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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연애담] 날 잡을 수 없다는 남자

2014.09.18 11:06
감친연에 사연 보내는 모든 분들이 항상 하는 뻔한 이야기겠지만! 저는 방년 서른 세인 그냥 꼬마언니께 감친연을 소개 받아 정주행을 끝내고 하루하루 올라오는 사연을 기다리는 스물일곱 세의 여자사람입니다.

 

저는 지금 연애 중입니다.

 

사실 이 연애가 깨빡이 날지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본 바에 의하면

“사연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정리된다,

혹은 마음이 편해진다”는 반응이 있었기에

 

‘혹시 나도 마음이 정리될까’

하는 마음에 적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전,

 

헤어짐이 날 아프게 하지 않을까 두려워

첫남친이 바람 피웠던 증거를 찾아냈음에도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부정하다

결국 1년 뒤에 정리 당했었고요.

 

그리고

두 번째 남친을 사랑했음에도

 

‘이 사람 역시 다른 사람을 만날 것이다,

왜 자꾸 사람들 만나서 술 마시냐,

나를 신경 써라, 아님 헤어져라’

 

드립 치다 결국 또 차임의 연애행보를 지나

결국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 연애 중입니다;

 

그는 공무원 준비를 하다 포기하고

복학을 할지, 말지 자신의 인생의 기로에 선,

동갑내기 27세 남정네입니다.

 

모든 연인이 그렇듯 저희도 처음엔 좋았죠.

‘깨를 볶는 것이 이리도 달콤하드냐’

하며 하루에 두 번(!)은 만나고

일주일에 7일을 만났드랬죠.

 

 

이야기가 이렇게만 계속 흘러가면 얼마나 좋겠어요..

 

솔직히 저는 이제까지 결혼엔 관심도 없었고

 

‘만나는 사람의 직업,

혹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런 건 예의 없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하며 거의 3달 동안

그 사람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보지도 않은 채 연애에만 집중해왔던 상황입니다.

 

그러다 어찌어찌 하던 기회로

그 사람은 생산직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인

어느 대기업의 계약직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2년 계약직이지만

1달 단위 계약을 하고

2년 이상은 절대! 계약연장이 되지 않고

2년 이하라도 필요하지 않으면 무조건 자르는!

 

하지만 복지를 제외하곤

정직원과 월급이 같은 계약직이었죠..

 

이때부터 저희 불행이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아버지에 의해

월급의 80%를 저축하고 남은 돈으로 연명하던

한 달살이 인생입니다.

 

남자친구도 그 회사에 들어가면서

월급의 약 90%를 저축하고 있고요.

 

그러면서 자연히 우리의 데이트비용이 줄어들며

만남의 횟수도 줄었습니다.

 

그래도.. 아무렴 어때요.

서로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니

서로 돈 없어서 먹고 싶은 것 못 먹지만

서로 눈물을 훔쳐가며 참아내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서로 좋아하니까요.

 

 

근데 저도 여자가 스물일곱이 되니

집에서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저희 집은 제가 모태솔로인 줄 알고 있어요ㅜㅜ

집이 엄해서 그냥 다 숨겼거든요.. 하하...

 

“결혼을 하려면 이제 남자를 만나서 연애를 해야지.

선을 좀 봐라!!!”

 

하고 부담을 줍니다.

저도 남자친구 공개.. 예. 생각했었죠.

 

근데 남자친구 일하는 회사가 저희 아버지 회사입니다;;

이게 뭔 운명의 장난...

저희 아버지는 정직원이시고요....

 

아버지는 그 큰 대기업에서 받는 연봉을

당연하게, 혹은 살기에 적은 돈이라 생각하시는 분이세요.

 

그리고

남자가 번듯한 안전한 직장을 가져야 되는 것.

저의 미래 남편 첫 번째 덕목이라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이런 생각을 남자친구에게 전하지는 않았지만,

남자친구도... 우울하답니다.

 

자신의 인생이 계약직이라 우울하고

자신의 인생이 회사에서 로봇 같이

매일 똑같은 일을 해서 우울하고

 

저와 결혼하고 싶지만

아직 경제적 기반을 잡지 못해 우울하고

요즘 우울투성이랍니다.

 

사실 저도 우울해요.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

집에서는 ‘시집 가야 하니 선 봐라’ 스트레스,

거기다 남자친구가 우울하면 달래줘야 하니 스트레스..;

 

솔직히 처음엔

“자신의 인생이 불나방 같다”며 우울해 하던 남친에게

성심성의껏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취준생의 인생이 아직 정해지지 않음의 불안함

얼마나 큰지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나이 먹은 여자친구 만나서

저를 얼른 거둬야하는 부담감이 어떤 것인지 알겠기에

 

“넌 할 수 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웃자. 긍정적 사고를 하자.”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잘 통화하다가도 울화가 치민다는 남친.

괜찮다고 달래주는 나.

 

그러다 문득 생각합니다.

 

이 나이에 친구들은 자리 잡힌 남자만나서

어떻게 결혼하면 잘 한 것일까 하는데

 

나는 ‘미래에 자신 없다’는..

 

“나 결혼해야 해. 다른 남자 찾아가야 해. 잘 살아"

 

하고 간다면 “널 잡을 수 없어” 하는 남자와

연애하는 것..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싶어집니다.

 

자신 없어도 너무 없어 하는 이 남자.

그래서 직설적으로도 물어봤어요.

 

“나랑 헤어지고 싶어서 요즘 힘들다 하고 지쳐하느냐,

그것이 날 떼어놓기 위한 작전이냐”

 

또 그건 아니래요..

그냥 스트레스 받는대요..

 

그리고 이 사람.

만나면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해요.

자기 부모님은 좋은 사람이래요.

제가 자기 부모님께 가면 사랑 받을 거래요.

 

이런 걸 보면 마음이 식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

한없이 날 힘들게 하는 이 사람에게

 

‘날 더 이상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아

날 이리 대하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 때면,

 

자기 주변사람들한테 이 만큼 힘든 얘기 꺼내지 않고

저한테만 속사정 털어놓는 이 사람의 모습이.

안쓰럽고, 날 특별하게 여기고 있구나 싶습니다.

 

 

저 사실 죽은 듯

그 사람 스트레스 받는 거 이야기 듣고

공감해주고 이해해줬는데..

이제는 제가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또 생각해요.

 

이 사람의 우울함..

제 얼굴 보고 만나면 괜찮고,

다른 사람한테 말할 때도 괜찮은데

 

저한텐 문자나 전화로 우울해 하고. 힘들다 하고.

근데 미래를 함께 꿈꾸고 싶다 하고.

 

저는 점점 그 사람의 짜증을 받아주기에는

너무 지쳐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1년 뒤 저희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있을까요?

 

저는 힘들어하는 이 사람에게

시간을 주고 일어날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하는 걸까요?

 

세상 누구의 일도 아니고 바로 제 일인데

너무나 어렵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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