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황망한소개팅] 지긋지긋한 쿨남 코스프레

2014.07.16 10:33

안녕하세요~ 28 여자사람입니다. 저는 ‘초대박 금사빠’를 제보하고 싶어 이렇게 감친연의 문을 두드려요. 작년, 제게 마하의 속도로 다가오셨던 35의 서툰 표현들이 아직도 저의 시공간을 오그라트리고 있어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소개팅으로 만난 그 남자의 매력은 이것이었어요.

착하고, 착하고, 착하고...^^*

 

도처에 흔하디 흔하다는.. 착한 오빠였어요.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면

"와~ 멋있다~ 잘생겼다~"라는 탄성 대신,

"아...... 근데 몇 살이셔..?"라는..탄식을 부르..

 

이렇듯^^ 외모로는 제 마음을 끌지 못했지만,

'you..! 그래도 더 알아보고 싶어!'

라고 느끼게 한 포인트는, 말이 너무 잘 통하는 것.

 

어디 나돌아 다니는 것 좋아하고

새로운 걸 경험하면서 짜릿함을 느끼는 제게,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운동을 좋아한다던 그분은,

외모를 뛰어넘는 매력이 있었어요.

 

 

자연스레 우리는 소개팅 이후 일주일 동안

매일매일 연락을 주고 받았어요

 

그는 제가 하는 일에도 흥미를 갖고 지켜봐줬고,

이 일은 야근이 잦은 편인데

매일 그때까지 안 자고 기다려줬다는..

 

그는 제가 집에 들어가야만 잠에 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고맙네요 우리 엄마도 그냥 자는데ㅜㅜ

 

하루는,

제가 토요일에도 근무를 하게 돼서

퇴근 후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보기로 했어요.

 

회사를 들렀다 오는 저는

오피스룩일 수밖에 없었어요.

평소, 흰티에 청바지주의자이기도 했고,

주말에 오피스룩이라니..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에게 단정한 모습 하루 더 보여준다고 생각하자~

스스로를 위로하며.. 대학로로 ㄱㄱ!하였어요

 

그런데,

집에서 나왔다던 그,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나온 겁니다.

너무 의아해서 저는 물었죠.

 

“엥? 오늘 집에서 온 거 아니야? 결혼식 다녀왔어?”

라고 묻는 제게,

 

“너 회사 있다가 온다는데,

옷차림 안 맞으면 민망할까봐 신경 좀 썼어~”

하고... 머리를 긁적이는데..

후아........................................(후끈)

 

그에겐 미안하지만, 저,

못생남의 매력이란 이런 것일까..?

외모는 좀 부족하지만 나에게 헌신적인..?

슈렉과 같은 푸근함이라.. 나쁘지 않구나....!’

라고 생각하였어요ㅠㅠ

 

 

(외, 외모 비하하는 여자라서..

미안하다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ㅜㅜㅜ)

 

우리는 그렇게 데이트를 잘 마쳤고, 잘 헤어졌어요

 

그주 주말, 저는

일요일엔 뻗어서 자느라 그에게 연락을 못했고,

월요일 낮에도.. 글쎄요...

일이 바빠서 먼저 연락은 안 했던 걸로 기억해요

(다시, 미, 미안하다아ㅏㅏㅏ!!ㅜㅜ)

 

사실 매력은 느꼈지만,

삶의 일정 정도 비중을 차지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그랬었나봐요

 

그랬더니 월요일 밤, 저는 이런 카톡을 받습니다 두둔!

(깨톡!!)

 

[ㅇㅇ 씨, 이제 연락 안 하겠습니다.

좋은 사람 만나시기 바랍니다.]

 

ㄸ, 띠용........?

잠시 아웃 오브 안중이 됐던 만큼,

아주 푹 빠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했고,

 

만약 지금 당장 누군가를 사귄다면,

첫 번째 후보(?)는 바로 you!였기에...

그 황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우리 지금까지 반말했잖아ㅜㅜ

갑자기 왜 사무적인데ㅠㅠ 무서워ㅜㅜ

 

[음.. 제가 조금 당황스러운데,

갑자기 왜 그러시는지ㅠㅠ]

저도 말 높이기 시작.. 어색돋...!

 

[적어도 제게는 ‘갑자기’가 아니고요,

우리는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

ㅇㅇ 씨에겐 더 좋은 사람이 있을 것 같네요.]

 

[....네.. 알겠어요..]

 

전 어이가 살짝.. 없었고, 아쉽기까지 했지만..

친구들에게 이 황당한 이야기를 전하며,

쓴웃음으로 그날을 넘기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

바로 그 다음 날!!

다다음 날 아니고 ‘사요나라 카톡’ 바로 다음 날 점심이요

 

제게 전화를 해서는,

자신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구구절절...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ㅇㅇ 씨는 너무 수동적이신 것 같아요.

좋다, 싫다 표현도 안 하시고..

