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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비교당한 상처

2014.09.8 12:42
저는 예전 '5일의 천국' 사연의 주인공 자매입니다. 그로부터 벌써 4년이 지나고 지금은 좋은 남자 만나서 사랑받고 있지요^^ 요즘도 꾸준히 감친연을 애독하다 '별거 아닌 만남, 별거인 이별' 사연을 읽고 살포시 제 망한 두 번째 연애담이 생각나 메일 드려요.

 

 

‘5일 천국남으로부터 벗어난 지 어언 1.

저는 또 한 번의 이별을 겪고서

솔로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때 헤어진 남자는 안 좋게 헤어진 게 아니라

미련이 잔뜩 남은 상태였죠.

 

그러던 중, 회사일은 뒷전이고

미련의 구렁텅이에서 헤엄치는 저를 보다 못한

회사동기가 무려 미팅!!을 주선하겠다고

꼬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귀가 번쩍! 뜨였지만, 미팅남들의 나이를 들어보니

저와 동갑 혹은 1살 연하의 대학원생들이라 하여

다시 주저모드로 들어갔습니다.

 

그 동안 연상만 만났기 때문이죠.

결국 저는 폭탄처리반이나 하자!

는 심정으로 3:3 미팅에 나가게 됐습니다.

 

 

전남친꽤 잘생겼던 편이고 직장인이었기에

역시나 학생티를 벗지 못한 대학원생 미팅남들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아 오늘 그냥 신나게 놀아보자! 하면서

'내숭 없이, 끼부림 없이'

열심히 게임도 하고 술도 마셨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미팅 주선남이자 제 회사동기와 대학동기인 연하남

저한테 심하게 들이대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시 유행하던 귓속말 게임 등에서

계속 저를 지목하고,

주변에서도 몰아가는 분위기였지만

저는 연하는 취급(?) 안 했었고,

 

연하남의 첫인상이 많이 차갑고 냉정해 보였기에

열심히 튕겼습니다.

 

3차 노래방까지 즐겁게 놀고 집에 왔는데

연하남에게서 집에 잘 들어갔냐고 문자가 왔습니다.

 

그런데 무관심하던 저도,

그가 꽤나 저돌적으로 대시를 하니까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다음날 대답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연하남의 무한 카톡은 시작됐어요.

 

그런데 이놈; 연애스킬과 센스가 보통이 아닌 겁니다.

 

예를 들면, 제가 노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감수성이 풍부한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아직 경계모드였기 때문에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하면

 

"글쎄~ 그럼 지금부터 알아가면 되지.

같이 영화도 보고 뮤지컬도 보고 노래방도 가고

산책도 하고 콘서트도 가고 하면서 알아가면 되지!"

 

이런 식의 멘트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연발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결혼식 축가를 부른다고

샤방샤방 드레스를 입었다고 하면

본인도 양복을 갖춰 입고 만나러 온다거나

 

오글 멘트에 제가 손발이 오그라든다 하면

본인이 손발이 되어주겠다고 하는 등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점점 이런 닭살멘트를 날리는

연하남에게 퐁당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연하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던 저는

미팅 주선녀에게 상담을 하니,

 

"그 친구 내가 1학년 때부터 알았던 친구인데

참 괜찮은 친구다. 집도 잠실 쪽에 있는 고층 아파트,

지금 박사과정 중이고, 나와 같은 S를 나왔지 않느냐.

나 같으면 잡겠다"

 

고 하더군요.

이전 경험에 비추어 남자는 스펙보단 인성!

이라 다짐했지만

 

솔직히 연애도 달달하게 잘하고

집안 좋고 우리나라 최고 학벌 공대 박사과정 중이고

인상은 차갑지만 객관적 외모도 보통 이상

연하남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서너 번의 데이트 후에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지요.

 

 

그는 여자가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지

잘 아는 친구였기에 참 달달했어요.

 

회사에서 카톡하기 눈치 보인다고 하면

회사에서 쓰는 메신저를 깔아서 계속 연락하고

아침 인사, 일상 보고 등을 꾸준히 하면서

믿을 수 있게 행동해 주었어요.

 

약속이 있다고 하면 "개조심, 차조심, 늑대조심!"

등등의 닭살 멘트를 날려주고..

 

선선한 여름 밤, 손잡고 길을 가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저를 보더니 뽀뽀를 하면서

 

"지금 너무 예뻐서 뽀뽀하고 싶었다"

 

는 얘기를 해주는 낭만을 아는 남자였지요.

커플앱도 제가 좋아할 것 같다며 먼저 쓰자고 하구요.

