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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춘문예 출품작] 꼬꼬마 성장기

2014.08.12 11:01

이 제보는 지난 7/30부터 진행 중인  

<2014 제1회 감춘문예> 출품작 으로,  

c*********@gmail.com 님이 보내주셨습니다.

헛헛한 이 세상! 너무 차가운 댓글은 지양해주셔요.ㅎㅎ 

서로 토닥토닥해주자구요.

(지원자 유리멘탈 보호 차원에서 비난성 댓글은 임의 삭제될 수 있습니다)

ps. 제1회 감춘문예 지원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출품작을 열심히 고르고 골라 매일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여러분의 활발한 집필활동 기대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계란 한 판의 처자입니다. 굉장히 고민고민하다가

혹 저의 이야기가 어떤 분에게는 도움이 될까 싶어 올립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1.연애의 시작
 

저의 첫 연애 상대는 5살 많은 과외 선생님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명문대 재학,

적당한 키, 

하얗고 훈훈한 외모를 가졌던 그 오라버니를   

선생님~선생님~”하며 따랐지요.

고등학교 2학년의 어느 날,

그 사람은 저에게 두 장을 꽉 채운 정성스런 편지와, 

직접 선곡해 담은 CD를 선물로 주었어요.

어렴풋이 '아, 이 사람이 나에게 호감이 있구나'하고 느꼈지요.

그렇게 고 3 시절이 지나고, 

드디어 대학생이 되던 날!

그가 저에게 로맨틱한 고백을 했고,

전 꿈같은 연애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차가 있었던 그는 저를 서울 곳곳을 데리고 다녀 주었지요.

학교 일정이 없을 때는

아침에 만나서 밤까지 논 적도 가끔 있어요.

모든 게 처음이고, 모든 것이 새로운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달콤함은 역시나 오래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2. 이건 뭐지?

 

연애 초보였던 저는 만난 지 한 달 만에 

어떤 난관에 봉착합니다.

부쩍 줄어든 그와의 연락 횟수

그리고 그의 기약없는 잠수

그리고 '돈이 없다'며

저에게 데이트 비용을 꼭 반반씩 내자고 말합니다.

 

배경을 말씀드리면,

참고로 그는 과외로만 한 달에 300만원 넘게 벌었어요.

전 학생이었고요...

따라서 데이트 할 때 비용 부담의 차이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딱 절반까진 아니어도

미안한 맘에 꼭 디저트나 커피 등

2차 정도를 제가 냈어요.

처음에는 '우리 오빠 힘드니까...' 내지는

'나도 이제 대학생이니 오빠에게 의지하지 말자'라는 

생각에 5:5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그러면서 오빠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 둘이 먹으면 한 끼에 2-3만원씩은 깨지잖아.

너는 끽해야 만 얼마 내는거고.” 라고 한소리ㅠㅠ

그가 제안하는 대로 저희는 데이트 카드를 만들었죠. 

만날 때마다 한 카드로 긁은 다음에

월 말마다 천 원 단위까지 반을 나눠 계산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제가 참 바보같네요.

수입만 저보다 몇 배였는데 말이죠.

30살 찍은 이 시점에도 저렇게 데이트 하는 사람은

주변에.. 없더군요 콜록...

 

 

#3. 눈물의 200일



어찌저찌 200일을 지냈습니다.

참 많이도 싸우고 또 화해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어린 날의 저는 왜 그렇게 참을성이 많았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아닌데.ㅎㅎ

저는 당시 스무 살의 어린 여성이었으므로

기념일에 상당히 집착했습니다. (ㅋㅋㅋ)

200일에 어떤 데이트를 할 지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죠.

 

그의 제안은

“나와 굉장히 친한 친구가 있는데,

200일 기념일에 소개 겸 해서

밥을 그 친구에게 얻어먹자!”고 합니다...-_-

????????

우리 둘의 기념일에 친구에게 왜...;;

어쨋든 바보 같은 저는 속으로는 의아해했지만,

일단 그의 의견에 따랐어요.

또 싸우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던 거에요.

그리고 200일 당일,

그는 예고도 없이 약속 시간에 1시간을 늦습니다.

저는 처음 보는 아무 죄없는 그의 친구와

단.둘.이. 한 시간 가량을 멀뚱멀뚱 보냈어요.

친구 분은 말씀도 별로 없으셨고ㅜㅜ

제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있는데, 그가 나타납니다.

새로 맞춘듯한 정장을 빼입고요.

“왜 정장을 입고왔어?” 라는 저의 물음에

“아~ 졸업 때 입을 정장,

오늘 엄마랑 미리 맞추고 왔어.

