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황망한소개팅] 안전제일 소개팅남

2014.08.13 10:21

올해 32세 대구사는 평범한 여자입니다. 

많은 사연들 읽다보니 불현듯 옛날옛적 소개팅이 생각나는군요.

 

 

제가 다니던 회사 실장님의 소개로

제 나이 25세 때, 무려 34세의

아저씨를 소개 받았습죠.

 

지금은 다이어트에 성공했지만!

그때의 전 좀 과한 떡대를 자랑하던 때였지요.

남자친구는 커녕, 

남자란 족속은 아버지와 남동생...

그리고 회사의 남자직원들 밖에 없었습니다. 

 

나름 첫 소개팅이랍시고^^

옷과 구두를 사고... 

화장도, 머리도 있는 힘껏 공들였네요.

떡대있는 저였지만!!! 나름대로 꽃단장 했습죠.

 

남자분은 실장님의 사모님 회사동료랬어요.

34세에 좀 심하게 마른 타입.

왜 마른 사람을 소개받았는고하니,

네...저의 떡대 때문에 전 예나 지금이나 

마르고 하얀 찹쌀떡같은 남자가 이상형이에요.

전화번호를 전달받고, 서로 통화한 뒤, 

3일 후 저녁에 보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약속 당일.

전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나왔어요.

그렇게 혼자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는데...

 

 

...........

 

 

10분 넘어섰을까 전화 한 통이 오더군요. 

[차가 너무 막혀서 조금 늦을 것 같다]고요. 

일하다 바로 오는 복장은 좀 아닌 것 같아서

옷 좀 갈아 입으러 집에 가는 중에 차가 너무 막혔답니다.

그러면서 이제서야 집에서 나왔다고...

 

저는 이 때,

망개팅의 스멜을 맡고 말았어요.

그래도 소개해주신 실장님 얼굴을 떠올리며

천천히 오시라고 했습죠.

이 아자씨가 근데 말예요.

정말 천천히 오는 겝니다!!!!

무려 2시간 지각ㅜㅜ

 

 

6시 반 약속에 8시 반이 되어서야

근처에 왔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 기분 아시나요.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이름 모를 카페에서 무작정 들어가

파르페 2개를 쳐,먹으면서!!!! 

열 식히고 있었던 저는 카페 주인장에게도

심히 민망하여 서둘러 약속장소로 나와

길바닥에서 그 분을 맞이하였습니다. 

 

처음 마주한 그의 모습은...

 

 

 

신이시여, 마르긴 개뿔...

키는 저보다 한참이나 작고

마르지도 않고...그냥...아저씨였습니다.

뭐 타고난 신체적 조건은 

저도 완벽치 않으니 패쓰하겠습니다!!!

그래도 옷은...쫌!!!

후...;

그따구로 입고 나올거면

그 분은 집에 왜 갔다오신걸까요?ㅜㅜ

 

그 분은 저에게 연신 "미안하다"하면서

저녁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그 근처 일식 돈까스집으로 행했습니다.

밥이 잘 안 넘어 가더군요^^;

두 시간 기다리며 먹은

두 개의 파르페 때문은 아닙니다.

(저 먹성 좋아요! 혼자 삼겹살 1kg먹던 때ㅠㅠ)

 

그 분은 매우 매우 매우 잘 드시더군요.

허겁지겁.

말도 없이 음식을 흡입하십니다.

물론 그 침묵 속에서

대화는 오로지 저 혼자 이끌어가야 했죠.^^

"어떤 일 하세요?"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블라블라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ㅠㅠ

그 분은 또 물어보는 거엔 잘만 대답하시더군요.

 

저는 밥이 콧구멍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분위기를 풀어야겠단 사명감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다가

(집에 가고 싶기도 해서)

"다 드셨으면 우리 이만 나가요~"라고 했죠.

 

 

그렇게 빠이빠이 했으면 

좋았을 것을...!

무려 [드라이브 가자!]하십니다.

저는 당연 매우 극렬하게 싫었어요.

하지만 식사만 하고 휑- 가버리기엔

실장님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제가 대구 시내에서 만났는데, 

그놈의 드라이브를 팔공산까지 갔습니다.

 

팔공산...팔공산...팔공산...

 

솔직히 좀 무섭기도 했어요.

팔공산은 엄밀히 따지면

대구시도 아니거든요. 

(위치 참고↓↓↓↓↓↓↓↓↓↓)

 

팔공산 근처에서 내려서 산책하자십니다.

그것도 꽤 높은 새 구두를 신은 저에게요. 

.

.

10분 걸었습니다.

20분 걸었습니다.

30분 걸었습니다.

40분 걸었습니다.

.

.

심지어 이 분은 그 40분 동안

고 귀한 입에 본드라도 붙이셨는지

한마디 말씀도 없으셨습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싫어하는

저만 또 떠들떠들ㅠㅠ

참다참다 [새 구두 신어서 발 아프다]했더니,

그제서야 잠깐 벤치서 쉬잡니다...

을 쯤이라 좀 쌀쌀했어요.

[춥죠?]하며 자켓을 벗어 주십니다.

.

.

.

하지만

그 분 자켓

떡대있던

저에겐

너무나도 

작았어요.

 

어찌어찌 

강제로 끼워놓고 

앉아있었죠.

오고가는 말도 없이 벤치에 앉아서 

찬바람을 맞았습니다.

 

 

참다참다가

춥다고!!! 이만 가자고!!! 했어요.

차있는 데까지 다시 또 40분 걷습니다...

