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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춘문예 출품작] 다음 생에서는 행복했으면

2014.08.4 17:08

이 제보는 지난 7/30부터 진행 중인  <2014 제1회 감춘문예> 출품작 으로,  

t*******@hanmail.net 님이 보내주셨습니다.

헛헛한 이 세상! 너무 차가운 댓글은 지양해주셔요.ㅎㅎ 서로 토닥토닥해주자구요.

(제보자 유리 멘탈 보호 차원에서 비난성 댓글은 임의 삭제될 수 있습니다)

 

ps. 제1회 감춘문예 지원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매일 업로드할 수 있는 제보의 수가 한정되어 있으니 본인의 글이 늦게 올라와도 

쬐꼼만 기다려주세요. ㅜㅜ먼저 참여해 주신 분 순서대로 차례차례 공개합니다.

 

 

오래되어 가물가물하지만 생각할때마다

가슴이 아리는...옛날 얘기네요.

 

저는 20대 극후반을 달리는 처자입니다.

지금은 좋은사람 만나서 알콩달콩 잘 만나고 있습니다.

 

저의 첫 사랑은 20살. 파릇파릇한 대학생.

어른들이 하지말라는 건 하지 않으면서

고분고분 자라 온 저는 

그 당시 어머니가 하시던 식당이 잘 되지 않고,

아버지가 서류를 해준 일이 잘못 되어 퇴직금을 날리는 등

부모님의 갈등이 극으로 달할 때,

대학생이 되면 이 집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설레하고 있었습니다.

 

대학교에 와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잘생기고 멋진 선배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것 만으로도 행복했죠.

처음 마셔보는 술도 알딸딸하고,

토하고 학교에서 잠드는 일도

뭔가 제 인생의 센세이션한 일이었습니다.

 

학교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과 특성 상 남자가 많이 없었는데

그 중에서 한 명.

매우 활발한 아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 아이가 있으면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많이 웃습니다.

웃을 일이 없었던 저에게 참 신선하고 관심이 갑디다.

하지만 그 아이는 키도 작고, 참 못생겼었습니다.

저는 '제 인연은 아니지만 참 재밌는 아이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4월 중간고사를 치면서

학교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학교를 걷다보니 손을 잡고 들어오고

우리는 어느덧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만날수록 이 아이의 밝음 속에는

엄청난 어두움이 있음을 알게 되었죠.

형에게 오랫동안 구타당해 생긴 두려움,

부모의 엄청난 다툼, 싸움,

그리고 바람.

어머니가 점 보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제사비로 바친 돈만 해도 엄청나고...

예전에는 잘 살았다는데

다른 사업을 하게 되면서

결국 경제적 상황도 제로.

파산신청을 한다고 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저에게는 아주 죽고 못 살 정도로 잘해주었지만,

그만큼 어두운 부분에 대해 기대길 바랐어요.

저는 그것을 받아줄 수 있을줄 알았죠.

하지만 한계가 왔어요.

6개월 쯤 지나서.

한참 데이트 중에 어머니가 바람피는 것을

아버지가 잡아내 폭행하는 바람에

경찰서에 간다는 이 아이.

뭔가 제가 견딜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첫 잠자리는 그 아이의 생일이었어요.

밤새 울먹이며 내 생일에는 항상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며

3~4시간을 이야기 하기에 아침 8시부터 만났습니다.

뭔가...내가 이 아이를 위로하려면 자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모텔에 갔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그때는 뭔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아이가 죽을 것 같았어요.

 

6개월을 만나고 한 번 헤어지려 했는데,

그 말을 한 후 울며 무릎을 꿇고 집 앞까지 따라와

미안하다고 하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못헤어지겠더군요.

그리곤 6개월 여를 더 만났습니다.

하지만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나면서 너무 잘해주지만 그만큼 잘해주길 바라고,

피해의식도 있고, 밖으로 밝은만큼

안으로 곪아있는 어두움을

저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헤어집니다.

[죽는다며 자살하겠다]하는 아이를 돌아서며

한참을 정말 죽을까봐 울었어요.

 

한번만 보자고 해서 나가니 삭발하고

담배를 물고 있다 뒷걸음질 치던 그 아이.

군대를 갔고, 그 후에 학교에서 한 번 만났습니다.

미안했어요. 그래서 울었는데 오히려 웃으며

이제 괜찮다 하더군요. 복학하면 잘 지내자고.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났습니다.

2년정도가 지났던 것 같네요.

독서실에 있는데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휴학한 나에게 웬 전화인가 했더니,

[그아이가 멀리 갔다]고 합니다.

멀리 어딜갔느냐 물으니,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합니다.

큰 사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다고 했습니다.

 

대학교 동기와 떨리는 손을 잡고,

장례식장에 갔더니 그 아이의 신발을 잡고

통곡하는 어머니와, 머리숙인 형,

그리고 아버지가 보이더군요.

영정 사진은 내가 1년 여 동안 만났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간 많이 변했나봐요.

인사하고 허망한 마음으로 집에 왔습니다.

 

저 나름대로도 힘든 상황에서,

이 아이와 서로 소통하고 위로했던 부분도 많았어요.

미안했고 뭔가 책임져야 할 것 같았어요. 그 당시에는.

지나고 보니 추억도, 상처도 아닌

그저 가슴 아린 기억이 되어있습니다.

 

감춘문예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라 하기에 

갑자기 이 아이가 떠올라 몇 자 써봅니다.

 

천국에서는 행복하니. 그땐 미안했어.

다음 생에는 꼭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고,

사랑이 많은 부모밑에서 자라나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너무 빨리 갔어...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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