 하시던 할머니께

차마 이제 그 사람 못 본다는 말이 안나오더라고요.

 

 

저는 지금 일이 너무 바빠서

마음이 힘들 시간도 없지만

언젠가는 자연스레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티기엔 사실 너무 많이 무섭습니다.

 

 

지금

"생각보다 별로 안 슬프고 안 힘든" 제 모습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증거일 뿐인 것 같아서요.

무서워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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