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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춘문예 출품작] 내 일생의 연인은 네가 될거야

2014.08.5 19:00

이 제보는 지난 7/30부터 진행 중인  <2014 제1회 감춘문예> 출품작 으로,  

k********@gmail.com 님이 보내주셨습니다.

헛헛한 이 세상! 너무 차가운 댓글은 지양해주셔요.ㅎㅎ 서로 토닥토닥해주자구요.

(지원자 유리멘탈 보호 차원에서 비난성 댓글은 임의 삭제될 수 있습니다)

ps. 제1회 감춘문예 지원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출품작을 열심히 고르고 골라 매일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여러분의 활발한 집필활동 기대하겠습니다!!!

 

 

 

 

내 첫 연애와 이별은 아니지만 그 남자의 첫 연애와 이별이기에 제가 대신 응모해봅니다.

 

 

 

 

제 나이는 꽉 찬 20대, 그는 저보다 한 살이 어려요.

우리가 처음 만난 건 20대 초반. 6년 이나 연애했네요.

그 친구나 저 모두 키가 큰 편이고,

그 친구는 모 회사의 홍보대사를 할만큼 번듯하니

'훤칠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저는 이목구비 뚜렷한 서구형 여자사람.

둘이 있으면 예뻤어요.

남들이 보기에도 예뻤을테고,

우리가 보기에도 예뻤어요.

쿵하면 짝하는 연인이었죠.

 

 

우리는 첫눈에 반했어요.

20대 초반, 지금은 없어진 어느 클럽에서

사람들 어깨 사이로 어스름하게 보이는

그 아이이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눈이 마주쳐 살짝 웃었던가.

어느 순간, 그 친구와 손가락이 스치는 듯 하더니

함께 춤을 추고 있더라구요.

이름을 묻기에 그 아이 뺨에 제 이름을 장난스레 써주고

당시 그 아이가 내민 슬라이드폰에 제 번호를 찍어줬네요.

그리고 함께 갔던 언니와 클럽에서 나왔는데, 

입구에 혼자 서 있는 그 아이를 봤어요.

클럽에 혼자 왔다고 하는 그.

그 친구는 유학생이라 했고, 저는 저보다 나이가 많아보이는

그 친구보다 나이가 적다고 제 나이를 깎아서 말했어요.

 

그렇게 첫 만남.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서로 거짓말했던 부분을 모두 털어놓습니다.

그 아이는 실제로 전역을 반 년 앞둔 군인이었으며,

저는 '나는 사실 너의 누나야'라고 털어놓으며 깔깔댔죠.

 

그리고 누나를 향한 군인의 구애가 시작됐습니다.

경기도 북부에서 군생활을 하던 그 친구는 기를 써서

한달에 한번씩 꼭꼭 휴가를 나왔어요.

휴가가 1박 2일이면 이틀을, 3박 4일이면 나흘을

매일같이 만났죠.

축구 대회를 하든 종교 행사에 참석해서 두각을 보이든

정기휴가 외에도 온갖 포상휴가를 따내서 매달 나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까맣고 동그란 눈동자로 제게 묻습니다.

우리 무슨 관계냐고.

저는 군인 여자친구는 싫다고 대답합니다.

 

그래놓고서는 그 친구 휴가 때면

강의 및 조모임 등 언제나 자체 휴강을 했어요.

제 생일엔 놀이동산에서 로맨틱하게 풍선기구에서

귀걸이 선물도 받았죠.

매일 저녁께 공중전화로 걸려오는 전화를

꼬박꼬박 받아주고,

'싸지방'에서 남기는 

그 친구의 싸이 다이어리를 염탐하며

이 친구가 전역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그러는동안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이 친구가 여태껏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다는 걸 알게됐고,

좋아했던 여자도 한명뿐이라는

'연애 쑥맥'이라는 걸 알게됐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진짜일까 싶지만,

이 친구의 행동을 보고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전역.

