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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소개팅] 오만과 편견

2014.09.17 10:55
제 나이 서른. 뭐 특별할 거 없더군요. 결혼하라는 주변의 닦달이 간간히 거슬리기는 하나 나름 재미지게 놀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어서 딱히 마음이 급하다거나, 인생이 우울하거나 이런 거 없이 잘 살고 있는, 그런 자매입니다.

 

그런 제가 얼마 전

선 1회, 소개팅 1회를 하게 됐습니다.

 

(저는 어른들을 통해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상황이 이미 까발려진 걸

으로,

 

그런 것 없이

지인들을 통한 대략의 소개만으로 만나는 걸

소개팅으로 생각합니다.)

 

공교롭게도 두 분 모두 참 박식한 분들이었습니다.

(저, 아는 거 많고 유식한 남자 좋아합니다ㅋ)

 

 

다만 선을 통해 알게 된 분은 공통의 화제가 없었고

(그 분은 음악적인 지식이 넘쳐났는데

저란 여자, 가요만 듣는 여자..)

무엇인가 제가 추구하는

이성적인 매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던 탓에

 

다음의 소개팅에서 만나게 된 분을 보고

‘지난번 보다는 낫네..’라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저 둘과 쌍으로 연락을 하며

저울질 한 건 절대 아닙니다! 오해금지, 오해금지)

 

그런데 소개팅을 하고 연락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저는 무엇인가에 홀리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분석’‘결과 도출’

무척 의욕적이고 집착을 하는 분이셨는데

그 분이 펼치신 이론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다음 -

 

이론1) 남자는 연하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남자가 연하를 좋아한다는 것은 오해다.

남자가 좋아하는 나이는 고정되어 있다.

그 나이는 바로 25살~28살 정도인데

 

그보다 어린 여자는

화장 및 옷차림 등등 무엇인가

덜 다듬어져서 매력적이지 않고

 

그 이상의 여자는 이미 많은 것을 누려보았기 때문에

까다롭고 감동할 일이 적다.

 

그래서 20대 초반의 남자는 25~28세의 누나를 좋아하고

20대 중반의 남자는 25~28세의 동갑녀를 좋아하며

30살이 넘어가면 25~28세의 연하녀를 좋아한다.

 

 

이론2) 남자의 가치는 나이를 먹을수록 올라간다.

 

남자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경제력이 향상되고

여자들이 원하는 조건들을 대부분 갖추게 되는 것을 의미.

고로 남자의 가치는 올라가고, 선택권이 넓어진다.

 

 

이론3) 여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타협하게 된다.

 

(이론2의 내용과 다르게) 반면,

여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선택권이 좁아지기 때문에

남자를 고를 때 점점 포기하는 것들이 생긴다.

 

그래서 예전보다 바라는 조건들이 줄어들게 되고

웬만하면 타협하게 된다.

 

 

그 분이 펼치신 이론은 대략 이러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분이 저를 분석하신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다음 -

 

분석1) 너는 피곤하게 산다.

 

“너는 화를 잘 내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나는 서운한 일이 있어도

그 사람의 상황이나 입장도 생각해 보고 말도 들어보고

그 뒤에 내가 화낼 만한지,

이야기할 만한 상황인지를 고민해서 말한다.”

 

“그렇게 사는 거 피곤하다.”

 

 

분석2) 너는 정적이다.

 

“나는 댄스모임에도 가보았고, 그런데 너는 블라블라..

아무튼 너는 정적이다.

정적으로 산다.”

 

 

분석3) 너는 고리타분하다.

 

“너는 일탈을 안 해봤을 것 같다.

보통 한국여자들 외국 나가면

파인 거 입고 비키니 입고 하지 않냐

 

그런데 너는 그런 거 안 입어보고

클럽도 안 가봤을 것 같다.

즉 일탈을 안 해봤을 것이다.

 

그걸 네 글자로 고. 리. 타. 분. 이라고 한다.”

 

 

덧붙이는 분석) 외모에 대한 이야기들 외 다수.

 

 

사실 그 분은 "너"라고 지칭하지도 않았으며

반말을 사용한 것도 아니나

제가 느낀 강도는 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백지장 같은 상태로 이 판국을 맞이.

