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황망한연애담] 영어 대신 배운 것

2014.07.18 11:03

안녕하세요. 제 소개를 하자면 섣부르게 시작한 연애 한 번으로 

화끈한 멘붕을 겪었지만, 요즘 다시 연애 바이러스가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는 직장인 자매입니다.

제가 백조로 전전긍긍하던 시기에 만났던 전남자친구 얘기 제보할게요.

 

대학교 때 전공한 분야가 저와 잘 맞지 않아

다른 분야로의 취직을 준비하던 중,

영어 점수가 필요해졌어요.

지금껏 영어와는 워낙 동 떨어진 삶을 살았었기 때문에 ^^;;

점수는 바닥을 치고 있었죠.

근데 막상 혼자 공부를 시작하려니 영 쉽지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영어 스터디를 구하게 되었어요.

 

스터디는 아무래도 비슷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로 모였고,

선한 눈매를 가진 ‘그 남자’도 

멤버 중 한 명이었습니다.

 

첫 모임은 각자 소개와 스터디 진행에 필요한 간단한 룰을 정하고

헤어지는 것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어요.

근데 각자 집으로 가려던 찰나에

그가 간단히 저녁을 먹자고 제안하더군요.

그렇게 스터디 멤버들과 함께 족발&보쌈을 먹으러 갔어요.

 

식사하는 내내, 그 남자와 저는 이따금씩

아이컨택이 오고 갔습니다.

‘우연’이라기엔 너무나도 자주요. 헤헤

저만 그리 느낀 걸 수도 있지만…

분명 그 눈맞춤 속엔 ‘호감’이 오고 갔어요.

(라고 믿을래요)

 

그와 전 서로에 대한 약간의 설렘,

그리고 약간의 호기심을 싹 틔우며

'스터디'라는 좋은 핑곗거리로 계속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멤버들보다 조금 일찍 나와서

미리 예습을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도 1~2시간 정도 일찍 나와

제 옆자리에서 같이 공부를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대낮부터 밤까지 적잖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밥도 같이 먹고, 얘기도 많이 나누고..

서로에 대해 알아갈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그는 두 번의 연애 경험이 있었고,

두 번 모두 몇 년...이상씩

오래 사귀었더라구요.

 

저는 ‘아, 이 사람은 진득한 연애를 하는

진중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점점 더 그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었어요.

그렇게 우리는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속도로

가까워지다가 마침내 서로 내남친 ♥ 내여친

이 되었습니다.

 

 

근데요.

썸이 끝나자마자 공식 연인이 된 후,

맘이 놓인건지 뭔지, 이 남자는 사고를 좀 몇 번 쳤어요.

어느 날 그가 자신의 친한 동기들을 소개해주고 싶다해서

호프집에서 다같이 모이게 됐습니다.

저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잘 마시지도 못하기에

밤 10시쯤 먼저 가보겠다고 했어요.

남자친구는 절 보내기 싫어했지만,

‘적당히 마시고 집에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을 남기곤 먼저 집에 왔습니다.

 

새벽 1시쯤 시간이 늦어 자려던 참에

남자친구로부터 메시지가 한 통 왔습니다.

[너란 여자 정말 멋진 여자야.

왜 나 같은 놈이랑 사귀는 지 모르겠다.

내가 널 붙잡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마음이 무거워.

넌 나보다 더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음?

 

뜬금없는 메시지를 보고 바로 그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어요.

술에 취해있던 그는 저에게 알 수 없는 소리를 계속 해댔습니다.

“잘 지내…”

“좋은 사람 만나고...”

“카톡은 이제 탈퇴할거야...”

훌쩍대면서 말이죠!

 

-이 사건은 사귄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일어난 일임을 짚고 가겠습니다-

 

자기 친구들까지 소개시켜 준 마당에

저는 그가 왜 이러는지 당최 알 길이 없었지만

일단 그를 붙잡았어요.

