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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솥뚜껑 열어보니 자라가

2014.09.13 13:41
안녕하세요. 우연히 감친연을 알게 된 후, 제보 글 하나하나에 감정이입하며 읽은 젊은 처자입니다. 답답한 제 마음 좀 다독여주세요. 으휴...

 

고교 시절, 제 친구들은 다들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부럽지는 않았습니다.

교복을 입는 신분에 맞지 않게

조금은 ‘열린 마음’의 연애를 즐겼던 친구들........

 

이를 보면서 그때의 전 문란하다 여겼던 것 같아요.

(풋풋한 고딩 커플은 예쁘니 오해 금지입니다!!)

 

사실 제 또래의 남자친구들은

그냥 친구 혹은 철이 덜 든 남아로 보일 뿐이었구요.

 

그 틈에서 저는 어쩌면

미래에 있을, 진정한 사랑!!!

에 더 큰 의미를 두었던 듯해요.

 

그랬던 저라는 여자 고딩..........

시간이 흘러 꽃다운 스물한 살이 됩니다.

 

 

그때, 제 첫 남자친구인 그를 만났어요.

 

첫 만남, 그리고 두 번째, 또 세 번째..

 

알아갈수록 수수한 그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였고,

호감형인 그의 외모, 건강한 몸매

남성적인 매력을 느끼기기에 충분했어요.

 

저보다 4살 많았던 그와 전 알콩달콩 연인이 되었고,

매일같이 듬뿍, 아주 듬-뿍 듬뿍;;

사랑 받고 있는 느낌에 행복했어요.

 

저도 그도 학생이었기 때문에 뚜벅이었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울 수는 없었지만 OK

 

서로의 학교가 다른 지역이여서

주말밖에 볼 시간이 없었지만

 

이렇게 알콩달콩한 커플에게

거리라는 장애물은 더 큰 애틋함으로ㅡ OK

 

이렇게 전 사랑병에 걸렸습니다..

 

화사한 옷을 보면 그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고,

멋진 신발은 그에게 참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맛있는 걸 먹거나, 몸에 좋다는 음식을 보면

그가 생각났고,

 

예쁜 날씨에도, 좋은 풍경에도, 시원한 바람에도

모두가 다........... 그였어요.

 

저만 알고 있는 것 같은 이 좋은 음악,

제가 좋아하는 책들도 그와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흠...........

다만 불만이 하나 있었다면..

 

기념일에 작아지는 그! 정도..?

 

우리 둘의 생일이라든가,

100일, 200일, 300일, 400일, 500일..

 

이런 기념일을 꼭

비싸고 좋은 곳에서 보내길 바란 건 아닌데,

서로 학생이니 장미꽃 한 송이라도 건네며

우리의 날을 함께 축하했어도 감동받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는 참 한결같이 기념일만 되면 작아졌어요.

 

그때마다 전 그의 눈물을 보았고,

싸우다가도 그런 그의 모습에 마음이 아려

결국 토닥토닥하며 그날을 넘기곤 했었어요.

 

그러다 그는 졸업을 앞두고 취직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말주변이 없어 자소서 쓰는 것이 어렵다는 말에

제가 이걸 대신 써주기도 했고,

 

연속된 낙방에 우울해 하던 그를 위로하고

직접 면접관 역할을 해가며 취업을 준비했었어요.

 

그리하여 그는 아주 좋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곧 뚜벅이에서 부릉부릉이 탑승자로 거듭났습니다.

 

월급 받으면 그동안 못 해줬던 거 다 해주겠다

제법 목소리가 커진 그의 모습에

괜히 제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기뻤습니다.

 

 

그리고 정말. 실제로 그는

마치 그동안 밀린 선물을 해주듯

급하게 커플링부터 맞추고

각종 선물에,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며 좋아했어요.

 

신입이어서 많이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만나며 즐거웠던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그가 부쩍 바빠져 만나는 시간이 줄었어요.

한 열흘간 못 봤었는데

그날 전화를 하니 받질 않더군요.

 

원래 부재중 전화를 많이 남기지는 않지만,

그날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계속 전화를 했어요.

 

밤 10시부터 틈틈이 했는데

도통 전화를 받지 않아 걱정이 되기도 하고,

이상한 느낌에 잠도 오질 않더라구요.

 

정말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어서야

그에게 연락이 왔어요. 그것도 문자로요.

 

내용인 즉,

.

 

.

 

.

 

.

 

 

[우리 그만 헤어지자.]

 

전 눈과 코, 심지어 입에서 침이 흘러넘칠 때까지

울었던 것 같아요.

 

 

문자를 받자마자 전화를 했지만

그는 받지 않겠다며 문자로 말을 이어갔습니다.

 

[갑자기 무슨 말이냐, 1년 하고도 반을 넘게 만났는데

문자로 이런 말을 하다니.. 비겁하다.

 

만나서 얘기하자, 만나서 울지 않겠다.

잡지도 않을 테니 만나서 말하자]

 

고 전 대답했고,

이어서 온 그의 대답은 저를 미치게 했어요.

