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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빛 좋았던 연애고수

2014.07.24 01:55
안녕하세요. 20대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시기의 자매입니다. 제 사연은 조언을 필요로 하기보다는, 다 커버린 암컷원숭이의 고백이랄까.. 넋두리랄까.. 20살에 겪었어야 했던 걸 진작 겪지 못하고 나이를 먹어버리니, 지금 나이 들어서까지 젖비린내 나는 맘고생을 하고 있네요.. 혹시 저와 같은 걸 느끼며 30대를 맞이하고 계신 분이 계신지 궁금해집니다ㅠㅠ

 

 

저는 대학교 OT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연애를 쉰 적이 없습니다.

 

절대

쉴 새 없이 남자들이 들이대서가 아니고요

몇 안 되는 사람을 3, 4씩 사귀었기 때문이에요.

 

구남친들은 하나같이 저를 너무 좋아해줬어요

남자쪽이 먼저 다가왔고, 표현도 많이 해줬습니다.

 

이렇듯, 연애의 시작은 언제나 남자쪽이었지만

저 역시 감정이 커가면서 보통의 연애를 이어갔죠.

 

사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제 연애 경력에 대해 조금은 자부심이 있었어요.

 

 

 

흔히들 여러 사람 만나봐야 한다고 하잖아요?

저는 횟수보다 길이주의자였어요.

 

이 사람 저 사람 슬쩍슬쩍 맛만 보면 뭐해?

한 사람이라도 진득허니, 면면히 알아야지.

이게 진짜 연애 실력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거야!

 

이런 생각이 아주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한 달 전 마지막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이런 신념와장창! 깨졌습니다.

 

전, 그와 모든 것을 함께 했고

아름답지 못한 가정사, 가족에게도 말 못할 고민들..

그에게는 모두 다 오픈했어요.

심리적으로 유착되어 있다는 표현이 가장 좋을 듯해요.

 

저희는 4년 동안

사실상 부부나 다름없는, 신뢰에 기반한,

너무나도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보통의 연인들이 헤어지는, 너무나도 식상한 이유

제 곁을 떠나갔어요.

 

 

제 생일은 6월의 어느 목요일이었어요.

생일 전주에 약간의 다툼이 있었고요.

 

일찍이, 생일 당일인 목요일

부모님과 식사를 할 것 같다고 여러 차례 알렸기 때문에

수요일에는 만나겠거니 했고

당연히 월요일, 화요일엔 우리가 다툰 일에 대해

무슨 제스처라도 취하겠지 싶었습니다.

 

월요일엔 감감무소식이길래

화요일엔 그가 다니는 대학원 근처로 찾아갔어요.

그러나 이차저차 접선 실패. 이때부터 기분 다운.

수요일은 보겠지 싶어 퇴근 후 카톡을 했죠.

 

[나 퇴근하려고, 어디야?]

[오늘, 나 집]

 

...........................

...

 

그동안 잘만 잡고 있던

꼭지가 돌..... 것을 몸소 체감하였어요

 

저는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연애 실력자^^답게,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제가 왜 화가 났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었어요.

 

연애 고수는 막 화내면 안 되잖아요^^

남자는 여자 마음 말 안 하면 모르니까^^

잘 설명해줘야 하는 거잖아요^^?

 

어쨌든, 긴 설명이 끝이 났습니다.

애써 차분하게 말했으나 제가 심각하게 화가 난 것을 알고는

그가 집앞으로 찾아왔습니다. 11시였어요.

 

용서를 빌기 위해 온 그를 보니 제가 우쭐했던 걸까요?

아니, 이제 보면 쿨병이 틀림없어요

쿨병이 도져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내가 생일 축하 하나 받으려고 이러는 게 아니야.

지난 4년 동안 내가 언제

소소한 기념일 가지고 트집 잡은 적 있어?

 

매년 내 생일 소홀하게 넘긴 거, 난 여러 번 말했고

그게 자꾸 안 고쳐지니까 이러는 거잖아.

 

그리고 요새 자꾸 사소한 걸로 다투게 되는데,

이런 걸 보면 너가 내게 마음이 있는 건가 싶고,

우리가 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해.

 

이제 너도 곧 졸업하고, 내 나이도 있고...

우리 관계에 대해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알아요.. 과했어요.

혼자 격해져서는,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을 했어요.

 

 

그런데,

그가 눈물을 흘리면서 꺼낸 말은

.. 예상 밖이었어요.

 

그는,

사실 2년 전에도 자신은 권태를 느꼈다고,

네가 너무 편하게만 느껴졌고

어떻게 보면 식었다고 할 수 있는 이 감정

네게 들킬까봐 겁이 났다고..

 

잘 감춰왔다고 생각했는데,

너가 이렇게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는 건

내 생각이 틀렸던 거라고..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더 만나볼 수는 있겠지만

그건 너에게 할 짓이 못 되는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습니다^ㅡㅠ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결론은 그가 마음이 식어서 떠나갔다는 것^^

이별 후 지난 한 달간, 제게는 폭풍우가 몰아쳤어요.

