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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아주 오래된 미련

2014.09.15 10:35
안녕하세요. 아는 언니의 소개로 감친연을 알게 된 후 틈틈이 눈팅을 하고 있는 처자입니다. 제게는 아주 오래된 미련 탓에 여태까지 잊지 못한 사람이 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저만의 도덕적 잣대로는 아주 옳지 못한 일 같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고, 또 이제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알아 줬으면 하는 마음에, 그리고 감친분들이라면 털어 놓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사연을 보냅니다.

 

여중, 여고를 졸업하고ㅠㅠ 대학에 입학했을 때,

인문대에 들어간 이유로다가

재차(!) 여초 현상을 겪게 되었지만,

 

그래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남자애들

몇 명 생겼습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그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정말 평범한 듯,

비범한 친구였죠.

 

하얀 피부에,

프로게이머 이제동 느낌 나는 얼굴,

 

[사진출처: 구글 검색]

 

단정한 옷차림의 평범하디 평범한 남자였지만

 

비상하리만치 똑똑했고 아는 지식의 폭도 넓었어요.

 

그리고 저희는

우연인 듯, 우연이 아닌 듯

새터 때부터 이리저리 활동이 겹쳤습니다.

 

덧,

선배들과의 모종의 오해와 사건 때문에

과에서 친한 사람이 많지 않았던 제게는

친하게 지내는 소수의 아이들 중 하나였습니다.

 

저희 과 선배들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학번을 상당히 싫어했어요;

 

스무 살, 스물한 살들이 서로 오해하고 그러다 보니

서로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만 갔고

 

동기들은 과방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모이곤 했는데

그곳은 제가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렇게 1학기를 보내고,

저는 그때 한참 유행하던 네이트온으로

그와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저는

 

[ㅇㅇ랑 ㅇㅇ랑 사귀는 거 알아? 너는 연애 언제 하냐~]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가 태연하게 말하더군요.

 

[나 여자친구 생겼어.]

 

라고요.

 

그때 저는 처음 알아버린 겁니다..

‘내가 얘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요.

저조차도 몰랐던 제 마음을요.

 

 

이상한 기분에 휩싸여서

 

[어, 그렇구나, 축하해.]

 

라고 보냈었던 기억이 나요.

 

그 후로 늘 그가 있던 장소로 가면

그는 다른 동기 여자애의 손을 잡고 있었고

그렇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거리를 두게 되었죠.

 

질투가 나는 건 당연했지만

그 여자애를 미워할 수도 없었어요.

 

너무너무 착하고 똑똑하고, 여성스럽고..

제가 가지지 못한 매력을 가진 친구였거든요.

 

어쩌면 저는 그때 그 여자애가 가진 매력을 보면서

 

‘나의 매력은 그에게 닿기는 좀 부족한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저는 이상한 감정에 휩싸여 여름방학을 보냈고

애써 눈을 돌려 다른 남자를 좋아해보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은

그를 지우는 건 좀 힘들었습니다.

 

간신히 그를 지워갈 때 쯤..

개강이 다가왔고, 또 어쩌다 보니

그와 같은 교양필수 수업을 듣게 되었죠.

 

그런데 그는 딱 두 번 그 수업에 나왔어요.

 

나중에 전해 듣기로,

그 동기 여자애와 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렇구나’ 하면서도 저는 왠지

제게 기회가 올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실연의 상처가 어찌나 컸던지

‘눈만 뜨면 술잔만 기울이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술자리를 잡은 동기들 사이에서 를 봤습니다.

 

그는 정말 폐인 같은 몰골로 술을 마시고 있더군요.

 

그에게 말했습니다.

 

“너랑 헤어진 걔는 지금도 잘 살잖아. 과탑도 하고.

너 잊고 잘 사는데 왜 너만 이렇게 힘들게 있어.”

 

그의 대답은,

 

“나 같은 애가 걔한테 오점이 되면 안 되니까,

걔가 잘 사는 게 너무너무 고맙다.

그런데 나는 너무 슬프다.

 

제 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어서 술을 마신다.”

 

였습니다.

 

그 얘기를 끝으로

그와는 일 년 정도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게,

그가 남기고 간 과제였습니다.

 

그가 딱 두 번만 출석한 교양필수 과목 첫 시간에

강사가 ‘나에 대한 글’을 써오라 시켰고

 

그는 A4지 3장정도 되는, 짧다면 짧은 그 글 안에

그녀와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고,

또 자기가 얼마가 고통스러운지

그 감정을 다 녹여놨더라고요.

 

그 글을 보게 된 건,

강사가 “같은 과니 네가 전해줘라” 했기 때문이었죠.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저는 제가 아직도 그를 잊지 못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글 안에서...

그녀를 원망하지도 않는를 보면서

 

‘나는 그를 평생 잊지 못하겠지만

앞으로도 나는 그에게

그저 친한 여자애 그 이상이 아니겠구나’

 

그런 알 수 없는 미래를 본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제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알 수 없어요.

 

단순히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인생이 끝난 것처럼 술만 마셔대는 그의 모습을

제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요,

 

.................아니면 무엇이었을까요.

 

어쨌든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

저는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군대도 다녀왔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교양 수업에서 만난 타과 여학생과 만나고 있었습니다.

 

‘행복하게 잘 사니 됐다’ 싶더군요.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남는 미련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그와 한 번이라도,

소위 말하는 ‘썸’ 이라도 타고,

아니면 만나보고, 헤어져보고,

 

그랬어야 미련이 덜 남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와 그는 항상 엇갈렸습니다.

그가 다른 사람과 사랑을 시작할 때

저는 제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가 다른 사랑을 만날 때 저는 혼자였고,

제가 다른 남자를 사귀고 있을 때 그는 혼자였습니다.

 

 

그렇게 엇갈리던 그가

시간의 흐름을 타고 희미해질 때쯤,

 

저는 동기들 모임에 갔다가 다른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와 새내기 시절 사귀고 헤어진 그녀

이젠 다른 동기와 연애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새로 연애를 시작한 동기 남자는

그와도 꽤 친한 사이였고,

저와도 꽤 친한 사이였습니다.

 

오랜 시간 비밀로 하고 둘의 사랑을 키웠다던데

솔직히 놀라웠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절대 그녀를 비난하거나

그녀의 새 남자가 된 동기를 욕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뭐랄까요,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간 마음 속에 꾹꾹 담아 보이지 않게 해둔 그가

다시 ‘폭!’ 하고

튀어 나와 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더욱 더 저의 미련에 대해서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저는 절대로 그와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없을 것 같고,

그리고 제가 그렇게 만들 용기도 없습니다.

 

다만 10년 가까운,

오랜 시간 동안 제 마음 한 구석에 숨어 있던 그를

이제 그만 내보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겁니다.

 

너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마음이라,

그에 대한 마음이란 게 너무 익숙해져버려서,

쉽게 미련을 접을 순 없겠지만,

 

구질구질한 감정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제가 스무 살이 되던 해.

 

그리고

지금 제 나이는 스물여덟, 그리고 반 이상이 지난

2014년 9월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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