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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항체 없는 여자

2014.09.7 15:33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의 자매입니다. 아는 언니에게 감친연을 전해 듣고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정신 놓고 읽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렇게 읽기만 하다가... 잊고 싶지도 않고 잊을 수도 없는 연애담을 이곳에 털어놓고자 저도 용기를 내어 제보를 합니다.

 

연애 한 번 못 해보고 

중매로 아버지를 만나 결혼한 어머니를 쏙 빼닮아

남들에겐 그리 쉬운 연애 한 번 못 해보고 

대학교를 졸업한........... 한 자매입니다;

 

'대학교 졸업 할 때까지 연애는 금물!' 

이라고 외치시던 어머니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설마 이렇게까지 말을 잘 들을 줄이야..' 

라며ㅠㅠ 

한숨을 내쉬셨다는 웃픈 이야기는 보너스....ㅋ 

 

 

그렇게 늦은 나이에 연애를 시작해 

짧은 몇 번의 연애를 거치며 소소한 배움(?)을 얻어가던 중, 

이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키 크고, 잘생기고, 웃는 모습이 멋있는

직업까지 좋은 이 남자

 

인생에 큰 굴곡 없이 화목한 가정 안에서 

반듯하게 자랐다는 이 사람

 

당연한 얘기였지만 저는 이 사람이 너무 좋았습니다

조건을 떠나서 그냥 그 사람 자체가 

제게 어떤 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에 대한 지속적인 호감을 표현만 할 뿐, 

“제대로 만나보자!”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죠. 

 

이미 결혼을 생각해야 할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아직 내 얘기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이때부터 쎄한 느낌을 감지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나를 떠받들어줘”라며; 

되지도 않던 자존심을 내세우다 

장렬하게 깨빡이 난 이전의 연애와는 달리, 

 

이 사람과는 무언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보고 싶었기에 

저는 열심히 저를 어필했고, 

그런 제가 그의 무반응(?)에 떨어져 나가려는 찰나, 

그는 제게 사귀자고 해주었습니다ㅠㅠ

 

한겨울에도, 어딘가에서 나만을 위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 마냥 기분이 좋더군요

 

그렇게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고, 

저만 열렬한(!!)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만 열렬한................ㅋ 

 

그는 사귀자고 한 이후에도 

사귀기 전과 그닥... 다르지 않았어요. 

잘 해주기는 했지만, 뭔가 을 친다는 느낌.. 


전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는 변함이 없었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저도 지치더군요. 

그래서 서운한 마음을 토해냈습니다. 

 

“서운하다!!!!” 

 

고요. 그러자 그는 이틀의 잠수이별을 고하더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지금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네요. 

 

 

“우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였냐, 날 사랑하긴 했었냐.”

 

그렇다고 합니다. 

ㅎ..................................

 

“내가 당신한테 너무 많이 바란 거냐.” 

 

그렇다고 합니다. 

 

“그럼 서로 바라는 걸 조정해 나가며 

잘 만나야지 왜 헤어짐을 말하느냐.” 

 

“나에게 너를 신경 쓰지 못할 큰 문제가 있어서 

너를 앞으로도 챙겨 줄 여력이 없기 때문”

 

이라고 합니다. 

................................

여태 아무 말 없다가 헤어진다니까 이게 무슨?? 

 

도대체 내겐 말 할 수 없지만 

날 챙겨줄 수 없는 이유가 뭐냐! 

헤어지고 싶어서 이러는 거냐!!! 그럼 정말 치사하다! 

 

(그때 감정이 생각나니 참...ㅎㅎ 

그땐 말을 하는 게 아니라 토해낸 듯합니다.)

 

그가 한참을 고민하더니 얘기하더군요. 

 

“내가 좀 아프다.

어머니가 B형간염이셔서 출산 시 감염된 모태수직감염으로 

일반 환자들은 간염을 앓다 낫고 항체가 생기면 그만이지만 

나는 이것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며 

 

서른이 넘고 건강검진을 해보니  

이게 단순한 바이러스 보균이 아닌 간염이 되었고 

 

현재는 설상가상으로, 

간에 종양으로 의심되는 무언가가 보인다. 

