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감춘문예 출품작] 여자의 첫사랑도 무덤까지 간다

2014.08.10 13:11

이런이 제보는 지난 7/30부터 진행 중인  

<2014 제1회 감춘문예> 출품작 으로,  

ch***********@gmail.com 님이 보내주셨습니다.

헛헛한 이 세상! 너무 차가운 댓글은 지양해주셔요.ㅎㅎ 

서로 토닥토닥해주자구요.

(지원자 유리멘탈 보호 차원에서 비난성 댓글은 임의 삭제될 수 있습니다)

ps. 제1회 감춘문예 지원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출품작을 열심히 고르고 골라 매일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여러분의 활발한 집필활동 기대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친구를 통해 감친연을 접하고 그간 눈팅으로만 접하다 감춘문예를 시작으로 사연을 보내게 된 27살 직장인 여자입니다. 이 이야기는 잊는 데에만 10년이 걸린 제 첫사랑 이야기입니다. 상을 받거나 하는 것 보다, 얼마 전 어딘가에 시원하게 털어놓고, 새롭게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에 제보해봅니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은

저는 유달리 사교육에 열을 올리던

집안의 여식으로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교-학원-집-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죠.

 

 

남녀공학을 다녔지만 남녀분반이었으니

학교에서 직접 마주칠 수 있는 남자라곤

체육선생님,교감선생님,교장선생님 뿐이었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학원'이라는 공간에서 보게 되는

여러 남학생들은 저 포함 여자반 학생들의

활력소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중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유난히 얼굴이 하얗고, 샤프한 매력을 가진

한 남학생을 보게 됩니다.

(객관적으로 잘생기지는 않았어요.

정말 운명처럼 딱 제 눈에만 띈 남자였거든요.)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졸졸 뒤따라 가다가 일부러 그 앞을 지나는 척 하며 

그 남학생의 목에 걸려있던 학생증을 빠르게 스캔.

이름을 순간적으로 캐치!하고는

추가적으로 어느 반인지까지 알아내었습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학원 출석부에는 학생의 이름과 함께

핸드폰 번호가 적혀있었습니다.

출석을 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선생님이 학생에게 전화해

결석사유를 물어보는 시스템이었어요. 

출석체크가 끝난 후,

출석부를 강의실 밖에 놓아두면

데스크에서 사무일을 보시는 분이

10분 후쯤 수거해가셨죠. 

저는 그 짧은 틈을 노려야만 했습니다.

정성이 하늘에 닿은 걸까요.

저는 결국 그 남자의 전화번호까지

손 안에 넣을 수 있었어요.

 

 

철없고 뭣모르던 17살 때인지라

고민없이, 지체없이

바로 그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고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인데, 

그는 참 밝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저를 맞아주었어요. 

갑작스레 접근한 수상한 여인인 저를 말예요.

그 날 이후로 우리는 하루내내

24시간 문자를 주고받으며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됐습니다.

 

 

일주일 째 되는 날, 

우리는 커플이 되었습니다.

이성교제를 금지하는 학원이었기 때문에 

집 방향이 같아도 학원을 나와서야

함께 할 수 있었어요.

자습실에서도 한 칸을 떼고 앉거나

앞뒤로 앉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문자로 밖에 대화할 방법이 없었지만,

그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준다는 사실 그 자체에

행복하고 설렜더랬지요.

 

사귄지 한 달이 되어서야 손을 잡았고,

반 년을 사귀면서도 키스조차 못했던

풋풋한 학생 커플이었어요.

 

서로의 집이 걸어서 5분 거리였고,

밤에 '배고프다 뭐 좀 사러갈까봐'

한 마디에 떡볶이며 만두며

바리바리 싸와서 저희집 현관앞에 두던 남자였어요.

'밤에 돌아다니면 위험하다'며 저를 설레게 하곤 했죠.

괜시리 한없이 센치해졌던 날

'보고싶다' 한 마디에 그가

사이다 두 캔을 사들고

집 앞 놀이터로 왔던 적도 있네요.

[우린 학생이니 술은 안 되고,

사이다 딱! 한 캔만 마시고 들어가자]며...

 

지금 이 나이에 해보라면 못할,

그 나이, 그 때라 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참 건전하고도 파릇파릇한 연애를 했습니다.

 

모두의 첫사랑 이야기가 그렇듯

이 설레는 이야기는 오래가지 않았지만요.

 

그 해 빼빼로데이였을 거에요.

빼빼로데이에 저는

[여자친구 자랑 좀 하게 해줘야겠다]면서

손수 하나하나 빼빼로를 만들었어요.

예쁘게 데코레이션한 빼빼로를 들고,

그의 반에 찾아갔습니다.

 

그리고나서

저는

이유모를

이별을

통보받았어요.

 

[3학년이 코 앞으로 다가오니,

여자친구를 사귀는 건 아닌 것 같다]

그가 말한 헤어짐의 이유였지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이별이었음에도

저는 놀라지도 않았고, 울지도 않았어요.

"오빠 주려고 가져온거니까 그냥 가져가. 안녕."

담담하게 말하곤, 교실로 돌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전 울지 않았습니다.

