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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내가 평강공주다

2014.07.1 15:04

안녕하세요 29세의 여성 꼬꼬마 입니다. 꿉벅.

 

저에겐 2년째 사귀고 있는 남친이 있습니다.

그는 저보다 한살 연하이고 우연한 기회에 만나

아직까지 깨가 쏟아지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답니다.

 

그는 성격이 온순해요.

첫 인상 자체가 정말 순해 보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착한 남자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인데

실제로도 온순한 사람입니다.

 

2년 동안 사귀면서 큰소리 한번 낸 적 없고

제가 화를 내면 미안하다며 집 앞으로 달려오는 사람이죠.

 

일주일에 적어도 3 이상은 만나서 데이트하고

연락 때문에 속상했던 적도 한번도 없었어요.

도 거의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으며

제가 크리스천인데

그의 집안모두 독실한 크리스천인 정말 훌륭한 짝입니다.

 

 

100일에 한번씩은 교외나들이도 하고

무슨 무슨 데이마다 선물도 잘 챙겨줍니다.

별로 안이쁜 나인데도

2년내내 이뿌다며 입맞춰주는 그야말로..

신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 생각

 

 

 

 

 

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제가 이렇게 사연을 쓰고 있는 건. ;ㅁ;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강공주'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저는 매우 머리가 뛰어나거나

센스가 넘치거나 그런 사람이 아녜요.

대한민국 평균적 지능(!)과 보통여자의 센스정도입니다.

평범하단 말씀입니다.  

 

 

그와 만나는 2년 중 1년 6개월 이상

그의 직업은 학생과 무직을 오갔어요.

저는 그를 만나기 전부터 계속 직장인이구요.

 

여자가 사회생활을 빨리 하니까

관계에서의 책임감이나 일이 돌아가는 순서,

적응력이 더 빠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가 약간 답답한 행동을 할 때면,

아직 경험이 적어서 그런가 부다.’

하고 말았는데 이젠 조금 지쳐요.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남 또는 바보였습니다. 

 

놀이동산 한 번 가본 적이 없었고,

비행기 한 번 타본 적이 없었고,

자동차는 현대기아가 다 인줄 알고,

아메리카노 한 잔도 제대로 마실 줄 모르는 그런 남자였죠.

 

전 근데 처음엔 저도 뭐.. 사실,

그러려니.. 시간지나면 알아서 하겠거니..’ 했습니다.

 

저랑 2년을 사귀면서

그는 평생 못 가본 놀이동산 몰아서 갔다고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이젠 카페에서 수다도 떨 줄 알고

요샌 BMW는 알더라고요.

(정말 수없이 가르쳐 줬어요;;; 저 마크가 비엠이야...)

 

비행기도 뭐.. 언젠간 타겠죠?

 

 

근데 이런 생활의 경험보다 더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삶 자체를 운용할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가 백수였던 시절.

학생 때는 그래도 알바라도 했었는데,

졸업을 하고 나서는 자격증이다, 토익이다 하며

알바도 안하더라구요.

 

그렇게 몇 개월을 지나니

저에게 재정적인 문제가 생겼습니다.

매주 3-4번씩 만나는데

돈 없는 그에게 커피한잔이라도 사주는 건 저니까요.

 

그래서 그때부터 얘기했습니다

어서 일을 구해라.

우선 이력서부터 써 봐라.

우선 면접이라도 보면서 인터뷰가 어떤건지 파악해 보자.”

 

흠... 이런 건 보통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하는건데

막상 그는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하는 듯했어요.

그러니 뭐.. 맘에 없이 시작한 일이 잘될 리가 있나요..

 

이력서도 쓰는 둥 마는 둥,

"면접 전화가 왔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몰라서 안받았어."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쓰는지도 몰라서

엄마에게 부탁했다더군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맘이 안생기나 보더라구요.