오빠 멋있지?” 라고 받아칩디다;;

한 시간 동안 처음 보는 남자와

멀뚱멀뚱 하고 있었던 저에게,

그리고 친구에게 조차도 '미안하다'

한마디를 안하더라구요.

저의 기분은 더더욱 나빠졌죠.

 

심지어 당시 유행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셋이 식사하니 도합 12만원이 나왔어요.

제가 볼 때 남에게 얻어 먹기는 너무 큰 돈이기에

서둘러 계산대로 갔지요.

벗, 친구 분이 군소리없이 미리 결제해둔 상태..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남자친구는 아무렇지도 않아 하더군요.

친구 분은 돈만 내주고 바로 bye bye ㅜㅜ 

말그대로 얻어먹기만 했어요!

같이 논 것도 아니고;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 '벗겨먹는 거'에는 

통달해있던 그였습니다..

여담이지만, 최근에 이 이야기 들은 친구가 그럽디다. 

“ 그 부처같은 친구가 200일 선물이었네!

그 친구 데리고 도망가지 그랬어!”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ㅠㅠ

아무튼

친구가 간 후, 저는 그에게 마구 화를 냈습니다.

“늦을거면 얘기를 하던가!

내가 왜 기념일에 첨보는 사람이랑

1시간이나 있어야 해?

그리고 정장은 대체 오늘 왜 맞춘거야?

약속있는 거 뻔히 아는데!”라고 따졌어요.

그의 대답은 “이렇게 좋은 날 우린 왜 꼭 싸워야해?

늦어도 좀 용서해주면 안돼?” 였습니다.

미안하다고 끝까지 안합니다.

번화가의 길바닥에서 저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죠.

그는 우는 저를 뒤에 두곤, 

갑자기 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 사라집니다.

저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붙잡고 싶지 않아서

집으로 가니 그가 '미안하다'고 전화를 하더군요.

저는 그냥 바보같이 또 그의 사과를 받아주었어요.

 

 

#4. 나한테 저금해



사귀고 3년 쯤 됐을 때였을까요.

집안 사정이 어렵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가 어느 날 저에게 '저금'을 제안했어요.

'5%씩 이자를 주겠다'면서요.

자기네 집이 어디서 돈을빌 렸는데,

이자가 너무 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서로 win-win이니, 

나에게 저금을 해라!" (=너에게 돈을 빌리겠다) 

라고 합니다.

저는 또 순수했던 마음에

'우리 오빠가 힘들다니까 그렇게 해줘야지'하고는

과외 해서 받은 돈을 모두 그에게 저금(!) 합니다.

다달이 이자를 계산해 주었지만,

날짜가 지날수록 이 사람들 이랬다저랬다ㅠㅠ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겠고, 

사실 지금도 의문입니다.

원금이라도 정확히 다 돌려받았을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기 직전까지 약 4년을

'그에게 저금'했네요.


 

#5. 정신차린 꼬꼬마



그와 사귀면서 좋은 추억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기억 뿐이네요. 

그는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처음 약속했던 '혼전순결'에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 클래스에 미국 교포 여자애가 있는데,

내가 여친이랑 팟을 안한다니까 놀라더라.

이상하다고 하던데.”

 

또 한번은

 

“그 교포 여자애가 너 보더니 고등학생같대.

고등학생 같다는 거 미국에서는

별로 매력 없다는 말인거 알지?”

 

“우리 학교 학생 회장이랑 부회장이 커플인데,

학생회끼리 간 엠티에서 남자들끼리

3차(안마방 등 퇴폐업소) 간다니까

알면서도 쿨하게 보내주더라. 부럽던데.”

 

“우리 연구실 형님들 얼마나 잘 노시는지...

 

유부남인데도 대학생들이랑 미팅하고 원나잇도 해.

(물론 그 무리에 그도 끼어 놀죠.)

나는 물론 네가 있으니 여자랑 끝까지 갈 순 없다만,

형님들 너무 쿨하고 능력있으시지 않냐?” 등등

온갖 말로 저를 괴롭혔습니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저는 그때 정말로

'혼전순결'의 가치관을 굳건히 하고 있었고,

남자친구 동의 하에 그 생각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지켜주기 힘드니 헤어지자'고 하던가요.

나름 순수했던 저는 그가 뱉은 말들로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저는 그래서 “너무 힘들면 결혼을 빨리하자.

우리 오래 만나기도 하지 않았느냐?” 라고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 이건 말 안하려고 했는데, 우리 부모님이

너의 학벌을 맘에 들어하시지 않는다.” 였습니다.

그는 누구라도 가고 싶어하는 명문대 재학생이었고,

는 평범한 인서울 4년제 재학생이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학벌을 속인것도 아니고, 당당했어요.

