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아]우들도 [연]애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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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아연 1X여] 짭스틴과의 사이버 밀회

2014.07.31 01:31
안녕하세요! 계란 한 판 먹은 자매입니다. 세기말, 저는 중학생이었어요. 방과 후 PC방에 들러 채팅하는 것을 낙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이때 겪었던 작은 일탈이 얼마나 위험했던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네요!

 

[들어가기 전, 작가의 한 마디]

카테고리 선택을 할 시에 고민고민이 있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회고 사연인 만큼, '10대의 감아연'으로 소개해야 할지, 현재 자매님의 나이를 고려해 '황망한 연애담'으로 해야할지 말입니다. 고민의 결과는!! 중딩 이야기를 '황망한 연애담'으로 소개하기는 무리가 있을 듯하여, '감아연'으로 슛~ 골인 하였다는 것! 10대 소녀의 순수하고 위험위험한 풋사랑을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전 이만 총총

 

때는 ‘응답하라 1997’정도일 거예요.
당시엔 하늘사랑, 세이클럽, 사랑사냥 등의
채팅 사이트가 인기였지만, 
저는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 
외국 채팅 사이트를 이용했어요.

 

지구 건너편 미지의 상대와 연결된다는 
묘한 중딩적 환상도 한 몫을 했죠.

 

그러던 어느 날 미국 동남부에 사는 
어떤 아저씨(라고는 하지만 이제 보면 청년)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와는 띠동갑이고 초등학교 교사라고 하는데 
자기가 엔씽크의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닮았다며
근자감을 뽐내시더라고요.
(앞으로 그를 '짭스틴'이라 칭하겠음)

 

당시 백스트리트보이즈의 닉 카터와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던 절세미남에 견주다니..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하지만 해변을 배경으로 반짝이는 금발 곱슬머리에 
환한 미소를 자랑하는 그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저는 사랑에 빠져버렸어요.

 

 

중딩이 사랑에 빠지기에
이보다 더한 충분조건이 있을까요?

 

대화 내용은 건전했습니다. 
주로 소소한 일상에 관련한 얘기를 나눴고 
제가 어떤 단어를 말하면 
우와 그런 단어도 아느냐, 정말 대단하다 
이러면서 격려도 해주고 훈훈한 관계였죠.

 

쉴 새 없이 
"hey, babe. wanna cyber?“
(싸이버.. 뭘까요..? -_-)
라며 저렴한 쪽지를 보내는 남정네들 사이에서, 
짭스틴의 존재는 우월해 보였습니다.

 

저란 아이는 나이와 국경, 
그리고 모니터를 넘어선 
플라토닉 러브를 꿈꾸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와의 연락이 잠시 뜸해졌습니다. 
학원을 가느라 PC방에 갈 시간이 없어졌던 거죠.

 

반 년간은 수학의 정석과 씨름하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저는 단골이었던 PC방의 
'1시간에 500원 행사'에 미혹되어 
다시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가자마자 거의 휴면 계정 상태였던 
채팅사이트에 다시 접속했고요,

 

짭스틴과 오랜만에 조우를 하게 되었습니다. 
두근두근.

 

그런데 다시 만난 그는, 
아 그래, 너로구나, 반갑다 
하면서 웬 사진을 하나 보여 주었는데..

 

허걱, 암실에서 셔츠를 탈의한 채 
클로즈업해서 찍은 세미누드 사진
이었습니다.

 

선생이란 분이 여고생한테 이런 숭한 사진을.. 
지금 생각하면 천인공노할 행태이지만,


싸이버 짝사랑 해오던 사람과 
오랜만에 재회하여 반가움과 설렘으로 
세팅이 되어 있던 제 마음엔 
두근두근만 증폭시키더라고요. 
(참고로 몸은 멋있었습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그는 너는 정말 귀엽다, 
네가 우리 학교 학생이었다면 
교무실로 몰래 불러 예뻐해(?)주고 싶다. 
유아 마이 디자이어..

이런 느끼 멘트를 퍼붓더니

 

저를 이른바 사이버 의 세계로 인도했습니다.
투잡으로 로맨스 소설을 쓰시는지 
표현력이 대단하시더라요.

 

예컨대, 
너의 어깨에 나비 날개가 달려 있는 것처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싶어..

뭐 이런.. ㅋㅋㅋ

 

 

암튼 사촌 언니 방에서 몰래 숨어 읽던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에 빙의한 저는 
그렇게 그에게 사이버 처녀성을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짭스틴과 저의 사랑이 사이버 플라토닉에서 
사이버 에로틱으로 전환되었죠.

 

그날부터 저는 수업시간엔 멍하니 
교과서에 하트를 그리다가 
수업 종이 땡치면 PC방으로 달려가 
짭스틴과의 사이버 밀회를 즐기는 
욕망의 여인이 되었습니다.

 

짭스틴은 파렴치하게도 
난 너의 첫 남자가 되고 싶다 
(wish I could be your first), 
내가 사는 곳으로 놀러 와라
등 
(come over here, babe) 

 

이런 개수작질에 심지어


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어..
전부 다..

 

라며 저에게 '야사'를 찍어 보낼 것을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욕망과 도덕적 기준 사이에서 갈등하던 저는, 
결국 교복을 입고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는 
스티커 사진
을 보내는 것으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사진을 본 짭스틴은 
내가 아이스크림이었으면 좋겠다
(oh my god, I wish I was the icecream)

이러면서 입이 벌어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정말 고앵욱 씨의 미쿡인 버전이라 할 만하네요.

 

지금 글을 쓰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제 여동생이었으면 다신 타자를 못 치게 
손가락을 분질러 버릴 짓을 제가 왜 했을까
..
하지만

 

그땐 중고딩 특유의 순수함과 성적 환상이 결합된 
병신력이 작용했던 것 같아요.

 

여중여고를 나와 XY 생명체와의 조우라고는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 아이돌 가수 등에 불과했고, 
파라다이스류의 로맨스 소설, 섹시보이류의 만화, 여성잡지,

 

그리고 친구들과 수다에서 주워듣는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 등을 통해서 
남녀상열지사에 대한 간접적인 체험이라도 
맛보고 싶었던 시기였으니까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렇게 아직 정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불완전하고 안정되지 않은 중고딩들한테 접근해서 
현혹하는 건 너무나도 끔찍하고 파렴치한 일인 것 같아요.

 

암튼, 짭스틴의 만행을 더 열거하자면, 
화상채팅 중에 갑자기 하의를 탈의하고 
자신의 물건을 보여주지 않나, 
자신을 생각하며 자위(self-pleasure) 할 것을 
요구하지 않나
..

 

그리고 더더더 용서받지 못할 것은 
그가 바로 유부남이었다는 것!!!

 

다른 아이디로 만든 프로필에서 
자기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떡하니 올려놓은 것을 본 저는 
분노와 더러운 기분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욕이란 욕은 다 퍼붓고 
(영어 사전을 찾아가며 ㅋㅋ)


채팅 사이트에서 탈퇴를 했습니다.

 

이렇게.. 저의 일탈은 막을 내리게 되었어요.

미국에 사는 그가 제게 뭘 어떻게 할 수는 없었겠지만

제가 잠깐 생각을 잘못 해서 그에게 
벗은 사진이라도 보냈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그 사진이 인터넷 망망대해를 떠돌아다닐 걸 생각하면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성인 남성분들! 
미성년자를 보호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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