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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네가 운전하게 해줄게"

2014.09.5 11:11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갓 서른이 된,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처자입니다. 망한 연애담은 아니고, 현재 진행형인 ‘데이트’이긴 하지만, 어떻게 생각들 하실까 싶어서 이렇게 몇 자 적어보게 되네요.

 

저는 미국의 한 도시에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입니다.

 

거길 다닌다고 하면,

아 월급 어느 정도 좀 받겠네

하는 미국 대기업 중에 하나이죠.

 

얼마 전,

싱글이 된 지 2년이 가까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전 여기서 남들이 많이 나가는 교회도 안 가고,

성격도 자유분방한 타입이라

외국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 잘 살고 있었지요.

 

그래도 매일 회사--회사-을 하다 보니

사람 만날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출장을 가서

매니저(나랑 동갑인 처자)랑 저녁을 먹다가

그녀의 데이트 스토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데이팅사이트를 이용하더라고요.

그 옆에서 이야기하던 다른 직원도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오호-

저는 훅 구미가 당겨서는,

그 중 조금 젊은 애들이 많이 찾는다는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전,

저에게 메시지를 보낸 를,

그렇게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 만나게 된 그는 한 마리의 ‘힙스터’였습니다.

 

여기서 힙스터란?

전형적인 힙스터는 20, 30대의 독립적인 생각과 반문화, 그리고 진보적 정치 성향, 자연친화,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과 예술, 지식 그리고 위트를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들을 뜻한다. 힙스터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는 쫄청바지, 무기어 자전거, 담배, 질 좋은 차와 커피, 인디 음악, 독립 영화 등이 있고, 아는 척하기, 아닌 척하기, 주류에서 벗어난 대안 문화, 괜한 냉소, 실없음, 그리고 쿨해지기 등의 특징이 있다.

 

맥주집에서 만난 그는

저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빨간 체크셔츠, 정돈되지 않은 수염이야.

2층에 앉아있어]

 

잔뜩 긴장된 모습으로 나간 저는,

저 멀리에서 빨간 체크셔츠정돈되지 않은 수염,

파란 눈으로 저를 빤히 바라보는 그와 마주합니다.

 

우리는 3시간 정도 맥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했어요.

 

거기서 제가 알게 된 그의 특징은..

 

1. 운전을 하지 않고, 자전거만 탑니다.

 

2. 채식주의자입니다.

 

3. 대기업 시스템을 혐오합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에 4년 다니다가 옮겼더라구요)

 

4. 페미니스트를 싫어합니다.

 

5. 호모포비아들을 싫어합니다.

(호모포비아: 동성애(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그로 인한 차별을 일컫는 말)

 

6. 취미로 음악을 만들고 디제잉을 하는데

인디에서 꽤 유명한가 봅니다

 

7. 큰 개가 있으며 피쉬 타코를 참으로 좋아합니다.

맨날 먹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대화를 하고 나서 그는

일어나서 작은 헬멧을 쓰고 잠바를 두르더니,

묶여있던 자전거를 풀고,

인사를 하고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씽씽 사라졌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쇼파에 가만히 앉아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저랑 오늘 대화가 너무 즐거웠다고요.

저도 반가웠다고 답문을 보냈습니다.

 

저는 그에게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저는 매일 채팅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뭔가 드라이한 유머. 비꼬는 듯한 말투.

아- 굉장히 매력 있었습니다.

 

 

그는 무척 자유분방한 것이, 저랑 얘기도 잘 통했어요.

나쁜 남자인 듯 보이지만

살짝 밀당을 해보면

홀라당 넘어오는 엉성함도 귀여웠습니다.

 

스키니한 그는 걸레를 몸에 걸쳐도

핏이 좋을 것만 같더라고요. 푸허허...

 

4번 정도 데이트를 했나?

저희는 저녁도 여러 번 먹고,

바에서 술도 한 잔 하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어요.

그동안 그는 데이트 비용을 항상 다 내 왔답니다.

 

5번째 데이트를 하던 날 밤,

제가 차를 가지고 간 날이라,

우린 그 차를 타고

어느 커피숍에 커피를 한 잔 하러 갔어요.