 

꽉 끼는 뾰족 구두 속에서

발바닥의 말랑한 살이 굳은 살로

변해가는 과정을 리얼타임으로 

관찰해 본 적 있으신지요, 들..?

 

 

정말 욕이 혀 끝에 매달려 있는 기분^^

 

 

차로 집에 바래다 주시면서 저에게

"저 ㅇㅇ씨가 마음에 들어요.

담엔 절대 안늦을테니 영화 한 번 봐요."라고...

 

여기서 끝이어도 영화를 볼까말까 한데,

그 남자의 말은 끝나지 않더군요.

자기가 최근에 만났던 여성 분들 

뒷.담.화.작.렬.

 

[나이 많은 여자들은 행동거지가 날린다]

[ㅇㅇ씨는 어려서 그런지 조신하다] 등등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요.

친구들이랑 음담패설도 쫌 즐기고ㅋㅋㅋ

욕설 또한 구수하게 구사할 줄 아는,

그런 '조신'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여잡니다.

 

전 계속해서 실장님 얼굴을 떠올리며

끓어오르는 분노와 툭 치면 나올 욕설들을

참고 있었어요. 

 

 

다음 날부터 이 분은

문자와 전화질을 줄기차게 시전하셨습니다.

그 당시 업무가 너무 바빠서 

일주일 중 5일을 야근할 때였는데요.

바빠 죽겠는데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는

[밥 먹었냐, 난 뭐 먹었다]

[커피도 마셨냐, 나는 뭐 마셨다]

별 내용도 없고, 궁금치도 않은 것들로

절 괴롭혀댔어요.

업무 특성상 회사에서 저 혼자 야근하는 일이 잦았고,

그 때마다 전화해서 30분 이상을 통화했어요.

(말도 별로 없음서 전화통은 오래 붙들고 있더군요;;)

 

언제는 [바쁘니 나중에 통화했음 좋겠다]고 하니

서른 넷의 아저씨st 남자에게서

"히잉~~~"

 

 

저 전화기 부수고 싶었어요.(진심)

그러다가 실장님의 애원을 빙자한 압력에 

또 다시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영화보자고, 회사 근처로 데리러 오신다기에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약속시간 7시.

아자씨 도착시간 7시 반.

(지금 생각하니 그냥 늦는 게 일상이었던 듯)

카페 앞으로 나오라기에 나갔어요.

 

 

그리고는 또 멘붕...ㅠ

영화보러 가자고 하신 그분의 옷차림이

25세의 꼬꼬마였던 저로선 감당이 아니되었습니다.

그 분의 왼 팔에 달려있던 마크

안.전.제.일.

 

 (☜이런 거 맞나요)

 

 

 

작업복을 입고 영화를 보러 나오시면

어쩌라는 겝니까...

카페 안으로 들어오지 '않아주신'

그 분께 정말 캄사함을 느끼며...

빛의 속도로 제 생각을 말했습니다.

 "저기요. 죄송한데 저희는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그 분이 [왜그러냐]고 물으시더군요...

[님 개,매너에요!!!]라고 말씀드리진 못하고

"소개해주신 분이 하도 부탁하셔서

나오긴 했는데...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이차이도 감당 안되고...

잘 안맞는 것 같네요." 

라고 갖가지 이유를 붙이고 붙여

잘 설명드렸네요.

 

저는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들어가 봐야한다'는 

뻥!을 치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리고 실장님께 꾸밈없이 모든 사실을 말씀드리고, 

[노력했지만!! 더 이상은 못 만나 보겠다]고 선언했슴다.

다행히 실장님께서도 더이상 말씀이 없으셨어요^^...

 

이런 일이 있고 일주일 정도 뒤였을까요.

실장님께 들은 어이없는 얘기.

그 소개팅남이 회식자리에서

실장님 와이프 분을 붙들고 

.

.

.

.

.

우셨답니다.

 

제가 좋은데 만나주지 않는다고요!!!

집에다 결혼할 여자가 생겼다고까지 말해놨는데

안만나준다고요!!!

 

?????

 

전 잘못도 없는데 무슨

혼인 빙자 사기꾼 같아진 이 느낌. 

딱~~~ 한 번만 더 만나 보라는 실장님의 말씀에

[앞으로 3개월 동안 군소리 하나 없이

야근할테니 그것만은 넣어두시라]

간청드리고서야 이 소개팅 스토리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제 망한 소개팅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망한 소개팅 끗.

 

끗-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댓글쓰기

5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황망한 이야기

2014/08/19 [][감친밥] 더듬는 소녀소녀
2014/08/18 [][감춘문예 출품작] 오빠... 집에 갈거야?
2014/08/17 [황망한연애담] 모쏠이 철벽녀가 되는 과정
2014/08/17 [황망한연애담] 좋고, 좋고, 좋은 남자의 성장기
2014/08/15 [황망한연애담] 정말 울고 싶은 건 나야
2014/08/14 [][감춘문예 출품작] 난 그에게로 가서 생선이 되었다
2014/08/13 [황망한연애담] 넌 내게 주연이었는데
2014/08/13 [황망한소개팅] 안전제일 소개팅남
2014/08/12 [][감춘문예 출품작] 꼬꼬마 성장기
2014/08/12 [황망한연애담] 연필의 인연이 아니었을 뿐
2014/08/11 [][감춘문예 출품작] 못난 내가 이해할 수밖에
2014/08/11 [황망한연애담] 그에겐 아까운 12,600원이었을까
2014/08/10 [][감춘문예 출품작] 여자의 첫사랑도 무덤까지 간다
2014/08/10 [][감아연 26여] 해도해도 늘질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