그 시절 저는 한 일주일정도, 집 말고 다른 곳에서 머물게 됩니다.

부모님과 대판 싸웠거든요.

집에 들어오라고 협박+애원+꾸지람 섞인 전화를 받기 싫어

핸드폰도 꺼놓습니다.

그 사이에 그 친구는 전역 및 생일을 맞았고,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집 앞에 며칠동안 왔었대요.

혹시 저 만날까봐.

그렇게 저는 전역과 함께 잠수를 탄 여자가 돼버렸어요.

의도치 않았지만요...

 

우리 관계가 시작된 건 그로부터 한달쯤 뒤.

제가 보낸 '뭐해?' 문자 하나로 시작됐어요.

약속을 잡고 만나서 그간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했죠.

'나는 영원한 너의 첫사랑'(=샹년)을 주창하던 매력녀는

그렇게 상처를 입고 마음을 닫을 뻔한 청년의 마음을 다시 얻습니다.

 

군인이 아니니 이제 마음껏 만나고 데이트도 하고

학교는 서로 달랐지만 서로 학교에 찾아가기도 하고

그렇게 여느 연인들처럼 지냅니다.

몇 개월 뒤 저에게 다시 '우리 무슨 사이야?'

묻는 그에게 저는 말합니다. 

'응? 우리 사귀는거 아니었어?'

 

그렇게 첫 만남부터 연애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나 지나서야 '우리는 연애중이다'라고 말로 뱉었어요.

네. 맞아요. 저 진짜 나빴어요. 

저는 그 친구의 변하지 않는 '사나이의 순정'같은 게 좋았어요.

어쩌면 관계를 섣불리 규정하는게 겁이 났을지도..

그 당시 저는 "아 ,이제 결혼할 사람을 만나야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이전 연애들에 지쳐 '사랑받는 연애'를 하고싶었는데

무뚝뚝해 보이는 이 친구와는 그게 가능할 지 상상이 안됐었어요.

그를 제게서 떼어내려고

몇 번이나 나쁜 말도 하고 실망도 시켰는데

우직하게 그 자리에 서서 항상 제 편이 되는 모습에

저도 마음을 열게된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공공장소(지하철)에서 손잡기'를 마음껏 하고 

각자 미니 홈피에 서로의 얼굴을 공개하는 등등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취직을 하게됐어요.

직장인 - 학생 연애가 시작된거죠.

 

 

 

사실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우리는 '결혼'을 생각하기에

서로 다른 점이 너무 많았어요.

그리고 서로의 부모님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있었죠.

-나이

(실제 1살 차이지만 그 친구가 재수를 해서 

사회적인 나이 차이는 군대 포함 3년 이상)

- 학벌 

(저는 상위 1%, 그 친구는 경인권 4년제)

- 집안 분위기

(저희 집은 부부 공무원, 그 친구네는 부부 각자 자영업)

- 집안

(사돈지간 10살 이상 나이 차이,

그 친구네는 상경한 자수성가형 저희집은 학자형) 등등..

 

그렇게 제가 연애애 눈이 멀어 하트를 뿅뿅 발사하고 다닐 때

저희 집에서는 이제 슬슬 헤어지라는 압박이 들어옵니다.

저는 부모님을 설득하려고 갖은 진상을 다 떨었으나 

부모님은 그 얘길 귓등으로도 안들으며 저희 만남을 반대했고,

결국 매번 외출 전에 제 행선지를 감시하시기 시작합니다.

누굴 만나는지, 어딜 가는지..

그 때만해도 서로 좋아서 일주일에 다섯번은 만나던 시절이라

거짓말 만들어 내기도 힘들었죠.

친구 파는 것도 한두번이지...

혼자 마음 고생 하던 저는 결국 그 친구에게 털어놓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너 별로 안좋아해.' 라고.

 

그렇게 우리가 감정소모 하게 된 일 하나가 늘었습니다.

 

 

사실 이것 말고도 저희가 부딪히는 큰 이슈들은 이런 것들이 있었어요.