그리고 만난 지 5년 정도 된 시점에서

이런 말을 듣는다는 것이 저는 꽤 충격이었습니다.

이 때부터였을 거에요.

서서히 그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지기 시작한 게요.

참 오래도 걸렸습니다. ㅠㅠ

 


#6. 이별의 시작



저는 대학교를 거의 끝마친 상태에서

'대학원을 가야겠다' 싶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제 전공에서

가장 좋은 미국의 어느 대학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는 축하해주면서도 이제 자신이 갑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어떤 것'이 없어지자 불안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정말 눈치도 없고 멍청한 저였지만

오랜 시간 봐온 그에게서 그런 것 정돈 읽어낼 수 있었지요.

게다가 그는 미국을 항상 동경해 왔던 사람이었거든요.

술주정을 영어로 하기도 하고

“유.아.더.원 (You are the one)”

뭐 이렇게요...ㅋㅋ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오그라듭니다만ㅜㅜ

 

게다가 정말 놀랍게도 그렇게 저를 싫어하시던

그의 부모님께서 제가 미국의 명문대학원에 합격했다고 하자

바로 보자고 하시더군요.

뵙기 전 결혼하면 어떻게 살 지 그와도 살짝 의논해봤어요.

그의 대답은 놀랍게도

“너희 부모님 집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해와라.”였습니다.

저는 당근 단호하게 거절했구요.

“그건 우리 부모님 노후 대책이고

내 것이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그럼 너희 집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받아라!!!”

그러니까 또 자기네 집으로는 대출을

이미 받아서 안된다는 둥 딴 소리를 합니다.

그래 놓고 후에 그의 부모님은 더 좋은

새 주상복합으로 이사를 하셨는데

그건 당최 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은, [결혼할 때 난 한푼도 내기 싫다.]

이거였던 것 같습니다.


 

#7. 이별



유학을 가게되면서 

약간 벗겨져 있던 콩깍지가 

완전히 벗겨지는 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처음으로 완전히 혼자인 나

그에게서 완전이 독립함으로써

저는 조금씩 그에게 눌려있던 나를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그가 주었던 좋지 않은 기억들.

연락두절, 상처 주는 말들을 떠올리며

그대로 '당해봐라' 복수를 시전했습니다.

그에게서 정을 떼기 시작한거죠.

이게 잘하는 짓이 아니라는 건 저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죠.

하지만 이성으론 잘 알아도 마음은 좀처럼

'너가 하고싶은대로 하라'고 외치더군요.

그 덕에 몇 년 동안 제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는

좀 풀렸던 것 같습니다.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예전에는

[내가 잘못하니까...]

[나보다 그가 더 똑똑하니까...]하고

넘어갔던 일들을 미숙하게나마 혼자 견뎌내면서

[아...내가 그보다 못난 사람이 아니었구나]

[노력하면 나도 할 수 있구나]하고 느끼며

더욱 더 열심히 살게되더라구요.

 

나름대로 자존감을 회복하고나니

그 시점에서 저에게 계속해서 잘해주던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가게 됐고,  

남자친구를 차갑게 밀어냈습니다.

이렇게 저의 길었던 첫 연애는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8. 이별 그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20대를 거의 함께 보내다시피 한

그를 마음에서 완전히 떠나보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 게 사실이에요.

 

지금 생각해도 억울한 일도 많았고,

여기에 다 적지 못한 온갖 어록과 행동이 있었지요.

하지만 감사한 것은 그런 기억들 덕에

이제 사람보는 눈이 아주 조금은 생겼네요.

인내심도 폭풍 성장...!

이런 면에선 좋은 시간이었다고 해야할 지 ^^;

웬만한 말이나 행동에서 상처받지 않게 된 것은

연애할 때 꽤 유리하게 작용하더라구요.

첫 연애로 백신을 좀 세게 맞았다고 생각하고,

오늘도 그냥저냥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이 부족한 저이지만,

그래도 수 년 간의 오랜 연애를 끝낸 사람으로서

배운 게 무언지 감히 조언드리자면...

'정말 결혼은 아닌 것 같아 고민된다!'

하시는 분들...

아무리 오래 사귀었더라도 과감하게 떠나세요.

더 좋은 인연을 만날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자신을 좀 더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연인에게

감정적으로 '종속'되어있지 않은가...

살펴보시는 겁니다.

이것이 제가 첫 연애에서 배운 핵심이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두들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p.s) '그'에게 어떤 가명을 쓰고 싶었는데,

그렇게 안되는걸 보니 그래도 첫사랑이라고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아련한 마음이 있긴 한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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