 

그가 저녁을 샀고, 전 매번 얻어먹는 게 좀 그래서..

커피숍에서 계산을 할 때, “이건 내가 계산할게” 했죠.

 

그가 “정말?” 이러길래 “응” 하고는

한국돈으로 5천 원 남짓 되는 커피를 계산 했지요.

그가 고맙다고 했습니다.

 

전 그를 집 앞에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갔지요.

(전 차가 있고, 그는 차가 없어요.)

 

제가 커피를 계산하고 난 그 다음의 데이트.

 

그가 저녁을 먹자고 채팅을 걸어오면서

갑자기 본인의 주머니 사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표현방식이 참.. 독특했죠.

 

“오늘 저녁 먹으러 갈까?

난 지금 가난한 븅신(?)이지만

차이나타운 정도는 가서 먹을 수 있어, 거긴 싸니까“

 

 

“어.. 응? 왜.. 왜 가난해?”

(표현이 격해서 당황했네요;)

 

그는 세금 때문에 지금 통장에 잔고가 많이 없다

고 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저는

그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이는 게 무지 민망했어요.

 

대답을 못하고 쩔쩔매고 있다가

나중에 제가 “우리 어디서 만날까?” 라고 하니까

 

“앗, 네가 만나자는 데 동의 한 건 줄 몰랐어.

그냥 내가 왜 가난한지만 물어봤잖아”

 

“혹시 내가 기분 상하게 한 거야?”

라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그 날 어색하게 만난 우리는,

저렴한 곳에 가서 식사를 하고,

펍에 가서 맥주 한 잔을 했어요.

물론 그가 다 비용을 지불했고요.

 

그 날 이후로부터

돈 문제가 불편해져버렸습니다.

모든 게 신경 쓰이게 되었지요.

 

이후로 그는 종종, 가족에 대해서 언급을 하며,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주는 모습에

저는 고마운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 데이트.

제가 자전거 사러 가는 걸 그가 도와주기로 한 날

이었습니다.

 

집 앞에서 기다리는 그는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렌터카를 빌려서 가지고 온 거였습니다.

 

제 차가 집 앞에 주차 되어 있었는데도,

따로 렌터카를 가져와서

5-6군데 자전거숍을 돌아다니면서 같이 봐 주었어요.

그 날 그에게 너무 감동했습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그가 데이트비용을 내고)

어느 바에 가서 술을 한 잔씩 하려고 하는데,

 

전 호주머니에 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너무 수고해서 제가 술을 사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바텐더가 다가오는 순간

그가 절 쿡 찌르면서

 

“이건 네가 사게 해줄게”

 

라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응?”

 

당연히 사려고 한 거긴 하지만

뭔가 어색한 이 분위기..

빨리 카드를 꺼낼걸 그랬나 생각도 들었고요..

그렇게 그날 데이트는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와 금요일에

또 데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갤러리 구경하러 가기로 했는데,

이건 제가 제안한 아이디어였어요.

 

그가 또! 저를 뜨악하게 했어요.

채팅으로 이러더군요.

 

“그래, 재밌겠다. 네가 운전하게 해줄게”

 

“응..?”

 

제 차를 갖고 오란 얘기였어요.

그때부터 전 조금 기분이 상하기 시작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차 얘기는 제안해도 제가 제안했으면..

했던 거였기 때문이죠.

 

암튼 이상하게 기분이 상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까

 

“아니면 우리 둘이 같이 버스를 타도 돼.”

 

전 다시 대답을 안했습니다.

 

“방법을 찾아보자. 어떤 방법이든 '싼' 방법으로”

 

그리고는 오프라인 상태로.. 그는 사라졌습니다.

........................

 

 

전 그 날 너무 기분이 상해버렸어요.

그의 입에서 나오는 '싼'이라는 단어가

사실 점점 거슬리기 시작한 거죠.

 

4번째 데이트 이후로 계속

'싼 거' 먹자, '싼' 방법을 찾자

이런 얘기를 굳이 데이트하는 여자에게 해야 되나

싶었거든요.

