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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내가 너무 보살이었나

2014.09.9 13:33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에 사는 28세 처자입니다. 작년 봄, 활동하던 동아리에서 남자친구를 만나면서부터 감친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설마 제가 메일을 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작년 봄.

저는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일본인 친구 둘을 데리고

서울에 있는 고향집에 갔습니다.

 

그 두 사람은

현재 제 남자친구여자사람친구였어요.

 

남자친구와는,

그때 같이 서울에 갔던 게 계기가 되어

사귀게 되었습니다.

 

남자친구는 4살 연하입니다.

사귀기 시작할 당시

남자친구는 중국철학 전공 학부 4학년,

저는 수학과 박사과정 1년차였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전공도 다르고 하니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서로의 은사님 이야기, 자라온 이야기를 나눴고,

책도 선물해주는 등등...

맞춰가려고 이래저래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본학술진흥회로부터 연구비를 받고 있었습니다.

 

(20만 엔 받는데,

그걸로 학비 내고 집세 내고 관리비 내고

의료보험비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것은 우리나라 대학생들 용돈 수준입니다.)

 

 

한편 남자친구는 아르바이트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되도록 남자친구 돈을 아끼게 하려고

비싼 식당도 안 가고 공원 산책이나 하면서

데이트를 하곤 했죠.

 

이제껏 그 흔한 영화관? 디즈니랜드?

가 본 적 없습니다. 돈이 아쉬운 학생들이니까요.

 

그리고 남친 어머님, 아버님이

귀한 아들 공부하라고 피땀 흘려 보낸 돈

어떻게 여자에게 쓰라고 하겠습니까.

 

게다가 작년에는 남자친구가

졸업논문이라는 것을 쓴다기에,

시간이 없다면 그런 줄 알고 저녁식사만 하는 등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도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저와 같은 수학과는 졸업논문을 쓰지 않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 석사 때,

미국의 경우 박사 때 비로소 첫 논문을 쓰지요.

 

게다가 문과는 무려 10000자 정도를 쓴다더군요.

일본어는 띄어쓰기가 없어 한글로 치면

이는 13000~15000자 정도에 해당하는 수준...

바쁘겠거니..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딱히 대화가 너무 안 된다 하는 것도 아니었고..

다툰 적도 한 번밖에 없습니다.

웬만한 건 서로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

하고 넘어가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지난 3월에 갑작스럽게 '시간을 달라' 하더군요.

 

그 때 저는,

 

'아직 남친은 젊은데 나는 학생이라고는 하지만,

나이로만 따지면 결혼적령기라고 할 수도 있어

구속된다는 느낌을 받나 보구나'

 

하면서 저 자신도 반성의 시간을 가졌고,

 

어차피 나는 취업도 해야 하고

우리 집에서는 학생에게 결혼을 허락해 주지 않을 테니

아직 시간이 있다

 

는 말로 남자친구를 안심시켰습니다.

 

남자친구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끔 바람을 피우고 싶어질 때가 있다

 

고 해도,

아직 젊고 경험이 적어서 그러려니,

아니면

나에게 뭔가 부족한 점이 있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 잘 지내나 싶었는데..

그로부터 반년도 안 되어 또 그런 말을 합디다.

 

시간을 둬 보자구요.

 

 

핑계는 이렇더군요.

 

너랑 말을 하다 보면

관심사가 너무 달라 토론이 안 돼서 재미가 없다.”

 

그런데 제가 그렇다고

그의 얘기가 재미없다는 티를 내거나,

제가 모르는 얘기라고 해서 무조건

 

난 그런 거 몰라

 

라고 했던 것도 아닙니다.

 

남자친구한테서 생판 모르는 얘기

(중국, 일본의 사회문제라든가, 국제정세라든가

종교적 혹은 철학적 문제라든가)를 들어도

열심히 대답을 했습니다.

 

절반은 알겠고 절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성의껏 대답했었죠!

 

전공도 다르고 관심분야도 다른데

그걸 다 알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그런데 결국 하는 말은

 

얘기해 봐야 재미없고 만나고 있자면

공부해야 할 시간 빼앗기는 것 같아서 아깝다

 

는 겁니다.

 

 

결국 우리는 시간을 갖기로 했죠..

그런데 정작 제가 남자친구 문자에 하루 정도..?

답장을 안 하니까

답장 좀 해 달라미안하다고 난리네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이렇게 왔다갔다...

이제는 변덕이 죽 끓듯하는 이 사람을

이대로 끌고 가는 게 맞는 건가.. 싶기까지 합니다.

 

이번이 두 번째 사람인데,

문제는,

 

저 자신의 문제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는 겁니다.

 

짐작가는 거라고는 고작,

제가 힘이 없는 학생인 데다가,

그냥 학생도 아니고

영주권이 없어 상태가 불안정한 유학생이라

 

만만하게 보이기 십상이라는 것....?

그리고 제 마음이 불안정해지기 쉽다는 것..?

 

저는 이제까지의 연애를 돌아보면서도,

이것 이외에는 정작 제 문제를 모르겠습니다.

 

 

주변에 박사과정 하는 사람이 흔치 않기에

저 자신이 많은 고민을 끌어안고 있고,

 

나중에 남자친구가 박사과정 들어가면

주변 사람들의 상처 주는 말에서

남자친구를 지켜 주기 위해 정말 노력했습니다.

 

그래서라도 더 박사학위는 꼭 따고,

취업도 꼭 해야겠다 생각하고 열심히 학회에 다니고,

지금은 열심히 자격증 시험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건 고작..

왔다갔다 하는 마음인 건가요.

 

 

혹자는 여자가 관용을 베풀고 남자한테 맞춰주면

남자가 여자를 만만하게 본다고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앙탈부리고 배려 없이 구는 것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남자도 남자이기 이전에 사람인 만큼,

내가 받고자 하는 만큼 주는 것이 마땅하다

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건지...

제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의 문제가 뭔지를 알 수가 없기에

답답하고 황망하기만 하네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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