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황망한연애담] 첩첩산중 그 남자(1)

2014.07.21 11:47

안녕하세요. 저는 서른 초반의 감친연 애독자 자매입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3년 간의 연애담 제보할게요. ‘망한 연애담’이라고 칭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연애였던 것은 맞습니다.ㅠㅠ 제가 이번 연애로 얻은 교훈을 이 곳에서 공감 받고 싶고, 또 이별의 상처를 치유 받고 싶기도 해서 사연 보내봅니다.

 

저는

첫 남자친구와 이별 뒤 허한 마음도 달랠 겸,

반복되는 회사 생활에 활기라도 줄 겸

시간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취미생활 찾고 있었어요.

 

그때 동호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던

고등학교 동창의 추천으로

스키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첫 모임을 위해 강원도로 내려가던 날,

아직도 그 두근대던 설렘이 또렷하게 기억나네요.

 

친구는 긴장하고 있는 저를 보곤,

[그 "스키장 근처에 사는 아주 열심히 하는 녀석" 하나가

우리가 묵을 장소 섭외부터 식자재, 교통수단

모두 다 준비해놓을 테니 알아서 챙겨줄거다.

너는 몸만 가서 잘 배우고 오면 된다]

면서 조언해주더군요.

 

도착한 그 곳엔 죄다 저보다 평균 5살 이상은 많아 보이는

스키/보드 초고수 분들이 기다리고 계셨어요.

 

“신입회원입니다. 열심히 활동할게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어색어색하게 첫 자기소개를 마쳤는데,

제일 어르신 같아보이는 한 분이 유난히

생글생글 웃으며 저를 반겨주더군요.

 

미간엔 선명한 세로 주름 딱 2개

부리부리하게 째려보는 듯한 눈매

모공이 뽕뽕 둟린 게 보이는 거친 피부

한 덩치 하는 근육+지방의 거대한 몸

껄껄껄 금니 구경시켜주려는 듯한 호탕한 웃음

 

 

전 그 분이 이 곳에서 제일 연장자일거라 생각하곤

깍듯이 대했는데 알고 보니 저보다 세 살이나 어리다고 하더군요.

기껏해야 20대 중반.

대박...진심...

쇼킹할 수 밖에요. ㅋㅋㅋ

 

외모도 외모지만,

촌스러운 복장이 그를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했던 것 같아요.

 

 

네. 그렇습니다.

아까 친구가 말해줬던

‘스키장 근처에 사는 아주 열심히 하는 녀석’

바로 지금 묘사해드린 ‘노안의 연하남’이었습니다.

 

 

첫 소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한 동호회 활동에서

그 연하남은 대놓고 제 옆에 뙇!!!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몰랐습니다.

주변 회원들을 통해 들은 얘기는

[쟤 너한테 첫눈에 반했다더라...]

ㅎㅎㅎ이거더라구요.

ㅎㅎㅎㅎㅎ부끄럽게.

 

 

저 예쁘단 칭찬이 너무나도 어색하게 들리는

평범의 끝을 달리는 그런 여자입니다.

평생에 예쁘다는 소리는…뭐 친구들이 장난칠 때

[너 진짜 예쁘다~~~~~~~~~~~~~!! 발톱이^^ ]

뭐 요런거? 

 

그런 와중에 웬 연하남이 저에게

첫 눈에 반했다는 얘길 들으니,

솔직히 말해서 기분 좋았어요.

 

그 남자는 저에게 모든 열과 성을 쏟아 붓는 듯 했습니다.

 

그 당시 제 보드실력은 영 형편없었거든요?

스키로 눈밭을 누비며 날아다니던 그 남자는

제가 오는 날만 되면 셔틀버스 앞에서 대기했다가

절 데려가서는 

끊임없이 가르쳐주고,

끊임없이 일으켜주고...

 

겪어보신 분들은 아실테지만,

스키를 가르쳐 주는 건 꽤 많은 육체적, 정신적 피곤함이 따르는 행위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제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친절히 보드를 가르쳐 주었어요.

 

그렇게 그는 적극적으로

[나, 누나한테 관심있어요]라고 티냈지만

전 모른 척...아무것도 눈치 못 챈 척...