암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상태가 악화된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네게 처음으로 말하는 거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이게.. 전염되는 병이더군요. 

 

하지만 제가 이 사람을 많이 좋아했긴 했었나 봅니다

전염되는 병을 숨기고 저를 만났다는 것

그리고 헤어질 때가 되어서야 제게 말을 했다는 것

제게 옮겼을지에 대한 걱정은 하고 있지 않다는 것

 

그 어떤 것도 야속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가 그의 옆에 있어도 병이 옮지 않는 

'항체'가 있는 사람인지 

그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의 옆에 계속 있고 싶었으니까요.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항체가 있으면 

간염환자와 팟팟을 하든 키스를 하든 피를 접촉하든 

감염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전 그길로 병원에 뛰어가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야속하게도...................... 

'항체 없음' 

 

어렸을 때 분명 주사를 맞았다는데... 

남들에게 다 있다는 항체는.................

하필 제 몸속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장 주사를 맞았지만 

B형간염 주사는 3차까지 맞아야 하고... 

 

다 맞는 데 까지는 6개월

항체 생성 여부 확인은 1년!!!

까지도 걸릴 수 있다고 하더군요................. 

 

결론은, 제가, 

지금 힘들어 하고 있는 그의 옆에 있을 자격이 없다

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얘기했습니다. 

 

“항체가 없단다. 주사를 맞았다. 항체가 생길 거다. 

이렇게 해서라도 네 옆에 있고 싶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옆에 있어준다면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나한테 너무 집중하지 말고 네 생활 찾아라. 

넌 사랑 받기를 좋아하는 여자고 

난 네가 원하는 만큼 사랑을 챙겨줄 여유가 없다.” 

 

였습니다. 

 

참... 

사랑하는데도 옆에 있을 수 없다는 것.

 

이렇게까지 사랑하는데 

그에게 나는, 

 

그저 옆에 있으면 고맙지만

없어도 아쉬워 할 겨를조차 없는 사람

 

이라는 것이 참..

비참하더군요. 

 

 

전 고민 끝에 헤어짐을 고했습니다. 

 

“난 네 옆에 있어도 병이 옮으면 옮았지

아무 도움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게 너무 비참하고 

네 사랑을 받지 못할 걸 알면서

옆에 붙어 있을 자신이 없다. 해서, 떠난다”

 

고 했습니다. 

사실이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그래 가라”고 할 줄 알았던 그가 

울더군요....... 

어린애처럼 펑펑.... 울더라구요.

 

“내 아픔을 알고, 이해하고, 옆에 있어주려는

네가 이제야 소중한 걸 깨달았고 

이제야 사랑하는 걸 알았다”

 

고................ 울었습니다. 

서른이 넘은 남자가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본 것 같아요.

 

그래도 붙잡지는 않더군요. 붙잡을 수가 없다더군요. 

ㅎ...........................................

 

고맙다면 고맙죠... 붙잡았으면 잡혔을 테니까

저희는 함께 펑펑 울며 신파를 찍고, 

 

“내게 항체가 생길 때까지 

우리가 서로 혼자면 그때 다시 만나자”

 

라는 의미 없는 기약을 남기고 헤어졌습니다. 

헤어지고 나니 더 알겠더이다..

 

전 그 사람을 정말 많이 좋아했어요. 

지금도 혼자서몸이 아파 힘들고 무서워할,

그리고 옆에 있던 저 마저 떠나 너무나도 외로워할,
 

그 사람이 너무 걱정되고 안아주고 싶고 

당장이라도 다시 만나자고 전화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항체가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나를 만났다는 것

 

내게 옮겼을지에 대한 여부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는 것

 

만나는 내내 ‘나보다는(=그 자신이 저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나를 더 좋아하는 여자’로 나를 대했다는 것

 

이런 것들이 생각날 때마다 야속했고 

차라리 지금의 이 감정을 꾹 누르고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는 생각도 듭니다. 

 

왜 저는 간염에 대한 항체

이별의 아픔에 대한 항체도 없는 걸까요 

 

정말 항체 없는 여자인 것 같습니다.

너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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