 

제가 어제 그렇게 말씀 드렸던 게 황당하셨던 것 같은데,

황당했다는 건, 제게 마음이 있었다는 거고,

마음이 있었다면 왜 연락을 안 하신 거죠?

 

전 구여친이 표현에 있어서 너무 수동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아 네..’

 

솔직히...정말 안물. 이었어요ㅠㅠ

많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저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저도 제 입장을 설명할 수밖에요?

 

“근데요..

일이 너무 바빠서 연락 소홀했던 건 사실인데요,

우리 안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잖아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제가 수동적인 게 아니라

아직 그 정도로 좋아한 게 아니었던... 거예요.”

 

라고...... 솔직의 첨단을 달리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솔직했다는 건,

저도 나름, 이제 이 관계는 .. 이라는

각오를 한 거구요..

 

그런데ㅠㅠ

정말 이 분은 항상 제 상상을 초월하세요

 

“저 지금 몽둥이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아요.”

누가 할 소리를...

 

“정말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제게 기회를 줄 수 없겠어요..?”

 

 

하......................... 솔직히 전,

응응!! 정말 이상하게 들려요!!ㅜㅜㅜ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과거의 제 실패한 연애 스토리들을 떠올리며..

 

내가 뭐라고

남자사람1에게서 기회1을 박탈하는가,

 

내가 너무 좋아서, 감정이 앞서나가서

실수했던 것 같은데..

얼마나 더 따뜻하게 날 감싸줄 수 있는 남자인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해서, 일단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바야흐로 첫 데이트!

저는 귀하디 귀한, 공주 체험을 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알 수 없는’ 행동에 대해

만회라도 하겠다는 듯?

데이트에 앞서 만반의 준비를 해왔더군요

 

벚꽃 구경을 하러 여의도에 당도하였는데

제가 행여나~ 발이 아플까

발 사이즈까지 기억해서는 편안한 신발을 준비해왔고,

 

제가 행여나~ 추울까

담요겉옷에.. 바리바리 싸들고 왔더라고요

 

여기까지는 뭐.. 굿! 고마웠어요.

 

그런데

제가 행여나~ 깨질까, 부서질까

안절부절 못하는 건 참기 힘들었어요ㅠㅠ

 

절~대 차도 쪽으로는 걷지 못하게 하고

걸으면서도 절 부둥켜안듯이 해서는 뒤뚱뒤뚱..

 

 

그게요, 남자가 여자한테 음흉하게

스킨십을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너무 소중해서ㅜㅜ 깨질까봐ㅠㅠ

보물을 품에 안은 느낌이랄까........?ㅠㅠ

평소에 이런 말 잘 안 쓰는데,

 

개부담.

이라는 말을 이렇게 쓰는 거구나 싶더군요..

이거시 바로 적절한 예...

 

이렇게..........

부둥켜안긴 채.. 구경을 마치고 나서는

고기를 먹으러 갔는데,

손을 사용하지 않고 고기를 먹는 체험도 하였어요^^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모든 고기를 구워줬고,

직접.. 먹여...... 줬습........니다.. 흑흑

제가 창피해하거나 미처 고기를 삼키지 못했을 때는,

앞접시에 고기를 먹기 좋게 정렬해줬어요..

 

참다 참다,

“오빠는 왜 안 먹고 나만 줘..”

라고 하면

“나 먹고 있어~ 너 많이 먹어^^”

하며.. 땀을 훔쳐내던 그...

 

이때는 고맙기는커녕..

개부담 더하기.. 싫었습니다 솔직히...ㅜㅜ

 

그래도 이때까지는..

마더 테레사가 씌었는지,

나중에 이 부분을 대화로 잘 풀어서

서로 맞춰가야겠다^^

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판단으로 저는,

사요나라 카톡 후 두 번째 데이트에 돌입!..합니다

 

그날 저희는

영화를 예매하고 카페에 앉아있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중,

그가 "준비한 게 있다"면서 가방을 뒤적거리더군요

 

그가 꺼낸 것은 !

전에도 우리는 책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공감대를 쌓아왔던 터라

반갑기도 했고, 무슨 책을 골랐으려나 궁금했죠!!

 

책은 뭐..

굉장하게 그의 취향을 파악할 만한 책은 아니었고

사랑, 연애에 대한 사색을 담은 것이었어요

 

그래도 저는 고맙다고, 활짝 웃어보이며

책을 손에 쥐고 후루룩 ㅡ

페이지를 넘겨보는데,

첫 페이지에 뭐라고, 이 써져 있는 겁니다.

 

사실 ‘나중에 읽어야지’했어요

그런데 그분, 굳 ㅡ이

“궁금하면 지금 읽어봐도 돼^^”

라고 만면에 미소를ㅎㅎㅎ

하핫!

 

저도 뭐, 거절할 이유도 딱히.. 없어서

시선을 첫 페이지로 옮겼습니다.