1) 화해의 방식

저는 싸운 직후에 대화로 풀어야하고,

그 친구는 화가 누그러진 이후 대화를 원함

2) 첫사랑 컴플렉스

제가 자신의 첫 여자라는 사실이 억울하며

다른 여자를 많이 만나보고 싶음. 결혼하면 더 억울할 것 같다고 함

3) 외모

제가 하비인데, 제 다리가 두껍다고 헤어지자함.

3일 밥 굶으며 울다가 만나서 화해함

 


그 모든 것들을 극복하고,

against all odds!

6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는 

"미안해, 사랑해, 잘할게, 싸우지말자."를 반복했지요.

일주일 이상 팟팟이 없었던 적도 없었고,

4시간 이상 연락이 끊겼던 적도 없으며,

매일 자기 전에는 꼭꼭

15분정도는 통화를 하고 각자 잠자리에 드는 커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친구에 대해

몇가지 피해의식 아닌 피해의식이 있었는데요,

'시간에 대한 양보, 그리고 씀씀이에 대한 양보'였습니다.

 

 

그 친구는 그 동안

-1년은 대외활동(동아리, 홍보대사 등등)에 올인

-6개월은 어학연수

다음

-1년은 자격증 수험생

마지만

-6개월은 취준생으로 지냈습니다.

저는 그렇게 취직 이후 3년 정도를

그 친구에게 항상 '맞춰준다'는 식으로 살았네요.

 

'그래도 주말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내어

항상 만났으니까, 달달했으니까.'라고 위안했어요

 

-대외 활동에 필요한 PPT나 영상을 만들어준다거나, 

-회사에서 인쇄를 몇 십 장 해다 준다거나,

-어학연수를 떠난 동안 (저도 다른 시험 준비하는 게 있어서 공부 중)

시차 상관없이 전화도 꼬박꼬박 받고... 일편단심!

-자격증 학원을 우리 회사 근처로 다니는 동안

지천에 있으면서도 만나자고 조르지 않고(?) 귀가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회사에서 써준 그 친구 자소서가 수십개. 

주말에 만나서 첨삭해준 자소서가 수십개..

 

... 3년 동안 그에게 저는 '엄마'였어요.

 

심지어 이 친구가 운전면허가 없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여행지에서 렌트카를 빌리러 가서 깨달은 적도 있었죠.

결국 나흘 동안 운전은 제가 도맡아했더랬어요.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왜 내가 엄마짓을 다 해야하지?'싶으면서도

"그래도 이 친구는 이제야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자기는 다른 남자처럼 맘 변할 일 없다고 말하니까.

얼른 돈 모아서 저랑 결혼하고싶다고 노래 부르니까."

이러면서 홀린듯이 엄마 짓을 하고있더라구요.

 

이 와중에 저는 돈을 벌고있었으니..

모텔비를 제외한 데이트 비용은 제가 거의 다 냈죠.

철마다 백화점에서 (저도 안쓰는) 화장품 세트를 사줬고

생일선물로 배콰점에서 D브랜드 청바지를 사주고..

정말 이 친구가 너무 좋아서 한 개도! 안아까웠어요.

오히려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기뻤죠.

그러다가 서서히 부담을 느끼기에

최근 3년 정도는 그런 선물은 하지도 않았어요.

대신 데이트 비용을 냈죠.

저는 쇼핑은 즐기지도 않고 (분기별로 30만원정도 하는 수준),

외식은 이 친구 아니면 하는 일도 없는데도

저는 매 달 150~200만원을 데이트 비용으로 지출했어요.

지출이 너무 많아지는 것 같으니 그 친구가 건의해서,

'서로 너무 자주 만나는 것 같으니

조금만 만나자'고 한 적도 있었구요.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쓰는 그 친구는

가끔 핸드폰 비용을 내지 않아서

전화가 끊기는 일도 있었어요.

