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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아연 25여] 어리고, 어리석다

2014.08.20 15:41
 
 

안녕하세요. 언니 오빠들! 25살 처자입니다. 여기선 저 같은 나이대를 꼬꼬마라고 하던데, 얼굴에 주름도 하나 둘 생겨가는 것 같고 불면증도 생기면서 점점 신경이 쓰이는데 꼬꼬마 맞나요? 이거 과분한 호칭인 것 같아서ㅠ 물론, 연애에 있어서는 꼬꼬마이긴 합니다만... 레알 꼬꼬마 연애 사연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19살 겨울에 전 ㅇㅇ대학 지방캠에 붙었어요.

명문 ㅇㅇ대가 아니고! 지방캠이라니!

꼭 재수해서 ㅇㅇ대를 들어가리라!!

이런 마음으로 재수를 결심하였죠.

 

그렇게 저는 재수를 하게 되는데,

재수에서 삼수로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고..-_-

 

삼수 때는 또 다시 수능을 망쳤지만

더 이상 고교과정 공부하기가 신물나더군요.

 

저는, 그리하여 그냥 22살에 in서울 4년제에 들어갑니다.

 

 

그리하여 입성하게 된 대학의 OT날은

아주 친한 친구의 결혼식과 겹쳤습니다요.

 

그래서 결국 빠지게 되어있는데,

개강날 강의실을 찾아가보니

모두들 무리를 짓고 친해져 있더군요.

 

제 나이도 신경쓰이기도 했고,

초반엔 학과행사에 필사적으로 끼려고 노력했었어요.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지만

MT 참가를 강행하는 노력도 했죠.

 

MT에선 저보다 두 살 많은 선배가 술을 마시고는

얼굴이 벌개져서 제 엉덩이를 차기도 했었고...

 

97학번 선배가 MT에 와서 절 붙잡아 놓고

인생이야기2~3시간 이야기하는데,

참을성 있게 들어도 줬고...

 

술 게임도 못해서 술도 엄청 마시고...

 

MT 이거 너무 재미없고 허무하고

시간낭비인 것 같더라고요 ㅠㅠ

 

이렇게 블러디 싸는 노력을 하였음에도

저보다 1살 어린 윗학번 선배들은 저를 어려워했고요

 

그나마 편하게 다가와주거나 장난칠 수 있던 건 남자애들.

뿐이었어요. 정말 남.사.친.들.

 

이렇게 전

'재수와 삼수로 인한 음울함

+학교에서 소외당한 기분

+원래 낯가리는 성격'의 쓰리콤보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던 시기였죠.

 

 

 

그렇게 음울하고 쓸쓸한 22살의 대학신입생 시절.

학교에서 학과 주변만 맴돌다가,

꼭 가입하고 싶은 동아리가 생겼어요.

 

대자보에 적혀져 있는 회장의 번호로 전화를 했죠.

설명을 들어보니 인권동아리?

학문적인 고양을 하는 동아리? 느낌이 강하더군요.

 

이과생인 저는, 이참에 인문학 지식을 쌓자!

하고 충동적으로 가입합니다.

 

처음엔 인권동아리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들어가서 알고 보니 '운동' 동아리더군요.

피지컬 엑티비티 말고 시민운동이런 거요.

 

전 또 적응할 수 없었습니다ㅠㅠ

제 정치적인 소견도 안 갖춰져 있는데,

이런 시위에 아무렇게나 참여하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주말마다 시위 참여하자!

는 문자가 날아오기 시작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요.

 

화끈하게 한번 참여하자!

하고 저는 질렀습니다.

이미 가입했으니 어쩔 수 없어! 한번 경험하는 거야!

이런 마음이었죠.

 

검은색 후드집업을 걸치고!

운동화와 청바지를 입고!

내 한 몸 사지르자! 대충은 없다!

 

때는 황사가 자욱한 봄.

먼지와 추위와, 방패를 든 경찰의 위압감과

싸우며 행진했습니다.

 

 

힘든 주말이었죠.

그렇게 집에 들어갔는데

.... 망했어요.

 

대형 포탈사이트인 다ㅇ 메인 기사에

제 사진이 하니 떴더라고요..

너무 열심히 해버렸나봅니다ㅠㅠ

조절이란 게 안 되는 인간..

 

그 일 이후,

절 뉴스에서 봤다며 연락하는 친구도 있었고

그 후 2년 후에도

너 그때 다ㅇ에 사진 찍혔었지? 시위했던 거 말이야

이런 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뜻밖의 전개도 있었으니,

제가 그렇게 학교와 동아리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시위하는 저의 모습을 '잔다르크' 같다고 표현했던

동아리 오빠에게 푹ㅡ 빠져든 것입니다.

 

중간에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결론은 제가 고백해서 사귀게 됐다는 것!