 

저요.

그 날 밤 거의 뜬 눈으로 지샜습니다.

내가 친구들 앞에서 뭘 잘못했나

나도 모르게 실수한 게 있나

온갖 추측은 다 해보면서요.

 

 

싱숭생숭, 조심스런 마음을 뒤로하고

다음 날 바로 그에게 연락해보았어요.

“여보세요~?”

너무나도 멀쩡한 목소리로 받는겁니다!

 

그러더니 하는 소리가,

“나는 술을 마시면 감정 컨트롤이 잘 안돼.

그래서 종종 실수를 하는 거 같은데…

다시는 안 그럴게.”

몸소 굳게 약속해주시더라구요.

황당했지만 뭐

이 남자 주사 좀 있나부다;;

그 정도로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일주일쯤 지났을까요.

스터디원들과 간단한 식사&술자리가 있었어요.

저는 밥을 먹고, 집에 일이 있어서 먼저 나와야 했고

남은 멤버는 남자친구와 스터디 A언니와 B오빠

이렇게 총 3명이었습니다.

 

역시나

새벽에 장문의 카톡이 하나 오더군요.

내용은 대충 이랬어요.

[스터디 벌금 걷어둔 걸 전부 잃어버렸다.

A랑 싸워서 내가 스터디를 그만둬야겠다.

너한테 쪽팔린 짓 두 번이나 하고...정말 면목없다.

이런 남자라서 미안하다.]

등등-_-

 

저 카톡을 보내게 된 사건의 경위를

A언니로부터 들을 수 있었어요.

 

제가 가고 난 후, 셋이 술을 마시다가

남자친구가 자기 친구 한 명을 불렀대요.

그 친구가 A언니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고,

남자친구는 그 둘을 이어주려고 했나봐요.

시간이 늦어 집에 가려는

A언니를 억지로 붙들어 못 가게 하고선

가까운 술집에 데리고 간 모양이에요.

 

이런 상황을 원치 않았던 언니가 참다못해

결국 짜증을 냈고 그게 큰 싸움으로 번진 것 같았어요.

그러던 중에 남자친구는 스터디 벌칙금을 모아둔

지갑을 잃어버린 듯 하고요.

 

아, 이건 좀 아니다...!

몇 차례의 진상짓을 직접 겪고 나니

정신이 - 번쩍 - 들었습니다.

저는 스터디 벌칙금을 계좌로 보내라는 말과 함께

이번엔 제가 먼저 이별을 통보했어요.

 

그랬더니 그 노마가 버력 내며,

“내가 지갑도 잃어버리고 지금 기분이 안좋은데,

넌 아무렇지도 않아? 너 정말 쿨하다.

나 너 많이 좋아해.스터디도 계속 하고싶다고!

그런데 A 때문에 못하는거야!”

 

상황파악이 안되는건지 이딴 헛소리를 내뱉는

그의 애 같은 모습에 진짜 깼어요.

진심으로 홀딱 깼어요.

 

그 남자의 계속된 설득에도 전 계속해서

헤어지겠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고,

그로부터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 동안 만나줘서 고마웠어.

그치만 난 널 아직도 많이 사랑해.

얼마나 사랑했는지 내가 목숨으로 보여줄게.

날 잊지마. 잘 살아.]

 

자살을 암시하는 이 메시지를 보고

순간 무섭기도 하고, 걱정도 되어 수 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습니다.

 

 

해가 뜨자마자 혼자 가기는 두려워서

아는 오빠를 데리고 그 남자 자취방엘 찾아갔어요.

 

???

 

아~주 멀쩡~히 자~알

살아있더라구요!!!

뭐 어떻게 되길 바란 건 당근 아니지만,

그런 스타일(?)의 협박을 한 사람치고

있어도 너무 잘 있었달까;;;

더불어 잃어버렸다던 지갑도 아주 잘~있었고요.

