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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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춘문예 출품작] 못난 내가 이해할 수밖에

2014.08.11 09:57

이 제보는 지난 7/30부터 진행 중인  

<2014 제1회 감춘문예> 출품작 으로,  

n******@naver.com 님이 보내주셨습니다.

헛헛한 이 세상! 너무 차가운 댓글은 지양해주셔요.ㅎㅎ 

서로 토닥토닥해주자구요.

(지원자 유리멘탈 보호 차원에서 비난성 댓글은 임의 삭제될 수 있습니다)

ps. 제1회 감춘문예 지원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출품작을 열심히 고르고 골라 매일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여러분의 활발한 집필활동 기대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십대 중반의 감친연 자매입니다.

비오는 날, 혼자 청승맞게 울다가 우연히 감친연을 발견했네요. ㅜㅜ 

여기에 쓰면 한결 편안해 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사연 보냅니다.

 

 

 

때는 작년 5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건강까지 우려되는 정도에 이르러

다니던 일을 때려치고 

집에서 놀고 먹던 시절이었어요.

 

 

친구가 집에서 밥만 축내지 말고!

'소개팅이나 해보라며'

건너건너 하나 주선해 주더군요

 

다섯살 차이나는, 20대 후반의

평범한 회사 다니는 오빠래요.

 

처음엔 싫다고, 불편하다고 거부하다가

'그래, 집에서 노느니 연애라도 해보자.'

하는 마음에 나갔는데...

 

 

호감형 외모에

부드럽고 자상한 목소리는 서비스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 제 눈 앞에 뙇!

 

저는 내심 기쁜 마음에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됐고,

또 오빠는 그런 제 모습에 반했더랬어요.

그렇게 오빠는 세번째 만남에 저에게 고백을 했지요.

 

고백할 당시의

그때 그 더운 공기,

터질 것 같던 심장의 두근거림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네요.

 

이 때가 바로 제 첫 연애의 시작이었어요.

 

저희는 연애 초반부터

집안 사정이며, 금전적인 문제까지

비밀없이 서로에게 다 오픈했어요.

오빠가 자긴 그런걸 좋아하고,

저에 대해 다 알고싶다나...그러면서

먼저 제안해왔습니다.

 

오빠는 중학생 때 급 형편이 어려워져 

부모님 장사 도와드리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다고 그러더군요.

그래도 지금은 교수님 추천으로

제법 좋은 직장 들어가

차도 한대 뽑고... 

대학원 공부도 하고 있어요.

 

문제는 저에요.

저는 오빠보다 상황이 더 안좋았어요.

이혼 가정에 어려운 집안 형편,

그리고 전문대 졸업... 

이마저도 제 전공을 살리지 않아

쥐꼬리만한 월급 받는 소기업에 취직한 게

끝.

게다가 예쁘지도 않은 외모.

 

그래서 전 항상 걱정이 많았습니다.

 

오빠는 능력도 좋고, 잘생기고,

성격도 이렇게나 다정다감한데...

저같은 여자를 만나며 시간 허비하는 것보단,

진짜 결혼할 만한 좋은 여자를 만나는게

그에겐 훨씬 큰 이득일테니까요.

 

어느 날은 비슷한 맥락의 얘기도

먼저 넌지시 꺼내봤습니다.

 

'오빠도 이제 곧 서른인데, 

부모님이 결혼하라는 압박 안주셔?

나는 솔직히 가진 게 없잖아..

그래서 나 만나는거 싫어하시지 않을까?'하고요.

 

그 날 아주 된통 혼났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사람 됨됨이를 보신다.

그리고 내가 널 좋아하는데. 

대체 그게 무슨 상관이냐! 

다신 그런 소리 하지마라.'

단단히 못박아두더라구요.

 

눈물이 핑 돌았어요.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어요.  

'아,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진짜 이 사람같은 남자 죽었다, 깨어나도 못만나겠다.

더 잘해야지!' 

이런 생각도 물론 했죠.

 

그렇다고 저희에게 

트러블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에요.

여느 커플들처럼 중간중간 싸우기도 했어요.

 

오빠의 지키지도 못할 약속의 반복 때문에 

좀 싸웠고...

(우리 이거 하러 가자, 뭐 하러가자 하면서

정작 한 건 없었어요) 

 

'피곤하다'며 근 6개월 간의 데이트가 

오직 집에서만 이루어 졌던 문제...

그리고 연락 두절... 등등

 

이런 문제로 제가 투덜대곤 했지만,

그래도 항상 토닥토닥 달래주고

먼저 사과하는 그의 모습에

금방 풀렸었습니다.

저한텐 한없이 좋은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어느덧, 우리가 만나 지 1주년이 되는 

기념일이 다가왔어요.

 

 

둘 다 기념일을 잘 챙기지 않는 성격탓에

이번에도 다른 기념일과 같이

그냥 넘어갈까 했지만

1주년이니만큼  소소하게나마 챙기기로 했습니다.

 

저는 작은 선물과 편지를 준비했는데

오빠는 '편지 쓰는 거 너무 어렵다'며

정말 아무것도 준비해오지 않았더라구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주년인데...