 

 

왜냐하면 저는 ‘도시적인 남자’가 이상형이었거든요.

패셔너블한 것까지 바라는 건 아니고,

적어도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기본적인 매치는 해서 옷을 입을 줄 아는 그런 남자요.

막막 베이직한 흰 티에 청바지..

저 그런거 엄청 됴아라*^^* 하는 여자입니다!!

 

더군다나 여긴 스키장이잖아요?

외모에 아무리 자신이 없어도

정당하게(?) 합법적으로(?)

모두 가린 채, 요란한 스키복과 온갖 장비로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의 땅’ 아입니까.ㅠㅠ

 

멋진 고글과 화려한 보드복으로 무장한 채

슝슝 내려가는 폭풍 간지남들을 보면서

그 아이가 상대적으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은 것이

제 솔직한 마음이었어요.

 

그 아이는 아주 오래되어 색이 바랜 누런색 스키복

그를 더 늙어 보이게 하는 국방색 비니,

50대 아저씨가 산악회 갈 때 챙길 것 같은 등산용 반다나,

그 사이로 보이는 미간의 세로 두 줄의 깊은 주름까지!!

 

 

뭐든 하나같이 남자로서의 매력이 뚝...↓↓↓

 

 

근데요. 저에겐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하나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말로는 ‘이래서 싫다. 저래서 싫다’ 해도

정작 누군가 저에게 잘해주기 시작하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태 '금사빠'라는 것.

 

 

 

네...그랬어요.

모든 사람들이 자길 놀려대도

아무렇지 않게 저만 챙겨대는 그 사람의 모습에

넘어가고 말았네요.ㅜㅜ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절 태워다 주고,

태우러 오고 반복하길 수 차례.

 

무료 쿠폰을 어디서 구해온건지,

제 친구들의 리프트권을 전부 공짜로...끊어준 적도 있고요.

말 그대로 그냥 저에게 ‘퍼주고’ 있었어요.

 

간간이 보답으로 작은 선물이나 맛난 음식을 대접하곤 했지만

그게 역부족으로 느껴질 만큼

저에게 정성스럽게 대해주었습니다.

 

더구나 그 남자는 주로 밤에 일을 하고,

오전 타임에 스키, 오후엔 쉬는 패턴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오는 날이면 그날의 오후 휴식은 모두 포기!

하루 내내 제 옆에서 온갖 수발을 다 들어주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그 사람에게

익숙해지고,

고마워지고,

그러다 곧 좋아지고...

 

뭐 그렇게 됐어요.

사랑하게 된 거죠. >0<

 

 

 

 

새벽부터 밤까지 끊이지 않고

오고가는 달콤한 문자에 하루하루 즐거워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연인이 되어있었어요.

 

 

다들 저보고 미쳤다고 했지요.

‘장거리 연애는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게 답’이라면서요.

[너가 지금 어린 애랑 불장난 할 때냐]

[결혼할 나이에 지금 뭐하는거냐] 등등

참 많은 말도 들었네요.

 

하지만 전 그가 이미 좋아진 상태라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능력은 있는지,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지,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중요하지도 않았고요.

저랑 점심 한 끼를 위해

강원도에서 여의도까지 달려와주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이렇게 저희는 빠듯한 시간 속에서도

마음만은 여유로웠던 연애를 잘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남자친구로부터 전화가 한 통 왔어요.

 

술에 취한 건 아닌데 뭔가...

축 쳐진 목소리에 머뭇거리는 느낌?

 

기운없는 목소리로 그는

‘할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선 이내 본인이 하는 일이 뭔지 아냐고 물었어요.

 

당근 몰랐죠. 물어본 적도 없고, 

궁금해하지도 않았으니까요.

대책 없이 처럼 그냥! 빠져든 거였으니 물어볼 틈도 없었지요.

 

아-

가끔 스키장 근처 작은 시골마을에서 돌아다니면

젊은 청년들이 '부장님' 하고 인사하는 건 봤습니다.

그래서 ‘아,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일을 하니

직급도 마음대로 붙이나?’라고  단순하게 궁금해 한 적은 있어요.

 

 

남자친구는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어요.

 

“나 엄마랑 사업해. 혹시 지나가다 본적 있으려나?