제 생일이면 좋은 선물을 주기도 했고,

좋은 장소에서 밥을 먹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가 주는 선물의 반 값 정도의 선물이었고

제가 평상시에 사는 밥이 5만원이라고 치면

제 생일 때 거하게 사준 밥이 5만원어치였던 것 같아요.

고맙다고 '그렁그렁'하면서 감동받으며 먹었습니다.

 

그 친구도 저에게 영화를 볼 수 있는 토렌트 파일을 보내주고

늦잠 자고싶은데 주말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인 여친 만난다고

오전 중에 일어나주고

게임하고싶은데 자기 전에 전화해야되니까 전화해주고

저에게 해준 것 많았어요.

무엇보다 마음의 안식처였고, 항상 제 편이었고

그리고 항상 절 사랑해줬거든요.

 

근데 저도 사람인지라 저 혼자 돈쓰는 기분이고,

싸울때마다 치사하게 돈 이슈가 나오드라구요.

대면으로 싸운 적은 없었는데 전화로 싸우다보면,

'그럼 이제 어떻게 하자고...?'라고 되묻는 그에게 저는 못나게도

'나랑 헤어지려면 다달이 쳐서 800만원은 내놔야되는 거 아니야?'라고

그지같은 개소리를 뱉기도 합니다.

물론 화해하고 나면 서로 '막말한거였어 미안해.

널 열받게 하려고 한말이야' 등등

또 다른 개소리로 그 개소리를 덮어두곤 했죠.

실제로 서로 자존심이 세서 이런 이유로 막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구요.

 

그렇게 남들은 고개를 갸웃갸웃하는

연애를 하던 어느날, 사건은 터집니다.

그 친구는 이미 제가 써주고 첨삭까지 해준 자소서를 바탕으로

모 기업에 취직을 했죠.

제 연봉도 적지 않은데 저와 연봉 차이도 거의 안났어요.

직장인 - 학생 연애 5년 만에 그 친구가 양복을 입고 출근을 합니다.

감회가 새로웠어요.

그리고 그 친구는 "이제껏 너에게 받은 모든 것을 보답하겠다.

넌 이제 가만히 있기만 해라"라고 큰소리를 칩니다.

 

그치만 왜 그에게 여전히 돈은 없는걸까요?

수습 사원 월급에 그마저 월급날까지 기다려야하는 건 생각도 못하고

신용카드도 없는 그는 주변 후배들에게 인심을 쓰고 다니다가

또 다시 핸드폰 비용을 체납합니다.

'정말 한심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만나죠.

그 친구 집에서 마을버스 두 정거장 되는 장소에서 만납니다.

수중에 돈이 없음에도 그 친구는 신나게 메뉴를 고릅니다.

둘이 먹으면 5-6만원은 나오는 메뉴를 골라대는

그 친구의 말을 건성건성 들으며 

저는 2-3만원정도 메뉴를 선택해 먹었습니다.

그리고 집에갈 때가 되고,

그 친구는 '조심히 들어가 전화할게'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 퓨즈는 끊겼습니다.

'전화하지마' 하고 돌아서서 집에 갑니다.

 

전화가 옵니다. 저는 털어놓습니다.

"둘다 퇴근하고 피곤한데, 너희 집 가까이에서 만난 것도 싫었고

돈도 없는 니가 비싼 메뉴 운운하는 것도 싫었고

내가 그 장소까지 가서 밥까지 샀는데

니가 데려다주지 않는것도 싫다!" 고 말이죠.

 

크게 싸웁니다.

그리고 6년간 억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하여,

저는 여기서 그만하자고 했습니다.

그 친구는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연락이 왔고,

'자기가 그렇게 세세한 것까지 신경쓰지 못해서 미안하다'라며 

사과하는 것으로 싸움은 일단락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별의 핑퐁질이 시작된 것이

그 때였던 것 같네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그 친구가 헤어지자고 합니다.

막말이 쏟아지더라구요.