괜히 서운한 마음에 조금 속상한 티를 냈어요.

 

"내가 하늘에 있는 별을 따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편지 한 통 써주는게 뭐 그리 어렵냐"면서요.

 

기분이 쉽게 안풀리더라구요.

너무 성의없는 그 모습에.

 

그렇게 싸우고 각자 자다가

아침밥도 안먹이고

그냥 집에 보내버렸습니다.

 

 

그리고나서 역시 하루종일

마음이 안좋았어요.

 

그래서 다음날 대화로 풀고

저도 사과할 생각에 다시 한 번 만났습니다.

 

얘기하면서 처음으로 오빠가 보는 앞에서

울었습니다.

'오빠랑 여행도 가고 싶었고, 

좀 즐거운 시간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섭섭했다.'고 말하는 중,

눈물이 저도 모르게 터지더라구요.

 

근데 그가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있고

아무 액션도 취하지 않는거에요.

 

평소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죠.

뭔가 이상한 느낌에

"이제 나랑 얘기하는것도 싫어? 

그만 만나고 싶은거야?" 라고 물었더니,

 

"그럼 솔직하게 말할게."

라고 하더군요.

 

들어보니,

오빠의 부모님이 제 조건 듣고는

저랑 만나는 걸 극구 반대하신다는 내용...

 

대학원도 졸업하고, 결혼도 빨리 해야되는데, 

'그런 애' 만나면서 '시간낭비'하지 말라고.

하셨다더군요.

 

한달 전에 우연히 오빠 어머니를 뵀었는데,

그때 저 보시고는 나중에 오빠에게

'생긴 게 마음에 안든다'고, 

'내 아들이랑 안 어울린다'고 하셨던 적도 있었어요.

 

근 3개월 간이나 그러셨는데, 

이젠 자기도 더이상 부모님과 싸우고 싶지 않대요.

 

1주년때도 저 만나러 나온거 아시면

뭐라뭐라 하실 게 뻔하니까, 

'친구 만난다'고 거짓말해서 나온거라나...

 

언제는 제 조건이고, 외모고 다 괜찮다고 하더니...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팠던 걸 

오빠는 알고 있을까요?

 

오빠는 그 때부터 울고 있고,

저는 그냥 달래주면서 가만히 웃었어요.

정작 울고싶은 건, 그리고 위로받고 싶은 건

저였거든요.

 

저도 제 주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사람과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직접 제 눈으로, 제 귀로

이렇게 확인하니 짐작했다해도

슬프긴 슬프대요.

 

오빠에게 위로받을 수 없는 대신,

집에 와서 진짜 많이 울었어요.

지금도 한마디 한마디 되짚어 생각하니까

또 눈물이 나네요.

 

사실은 말하고 싶지 않지만...

오빠에게 다시 전화해서 잡았어요. 

도저히 안되겠다고.

난 오빠 없으면 못살겠다고.

하면서요.

 

"내가 뚱뚱해서 싫으면 살을 뺄게.

이제 계속 집데이트만 해도,

나한테 연락 자주 안해도 투덜대지 않을게.

그러니까 그냥 옆에만 있어주면 안돼?

그것도 싫으면 선 볼 여자 생길 때까지만이라도

괜찮아..." 

(제가 봐도 드럽게 구질구질하네요. 그래도 후회는 없지만요)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네 조건 때문에...안 될 거 같아."

 

그렇게 결국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두 달정도가 지난 지금

저는 5키로가 빠지고, 

지금 회사에서도 월급이 올랐어요.ㅋㅋㅋ

그래봤자 역시 쥐꼬리지만;

 

이렇게 주변 상황은 하나, 둘 변해가는데도

여전히 전 그가 보고싶고, 그리워서 똑같이 웁니다.

 

하지만 연락은 하지 않고있습니다.

다시 시작 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저는 그 사람을 원망하고 싶지 않아요.

원망할 자격도 없고요.

결혼은 '현실'이고, 그 사람은 '옳은 선택'을 한 것일테니...

 

다만 가장 속상한 건,

 

제가 가장 마음에 걸려 했던 부분을 

헤어짐의 가장 큰 이유로 내세웠다는 거에요.

 

저는 아직도 그 말을 떠올리면,

숨이 막히고 캄캄한

제 미래가 와닿아서 두려워져요.

 

제 형편은 지금도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거든요.

앞으로도 연애할 때마다

이 문제가 제 발목을 잡을 게 뻔하겠죠?

 

한 발 양보해서 연애는 어찌어찌 할 수 있겠지만, 

결혼은요?

그럼 또 잘 사귀다가도

그 문제 때문에

가슴 찢어지는 이별을 해야 하잖아요.

아마 전 견디지 못할 거에요. 

'이대로 다 포기하고 혼자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도 종종 들구요.

 

그래서 그런지 요새는 그냥

사는 게 무의미하고, 외롭네요.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라도 쓰고 나니까 마음 정리가 되는거 같아요.

 

날씨 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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