 

왜냐하면, 그의 사정을 다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비싼 데 가자고 조를 생각도 없었고,

가는 장소 같은 경우는 대부분

그가 다 리드해서 데려가는 편이거든요..

 

아무튼 우리는

그 날 만나서 갤러리 구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구경을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둘 다 조금 장난을 치고 전 친해졌다는 기분에

신이 나 있었던 차였어요.

그는 저녁 제안을 했죠.

 

“돈부리 어때?”

 

“돈부리 좋지!”

 

제가 신이 나서 깡총깡총 뛰고 있었는데

그가 말했습니다.

 

더치로 돈을 내야 해

 

“어?”

 

“왜냐면 나는 지금 가난하니까

 

“어..? 너 정말 직설적이구나?”

 

저는 약간 농담반, 비꼼반의 말투로 반응했어요.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살짝 웃으면서 제 가디건을 만지작거리며

딴청을 피우는 그를 보며...

저는 다시 머리가 해졌습니다.

 

 

아아.. 이것은 문화의 차이인가?

더치하고 싶었음 밥 먹고 나서

얘기해도 됐을 텐데..?

 

제가 “칭찬 아니었어”라고 말을 한 후

조금 표정이 굳자 그는 아무 말이 없더군요.

 

그렇게 밥을 먹고 카드를 각자 꺼내서

계산할 때 제가 먼저 얘기를 꺼냈어요.

 

“앞으로 만날 때 계속 더치했음 좋겠어?”

 

그가 절 빤히 바라봤어요.

 

“돈 문제로 널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

 

라고 덧붙였죠.

기억을 더듬어 제가 했던 얘기를 생각해보면..

 

“네가 그간 어떤 방식으로

데이트했는지를 몰라서 알고 싶어서 그런 거야.”

(여친이랑 더치를 해왔는데,

나 때문에 계속 참아왔던 건지 등등)

 

나는 연인 사이가 되기 전엔

남자가 날 treating해 주었고, 그렇게 받아왔었어.

관계가 더 가까워지고 연인이 되고 나서는

그 남자를 위해 대접도 많이 하고 그러는 편이야.

 

사실 네가 얼마 전부터 더치 하자는 얘기를

계속 꺼내서 난 네가 날 buddy(걍 완전 친구)로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었어.”

 

라고 얘기를 했더니 그는,

 

“월급을 6일 있다가 받아, 그 전까지는 돈이 없어.

내가 너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면

난 너에게 저녁을 살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데이트를 할 때마다

내가 다 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돼.”

 

그리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침묵이 흐르자

 

 

그가 이야기를 이어나갔어요.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완전 친구로 생각한다는 거)

 

그러더니 다시 재차 확인을 하더라고요.

완전 친구로 생각하는 거 아니라는 거

확실히 이해했냐구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렇게 대화는 끝났구요.

 

그는 화난 거 같지도 않았고, 아무렇지 않아보였어요.

 

저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구요.

화난 느낌도 없었고, 그냥 답답했던 거 얘기해서

속이 후련하다는 느낌?

 

그렇게 버스 정류장에서 그는 버스를 기다려주었고,

버스가 오기 십분 전에 그는 절 빤히 바라보다가

그와 한 달여 만에 처음으로 키스를 하게 되었어요.

 

기분이 이상했어요.

좋고 두근거리면서도 불안하다고 할까요?

 

아마도 전 그의 두 배의 봉급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전

그와의 관계가 발전을 하면 할수록

이런 문제들이 사소해지지는 않을 거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리고 그가 저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 않으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전 그에게 맞출 생각이 있는 거 같아요.

 

저렴한 레스토랑 가도 상관없고,

많이 걸어도 상관이 없는데요.

 

전에 너무 배려만 해줬다가 남친에게

금전적으로 크게 데인 경험이 있어서..

 

그가 같은 케이스가 되지 않았음 좋겠다

는 불안한 마음이 한쪽에 도사리고 있는 거 같아요.

 

불안감을 어쩌면 좋을까요..:(

한 마디씩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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