 

[제발.. 나 좀 놔줘]

 

....................................

 

‘하. 내가 그를 잡고 있었던가? 언제?’

 

이게 말이야 방구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어요.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믿어지지 않는 이 상황에

어이없고, 기가 차고,

소름이 돋고 온몸에 힘이 풀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자다가 깜짝 놀라 깬 언니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욕이란 욕을 하며

“그것 봐라,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아무 말 못하는 저 대신 연신 욕을 해댔지만

당장은 제 마음이 후련하지도, 위로가 되지도 않았죠.

 

그리고 일주일 뒤........

전 세수하다 울고, 밥 먹다 울고, 화장하다 울고,

버스에서 울고, 강의 듣다 울고, 걷다 울고,

누워서 울고, 자다 깨서 다시 울고..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을 무렵-

 

언니가 불그락푸르락한 얼굴로 다가와선

카톡에 그놈이 떴다며,

 

그런데 프로필 사진이 어떤 여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라며

제게 보여줬어요.

(그때 전 스마트폰이 아니었거든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고,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쇼크..............를 받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그의 미니홈피에 가보니

이미 그의 미니홈피는

그의 새로운 여자친구가 관리를 하고 있더군요.

 

알고 보니 그는

저와 헤어지기 전에 그 여자를 소개 받았고,

사귀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안 된 듯 보였어요.

 

배신감에 몸서리가 쳐졌지만,

그와의 마지막 엔딩이 이런 상황이라는 것이

더욱 속상했어요. 

 

그 이후에도 전 종종 그의 미니홈피에서

그와 새로운 그녀의 흔적을 봤어요.

(정말 미친 짓인데, 멈출 수 없는.. 하;)

 

제가 말해줬던 케이크공방에서

새로운 그녀와의 100일을 기념하는 케이크를 만들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던 목걸이,

가고 싶다, 가고 싶다 노래를 불렀던 놀이동산,

제가 예쁘다 했던 커플점퍼,

...........

 

저랑 만나는 1년 8개월 동안은

영화 3편도 안 볼 만큼 귀차니즘이 심했던 그가

 

여자친구와 함께 남산에 올라가 자물쇠를 달고..

하......................

 

어느 책에서 봤었는데,

남자는 지난 사랑의 경험을 새로운 사랑에 적극 사용한다

더라고요,

 

전에 그녀가 기뻐했던,

좋아했던 것들을 우선적으로

새로운 사랑에게 표현하고 보여주며

그녀의 반응을 살핀다는 글이 생각났네요.

 

 

그래서 전..

설렘부터가 사랑의 시작이듯

이별이 아프더라도..

그것까지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그러니까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전 적어도 한 달간은 충분히 슬퍼하고

널 그리워하겠다고,

 

그리고 점점 멋지게 잊어가겠노라.

그게 사랑에 대한 의리고 예의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역시 내가 아니었던 거겠죠?

 

그와 헤어지고 한동안 그를 잊지 못했어요.

스스로 부정하면서도 근 2년간 그를 못 잊었던 것 같아요.

 

술기운에 전화해보는 미친 짓도 했었고,

그 역시 전화나 문자가 가끔 오기도 했었지만

 

벌써 의미는 잃었죠.

(그는 이미 그녀와 헤어지고

2번의 연애를 더 했더라구요.

휴.............. 그러거나 말거나지만..)

 

저도 새로운 사람도 만나봤고,

새로운 시작의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제 마음이 그리..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제게 진심을 다해 구애하던 분이 계셨는데,

마음이 기울기는 했지만 겁이 나서 밀어 냈어요.

 

그는 참 멋있고 매너 있게 제 의견을 존중한다며

“기다리겠다” 했었는데,

이틀 뒤 그분에겐 새로운 사람이 생겼더라구요;

 

그리고 그 이후에 만난 또 다른 사람도

알고 보니 전 그냥 어장 속 물고기일 뿐이더라구요.

 

'어후~ 다행이다'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하마터면 또 진흙탕에 빠질 뻔했네.'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젠 모르겠어요. 아니, 못 믿겠어요.

자라 보고 놀라니 이젠 솥뚜껑만 봐도 놀라는 격인데,

 

'아 솥뚜껑이구나'

하고 열어봤더니

그 속에 자라가 있는 상황..........;

인 거잖아요............... 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알랭드 보통 아저씨 말처럼

어쩜 전 사랑이 하고 싶어서

그 사람을 사랑했던 것 같아요.

 

그를 잊지 못 했다기보단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며 행복해하던

그때의 저를 못 잊고 그리워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참 열심히 사랑했던 그때의 제가 그리워요.

지금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나지만;;;;;;; 히히...

 

그리고

남자들의 가벼운 마음에, 그리고 그놈의 어장관리에

또 다칠까봐 겁이 나네요.

 

그리고 더 겁이 나는 건,

 

또 다시 외로운 마음에 사랑이 하고 싶어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될까봐 겁이 납니다.

 

저... 어떡하죠?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괜찮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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