 

저희는 방학 전에 한 달 정도?

부농부농한 연애를 했었는데,

3개월이 지나고 그는 군대에 갔어요ㅜㅜ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난 가을, 그리고 겨울..

전 그 사람이 절 별로 생각하지 않는 기분이 들었어요.

 

참고로 그 사람은 군에서 어떤 보직을 맡고 있었고,

그로 인해서 휴대폰을 소지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어느 정도 그것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데,

언젠가부터 문자 한 통 정답게 보내주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하나 더요!

당시 싸ㅇ월드가 다른 SNS에 밀려 다 죽어갔지만

소수의 사람들이 하고 있었는데요.

 

제가 쓴 글엔 댓글 하나 남기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 글엔 누구보다 재빨리 댓글 남기는!

변한 그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기다리는 건

서로에게 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건

서로 행복해지는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헤어지게 됩니다.

 

그후로 2년이 지났고,

저는 24살이 되었습니다.

23살 때까진 깨어진 연애로 너무나 마음이 아팠어요.

 

제가 용기 내어 처음 했던 연애가

변해가는 모습이 제 가슴에 깊이 상처로 박혀버려서...

또 어느 남자도 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요.

 

그러다 24살 늦은 봄, 초여름에 전 결심을 하게 됩니다.

연애를 해야겠어!

연애도 안 하고 살아서 이렇게 음침한 거야!

시간, , 마음 모두 여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난 사랑을 하고 싶다!

 

그렇게 전 불굴의 의지

호감이 있던 같은 학과 선배의 번호를 따게 됩니다.

 

늘 친구들과 붙어다니고

혼자 있을 틈이 없던 그를 호시탐탐 보면서요

(그 사람도 학과생활을 별로 안하던 사람이구요)

 

그래서 학교 축제 마지막 날, 오후 6.

그냥 용기를 내서 그가 그의 친구 무리와 같이 있을 때,

덜커덕 씩씩하게 번호를 받아냅니다.

 

그런데 그는 제가 별로였나봐요ㅋㅋㅋ..

결국엔 잘 안 되었어요 ㅋㅋ

제가 열심히 들이댔는데도요.

 

그것도 마음에 상처가 되더라고요. 거절당했다는 마음의 상처.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젠 학교에서 그 선배를 마주쳐도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래도 한 반년간은 힘들었습니다.

 

사실 상처 받은 것도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별로 없을 텐데, 자잘한 거절의 제스처와 그 말들이

제 머릿속에 깊이 박혀서

첫 연애를 끝으로 계속 현재까지 쭈욱

저를 괴롭히네요.

 

이젠 거의 철벽녀인 것 같습니다ㅠㅠ

뭐 접근해 오는 남자도 없지만요 하하하하하하하핳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던 중...

저번 주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오랜만에 술자리를 나갔고,

일찍 헤어졌던 게 아쉬워서 서울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틈만 나면 집에만 붙어있는 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서울의 거리를 메우는 모습이 신기했기도 했어요.

 

어디서 저 사람들이 다 쏟아져 나와서

많은 이야기를 하는 걸까.

 

서울 탐방겸 걷고 있었지요. 저녁에서 밤 사이에요.

 

골목 끝에서 어디로 방향을 바꿔서 걸을까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제 앞을 가로 막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 남자가 저에게 말을 겁니다.

 

"저기, 그쪽과 나중에 술이라도 한 잔 해도 되나요?"

 

"?"

 

"술이라도 나중에 한 잔 해요."

 

"저기 지금 취하셔서 그런 것 같은데 이러시면 안돼요."

 

사실 제가 키가 큰 편입니다.

173cm, 피부가 구릿빛이에요.

혹자는 커피+ 올리브색 피부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그리고 근육이 좀 잘 붙는 편이고, 골격이 좀 있습니다;

뚱뚱하진 않지만 그래도 근육+지방으로 덩치가 있죠.

 

그런데 그것이 통상적으로,

남자들이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잖아요.

여리여리하지 못한 전,

그다지 환영받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허허허허..

 

그래서 전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건강해 보여서 장기 떼가려고 그러는 건가?'

'? 도인가? 복이 많다고 이야기 하려고??'

'다단계?'

'휴대폰팔이? 왠지 그거인 것 같은데?'

 

약간 핏이 되어있는 정장을 입고,

얼굴이 약간 작고, 피부는 희고, 키는 저보다 크고.

 

 

전요,

스타일 좋고 훈내가 바람결에 슬쩍 흘러나오는!

이 남정네가 저에게 번호를 딴다는 건!!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표정을 지어보였습니다.

 

"안 취했어요."

 

"취하신 것 같은데, 이러시면 안돼요."

 

전 속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

같은 대화를 반복했습니다.