(나중에 스터디 A언니에게 들으니 벌금은 잃어버린 게 아니라 

이 남자가 본인 술값으로 쪼끔씩 빼쓰다가 탕진한거라고 하더군요)

 

그는 저에게

다시는 술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겠다!

앞으로는 문제 일으키지 않겠다!

계속 빌었어요.

하지만 전 매몰차게 밀어냈

 

 

으면 정말 해피엔딩이었을거에요.

 

그 뒤로도 계속 찾아와

애걸복걸 붙들고,

찾아오고,

장문의 반성문을 써서 보내고,

전화로 구슬프게 흑흑 흑흑 

하길 수차례...

 

네…

 

저는 그런 그를 용서하고, 다시 받아주게 되었습니다.

근데요.  

뻥은 아니었어요.

그는 정말로 술을 완전히 끊었습니다.

개과천선했죠.

그 덕에 우리 사이는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ㅜㅜ

 

술 문제가 해결됐나~ 싶더니

이제는 또 다른 문제들이 계속해서

저를 괴롭혔어요.

 

그는 저에게 끊임없이 이런 질문들을 날렸습니다.

“내 어디가 좋아?”

“나랑 왜 사귀는 거야?”

“날 얼만큼 좋아해?”

많게는 하루에도 수 십 번씩

같은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x 3)

나름대로 저는 끝까지 성실하게 대답해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질문을 멈출 줄 몰랐습니다.

 

이런 ‘집착’ 비스무리한 행동은 더 있었어요!!

툭하면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로 섭섭하다며

징징이 삐짐모드에 돌입했습니다.

삐지는 이유는 주로

(제 첫 남친이 본인이 아닌 것에 대해 불평하며)

“왜 우린 미리 만나지 못했을까”

혼자 우울해하다가 혼자 삐집니다.

 

(남자친구네 집에서 공부를 하다 집에 가려고 하면)

“왜 우린 함께 살 수 없는걸까”

동거하지 하지 않는 것에 대해 혼자 삐집니다.

 

 

처음에는 그런 집착스러운 모습이

쬐끔 귀엽기도 하고 그래서 잘 달래주었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죠!

나중에는 이마저도 지치더라구요.

무지하게 싸웠죠. 너죽고 나살자로.

이 때 헤어졌었어야 했는데 말이에요.ㅜㅜ

 

어느 날은 한 번 몸이 아프다는 남자친구를

남친 집에서 간호해 준 적이 있었어요.

그는 곧 잠이 들었고,

저는 그 틈에 인터넷이라도 할 겸

노트북을 켰습니다.

 

조상신이 저를 굽어 살피셨음이 틀림없습니다.

 

컴퓨터 안에는 전 여자친구 사진

약 300여 장 이상 남아있었고

네이트온 대화, 문자메시지 등 애인과의 대화 내용을 하나하나

캡쳐해서 저장해놓은 폴더도 따로 있었어요.

 

거기엔 물론 저와의 대화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평소에 그는 제가 야시시한 사진을 찍어보내주길 바랐어요.

다행히도 

절대!! 하늘이 두 쪽 나도 그건 안된다!! 며 거절했지만,

안타깝게도 전여친로 추정되는 한 여성의 

야한 사진은 몇 장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휘몰아치는 폭풍같은 싸움이

또 시작됐어요

싸우던 중 하는 소리가 또 가관이었습니다.

 

"한,중,일을 다 겪어봤어. 난"

두 번의 오랜 연애?

진중한 사람?

개뿔입니다.

정말 사기 연애를 당한 느낌마저 들었어요.

말실수 했다며, 화나서 홧김에 한 말이라고

그는 빌고 또 빌었지만

예전 관계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듯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앞서 일어난 일련의 평범치 못한 

경험으로 전 이미 마음의 정리를 끝낸 상태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헤어질만한 강력한 이유를 잡지 못해

꾸역꾸역 사귀고 있단 느낌을 받을 때 쯤

조상신이 또 다시 저를 굽어 살피신 것인지,

마침내(?)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사건을

당하게 됐습니다.