- 다른 여자를 만나보고싶다

- 너랑 결혼하면 머지않아 이혼할 것 같다

- 다른 여자랑 결혼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괴로울 것 같다

- 매번 의무적으로 데이트해야 하는 것이 피곤하다

-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나자 (집이 가까워 주말에 한번 평일에 한번 만났더랬죠)

- 그냥 혼자 좀 쉬고싶다

- 차라리 너가 소개팅이라도 하면서 다른 남자를 만나면 좋겠다

 

 

 

허허허 제가 잡습니다.

네~ 제가 미친x이에요.

"내가 잘할게. 너가 요즘 새로운 곳에 적응하느라

힘든 걸 헤아리지 못했다. 만나자고도 안할게. 

헤어지자는 건 너무 갑작스러워서 나 못헤어지겠어.

차라리 마음 정리할 시간을 좀 주겠니?"

바들바들 떨면서 엉엉 울면서 말했어요.

 


그렇게 한 달, 이제는 제가 힘들더라구요.

제가 그 친구 눈치를 보게되는 것도 싫고... 

무엇보다 "여태까지 내가 이 친구한테 잘했던 거는

내가 좋아서 쏟아부은 '매몰비용'일 뿐이지,

그것 때문에 내가 이 친구한테 뭘 받아먹겠다고

생각하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는 전화합니다.

 

그리고 헤어지자고 말합니다.

 

"전에 니가 헤어지자고했지. 이제 나 마음 정리 다 된 것 같다.

지난 한 달동안 괴롭혀서 미안하고,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 20대 절반 이상의 시간동안 사랑받는 느낌 받게 해줘서

너무 고마웠고 수고많았어.

그치만 취직하고 헤어지자고 한건 진짜 못됐다"

 

 

그친구도 담담하게 답합니다.

"나도 많이 고마웠어. 아무 남자나 만나지 말고,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해라"

 

그렇게 끝난 줄 알았습니다.

저는 오열하면서 핸드폰에 있던 사진을 모두 지우는 등의

'정리 행위'를 했죠.

하루 이틀, 삼일.. 힘들더라구요.

밥도 못 먹겠고.

출근은 해야겠는데 거울만 봐도 눈물이 또르르- 흐르고.

... 그리고 나흘째, 그는 저를 찾아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 없으면 안될 것 같아.

너만한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너가 나에게 너무 잘해줘서,

너에게 땡깡을 부린다는 게 을 넘었던 것 같아.

상처줘서 정말 미안해.

그치만 아직 널 많이 좋아하고,

아직 헤어질 때는 아닌 것 같아서 찾아왔어.

이 공백이 길어지면 진짜 헤어지게될까봐 무서워서 찾아온거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저는 당황스러웠어요.

일주일도 안되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건가.

이 곳 저 곳 찔러봤죠.

열받을 만한 얘기도 해보고 비아냥거리기도 해보고.

"니가 불과 얼마 전에 이렇게 저렇게 얘기했잖아.

근데 그게 벌써 바뀌어? 넌 진심이라는 게 있어?"

"니가 내 진심을 믿지 못하겠다면, 그냥 옆에만 있어줘.

내가 내 진심이 뭔지 너가 느낄 수 있게 최선을 다할게"

 

구체적인 미래 계획까지 들고와서 절 설득하는 그 친구.

네. 그렇게 설마 하는 마음에 저는 그 친구를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합숙 연수에 떠납니다.

핸드폰을 압수한다 하대요? 귀걸이, 반지 등을 착용 금지한다고 하대요?

기분은 쌔-했지만

뭐, 굳이 연락 자주하고, 

반지 끼고다닌다고해서 지장이 있을 만한 관계는

아니였기땜에 신경 안썼습니다.

하루 한 두번 오는 커플 메신저 메시지만 답장하고

하루 한번 걸려오는 전화만 받았죠.

연수에서 돌아온 당일은 동기들이랑 낮술부터

진하게 먹는다고 해서 냅뒀습니다.