 

그러고 제 갈 길을 가려다가,

문득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말을 일단 끝까지 들어봐야겠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내게 관심을?

 

 

대화를 나눈 결과는 이랬습니다.

 

"그쪽이 마음에 들어서요."

 

"그럼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에요?"

 

"번호라도 주시면.."

 

전 그렇게 번호를 줬고,

복잡해진 심경으로 밤거리를 걸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무서운 생각,

번호 따였다는 흥분감, 궁금함

밤거리로 막 밀려오는 것 같더라고요.

 

그날 밤 집에 가서 저는

맞춤법을 심하게 틀리는 남자에게서 연락을 받는

을 꿉니다.

 

꿈에서 그는

생각도 없이 사는,

한심한 완전체로 나오더라구요.

(왜 이런 꿈을..?ㅋㅋㅋㅋ)

 

다음날에 잠에서 깨어,

연락이 왔나 봤는데 연락이 오지 않았어요.

 

그 사람은 아마도 술자리 게임 같은 걸로

번호를 딴것 같습니다 ㅠㅠ

 

 

그렇지뭐...ㅠㅠ

다 잊어버리자!

 

뒹굴뒹굴 있는데, 그때!!

낯선이에게 연락이 옵니다.

 

"안녕하세요 ㅎㅎ"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는 저보다 6살 많은 갓 입사한 회사원이래요.

제가 가길 원했었던 ㅇㅇ대학 경영학과를 나왔고,

뭔가 화려합니다.

 

처음엔 학벌이 좋네.

이런 자격지심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얼마 되지 않아 별 생각 안 들더라구요.

그냥 사람이구나.

 

그 사람은 평소에 체격 크고, 허벅지가 두껍고,

근육이 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

 

제 나름으로 축약하자면 덩치녀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이거 말이여 방구여 욕이여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맞네요.. ..

제가 바로 그 덩치녀입니다아아아아!!! ㅠㅠㅠ

낯선 사람들은 저를 덩치녀로 보는군요.

이제 알겠다아~

 

그는 회식 때 담배 피우러 나왔다가

홀리듯이 제 번호를 땄답니다.

 

그는 흔히 공부 잘하는 모범생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ㅇㅇ대를 나왔지만 자유로운 영혼 스타일인 것 같더라고요.

 

불금 불토를 꼬박꼬박 새벽을 지새우며 즐기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

여기에 자유로운 사상과 생각들추가.

 

전요, 어렸을 때부터 남이 하지 말라는 건 안 하고

피해 안 주려고 애쓰며 자랐으며,

 

'역시! 어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어!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는 게 효율도 높고

인생에 피해나는 것도 없고!

게다가 양치질 3분 안에 하면

충치가 생길 여유가 없지! 어른들의 말은 사실이었어!'

 

이러고 살고 있습니다ㅋ.............

 

또 학생인 처지라 집의 통제를 많이 받고 있죠.

ㅠㅠ부모님이 집안의 규율을 따르지 않으면

나가라고 하구요.

 

여튼 꼬깃꼬깃 집안에 붙어살고 있는데

이분은 통금이 있는 저를 불편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서로에 대한 알아감의 시간을 지나,

전 갑자기 6살 더 먹은 남정네는 어떤 느낌일까

호기심이 일었고

마치 제가 번호 딴 것인 양 적극적으로 나갔습니다.

 

"한 번 얼굴 보죠? 궁금한데."

 

그런데 그 사람은

너는 통금이 있어서 안 된다며 빼시더라구요.

 

그래서 전

그럼 딱 1시간만이라도 보자!

1시간은 활동시간이 겹칠 것이다!”

했고,

 

그는

시간 제약을 두고 만나는 건 싫다.

여유롭게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뭔가 하나도 포기를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는 자유로워야하고,

너는 하나의 제약을 가지고 있을 뿐이고.

자기는 포기할 수 없는 자기만의 삶의 규칙이 있고...

 

 

제게 관심을 준 사람이 너무 궁금한데,

억지로 안 되는 인연을 붙이려고 해봤자 안 될 것 같고..

 

어떻게 잘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절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강하게 밀고 나갈 것 같아서..

이 사람도 떠나보내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길어졌지만.. 제가 가장 궁금한 건 이겁니다.

 

제 인연은 어디에.....................

있냐는 거죠.

 

아는 남자 하나 없고,

남자 하나 꼬이지도 않고 ㅠㅠ

전 오늘도 이렇게 개밥에 도토리인 양 살고 있습니다.

 

'어리다', '어리석다'의 어원은 같다고 하죠.

지금은 어떻게 보면 어리니,

연애에 있어서 어리석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5년 후,

전 어디로 봐서든 어린 구석이라곤 없을 텐데..

여전히 어리석을 것 같네요 ㅠㅠ

 

5년 후에도 연애 꼬꼬마일 것 같습니다.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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