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한소개팅][황망한연애담]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황망한연애담] 좋고, 좋고, 좋은 남자의 성장기

2014.08.17 13:15
안녕하세요! 저는 옛날 옛적에 '단아한 바텐녀 헌팅기'를 제보했던 34살의 형제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다른 형제자매들의 사연을 보며 고민도 하고 이런 일도 있구나 놀라기도 하며 같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계속 사연들을 보다가, 연애에 서투르거나 과년한 남정네들이 많은 사실에 놀랐고, 그들이 저의 사연을 보고 힘들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프롤로그]

남중남고를 나와서

여자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20대를 맞이했습니다.

 

원래 조용한 성격인 데다,

대학처럼 자매가 많은 곳을 가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더 아무 말도 못했고,

심지어는 벙어리인줄 알았다는 소리도 들었..

그만큼 남들 앞에서 언제나 수줍은 친구였죠.

 

대학교 때 몇 번의 소개팅, 미팅을 했었고,

복학 후 여러 여자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대시는커녕 기회를 흘려보내기를 수차례..

그리고 이런 암흑기는 25살까지 이어졌습니다.

 

늘 같은 패턴의 반복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돋보이고 싶은데,

그 상대방은 저를 연애 상담의 통로로 이용하거나

아니면

저의 존재 자체를 몰랐습니다..

(아 진짜 슬프네요)

 

 

그 흔하디 흔하다는 좋은 사람.

딱 그게 저를 설명하는 단어 같네요.

"그 오빠 장점이 뭐야?"하면

"음.. 착하고, 착하고... 음 좋은 사람이야^^"

이런 느낌?ㅠㅠ

 

[Chapter 1]

결국 대학 졸업 때까지 저는

연애를 한 번도 못해 본 천연기념물로 남았습니다.

 

그 후 저는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소개팅을 하게 됩니다.

대학교 여자 동기가 해줬던 동갑내기였습니다.

 

완전히 연애 병아리였던 저는 모든 것이 서툴렀어요.

신촌의 길거리에서 겨우겨우 만나

20대 초반에 했던 것처럼 술집으로 향했죠.

맥주랑 안주를 왕창 시켜놓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너무 어색한 거예요ㅠㅠ

 

당시 그녀(이하 P) 역시 그 자리가 어색했던지

2차로 극장에 가자고 하더군요.

 

그때는 몰랐죠.. 어색함을 모면하려 했다는걸..

극장에선 대화를 안 해도 되니까요

 

그때 봤던 영화가 '사하라'였습니다.

.... 사막처럼 건조한 영화더군요.

 

암튼 그렇게 어색하고 별로였던 상황임에도

저는 P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3번을 더 만났고, 그 뜨거웠던 여름에 사귀게 됩니다!!

 

저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제 내가 니 남자친구고, 너는 내 여자친구 하는 거다?”

 

이 대사도ㅠㅠ

참 암흑기의 대사네요

 

어쨌건.. 저는 연애의 시작과 동시에

장애물에 부닥치게 됩니다.

연애를 처음 해보니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는 겁니다.

 

 

이 상황엔 이렇게 하고 저 상황엔 저렇게 하고..

이런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었던 거죠

 

2년 동안 P와 만나면서 하나하나 다 배웠던 것 같아요.

스킨십, 기념일에 선물하기 등등등..

 

제가 하도 스킨십 진도를 못 나가니까

하루는 P노래방에 가자고 하더군요

 

제가 노래 부를 때를 기다려 바지를 벗기더군요..

뭐 다른 거 한건 아니고 제 쥬니어를 만지작만지작..

 

........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아마 P는 스킨십 진도가 5개월이 지나도 안 나가니까

답답해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첫 키스를 했지요..^^

 

그 뒤로도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적정 궤도에 올라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100째 되던 날.

전 상대방에게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를 때였어요.

그냥 마음이 담긴 선물이면 될 거라 믿었죠.

정말 바보였죠..

어디 누구한테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전 음악 MR을 구해서

제가 부른 노래를 녹음해 CD를 만들었습니다.

표지도 다 제가 만들고요..

100일 때 그것과 PC마우스 패드 등을 같이 줬습니다.

