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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저는 '사랑불능자'입니다.

2014.09.11 10:39
이제 2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26살 형제입니다. 총체적인 난국에 너무나 가슴이 답답한데 이런 이야기를 꺼낼 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는지라... 인생선배분들이 많은 감친연에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많은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사랑불능자'입니다.

연애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모쏠이고요.

 

대학교 때 짝사랑 1년가량 한 게 전부이고

그 이후로는 진지하게 누군가를 좋아 해본 적도 없어요.

 

그렇다고 제가 여자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저도 길거리에 예쁘거나 몸매 좋은 여자들이

지나가면 눈 돌아가구요. (휙휙)

모임 같은 데서 호감 가는 여성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저 남자라는 동물의 본능으로 여자가 좋을 뿐,

여자와 사귀고 싶은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는 겁니다.

 

 

심지어 저는,

위에 말했던 그 짝사랑녀를 정말 좋아했고

이 친구와 수업도 붙어 앉아 같이 듣고

밥도 자주 같이 먹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지만

 

‘방과 후에 만나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연인으로 발전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고자 회사를 그만두게 됐고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을 한번 갈무리 해보자!’

 

는 생각에 2달 정도 쉬면서

 

‘나라는 인간은 어떤 인간인가’

 

를 샅샅이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저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끄집어내게 되었고,

 

지금 제가 이렇게 된 배경에는

저의 극단적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

뭐든 혼자 해야만 안정감을 가지는 성격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희 집은 하나도 화목하지 않았습니다.

무능력하고 술 좋아하고 일하기 싫어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극도로 혐오한 어머니

매일같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아버지가 잘 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고

 

두 분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주말에는

언제나 돈 문제로 싸우셨습니다.

 

어머니는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를 철저히 무시하기 일쑤였어요.

 

아버지는 가정불화에서 오는 모든 스트레스를

저에게 풀었고요.

 

 

거기에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친척들의 불륜, 배신, 등쳐먹기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까지 듣게 된 저는,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 제도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감

쌓이기 시작했고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고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저는 중학생이 되고 첫 방학을 맞이하기도 전에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심한 배신까지 당하게 됩니다;

 

이런 불운들이 겹치게 되면서 저는

 

‘다시는 사람을 믿지 않겠다’

 

고 이 악물고 다짐했습니다.

 

그 뒤로 철저히, 남들을 계산적으로만 대했어요.

 

그때부터 어떤 사람과도 공적인 자리 외에는 

사적으로 만나지 않았고 연락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항상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나 혼자서 다녔고,

 

지금은 혼자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영화나 쇼핑, 밥 먹기는 기본이고

오페라, 뮤지컬, 축제, 여행 등등.. 다 셀 순 없지만

제가 대한민국에서 혼자서 하지 못하는 건 없어요;

 

같이 가는 게 더 경제적이라

일부러 하지 않는 걸 제외하면 말입니다.

 

 

그렇게 10년을 살다가 23살을 기점으로

가족도 점점 화목을 되찾아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생각도 많이 바뀌었고...

마음 속의 증오를 내려놓으면서

‘이제는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뒤로 저는 언제나 웃는 얼굴로 다녔고,

남들처럼 든든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는 없더라도

사람들에게 순수하게 다가가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이런 노력들이 빛을 발한 건지,

2년 전부터 시작한 동호회에서 저는 사람들에게

 

“웃는 얼굴이 참 예쁘다, 너랑 있으면 편해진다”

 

는, 살면서 절대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칭찬들을 많이 듣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어두웠던 제 성격도 밝아졌어요.

 

그렇게 지내다보니 외적으로 완전 별로였던 제게도

좋다고, 호감을 드러내는 이성이 더러 생기더군요.

 

그 중 한 명에게 저 역시 호감이 어느 정도 생겼었고,

그 아이와 개인적으로 연락하면서 소위 말하는

‘썸’이라는 걸 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연락을 하다가 일주일 뒤에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제가 자주 가는 예쁜 카페에 가서

대화도 많이 나눴습니다.

 

대학교 때 사라진 줄만 알았던

두근대는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 뒤로 시계로만 쓰던 제 핸드폰에

매일같이 카톡이 울리고, 전화가 오고....

조금씩 ‘사귀어봐야 겠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죠.

 

하지만 2주쯤 지났을 때.......

전 이상하게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전 살면서 단 한 번도

누구와 같이 뭔가를 해본 적도 없고

연락 같은 걸 하느라 시간을 쓰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제 시간은 온전히 제 것이었어요.

 

퇴근하면 항상 정해진 시간에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주말에 시간이 남으면 쇼핑도 여유롭게 다녔는데

 

이 친구랑 연락을 하고 만나는 동안

읽지 못하는 책이 점점 쌓이기 시작했고

운동을 하지 못하는 날이 생기기 시작한 거죠.

 

금전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어요.

저는 그동안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했고,

유럽여행 자금을 모으고 있던 중이었기에

한 달에 30만 원밖에 쓸 수 없는 처지였어요.

 

교통비, 대출이자, 식비 다 빼고 나면

남은 돈은 20만 원 남짓.

 

없는 돈 쪼개고 쪼개서 동호회도 나가고

운동도 나가고 책도 사고 하는 거였는데..

 

연애를 하게 되면 모든 걸 다 포기해도

돈이 모자랄 것만 같았어요.

 

‘도대체 연애라는 게 뭐고, 사랑이라는 게 뭔데

내 여가에 쓸 돈까지 다 버려가면서

여기에 올인해야 되나...?’

 

라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한 순간에 팍! 식어버리더군요.

 

 

그리고 그 날, 전 제가 아직도

옛날의 제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저는 여전히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사적인 연락을 꺼리고 있었고,

 

제게 별 도움이 안 되는 사람하고는

말 한마디도 제대로 나누고 있지 않더군요.

 

어찌됐든 썸은 그렇게 흐지부지 돼버렸고

그 뒤로 여자들에게 상처만 될 거 같아서

지금은 잠정적으로 연애를 포기해버린 상태예요.

 

이제 더 이상 연애라는 걸 할 수 없는 상태

랄까요..

 

이제 제가 하려는 일이 자리잡힐 때까지

몆년간은 한 달에 50~60만 원 받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면서

살아야 하는 처지라

 

돈을 모으기는커녕,

여전히 한 달 순수 생활비는 20만 원 남짓일 텐데

이런 걸로 무슨 연애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여자한테 빈대처럼 얻어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고..

 

이제 제 또래 여자들은 결혼 생각할 나이인데

나 같은 돈 한 푼 못 모으고 있는 꿈쟁이를 만나줄까

싶기도 하고..

 

저라는 사람은

 

‘평생 사랑이라는 걸 모르고 살아야 하는 걸까’

 

싶어 요즘 너무 착잡합니다.

공부도 안 되고 일도 손에 안 잡히네요ㅠㅠ

 

인생선배님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될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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