 

그는 또박또박, 수줍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였더군요^^

아이, 고맙기도 하여라^^^^

그 내용은 이러하였습니다

 

[너를 알게 된 지도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가는구나^^

봄을 맞은 벚꽃들이 참 예쁘게 피었어.]

께헷.. 그러게요... 께헤헷..

 

[ㅇㅇ아, 이 와서 네가 온 걸까,

네가 와서 이 온 걸까?]

으응..? 오, 오빠?

잠깐만 멈춰줄래요? 

내 손이.. 손발이.... 조금 굽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나와 함께 내년 , 또 내후년

계속해서 함께하지 않을래^^?]

.....................^^

내가.. 멈추랬잖아...^^?

 

글의 중반부부터, 저의 사지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경지로 오그라들기 시작하였고

시공간까지... 오그라들어.. 제 세상을 파괴하고 있었습니다

 

전 표정을 관리하는 게 이리도 사투를 요하는 일인지,

그날 알게 되었어요.............

 

저는, 책에서,

이제 시선을 어디로 옮겨야 하는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ㅜㅜ

우아아앙ㅠㅠ 엄마가 보고 싶을 뿐이었어요.

 

전.. 어렵게, 어렵게,

그의 인중 즈음을 바라보고...

입을 뗐습니다..

 

“저.. 오빠... 우리는.. 잘 안 맞는 것 같아..

그냥.. 여기서 그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라고.. 이별을 고했지요

저, 참 잔인하죠?

 

이러는 저도 정말.. 고역이었다는..

지금까지 스스로를 잘 추스르면서

다음 데이트, 또 다음 데이트를 잡아왔는데,

 

이제 더 이상,

웃으며 헤어지고, 또 다음 데이트를 잡으면,

그를 속이는 기분이 들 것 같았어요.

지금이 확실히 .을 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이 든 것!

(비장)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읭..?

잘못 들었을까...?

이 남자.. 제발 제 상식의 범위 안에서만

말하고 행동해주면 두드러기라도 나나요?

 

“아니.. 오빠한테 상처 주려는 게 아니라,

혼돈을 주기 싫어서,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

 

“응, 예상했어^^ 너가 그런 말 할 줄 알고 있었어^^”

 

라며.. 쿨척을 합니다..

제발요.. 오빠... 멈춰요 이제 그만..

방금 전까지 수줍은 표정을 하면서

제게 뜨거운 고백을 했던 남자가!

이런 같잖은 쿨척을 시전하다니ㅜㅜ

 

와.................

저는 띵한 머리를 부여잡고,

예매했던 영화는 보지 말자고,

그동안 고마웠고, 좋은 사람 만나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제 생각해보면...

자기애는 강한데, 자신감은 없었던 게,

그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거절(혹은 거절이라고 제멋대로 해석한 상대의 행동)에 맞닥뜨렸을 때

지구상 전례 없는 쿨한 척을 한다든가,

 

국산차로 저를 데리러 오고는, 묻지도 않았는데

“음, 이 차는, 내년에 바꾸려고!”

라고 커버친다든가ㅜㅜ

 

“오빠는 대학교 어디 나왔어?”

라고 물으면

“음, 지방에..

내가, 지금은 열심히 살고 있는데!

어릴 때 공부를 안 해가지고!!”

 

라는 둥...........ㅜㅜ

 

정말.. 안물. 이거든요.

이렇게 묻지도 않은 말들을 덧붙일 때면,

물어본 사람이 민망해진다고요..(털썩)

 

..............

이런저런 사람들이 스쳐지나가긴 하지만

홀몸생활이 장기화되고 있는 저..

괜시리... 그는 무얼 하며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흐린 날의 오후입니다^ㅡㅠ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댓글쓰기

7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황망한 이야기

2014/07/25 [][감아연 26여] 좋은 남자 나쁜 남자 따로 있나
2014/07/24 [황망한연애담] 빛 좋았던 연애고수
2014/07/23 [][감친밥][짧] 너무 '아픈' 밥벌이는 밥벌이가 아닌가요 (급)
2014/07/22 [황망한연애담] 첩첩산중 그 남자(2)
2014/07/21 [황망한연애담] 첩첩산중 그 남자(1)
2014/07/19 [황망한연애담] 사람이 어떻게 변하니?
2014/07/18 [황망한연애담] 영어 대신 배운 것
2014/07/16 [황망한소개팅] 지긋지긋한 쿨남 코스프레
2014/07/16 [황망한소개팅] 판교에 집 있는 남자
2014/07/15 [][회람] 감친연 가족 여러분께 올리는 공지
2014/07/15 [황망한연애담] 누구나 혼자입니다
2014/07/14 [황망한연애담][짧] 사랑이 꽃피는 유럽
2014/07/14 [황망한연애담][짧] 다 끝난 줄 알았지
2014/07/13 [][감친밥] 대졸여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