"데리러 갈까?" 라고 물어도 됐다고 해놓고서는

카페에서 절 기다렸다고 하길래 "그래, 그럴수있지..."

한숨 쉬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 퇴근하고 만나서는 다짜고짜 엠티로 데려가는 걸 보면서

"아, 그래 내가 보고싶었나보다..!"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주말이 두번 정도 지났을까요.

어느 날 핸드폰이 고장났다고 합니다.

저, 하루 한 번은 전화 통화 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집 전화로 제게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그 주 주말에 만나기로 합니다.

.

.

.

.

그리고나서

그는 지금까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사고가 났나...'싶어서

만나기로 한 날 저녁 때가 다 되어서

집전화로 전화를 해봅니다.

꺼져있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에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해봅니다.

연수갔다 돌아왔는지도 모릅니다.

뭔가에 훅- 맞은 듯한 느낌이 들면서 울음이 터지더군요.

 

6년의 연애, 반 이상의 기간을 거의 맨날 만나면서

진짜 산전수전 다 겪어왔죠.

세상에 어떤 커플이라도 '이런 일이 있었다' 하면

저희도 한두번은 그 일을 겪었을만한.

그렇게 농도짙은 연애를 했습니다.

근데 그 짙은 연애의 끝은

결국 잠수이별이네요.

 

이제 연락이 닿지 않은 지 2주째.

저도 특별히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하지 않아요.

더이상 할 말도 없고 들을 말도 없어서 연락을 하기가 겁나요.

아마 그 친구도 그럴 겁니다.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기가 겁났을거고,

또 붙잡히면 어떡하지 무서웠을거에요.

저도 지금 그런 기분이니까요.

 

연애하는 동안 함께 사랑하는 일은 정말이지 행복했어요.

처음에는 서로 따지는 것도 없었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죠.

1년 뒤가 아니라, 당장의 1주일이 좋으니까 만났어요.

그러다가 정이 깊어지고 서로 조금씩 성장하다보니

조금 우기고 고집부리면 둘 만의 미래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왔다고 느껴졌어요.

그동안 서로 이성 문제로 속썩인 적도 없었고,

정말 잘맞았거든요.

이제 취직도 했으니 결혼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느껴졌고,

서로 너무나도 잘 알기때문에 결혼해서도

잘 맞춰가며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저만의 생각이 아니라, 이제껏 '서로 대화했던 내용'이었어요.

 

근데 지금와서 생각하면

이건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을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친구는 제 말에 '맞장구만 쳐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구요.

저는 이 친구를 만나기 이전에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을 해봤던 사람이었고,

이 친구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으니 저와는 상황이 달랐을거에요.

똑같은 상황에서도 느끼는 것이 달랐겠죠.

이별이 아프고 힘들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지만

이 친구는 마지막에야 알게된 것 같네요.

마지막에 이별 핑퐁짓을 했던 것도

서로 정이 많이 들고 마음이 약해서 해버린 실수였겠죠.

어쩌면 이미 3년 전에 헤어졌어야 하는 사이같기도 합니다.

 

후회는 안해요.

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고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든 것을 함께 누렸고, 정말 행복했어요.

감정 갑부였어요! 우린.

 

잠수이별은 밉지만, 그래도 이 친구 참 괜찮은 친구에요.

저를 만나면서 여자 보는 눈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저도 이 친구를 만나서 남자에게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짓(=엄마짓)이 뭔지 깨달았네요.

마지막으로 솔직히 말하면,

이 친구, 저보다는 조금 덜 예쁘고 조금 덜 현명한 여자 만나서 

저보다 쪼끔만 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친구의 영원한 첫사랑으로 남을거고

이 친구는 저의 영원한 20대의 연인으로 남을거에요.

 

순간을 즐기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사랑한다.

우리는 반드시 헤어질 테지만 내 일생의 연인은 바로 네가 될거야.

- 이석원 산문집, 보통의 존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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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4 [황망한연애담] 30만원이 300만원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