 

딱 한번 제가 삐진 적이 있었는데

예전에 스쳐 지나가며 말했던

별다방 커피콩초콜릿을 사와서

소소한 감동을 줄 줄 아는 100점 남친이었습니다.

 

1살 차이이지만, 20대 후반의 여자에게 결혼 압박이 있다

는 걸 알고서는

귀여운 아기들이 있는 동영상을 보게 되면

자기가 먼저

 

“5년 후쯤 보게 될 우리 애기가 저렇게 생겼을까?”

 

하고 미래를 약속하는 듯한 말도 먼저 잘 해주었어요.

 

그래서 전

, 내가 ‘5일의 천국의 의전원 남친에게서

고통 받았다고 하늘이 보내준 선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귀는 동안 행복했어요.

 

때마침 '벚꽃엔딩'이 한창 인기 있을 때였는데,

가사 하나하나가 꼭 다 제 얘기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로 첫사랑 얘기를 하다가

연하남의 첫사랑이 중학교 때 선생님!!

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충격적인 건, 그 다음의 이야기였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이 선생님과 연락하여

밥을 먹게 되었는데

20대 후반이던 선생님이 결혼한다는 말을 듣고

선생님에 대한 마음을 깨달았으며,

 

결국 그 선생님과 첫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여기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어야 하는데

그땐 사랑에 눈이 멀어 이런 얘기조차

영화에 나오는 멋진 첫사랑 얘기로 들렸어요;

 

또 이 친구의 아버지께서

중학교 때쯤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나름의 방식으로 그런 외로움을 달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지금 생각하면 갓 스무 살이 된 청년

약혼한 선생님과 팟팟을;;; 이때 그만 만났어야 했죠.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헤어졌다는,

3을 사귀었다는 전여친 얘기도 듣게 되었어요.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전여친과 투닥대다가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는 얘기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잘 만난 지 두 달쯤 됐을까,

어느 날 이 친구의 페북이 갑자기 없어진 거예요.

 

제가 이 얘기를 하자

연하남은 금시초문이라고 놀랐습니다.

페북을 해킹당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저랑 사귀기 전부터 있었던 계정만 있고

페북은 잘 하지 않아서

제가 이것저것 기능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연하남이 그런 거란 의심은 하지 않았습니다.

 

전여친과 인터넷 비밀번호를 공유했었다

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전여친이 저와 함께 있는 사진을 보고 열받아서 그랬나;;

생각은 했지만

이 일의 전말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안 되어

저는 창원으로 2주간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출장을 가서도 그는 꼬박꼬박 연락을 줬는데

그러고 일주일째쯤 되었을 때,

 

갑자기 매일 오던 달달한 아침 인사가 없었습니다.

그 전남친의 기억도 있고 촉이 ! 왔습니다.

 

, 무슨 일이 있구나.

 

그래서 전 무슨 일 있냐고 카톡을 보내니

점심시간이 지나서쯤 연락이 오더군요.

 

출장에서 돌아오면 얘기하자

 

고요.

전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어차피 불안한 건 마찬가지인데, 지금 얘기하라

고 했죠

 

역시나, 전여친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전날 저녁에,

저에게 연구실 형과 비도 오고 하니

막걸리를 한 잔 하러 간다고 했고,

 

끝나고 집에 갈 때 통화도 멀쩡히 했는데

조금 기운이 없었던 것이 약간 이상했지만

취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그가 말해준 내막은 이렇습니다.

 

그 때, 막걸리 집에 갔는데

전여친에게 연락이 와서 만나게 되었고,

그 친구가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 묻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고민이 된다고 했습니다. 말해 뭐합니까.

사실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게임 인 것을.

 

그치만 전 인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랑 이렇게 행복했는데...

전 화를 내지 않고 냉정하게 대처했습니다.

 

우리가 사귄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몸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전여친이 나타나서 외로웠나보다.

 

 

내가 서울 갈 때까지 혼자 생각하고 기다려 달라.

전여친에게도 나에게도 연락하지 말고

혼자 생각해봐라.

 

연하남은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어이가 없었던 점은,

 

본인이 연락은 먼저 안 하겠지만

전여친에게서 오는 연락은 무시하기 힘들 것 같다...

 

는 말이었습니다.

그건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삼가달라고 했죠..

 

냉정하게 대처했지만 전 이미 멘붕상태.

해외에서 온 고객들을 수행하는 출장이었는데,

고객이고 뭐고 안중에 없었습니다.

 

 

굉장히 착하고 저를 딸처럼 예뻐하는

할아버지 고객들이었기 때문에,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저녁을 거르고

호텔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울면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어요.