 

결국 제가 강하게 밀어 붙였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력서부터 자기소개서까지 쓰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마치 선수를 트레이닝 하듯 그렇게 했습니다.

면접 전화오면 응대하는 방법,

면접시 나올 질문도 연극형식으로 같이 연습했어요.

 

그리고 최후의 수단으로,

이번 달이 가기 전에 직장을 구해라.

그렇지 않으면 헤어지자.

난 미래가 없는 남자와 같이 하고 싶지 않다!! 했습니다.  

 

그 말이 정말 강하게 먹혔는지...

일주일 만에 그는 정말 직장인이 되었어요!!

 

남들은 말해요.

그가 최선을 다해 직장을 구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요..

근데... 그 얘기를 들으면 전 뭔가....

글쎄요? 제 기분을 뭐라 표현하지 못하겠어요.

 

 

전 면허도 있고 차도 있어서 그런지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차에 무심한 이 사람을 보면서 처음엔

그냥 이런 사람도 있겠거니..’ 했어요.

 

사귀고 얼마 안 있어서 제 차를 끌고

당일여행을 가게 된 적이 있었죠.

그런데 그날 하필 제가 직장문제로

아침 일찍 출근을 했다가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아... 차는 너무 막히고 졸리고 피곤하고

게다가 나름 장거리라 쉼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조수석에 앉은 그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잠들어 있었고,

깨고 나서는 음악에 심취해 노래를 부르더군요. 

 

그 날 이후 제가 말했습니다.

운전면허를 따 보는 건 어떻겠냐 고요.

 

사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의 일이니까

벌써 2년이네요.

 

그리고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또 생겼고,

극도의 짜증과 함께 운전면허를 딸 것다시 얘기했어요.

그리고 결국 제가

운전면허 학원도 알아 봐주고, 시험 공부도 가르쳐 주고

저랑 같이 운전하면서 신호 보는 법도 알려주고

그렇게... 또 트레이닝을 시켰죠.

 

그제서야 2년만에 그는 말했습니다.

~ 운전면허가 필요한 거 였구나.

그전까지 왜 필요한지 몰랐어.”

 

그리곤 면허를 땄어요!!

 

 

식당이나 커피숍에 가면

그는 주문조차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식당 가서 저기요~ 이것 좀 더 주세요.”

그 말이 어려워 늘 제게,

자기가 좀 해줘. 나 이런 것 말 잘 못해.” 합니다.

 

전 어디 가면 남자가 먼저 가서 주문 해오고

살갑게 이것 저것 더 달라고 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붙임성이 있는 남자가 호감도 더 가잖아요.

 

근데 제게 이걸 시키다니........요

그래서 또 했어요. 트레이닝.

 

주문할 때는 가서 뭐라 말해야 하는지

저기요!” 해놓고 뭐하고 말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일일이 알려줬어요.

 

그래서 이젠 커피 정도는 주문할 줄 알아요.

아직도 살갑게 더 주세요.” 는 못하지만요.  

 

 

제가 뭘 고민하는 지 감이 오시나요?

 

전 그의 엄마도 누나도 아니고 인생설계사도 아니에요.

그저 그와 같이 인생을 걸어갈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아직 너무 어리기만 한 그

절 인생의 선생님쯤으로 여기고 있는지

항상 제게 가르쳐 달라 합니다.  

 

전 알겠어요.

바보온달을 장군으로 만들었다던 평강공주의 마음을요.

 

처음엔 사랑으로 시작했는데

'아직 모르니깐 내가 하나하나 일일이 가르쳐 줘야지...'

라는 마음과

'그래도 쟤가 하는 것보다 내가 하는 게 낫겠지... '

란 맘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전 항상

제가 가진 것을 그에게 가르쳐 주고,

그는 제게 배우고.

 

저도 만나는 사람에게서 뭔가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잘난 척 좀 해도 좋으니깐 배우고 싶어요.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사람은 정말 좋은 그인데

솔직히 이런 상황이 지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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