P는 저에게 을 한 벌 선물..

 

그때 저는 제 얼굴이 다 개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제야 알았던 거죠. 선물은 이런 걸 하는 거구나

하는 것을요..

 

암튼 그런 연애 초반을 지나

저희는 2년여를 만나게 됐고

결국엔 P가 바람을 피워서 헤어졌습니다.

 

잘 헤어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연애 초짜였기에

연애를 즐기기는커녕 배우기에도 벅찼던 시절..

전 그 여자만 바라봤고, 그 여자가 하자는 대로 다 했습니다.

저도 한계에 다다랐던 거고, P도 행복하지 않았겠죠.

그렇게 저의 생애 첫 연애는 끝이 납니다.

 

 

[Chapter 2]

전 첫 연애 후 또 다른 여자친구를 만나고 헤어졌고

다시 소개팅으로 연명하던 때,

소개팅에 대한 노하우가 차곡차곡 쌓여갔습니다.

 

한 번은 회사동료가 소개팅을 해줬는데,

상당히 미인인 데다 조용조용 착한 처자가 나왔어요.

 

첫날 무려 5시간 동안 떠들어댔습니다..

말없던 제가 그렇게 떠들어대다니요ㅠㅠ

미인의 힘이란..

 

그러고 세 번째 만날 때였나..

영화를 보기로 하고 영화관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 친구가 무슨 쇼핑백을 들고 오더라고요.

 

그 안엔 바지, 셔츠, 신발이 들어있었습니다.

주위 지인한테 다 물어봤는데.. 다들 반응이

그래도 호감이 없으면 그런 거 주겠냐..”

였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속뜻은

너 옷 더 잘 입었으면 좋겠어

+

나쁘진 않네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제 옷 입는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지요.

옷 보는 능력도 좀 생긴 것 같고요.

(예전에 비해서)

 

사귀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어요

그 친구는 사귀는 것을 두려워하더라고요.

그냥 가끔 데이트나 하는 관계이기를 바라더군요..

 

무려 장장 4시간의 설득 끝에 사귀자는 답변을 듣고

잠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행복했죠

예쁘고 참한 사람과 연인이 되다니요

 

그렇게 저희는 관계를 잘 이끌어갔(다고 생각했)

집안 사람들과도 만나고 결혼얘기도 나왔었습니다.

그해 여름휴가도 여자쪽 식구들이랑 같이 갔거든요..

 

6개월째되는 시점이었나..

4년을 만났다는 전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왔다더군요

그래서 저는 딱 잘라 끊으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못 끊더라고요..

그러고 몇 주 후 헤어지자는 말을 듣게 됩니다.

저랑 헤어지고 두 달 후 그 여자는 결혼을 합디다...

 

 

 

그때 들었던 기분은

'마루타'였구나

하는 것.

 

결혼 전에 다른 남자는 어떤가 실험대상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이 일이 있고 나서는

좀 더 스스로를 꾸미게 되었지요..

그만큼 제 자신감도 늘어갔습니다.

 

[Chapter 3]

그로부터 6개월 후 또 다시 소개팅을 합니다

전 이미 소개팅의 달인이 되어있었어요..

 

어느 장소에서 만나고

어떤 식으로 리드하면 될지를 잘 알았죠ㅠㅠ

 

이번엔 5살 연하 아가씨가 나왔어요.

쾌활하고 키도 크고,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멋진 여자!

 

두 번째 만났을 때의 그 느낌이 아직도 선합니다.

그 때 딱 보고 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에 바로 대시했어요.

그 자리에서 ㅇㅋ를 듣고 정말 재미있게 잘 만났습니다.

 

사실 5살이나 연하를 만날 거라고 생각도 못했기에

그래서 더 신나게 잘 해줬던 것 같습니다.

 

일 끝나는 시간에 나가서 꽃다발도 들고 서있고,

지인들에게도 소개도 해주고요..

자신 있게 데리고 나가서 소개하고,

그 친구의 친구들에게도 맛난 것도 사줬습니다.

 

 

이렇게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던 만남은,,

시간이 지나면서 역시나 난관에 부딪힙니다ㅠㅠ

 

그 친구는 저의 특정 습관을 지적하기 시작했어요

 

하루는 커피집에서 이런 대화를 했습니다.

