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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 판교에 집 있는 남자

2014.07.16 10:11

안녕하세요. 올해 말 결혼을 앞둔 29살 먹은 자매입니다.

결혼 준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딩가딩가 놀면서

감친연 사연을 정주행 하던 중에

저도 제보할만한 이야기가 생각나 적어봅니다.

삼세번은 개뿔, 한 번 봤을 때 영~ 아니면 두 번 봐도 영~ 아니다

라는 것을 깨우쳐 준 경험담이에요.

 

23살 대학교 4학년 가을.

모태솔로 취준생으로 안습의 나날을 보낼 때였습니다.

언론사 시험 준비하느라

영어 학원에, 토론 스터디에

참 바쁜 와중에도

틈을 내어 외로움을 곱씹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동아리 후배가

“이제 연애 좀 해! 언니”하면서

소개팅을 물어와주었습니다.

 

그 후배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는데,

친한 교회오빠가 무려 (1) 훈남(2) 성격까지 괜찮은

그런 친구가 하나 있다면서,

멀쩡한 이 놈 구제 좀 해주라고 쫄랐대요.

 

소개팅…

연애할 타이밍도 아니라고 생각했고,

어색한 것도 이겨낼 자신이 없어서

처음엔 거절했지만

 

오지랖 넓은 후배님의 끈질긴 설득 끝에,

 

–언니, 소지섭 닮았대!

-언니, 성격 완전 재밌나봐!

-언니, 고려대 다닌다는데!

-언니, 키가 186cm!

-언니, 집이 엄청 부자래!

-제보자 후배님의 '끈질겼던 설득' 中 발췌-

 

 

 

 

 

 

네.

자매님들, 저 솔직히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홀라당~

넘어가고야 말았어요.

 

호기심이 든 저는

알겠다! 나가보마! 암튼 고맙!

을 외쳤습니다.

 

나름 첫 소개팅이었던 전

떨리는 마음을 안고

신촌으로 향했슴다.

 

먼저 도착해서

바삐 오고가는 사람들 구경하길

10분 째..

이때까지 전 평화로웠죠.

 

쪼오기 멀리

지하철 역에서 나와 누군가 걸어오는데

 

...음

 

전 그냥 계속 소지섭만 찾을 뿐이었어요. ^^;

 

소지섭...가만보자...

소지섭 오빠...

음..ㅅ..소지..섭

소지섭?

 

하늘은 언제나 남의 편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똥() 색에 하늘색+분홍색 스프라이트가 그어져 있는 셔츠

굵디 굵은 다리에 꼭 맞는 밑단 짧은 일자 청바지

그리고 갈색 가죽에 금 장식달린 벨트

화룡점정으로 앞 코가 뾰족한 구두까지

 

 

 

제길 ^^

소지섭의 ‘시옷’ 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제 기억에

그 분은 소지섭은 결단코 아니긴 했으나

뭐 대화는 괜찮게 흘렀던 것 같

 

 

 

 

다고 섣부른 착각을 당시에 좀…했던 것 같습니다.

 

소개팅 후, 바로 애프터를 받았어요.

비록 ‘이 남자다!’하는 확신은 없었지만

삼세번은 만나봐야 비로소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아주 깜~찍한 생각에 일단 오케이를 했어요.

 

 

근데 이 오빠는 그 오케이가

[우리 이제 썸 타는거야~? 옵햐~]

정도의 의미로 느껴졌나 봅니다.

 

한 번 만났을 뿐인데,

저에게 집착을 보였어요.

 

어느 날 아침 헬스장에서

운동하다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

17통(!!!) 17통(!!!) 무려 17통(!!!)

 

 

제가 런닝머신 뛰느라 전화를 받지 않자

그 오빠가 냄겨 놓은 것이었습니다..

소오름이 돋았어요.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설령 썸띵이 있다해도

17통씩 부재중 남기고들 막 그러나요?

 

-_-)...

 

요기서

약간의 ‘아니다’싶은 느낌이 들었지요.

 

하지만 저에겐 의도치 않은

두번째 만남이 찾아왔습니다.

이 남자 제가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니

X줄이 탔는가 봅니다.

 

밤 12시 쯤,

홍대에서 친구들과 씐나게 한 잔 걸치고

집에오는 길이었드랬죠.