 

그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 때

쥬니어(*-_-*)가 아팠던 모양이에요.

사실 그 때까지 전 뭐 심각한 일인가 싶어

별 생각없이 ‘병원 한 번 가보라’라고

말해주는 정도였습니다.

 

혼자 병원에 갔다 온 그는

 

 

네.

 

 

성병이었습니다.

본인은 결백하다며!!! 더러운 짓 하지 않았다고!!!

다짜고짜 저부터 의심했어요.

미친XX  (욕ㅈㅅ..)

 

저는 쌓일 대로 쌓여 있던 터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진작 헤어졌어야 했는데!!!

이 모지리가 그러질 못해 내가 이 못 볼 꼴을 보고!!!

이딴 소리나 듣고 앉아있고!!!

 

지금 생각해도 이 제대로 칩니다.

그 길로 당장 보건소에 가서

성병 4종 검사에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8종검사까지.

완벽하게 끝냈습니다.

 

[아무 이상없다]는 병원의 결과에 덧붙여,

그에게 '이별'이라는 우리 연애의 결과도

통보해주었어요. 

시원했습니다.

 

그는 또 싹싹 빌었습니다. 역시나요.

폭탄 카톡에,

폭탄 전화 등

온갖 진상짓 잔치를 벌이며,

 

[나 이번엔 정말 죽어버릴거야]

또 한 번의 자살 협박 시전.

 

다시 넘어가기엔 너무나도 익숙해져있던 

레파토리였습니다. 어디서 가 짖나. 왈왈

 

그의 번호를 스팸, 차단했습니다.

이후로도 그 노마는 스토킹

비슷한 짓들을 계속해서 벌였어요.

 

1월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어요.

(오죽하면 날씨까지 기억나네요ㅠㅠ)

도서관에 출근 도장 찍으러 가던 중,

그와 마주쳤고, 다가오는 그가 무서워서

길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질렀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쫌 꺼지라고!!!!”

길거리 사람들의 시선이 죄다 쏠리자

그는 꼬랑지 빠지게 도망가더군요.

 

-_-;;;

 

휴대폰의 스팸함을 보면

[잘못했다]

[다시 만나줘]

이런 문자들이 가득했지만, 저는

[정신병원 가보라]는 메시지 하나를 보내놓곤

그렇게 그를 지워버렸습니다.

 

이제 이 제보를 끝으로 

저는 제 기억에서 그 놈을 완전히 지워버리려고 해요.

 

형제 자매님들은 부디 저처럼

이런 잘못된 인연에 얽히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길고 긴 사연을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댓글쓰기

3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황망한 이야기

2014/07/27 [황망한연애담] 당신의 연인은 페친입니까?
2014/07/25 [][감아연 26여] 좋은 남자 나쁜 남자 따로 있나
2014/07/24 [황망한연애담] 빛 좋았던 연애고수
2014/07/23 [][감친밥][짧] 너무 '아픈' 밥벌이는 밥벌이가 아닌가요 (급)
2014/07/22 [황망한연애담] 첩첩산중 그 남자(2)
2014/07/21 [황망한연애담] 첩첩산중 그 남자(1)
2014/07/19 [황망한연애담] 사람이 어떻게 변하니?
2014/07/18 [황망한연애담] 영어 대신 배운 것
2014/07/16 [황망한소개팅] 지긋지긋한 쿨남 코스프레
2014/07/16 [황망한소개팅] 판교에 집 있는 남자
2014/07/15 [][회람] 감친연 가족 여러분께 올리는 공지
2014/07/15 [황망한연애담] 누구나 혼자입니다
2014/07/14 [황망한연애담][짧] 사랑이 꽃피는 유럽
2014/07/14 [황망한연애담][짧] 다 끝난 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