그 우리 스키장 근처에 단란한...”

 

 

“응? 단란한 데? 아~~그 단란주점.ㅋㅋㅋ

응. 그 때 지나가다 봤잖아~”

 

 

“거기가 우리 가게야.”

 

 

안 놀랐다면 거짓말일 것 같고,

솔직히 조금 흠칫-했어요.

 

단란주점 사장이라니.ㅜㅜ

전 생각지도 못한 직업이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 그래? 거기서 무슨 일하는데?”

 

“단란주점에서 엄마는 카운터 보고,

나는 사장이라는 이름 달고 일해.”

 

그의 설명은 이러했습니다.

 

좋지 못한 가족사가 있어서 초등학교 때

어머니와 헤어지게 됐고, 본인은 운동 특기생으로

어렵게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또 다른 집안 사정이 생겨 운동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결국 학교까지 그만뒀대요.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약 한 시간 동안

자신의 얘기를 계속해나갔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 엄마와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때 이미 엄마는 다른 남자와 재혼을 하신 상태였어.

새아버지라는 사람은 어두운 돈으로 카지노업계에서 큰 손으로

불리고 있어. 

어머니 역시 새아버지가 도와줘야

일을 아들에게 줄 수 있었어.

그렇게 도움 받아 시작한 사업이 단란주점이야.

그리고 지금 나는 새아버지 심부름(일수..같은)도 하고 있고…”

 

 

아... 전 사귀면서 약간의 호기심이 들었던

부분에 대한 답을 비로소 찾을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나이 어린 남친에게 왜 ‘부장님’이라고 깍듯이 인사했는지.

미나, 채연, 소리 같은 예쁜 여자들 이름

이 남자의 휴대폰에 왜 이리도 가득했는지를요.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를 사랑했긴 했었나봐요. 제가...

에이, 뭐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사실 누구 등쳐먹고 돈 버는 거 아니고...

어디서 도둑질하면서 먹고 사는 거 아닌데...

라고 마음을 다잡고 담담한 척 말했어요.

 

 

“그게 왜, 어때서? 장사는 잘 되니?

자기 왜 그 말 하는데 망설여?

엄마랑 같이 일하는건데 어때~

다 먹고 살자고 하는거지!”

 

 

당시 제 눈엔 힘들어하는 남자친구만이 보였을 뿐

아무것도 들어오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요, 형제 자매님들…

 

그저 이 얘기가

‘제 남자친구가 알고보니 단란주점 사장이었어요!’

여기서 끝이었다면 전 이 제보를 보내지 않았을 거에요.

 

제 반응에 남친은 아마도 자신의 우려했던 것보다

나은 반응이었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약간은 안도한 듯한 목소리

이어서 말했습니다.

 

 

"그럼 나 이번에 진짜 하나 더 얘기 할 것 있는데...

그것도 말해도 돼?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다 털어놓고 싶어..."

 

 

 

그 순간 저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 남자가 겪을 수 있는 가장 극한 상황이 뭘까를 상상해봤어요.

 ......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댓글쓰기

5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황망한 이야기

2014/07/29 [][감친밥] 여지 있는 곳에 희롱 있다?
2014/07/27 [황망한연애담] 그 놈의 굿'바이
2014/07/27 [황망한연애담] 당신의 연인은 페친입니까?
2014/07/25 [][감아연 26여] 좋은 남자 나쁜 남자 따로 있나
2014/07/24 [황망한연애담] 빛 좋았던 연애고수
2014/07/23 [][감친밥][짧] 너무 '아픈' 밥벌이는 밥벌이가 아닌가요 (급)
2014/07/22 [황망한연애담] 첩첩산중 그 남자(2)
2014/07/21 [황망한연애담] 첩첩산중 그 남자(1)
2014/07/19 [황망한연애담] 사람이 어떻게 변하니?
2014/07/18 [황망한연애담] 영어 대신 배운 것
2014/07/16 [황망한소개팅] 지긋지긋한 쿨남 코스프레
2014/07/16 [황망한소개팅] 판교에 집 있는 남자
2014/07/15 [][회람] 감친연 가족 여러분께 올리는 공지
2014/07/15 [황망한연애담] 누구나 혼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