지하철 계단을 힘없이 터벅터벅 올라오는데

통 넓은 회색 추리닝에 양 손 찔러넣고 있는

거구의 남자 그림자가 큰 대(大)자를 그리고 서서는

길막을 하는 겁니다.

 

 

 

'저건 필시 취객 아니면 미친 취객이다'

라고 생각했어요.

 

 

 

매우 쫄았습니다.

술 마신 걸 티내지 않으려 겁나 똑바로 정신차리고 걷는데,

 

“ㅇㅇ아!”

 

네...그래요...

오빠였습니다.

 

오빠는

첫 소개팅 자리에서 제가 말한 거주지를 기억해내어

본인 집 (압구정역) – 우리 집 (노원역)

한 시간 쯤 되는 거리를 차타고 와서

무작정 기다린거에요.

 

그러더니 저에게

“왜 이제 와?”

“나 너 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다.”

“술 마셨어?”

남자친구에 빙의한 듯이 말하더군요.

 

차에 타라고 했습니다. 탔…어요.

차 안에는 꼬수운 감튀 냄새가 폴폴 풍기는

맥도*드 빅맥 세트가 있었습니다.

 

그 오빠는 저를 위해서 사왔다며,

"먹어. 술 먹고 허기질텐데.

너 생각나서 왔어"

                             (제보자: 술 먹는 거랑 허기지는 건 뭔 관계죠? ㅠㅠ )

 

 "아..나 쫌 배불러. 지금"

 

"성의가 있지. 좀만 먹어봐ㅠㅠ"

 

 "..........-_-;;"

 

 

계속 권유를 넘어선 강요. 강요. 강요.

 

먹었어요.ㅋㅋㅋㅋ

안먹을 수 없었어요. 억울함

제 몸집의 두 배는 되어보이는

남자랑 차 안에 단 둘이 있는데

함부로 행동할 수 있겠남요? 흑흑.

 

이래저래 아..응…^^;; 정도로

대화에 장단은 맞춰주고 있는데…

그 오빠는 쐐기를 박았습니다.

무슨 쐐기냐면요,

 

정 떨어지게 하는 쐐기요.

 

"아버지가 ********(공기업) 쪼끔 높은 데 계셔.

그래가지구 약간 고급정보? 라고 할까..

그런 게 저절로 모이는데

부동산 투자해서 대박났잖아. 하하하"

 

 "아. 좋겠네~"

 

"지금 (어디어디)에 땅 ㅇㅇ만 평 정도 있을걸??"

 

-_- 왓 더..

 

부(富)관련 그 오빠의 소상한 브리핑

저는 장장 삼십 분 가량 듣고 앉아있었어야 했습니다.

흑흑.

 

그러다 마지막 이 남자의 한 방,

 

 

 

“오빠가 판교에 오빠 명의로 된

아파트가 한 채 있는데… 

너 오빠한테 올래?”

 

 

 

 

 

몇 년이 지난 일임에도

정말 토씨 하나 안틀리고 기억해요.

과장없이 형제자매님 앞에서 맹세할 수 있습니다!!!

 

판교에 집 있고 그러면 막 여자가 

넘어오고 일케 생각한건지. 

23살 짜리한테 26살 짜리가 어필할 게

'판교의 자기 명의 집'이라뇨.

 

전 너무너무 불쾌했어요.

이때서야 백퍼센트

‘아니구나’

‘더 만나볼 가치도 없겠구나’

확신했습니다.

 

일단 알았다고

진지하게 생각해보겠다고

이러고는 대충 마무리 지었어요.

(무서우니까^^;)

 

다음 날, 전 바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잘 안 맞는 것 같다, 미안하다, 좋은 분 만나셔라

라고요.

그래놓고 행여 전화라도 올까봐서

번호차단해버렸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소지섭 오빠(^^)를 소개시켜 준 후배가 전해준 소식

-복학 후에 꼬꼬마 여후배들에게 찝쩍거리다가 욕먹음-

 

을 끝으로 그 오빠와 영영 빠이빠이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소개팅을 계기로

주선자의 [키크대, 잘산대, 훈훈하대, 똑똑하대]

등과 같은 발언은 믿지 않는

불신가득한(=현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요!

 

황망한 소개팅 이야기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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