3일이 지나고,

단 한 통의 문자도 오지 않는 핸드폰을 보면서

'정말 우리가 헤어졌구나.'

이별이 실감났습니다.

그제서야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가 더 미웠던 이유는,

그와의 이별 덕에 기말고사를 완전히 망친 후

겨울방학을 맞던 날,

그가 다른 여후배의 손을 잡고 하교하는 걸 봤어요.

이 장면을 본 게 차라리 다행이었을지도요.

저에게 상처준 그를 미워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더 잘난 여자가 되어서

'다시 붙잡고 싶게 만들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그는 졸업을 했고,

꽤 좋은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저는 그가 진학한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목표가 생기니 성적은 쑥쑥 올랐고,

그가 다니는 대학보다

입결이 훨씬 높은 대학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대학 합격이 확정된 그 날,

저는 차마 지우지 못하고 그대로 저장되어있던

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저 역시...지금도 모르겠어요.

 

그냥 [나도 잘 해냈다고,

그리고 아직 오빠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려 했던걸까요?

 

"이 번호는 고객님의 사정으로 

착신이 금지된..."

 

그의 번호는 착신이 금지된 번호였고,

그의 친구를 통해 제가 전화를 건 날 오후

그가 입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끝까지 나는 배려하지 않는구나.

최전방에 떨어져 고생이나 실컷 했으면 좋겠다]

악담하곤 또다시 눈물바람...

그 오빠는 미니홈피를

자주 업데이트 하던 사람이 아니라

휴가가 언제인지,

휴가를 나왔는지

복귀를 했는지도 알 길이 없어

저는 그저 입대날부터 전역날까지

날짜를 세며

그를 나홀로 기다렸습니다.

'일방적인 고무신 생활'이랄까요.

새내기가 되어서도 미팅, 소개팅

뭐 이런 것도 없이 지냈지요.

전 여전히 그를 미워한 동시에 좋아했으니까요.

저의 다이어리에 체크되어 있었던

그의 전역일 다음날

저는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빠, 난 이제 대학생이 되었고,

꼭 한 번만 다시 만나보고 싶어.]라고

제 생각을 전했어요.

 

하지만

그는 참 냉정했어요.

더 물어보지도 않고, 저를 밀어내더군요.

그렇게 거절당했어요. 저

 

 

제 자신에 화도 나다가

그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의 입장이 이해도 가고,

복잡미묘한 감정에 몇 달 며칠을 앓았지요.

그렇게 저와 그의 인연은

완전히 끝나고 말았네요.

 

 

서로 소식도 모른 채,

몇 년이 지나고 바로 얼마 전, 

어느 여자와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걸어가는 그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그를 보면 화가 치밀어오를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행복한가보네,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동시에 10년 간

가슴 한 켠엔 언제나 머물러 있어온

저의 첫사랑도 이제는 드디어

지난 시절의 설레는 추억쯤으로 

온전히 남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를 진정 마음으로도 놓고 나니

남자의 첫사랑이 무덤까지 간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그에게 만남을 거절 당한 날 이후로

만났던 남자친구들은

저에게 그다지 큰 의미가 아니었더라구요.

그들에게서 첫사랑의 모습을 찾으려 애썼고,

첫사랑과 다른 모습을 보이면 실망하고,

첫사랑과 함께 갔던 곳에 가면

함께 있는 남자친구가 아닌 그가 생각나고...

돌이켜보면 저는 그동안

'그를 잊기 위해' 살았던 것 같습니다.

 

 

혹시 첫사랑 그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참 오랜 시간동안

당신 때문에 아팠지만

당신 덕분에 누구보다

17살을 아름답고 빛나게 보낼 수 있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꼭 행복하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군요.

이제 마음에서도 그를 놓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보고 싶어요.

 

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사연은 장원감이로세!"

밀어주시려면? 아래 버튼 꾹-

(독자들의 추천 개수로 장원이 최종 선출됩니다.)

156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댓글쓰기

2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황망한 이야기

2014/08/14 [][감춘문예 출품작] 난 그에게로 가서 생선이 되었다
2014/08/13 [황망한연애담] 넌 내게 주연이었는데
2014/08/13 [황망한소개팅] 안전제일 소개팅남
2014/08/12 [][감춘문예 출품작] 꼬꼬마 성장기
2014/08/12 [황망한연애담] 연필의 인연이 아니었을 뿐
2014/08/11 [][감춘문예 출품작] 못난 내가 이해할 수밖에
2014/08/11 [황망한연애담] 그에겐 아까운 12,600원이었을까
2014/08/10 [][감춘문예 출품작] 여자의 첫사랑도 무덤까지 간다
2014/08/10 [][감아연 26여] 해도해도 늘질 않아
2014/08/08 [][감아연 25여] 꿀남이는 쩝;스러웠다
2014/08/06 [][감춘문예 출품작]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그녀
2014/08/06 [황망한연애담] 챕스틱마저도 용서했었지
2014/08/05 [][감춘문예 출품작] 내 일생의 연인은 네가 될거야
2014/08/05 [황망한연애담] 너, 보낼까,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