 

“답답하다”, “그걸 듣고만 있었느냐”

다양한 반응들이 예상되지만

 

이렇게 터무니없는 발언과 맞닥뜨렸을 때

(급작스러운 성추행 역시 비슷한 예가 될 수 있음)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주 만족스러운 반응을

즉각 내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전 아무 말을 못하고 있다가 생각했습니다.

 

아, 그런가. 나는 이제 인기가 없는 나이인가?

아, 그런가. 나는 눈을 낮춰야 하는 나이인가?

아, 그런가. 나는 누군가의 눈에 피곤한 사람인가?

아, 그런가. 나는 일탈... 클럽.. 비키니.. 엥???

(근데 그게 왜 일탈인거지..ㅡㅡ 나 그러고 살고 있는데! 젠장!ㅡㅡ)

 

그리고 결정적으로.

 

‘뭐어~?

 

. . . . ???’

 

지가 무슨 베토벤바이러스의 강마에라도 되는 양

이 네 글자를 손가락 하나하나 접어가며

이야기하는 걸 보는 순간.

 

저는 정신을 다시 ! 차렸습니다.

 

저는 왜 이 분이 썩 마음에 든 것도 아닌데

연락을 받아주고 있었으며

 

전화하는 내내 저에 대해 궁금해 하기보다는

두 시간 동안 상사 욕을 하는 그 분의 전화에

고분고분해 하며 몇 주를 보낸 것이며

 

개인적이든 주관적이든, 어쨌건

제 빈정이 상해가는 이야기에 멍~하게

“아, 그렇구나.”하고 있었던 것인가.

 

를 (이제서야) 생각했습니다.

 

 

그 분의 이론과 분석 결과 자체보다는,

그런 엉터리 평가에 멍청하게 견디고 있던 제가

너무 한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현재 연락은 안 하고 있습니다ㅠㅠ

그리고 저는

 

‘잠시 이렇게 헤까닥! 했던 상황을

서른병’이라고 지칭해도 되려나..

 

그래, 그건 그냥 서른병이었어.

지금이라도 정신 차린 게 어디야.’

 

라고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또 스스로를 한심해하기를 반복할 때쯤

 

친한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고

제 친구는 벼락 같이 저를 소환하여 욕을 퍼부었습니다.

(아, 욕해준 친구 좋아요. 달려와 준 친구 사랑해요. 힛)

 

족발에 소주를 먹으며 제 친구는

 

“이년아,

면전에 대고 이야기를 했어야지!!

 

그래요. 그런가 보네요.

여자들이 서른이 넘으면 눈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서

지지리 버티고 있죠^^

 

해야지!!!

 

그리고 뭐, 외모에 대한 이야기?

야. 모자란 것아.

 

그래서 그 사람이 잘 생겼어? 조인성이야? 강동원이야?

지가 뭔데 외모를 평가하고 지적질하고 있어. 미친놈.

 

그리고 그 놈은 소개팅했던 여자들이

비키니 입고 짧은 옷 입고 나왔다니?”

 

네, 친구 욕 덕분에 깔깔깔 웃었습니다.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누가 너한테 지적질하면 그냥 일단

"지는?"이라고 생각하라고.

 

그리고

 

“혼자 살아.

네가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뭘 참고 있냐.

그럴 바엔 혼자 살아.”

 

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저, 이제 그 분께 말합니다.

 

“그래요. 저 25~28살 아닙니다.

내가 서른병에 걸려 잠시 헤까닥해서

 

당신이 누구 기다리는 잉여시간에 하던

전화 다 받아주고, 상사 욕하는 거 두 시간씩 들어주고

외모에 대한 지적질에도 꾹꾹 참고 있었나봅니다.

 

지금보다 어렸으면 너랑 그렇게 여러 번 안 만났습니다.

그리고 서른인 나도 너랑 안 만납니다.

 

내가 고. 리. 타. 분. 이면 당신은 ‘오만과 편견’입니다.”

 

이상.

소개팅남에게는 고리타분해 보이는 여자였으며

친구에게는 “이년아”라고 욕먹은

서른병에 걸린 여자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벗어나야지요.

누가 보기에 이러저러하면 어쩌겠어요.

더 잘나질 거란 믿음으로,

좀 뻔뻔하게 살아봐야겠어요.

 

보고 있냐, 지금 미국에서 감친연 보고 있을,

나한테 유일하게 욕해주는 내 친구.

요년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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