 

오빠.. 후후 불어먹는 거 좀 이상해. 바꿔봐

?? 어 바꿔볼게..

근데 아마 시간이 많이 걸릴 거 같다

 

그리고..

이빨 형태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어요;

 

저는 약간 토끼 이빨이거든요..

대부분은 이빨이 가지런하고 토끼이빨이라

귀여워보인다고 해요 하핫;

 

한 번도 이상하다는 얘기 들은 적이 없는데

그 친구는..

라미네이트를 한 번 해보자는 겁니다!!!??

 

???!!! 라미네이트가 뭔데?”

 

찾아봤더니 치아성형....

토끼이빨을 갈아서 가지런히 하는 것이더라고요..

 

전 압구정에 있는 치아성형 전문 치과에서

상담도 받았습니다.

1개 이빨에 400만 원 정도의 견적....

결국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근데 결국 호호 부는 거 언제 고칠 거냐

고 다시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너 나 좋아하는 거 맞냐 물었더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해서..

줬습니다.. 준비되면 연락달라고...

 

근데 연락이 없는 거예요ㅠㅠ

그렇게 연말을 보내고

크리스마스에도 걱정하며 있는데

그 친구 카톡사진이 바뀌었더라구요

친구와 크리스마스에 술을 마시며 찍은 사진 같았어요

 

나는 이렇게 걱정하고 집에 있는데..

루돌프 뿔을 하고 사진을 찍고 재미있게 놀았더군요

 

결국 그냥 화를 대며

카톡으로 그만하자고 보내고 맙니다..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또 짧은 연애를 마쳤습니다.

 

 

 

근데 정말..

누군가에게 맞추기만 하는 건..

연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 배운 거죠..

나를 위한 연애.. 서로를 위한 연애를 하기로 다짐했어요..

 

[Chapter 4]

그 뒤로.. 많은 소개팅을 했지만

지금은 사내커플입니다.

아리따운 처자와 재미있게 연애를 하고 있어요.

 

착하고 이해심도 넓어서 지금은 너무 행복합니다^^

결혼 날짜도 잡았고요...

 

제가 뭐라고 남들에게 조언을 하겠냐만은요!

제가 다른 연애 초짜 형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처음에 딱 맞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상대방이든, 글로 배우든..

배워야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어요.

 

자기 자신의 생각에

상대방이 좋아할 거라고 하는 행동은

모두 본인만을 위한 겁니다.

 

그리고 아직 솔로인 분들은..

소개팅이고 뭐고 많이 해보세요.

그중에 보석은 분명히 있습니다.

급하면 절대 안 되고요..

 

상대방에 최선을 다하고

실패하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어딘가에는 인연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적어도 자기 자신만은 어느 정도

적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기 자신도 잘 꾸밀 줄 알아야겠지요.

자기 자신을 사랑할 때,

나를 사랑해줄 타인도 나타납니다.

모두 힘내세요!!

 

목록  |  이전글  |  다음글

댓글쓰기

3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쓰기

황망한 이야기

2014/08/20 [][감아연 25여] 어리고, 어리석다
2014/08/20 [][감춘문예 출품작]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2014/08/20 [긴급공지] 8/20 사연 관련 안내
2014/08/19 [][감춘문예 출품작] 미안했어, 그때는
2014/08/19 [][감친밥] 더듬는 소녀소녀
2014/08/18 [][감춘문예 출품작] 오빠... 집에 갈거야?
2014/08/17 [황망한연애담] 모쏠이 철벽녀가 되는 과정
2014/08/17 [황망한연애담] 좋고, 좋고, 좋은 남자의 성장기
2014/08/15 [황망한연애담] 정말 울고 싶은 건 나야
2014/08/14 [][감춘문예 출품작] 난 그에게로 가서 생선이 되었다
2014/08/13 [황망한연애담] 넌 내게 주연이었는데
2014/08/13 [황망한소개팅] 안전제일 소개팅남
2014/08/12 [][감춘문예 출품작] 꼬꼬마 성장기
2014/08/12 [황망한연애담] 연필의 인연이 아니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