 

저는,

남들에 비해 너무나도 운이 좋게도

저를 좋아라 해주는 남자들만을 만나

편한연애장기간해오면서,

난 연애 고수야!’라는 착각에 빠져 살았던 것이었어요.

 

다른 친구들이 연애 상담을 해오면,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하는 표정으로

그들의 no쿨함을 질책하고 비난했어요.

 

그런데 그 no쿨함의 도가니탕에 내던져진 저는

너무나도 황망하고, 비참하고, 나약했습니다..

 

전 이 나이 먹을 때까지 무엇을 한 걸까요?

떠나간 사랑 때문에 가슴이 아픈 게,

이 정도의 고통인 줄..

30줄이 가까워서야 알게 됐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버스를 타도,

창피한 줄을 모르고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내렸어요.

 

회사는 나가야 하니, 몸뚱이를 이끌고 나가,

이제까지 일해왔던 관성으로

손가락과 눈을 이리저리 움직이긴 했습니다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고

저는 제가 아닌 그러한 상태...로 한 달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황망함 그 자체에 푹 빠져 살던 제가

요즘 한 남자를 알아가고 있는데요.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는 게 함정.....

 

사전 정보를 좀 드리자면,

이 남자를 만나기 바로 전에 했던 소개팅남이

약속 시간과 장소를 여러 번 번복했던 것이

너무나도 짜증이 났었어요.

존중받지 못했다고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이 남자,

제 번호를 받자마자 대뜸 전화부터 했습니다.

 

제가 카톡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해서요.

00일 시간 된다고 하셨죠?

그날 ㅇㅇ씨 편하신 곳에서 봬요

 

라고 약속을 쿵쾅 못박았어요.

일단 여기서 +500...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빠른 년생인 이 남자,

소개팅 당일날 만나서도 시원시원하더라고요

 

밥 먹었으니까 말 놓을게?”

밥 먹으면 말 놓는 거예요..?ㅋㅋ

응 말 놓는 거야^^”

 

라는 둥..

 

, 그리고 취미를 묻길래

요즘 스포츠댄스 동호회에 나가고 있다고 하니

적잖이 당황하는 겁니다.

 

이야기를 더 해보니,

그는 저와 같은 동호회였던 것!

이었어요

 

소개팅 바로 전날도

그는 OB들끼리 늦게까지 술을 마시느라

일찍 귀가한 저와는 어긋났던 것이었어요

 

이러한 공통분모로 저희는 급격히 가까워졌고,

동호회 사람들에게는 관계를 알리지 않고

정모에서 함께 춤을 췄어요.

 

정모에서는

멤버들이 파트너를 바꿔가며 춤을 추는데,

그가 저와 춤을 추기 위해 손목을 확 낚아챘고

'우리 둘만 아니까 재밌지?'하는 표정으로

싱긋ㅡ 웃는 거예요.

눈웃음이라니.. 좀 설렜습니다.

 

그리고 그는

제가 야근을 하는 날이면 회사로 찾아왔고,

여행을 다녀오면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줬어요

 

그는, 제가 순수하고 귀여워서 좋다고 해요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하하..

아마도 또래 중에 통금이 있는 처자가 잘 없어서

이리 생각하는 듯합니다만...)

 

 

갸우뚱..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데요..

다 좋은데 뭐가 문제냐!고요. 지금 자랑하는 거냐!!고요.

아니아니아니예요..ㅜㅜ

 

문제는..

이런 다정다감하고 스윗한 남자를 만나도

이제는 불안감이 앞선다는 것이에요.

 

그의 눈웃음바람기에 대한 복선이 아닐까?

능숙한 배려화려한 전력을 상징하는 거겠지?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을 메웁니다.. 

 

저런 남자라면 나에게 금방 싫증을 내고

훌훌 떠나버리진 않을까.

 

혼자 남겨졌을 때의 그 아픔은 또 어떻게 견뎌내지?

싶습니다...

 

지금 드는 생각은,

다시는 그렇게 내 모든 걸 오픈하는 사랑은 하지 말아야겠다

하는 것뿐이에요..

 

아무래도

제가 구남친에게 너무 의존적이었던 듯합니다

마치, 피부를 까발려서 핏줄까지 이어놨는데,

그게 떨어져나간 것 같은 기분이랄까..

 

이제는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

이런저런 생각이 더해지다 보면

자상하고 이상적인 그 남자 앞에서

멈칫멈칫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러다가는 좋은 사람을 영영 떠나보낼 수도 있다는 것도..

직감하고 있어요.

 

여기에 더하기,

이런 풋사랑 고민을 왜 난 이 나이에야 하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가 한심해지기도 하고요.

 

저와 동지 맺어주실 자매님들,

아니 형제님들이라도.. 또 없으신가가요..?

가슴 여기가 막 답답...하고 막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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