미팅 주선자에게는

전여친과 헤어진 이유를 아는지 물어봤습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2년쯤 사귀었을 때,

전여친의 집안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결혼은 힘들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어떻게든 잡고 싶었기 때문에

기를 써가며 일주일을 버텼습니다.

그러다 견디다 못해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더군요.

 

서울로 돌아가서 만나기로 한 전날까지도

먼저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만나기 전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정말 내일 만나긴 하자는 건지 카톡을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대답하더군요.

 

본인이 만나자고 했으면

그 약속을 지킬 건데 왜 그러냐

 

고요...

 

, 이 약속은 지킬 건가 봅니다.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죄책감 없는 듯 대답을 하는지,

다시 생각해도 뚜껑 열리네요.

 

그렇게 2주 만에 강남대로에서 연하남을 만났습니다.

최대한 예쁘게 꾸미면서 헤어질 각오를 했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아직까지 전여친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헤어져야 하겠다.

 

저는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저와 미팅에서 만나기 한 달 전쯤 헤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잊어보려고 더 열심히 대시했고,

잊은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

 

제가 리바운드 여친이었다니...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가는데

감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달달했던 사람인데.

2주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다시 없을 내편 같았는데,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냉정하게 돌아서는 그가..

 

사람의 감정의 끈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끊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대체 그 전에는 왜 헤어졌던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얘기하더라구요.

전여친의 아버지가 감옥에 수감 중이기 때문에

결혼하긴 힘들 것 같았다.

 

그럼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고 만나는 건지.

이전에 헤어졌던 이유를 극복하지 못하면

다시 헤어질 건데, 그걸 알고도 나를 이렇게 버리는 건지.

 

전 하고 싶은 말들을

차분하지만 처절하게 쏟아냈습니다.

이렇게 다그쳤더니 연하남은 말하더군요.

 

너는 특별한 매력이 있고,

항상 자기를 행복하게 만드는 여자였지만,

 

 

전여친은 왠지 잡힐 듯 아닐 듯한 여자였다

 

 

고 말이에요.

 

다른 사람과 저를 연애에서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말이 굉장히 상처로 다가왔습니다.

다친 곳을 한 번 더 후벼파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정말 좋아했었다고.

너의 크고 따뜻한 손과 나직한 목소리,

나만을 향한 줄 알았던 다정한 눈빛,

어딜 가든 항상 옆자리에 앉으려고 하고

예뻐해주던 모습. 정말 많이 좋아했었다고.

 

양다리남과 헤어질 때 욕하고 때려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고,

좋게............ 보내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이별을 했습니다.

 

그 후에도 한동안은

카톡에서 삭제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사실 지금도 차단했다 가끔 어떻게 지내는지

복구시켜서 보고 있어요.

 

전여친과는 얼마 못가 다시 헤어진 것 같습니다.

이미 그 일이 있던 게 2년 반쯤 전이고,

 

삭제 못한 카톡을 통해서

그가 그동안 전여친 포함 3명의 여자를 만난 걸

알게 되었습니다.

 

‘5일 천국남포함 두 번의 뼈아픈 연애를 통해서

저의 남자보는 기준은 변했고,

주변인들을 쥐어짜내어 받은 수많은 소개팅 후에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 2년 동안

아무 일 없이 평안하게,

차곡차곡 신뢰를 쌓아가며 연애를 하고 있고,

 

그 에너지를 토대로

앞으로의 커리어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연하남에 대한 미련은 없습니다.

다시 사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구요.

 

하지만 다른 여자와 비교당해 버려졌다는 상처

다른 사람과 행복하게 연애를 해도

잘 아물지 않는 것 같아요.

 

아직도 연하남의 새로운 여자친구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나보다 뭐가 나은 건지 자꾸 생각

하게 되는걸 보면 말이에요.

 

지금 새로 만나는 여자친구 때문에

다시 페북도 시작한 것 같더라고요.

 

그 여자친구는 저보다 몇 살이나 어리고

수도권 고등학교에서 갓 부임한

파릇파릇한 초임 선생님인 것 같습니다.

 

도망가라고 충고하고 싶지만 이성이 있고,

지금 제 남자친구에게도 실례이기 때문에

절대 실천에 옮기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 저에게 관여할 권리는 없지만

 

그 새로운 여자친구가 이 글을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는 것이

아직 제게 남은 앙심이자 마지막 바램이랄까요ㅎㅎ

이런 앙심도 세월이 지나면 다 사라지겠지요?

 

어떤 의미에서든 제 사연이

형제, 자매님들께 도움이 되는

망한 연애담이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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